맛에 빠진 록 스타 - 프란츠 퍼디난드의 거침없는 세계음식기행
알렉스 카프라노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뭐든 먹을 수 있을 수 있어! 난 록 스타니까!' 록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가 세계 투어 중에 만난 별별 음식 에세이다. 스코틀랜드 4인조 록 밴드라는데 그들의 이름도 그룹도 내겐 생소하다. 하지만 출판사가 좋아서 선택하는 책도 있고 왠지 모르게 끌리는 책도 있다. 여행이란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요즘은 맛기행을 떠나는 이들도 종종 있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맛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내가 있는 현재의 것과 낯설거나 조금은 새로운 것과 만남이라 더 신선하고 첫만남이 짜릿하겠지만 그게 음식에서 얻는 것이라면 더욱 잊을수가 없다. 맛과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잊지를 못한다고 하니 세계 투어를 다니면 경험한 새로운 맛기행에 보컬 알렉스 카프라노스의 경력을 보면 요리사, 바텐더, 배달원, 대학강사등 이채롭기도 하고 요리와 관련한 일들을 많이 했기에 좀더 남들보다는 '맛' 에 다가가는 감각이 다를듯 하다.

이 책을 펼치며 제일 먼저 한국에서는 무엇을 맛보았을까 하고 찾아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가 간곳은 인천, 그곳에서 재래시장에 들러 시장에서 보고 느낀것과 음식에대한 것을 써 놓았는데 문화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재밌다. 그가 맛 본 '김치만두와 김치전' 의 느낌은 '매콤하게 발효시킨 배추가 감각을 자극한다. 금세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습기가 많은 날에 김치 요리를 먹으면 마치 온 몸에 서늘하고 축축한 옷을 껴입은 느낌이 들어 상쾌하다.' 라고 표현을 해 놓았다. 익숙하지 않은 매운 고추의 맛, 매운것을 먹고 땀을 쭉 흘리고 나면 우리가 상쾌하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 또한 상쾌하다고 해 놓았으니 조금은 김치의 맛에 빠졌다고 할 수 있을까. 좀더 다양한 우리의 음식을 맛보고 표현을 해 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다른곳도 아닌 재래시장을 들러 시장분위기와 상인들, 살아 있는 삶의 현장에서 그가 매콤함 맛에 빠져 돌아갔다는 생각을 하니 역시 '맛에 빠진 록 스타' 라는 말이 나왔다.

어린시절이나 그외 외갓집이나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음식과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나 또한 어린시절 추억중에 외갓집에 가서 외할아버와 천렵을 하고 잡아온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마당 한 가운데에서 멍석을 펴고 그 위에서 여름밤 모기들에게 흡혈을 당하며 얼큰하게 먹던 매운탕에 들어 있던 애호박 맛이며 시래기맛을 잊을 수가 없다. 매운탕을 잘 끓이시는 엄마와 외할아버지 덕분에 외가댁에 가면 늘 매운탕을 먹었고 외할아버지는 매운탕에 탁주를 한 잔 하시며 걸걸하게 취하시어 부채를 부쳐주시곤 했다. 탁주의 그 시큼털털한 냄새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전직 요리사와 바텐더의 경험이 있는 록 스타가 잊을 수 없는 맛과 향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가 폴과 함께 하여 폴이 굴을 처음 접하는 부분은 너무 재밌었다. 카사노바에겐 정력제였던 바다의 우유인 굴이 폴에겐 '질감.입에서 씹히는 맛이 정말 끔찍했어. 오징어처럼 질기면서 모래 알갱이가 씹히는 느낌이랄까. 맛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어. 이런 끔찍한 것이 입안에 있다고 생각하니 빨리 뱉어내고 싶더라고.' 하는 표현처럼 자신의 맛 기행 뿐만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한 이들의 재밌는 체험도 읽을 수 있는데 누구나에게 처음접하는 음식은 '도전' 이다. 그 도전에서 성공을 한다면 대단한 숨겨진 맛을 찾을 수 있지만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그 음식은 정복의 대상목록에 다시금 올라야만 한다. 

미식 모험가에서 닭모래집 맛보기에 대한 것을 읽으며 내가 무척이나 닭모래집을 좋아해서인지 인상깊게 읽었는데 닭모래집샐러드를 먹는 순간에 비둘기가 르노자동차에 깔리는 것을 목격하고 먹는다면 그 맛을 어떨까 상상이 안갔다. 닭모래집은 쫄깃하면서도 그 씹는 맛이 좋은데 샐러드로 하면 어떤 맛이 날지 정말 궁금했다. 처음 경험하는 음식인데 그 끔찍한 상황을 목격했으니 더이상 그에겐 닭모래집샐러드는 더이상 먹고 싶지 않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음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이렇듯 그의 맛기행은 요리에 대한 레시피가 아니고 맛을 느끼며 함께 한 이들에 대한 추억이나 그외 신선한 충격을 그 나름 감칠맛나게 표현을 해 놓았다. 록스타인데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전직인 요리사나 바텐더와 가까운 '음식기행' 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가 더 세세한듯 하면서 잊고 있던 아니면 기억속에 저장된 추억들이 음식과 함께 나오니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일까 실망하는 것도 종종 보여지기도 하고 허름하거나 별 볼일 없는 것에서 진짜 맛을 만나는 이야기도 숨겨져 있다. ' 나는 도시 구석구석을 오가는 지름길을 택시 기사 못지않게 잘 알았고 하루에 10파운드의 급료를 받았지만, 사실 내가 그곳에서 일했던 진짜 이유는 저녁 영업이 끝나고 무료로 제공되는 카페 요리 때문이었다. 로큰롤 밴드의 일원으로 미국을 돌아다니다면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음식은 추억이다. 그 음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나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해준다.
음식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한듯 하다. 음식이 맛이 없어도 정말 좋은 가족이나 그외 가까운 사람들과 한다면 그 맛은 배가 될 것이다. ' 지금도 완두콩 푸딩을 즐겨 먹는데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런 음식이 있다. 음식은 시간이 흐르고 맛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그와 유사하거나 비슷한 음식이 나오면 과거의 추억과 함께 그 음식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분위기도 중요하고 맛도 중요하지만 함께 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좋은사람들과 좋은 추억으로 먹은 음식이라면 맛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그 음식은 영원히 잊지 못하고 각인될 것이다. 단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나 추억 그리고 그 풍경과 맛은 음식이 있어 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기억될 여행으로 남겨질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이 아닌 익숙한 맛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곳을 여행한다면 그곳의 특색음식은 한두번 맛본다면 여행지가 더 오래도록 기억되고 추억이 더 깊게 남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그가 들려준 세계맛기행이야기는 생소함도 있었지만 음식을 표현한 신선함은 좋았다. 음식을 글로 그려 놓은 듯한 표현들이 음식을 새롭게 보게 만들었으며 언젠가는 이런 맛기행을 한번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져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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