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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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이라는 작가를 만난 것은 <잘가라,서커스>라는 작품에서다.처음이었지만 그녀의 작품에 빠져 기억에 콕 박아 놓은 듯 그녀에게서 헤어나질 못하고 그녀의 이름 곁에서 뱅뱅 맴돌았다. 그러다 그녀를 겨우 잊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 작품 <생강> 은 또다시 그녀를 기억하고 그녀의 곁에서 맴돌게 만든다. 생강이란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치나 음식에는 꼭 필요한 양념이다. 나도 생강의 그 알싸한 맛을 싫어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그 맛과 향에 빠져 들고 말았다. 생강이라는 양념은 그 존재를 잊고 있다가 김치를 씹다가 살짝 씹히면 '아..' 하고 그 존재감에 씹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하고 잠시 생강이라는 놈의 매력에 빠져 들다 녀석을 얼른 삼켜 버리게 된다.

선이라는 그녀는 동네 미용실을 하는 엄마와 한달에 한번 정도 집에 들르는 아빠와 살고 있다. 정의로운 일을 하여 훈장을 받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옳바른 일을 하며 살라고 가르쳐 왔기에 지금껏 남의 눈에 나는 일을 하며 산적이 없다. 그녀에겐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그녀만의 추억의 장소인 미용실에 딸린 작은 다락방이 있다. 그곳엔 그녀가 그동안 자라오면서 간직한 모든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곳엔 아빠가 직접 전기도 끓어다 전구도 달아주시곤 했다. 그곳은 겨우 앉을 수 있는 정도의 높이라 그녀는 친구 진이와 가끔 그곳에 누워 추억을 되새겨 보는 재미에 빠져 들곤 하는 그녀에겐 정말 소중한 장소이다.

소설은 끔찍할 정도의 고문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그렇다면 고문을 행하는 이는 누구일까, 소름이 돋고 하얀 털이 곤두서게 하는 무서운 힘을 가하는 인물, 그는 다름아닌 안가인 선의 아빠였던 것이다. 가족은 모두 그가 경찰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모두가 알아주는 고문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인물이었던 것. 하지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의 무서운 행각은 세상에 들어나고 그는 쫒기는 인물이 된 것이다. 딸의 이름이 '선' 이라면 아빠라는 인물은 세상사람들에게 '악' 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모두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어 가족이 있는 집으로 찾아 들지만 그곳 역시나 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하다가 생각해 낸 곳이 바로 선의 '다락방' 이었다. 그녀에겐 너무 소중한 추억들이 모두 담겨 있는 그곳에 세상의 악이라 불릴 수 있는 고문최고인 아빠라는 인물이 괴물처럼 그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녀가 자리할 때는 소중한 장소이던 곳이 아빠라는 괴물이 차지하고 나니 그곳은 다른 장소로 변했다.

선의 엄마는 다시 돌아온 남편이 반갑고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의 미용실의 다락방에 숨어 지내게 되니 반갑고 정이 새롭다.맛난 것들도 해서 올려 보지만 그도 하루 이틀 지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두가 힘에 겹다. 딸 선 또한 학교에서조차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아빠라는 인물은 어느곳에서나 그녀의 발목을 잡고 물귀신처럼 늪에 빠져 들게 한다. 그녀가 세상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살도록 족쇄와 같은 인물이 된 아빠, 그를 다락방에서 내쫒고 싶지만 엄마를 봐서도 그들을 괴롭히는 세상사람들을 향해서도 드러낼 수 없는 오물같다. 다락방을 차지한 아빠라는 존재에 대하여 세삼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씹을수도 없고 뱉을수도 그렇다고 꿀꺽 삼킬수도 없는 생강과 같은 존재인 아빠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들은 병들어가듯 세월만 축낸다. 아빠 또한 다락방에서 괴물처럼 변해간다. 그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딸과 거래를 하기도 하고 아내의 모든 것들을 간섭하려 한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그들이 아니 아빠라는 인물이 다락방에서 얼마나 긴 시간을 세상사람들 눈을 속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빠 때문에 대학도 포기하고 늘 보아오던 엄마의 직업을 대물림하듯 미용사의 길을 걷는 그녀, 하지만 그도 힘들다. 세상에 자신 혼자 던져진것처럼 늘 외롭고 힘들고 집에 오면 다시 '아빠라는 다락방 괴물' 과 마주해야 한다. 딸과 아빠는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다시 보게 된다. 딸을 이해 못해주던 아빠,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던 아빠를 이제는 애기처럼 시중들어주면서 괴물처럼 여기고 있는데 그녀가 원하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무언가 결단을 내야 한다. 소설은 더이상 아빠라는 괴물을 다락방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죄값을 단단히 치르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아빠와 아빠로 인해 세상을 삐딱이로 보았던 그녀가 엄마의 미용실을 이어 받아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선과 악이라는 아빠라는 괴물의 죄값이 싸웠지만 그녀가 이겼다. 희망적으로 모두를 보듬고 있다. 고문을 하는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되고 아빠와 선이라는 딸의 양면성의 대립도 잘 그려냈으며 중간자처럼 자리하는 엄마와 늘 가게앞을 지키는 인물등 아직 버무려지지 않은 재료들을 하나의 맛으로 버무려 내기 위하여 그녀만의 촉각은 바짝 긴장하여 있는 것처럼 나의 하얀 솜털까지 모두 세워 놓는다. 독특한 제목과 함께 그리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인간의 선과 악을 통하여 추억과 현재의 마찰까지 잘 그려냈다. 그녀의 이름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선이라는 그녀가 다시 희망을 찾아 나 또한 밝게 책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그녀가 만약게 아빠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방황을 했다면 내 마음도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도 선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 새로 서로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니 다행이다. 그 가족에게 미래는 희망적이니 생강이라는 알싸한 맛이 독특하게 작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너 고문이 뭔지나 알아?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 되는 게 고문이야. 고문 때문에 이 땅의 청년이 죽었어. 컴컴한 방에서 물을 먹고 죽었다구.지금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 줄 알아? 고문 조작으로 간첩이 된 사람들이야. 조기나 잡으면서 평범하게 살던 어부들을 간첩으로 만드는 게 고문이야. 술 먹고 말 한번 잘못했따가 끌려가서 간첩이 되는게 고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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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세트 - 전3권 펭귄클래식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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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클래식에서 새로 나온 '제인 에어' 다시 읽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다.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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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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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읽은 한국소설중에 제일 기억에 남을 그런 소설을 만났다. 정유정 작가의 다른 책인 <내 심장을 쏴라> 를 구매해 놓고 읽어야지 했는데 책이 없어졌다. 이중으로 꽂아 놓은 책임도 있지만 딸들이 가져가서 학교에서 읽는다고 한것 같은데 찾아보니 않보인다. 이 책을 읽고나니 더욱 읽고 싶어졌다.'7년의 밤' 7년전 '세령호사건' 이 있던 날 밤이 지나고 7년이 지난 후 다시 시작되는 악몽과 같은 악연의 마지막을 퍼즐을 맞추듯 흩어진 짝들을 찾아 짜맞추어 나가다보니 하루종일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 마을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꼭 어디엔가 존재할것만 같고 이미 지나쳐 온 어느 마을인듯 한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그 중에서도 '사형제도' 인간의 존엄성 때문에 존폐를 놓고 찬반 논란이 많은 사형제도가 이 소설속에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읽고 나고 알고 나면 정말 죄가 미운것이지 결코 사람이 미운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게 서서히 빠져들게 하는 소설은 첫 시작부터 마음을 콱 조이게 만든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도대체 왜 '나' 라는 인물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 되어야 했을까.아버지와 나와의 사이에는 어떤 사건이 있었고 어떤 죄가 또아리를 틀고 있기에 아버지가 사형수가 되어야 했을까. 궁금증을 툭 던져 놓고 소설은 시작된다.

작가들은 소설의 첫 문장을 무척 고심하고 공들여 쓴다고 알고 있다. 김훈 작가도 언제가 그런 글을 쓴듯 하고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 문장으로 기억되는, 첫 문장으로 기억되는 그런 소설들이 있다. 이 소설 또한 소설 전체를 암시하는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라는 문장 때문에 저 긴장을 하며 읽게 되었다. '세령호의 재앙' 이 잠시 그려지고 이야기는 세령호 사건 이후 서원과 승환이 왜 바닷가 마을을 돌며 정착을 하지 못하고 사는지에 대하여 나온다.그들이 왜 떠돌이가 되었을까.세령호 하건 이후 사형수의 아들인 서원은 어디를 가나 대접을 못 받지만 주목받는아이다. 그의 정체가 들어나면 다시 이동을 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지만 그래도 그의 곁엔 든든한 룸메이트인 아저씨 승환이 있어 버틸만 하다. 세령화 사건이 있고 7년후 그는 소년에서 이제 청년이 되었지만 그래도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사형수 아들' 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떠돌이생활을 하다가 어찌하여 등대마을에서는 일년을 정착하며 살게 되었는지 그들도 모른다. 그동안 아저씨에게서 잠수를 배우고 약국에서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철없는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찾아와 다이빙을 하자고 하지만 아저씨와 서원은 안된다고 말린다. 술이 깬 후 다음날에 해도 늦지 않다고, 하지만 그들은 젊은 객기를 부려 취한 상태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사고가 나고 만다. 그 사고로 인하여 그들의 정체가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그렇다면 서원과 승환은 왜 룸메이트가 되었을까. 승환은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을 했지만 그의 뜻과는 맞지 않아 자신의 길을 걷고 싶어 떠돌이 생활을 택했다. 그의 꿈은 작가, 하지만 컴퓨터 화면만 보면 공황장애가 오듯 하여 한줄도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잠수와 구조일이 몸에 베어 저수지관리 보안팀에 근무를 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러다 세령호에 오게 되었고 서원의 아버지 최현수는 전직 야구선수이며 그의 포지션은 포수다. 12살에 구단사람들에게 눈에 띄어 야구에 적합한 체격이라는 것을 인정받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월남에 다녀온 상이군인으로 폭군이나 마찬가지다. 술만 먹으면 폭력을 일삼고 고래고래 노래를 하며 집안은 나몰라라 뒷전이고 그 어려운 살림을 어머니가 책임지고 맏이인 현수가 동생들을 거두었다. 그가 살던 동네는 등대마을로 망망대해와 같은 수수밭이 있고 그 수수밭 가운데엔 우물이 있다. 아버지가 미웠던 현수 아버지의 신지도 못할 구두를 우물에 빠뜨리려 갔다가 우물안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저 마을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그런 말이겠거니 생각하고 돌아섰는데 진짜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불렀던 것, 그렇게 아버지는 우물에 빠져 죽게 되고 그는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야구를 하다가 팔에 힘을 잃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2군에서 맴돌다 야구를 그만두게 되고 은주라는 어렵게 살았던 여자와 결혼을 하게된다. 이 소설 속에서는 모두 상흔을 가지고 있다. 그 트라우마에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트라우마 속에서 허덕이다 결국에는 살인과 광기로 결말을 맺는다.

야구를 그만둔 현수 또한 제대로 된 직업이 없이 있다가 얻게 된 직업이 저수지보안팀에 들어오게 된 것인데 알뜰한 아내 은주가 대출을 받아 빠듯하게 아파트를 장만하면서 세가족은 세령호로 할 수 없이 내려오게 되고 서원과 승환이 한방의 룸메이트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내려오기 전날, 현수가 그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사건은 모두 그날밤 필연적으로 만나야 할 사람들처럼 세령호에서 만나다. 이 부분은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꿈의 도시' 에선 등장인물 모두가 교차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로 인해 정리가 되는데 이 소설은 '세령호 사건' 으로 시작이 된다. 현수의 교통사고, 그는 음주에 무면허에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그것도 12살 자신의 아이와 같은 나이의 소녀를 치었던 것,하지만 그녀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는데 현수는 그 괴물과 같은 왼팔로 그녀의 입을 막아 죽게 하고는 세령호에 빠뜨렸던 것, 하지만 그 물 속에는 세령호에 잠든 마을에 궁금증을 느낀 승환이 있었던 것, 승환은 사고의 목격자였던 것이다. 현수가 치어 죽게 한 소녀 세령은 그럼 누구의 딸인가. 그 주변을 쥐락펴락하는 치과의사이며 수목원의 주인인 오영제의 외동딸로 그녀는 아빠의 폭력에서 벗어나려고 도망치다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를 죽게 한 것은 정말로 누구일까. 그녀를 죽인 진범은 현수일까 영제일까.

12살 소녀와 소년의 만남은 악연으로 시작된다. 그녀가 죽지 않았다면 서원의 짝이되었을 것이고 이웃의 친구가 되었을텐데 그녀가 죽었다. 누가, 자신의 아버지가 그녀를 죽게 하여 세령호에 잠들게 했던 것이다. 영제에게 외동딸인 세령은 '소유물'이다. 자신의 명령과 손짓에 의해 아내도 딸도 모두 그림처럼 박혀 있어야 하고 말을 들어야 한다. 자신의 말대로 움직이는 로봇과 같아야 하는데 아내 또한 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상황에서 이혼소속중에 아이가 죽었다. 그의 소유물이 없어진 것이다. 자신의 소유물에 해를 가한 가해자를 교묘하게 찾아가는 영제는 승환인가 하다가 현수임을 알안낸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암시하는지, 서원이 아버지에게 선물한 히죽히죽 웃는 형광색 해골인형 때문에 영제는 그의 차를 생각해 내고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영제는 현수 뿐만이 아니라 그가 노리는 것은 현수와 서원이다. 그에게서 딸 세령을 빼앗아 갔듯이 현수에게서 서원을 빼앗고 그 값을 톡톡히 느끼게 해주려는 잔인한 광기는 서서히 현수의 목을 조르듯 한다.

오영제, 그 또한 누구인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어려움없이 왕자님으로 살아 온 그, 그의것은 아무도 손을 델 수 없다. 망가뜨려서도 안된다. 모든 것들은 그의 소유물이다. 아내 하영 또한 그의 눈을 피해 달아났지만 언젠가는 찾아서 자기 자리에 박아 놓아야 한다. 그의 자인한 광기는 어쩌면 어려서부터 떠받들고 키운 부모에게 있다. 현수도 영제도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끔찍한 결말을 만드는데 현수는 그라운드에선느 그토록 보이지 않고 풀 수 없던 문제를 자신과 서원의 삶에서 이제 마지막 문제를 풀 듯 지난 '7년전 세령호의 밤' 을 더듬고 더듬어 현재 자신의 사형집행일에 벌어지게 될 영제의 반격에 대비한 마지막 게임에 대비한 결말을 준비한다. 그 모든 몫을 승환이 상사의 말을 맏아 행동하게 되면서 소설 속에는 승환의 소설이 등장한다. '고양이는 뭔가를 할퀴어야 하고, 개는 뭔가를 물어 뜯어야 하며, 나는  뭔가를 써야 한다.' 쓰고 싶었지만 작가가 아닌 대필작가에서 지금은 아무것도 못 쓰고 있는 승환이었는데 세령호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그가 트라우마에서 벗아나게 된 것이다. 위 말처럼 할퀴고 물어 뜯고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글로 써서 진실을 밝히고, 이 소설이 바로 그런 소설이라는 것이다. 

'지난 사흘, 그가 꾸었던 꿈은 꿈이면서 꿈이 아니었다. 꿈속의 현실이었다. 현실 속의 꿈이었다. 열두 살 시절 그를 지배했던 우물에 대한 기억이었다.' 현수가 교통사고를 내고 세령호에 머물면서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밤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몽유병자 된다. 그는 꿈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그 꿈속에서 자신이 잊고 싶었던 잊었다고 생각했던 지난 시절의 기억과 세령의 죽음과 맞물려 세령호에 신발을 던져 넣은 일을 밤마다 되풀이한다. 만약 그가 저지른 교통사고가 꿈이었다면 지난시절의 악몽과 같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을까.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수수밭과 우물에 대한 기억 그리고 나약한 순간에 나타나는 용팔이현상, 죄를 담아 두고는 못산다. 언제가 어느 부분에서든 죄는 반드시 수면으로 떠 오르게 되어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것이 꿈이기를 꿈이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계바늘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현수와 사형집행일에 다시 만나게 되는 영제와 승환과 서원, 그리고 두 형사들은 7년전 세령호사건을 결말 짓게 된다. 그 마지막 게임에서 야구장에서는 그토록 잘 보이지도 않고 읽지도 못했던 용팔이 최현수가 자신의 아들 서원을 위해 승부수를 읽게 되고 악마 영제의 손에서 그를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을 승환에게 알려 주어 7년전 세령호 사건은 진실이 밝혀지며 결말을 짓게 된다. 그것도 다름 아닌 용팔이 최현수에 의해.

'오영제와 팀장은 전혀 다른 의미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위태로웠다오영제는 살해당한 아이의 아빠였다.충졸지점을 향해 폭주하는 자동차였다. 팀장은 범인일 가능성이 높았고 침몰하는 난파선이었다. 두 극점 사이에서 '어떤 일' 이 일어나고 있었다.그게 어떤 일인지 도무지 짐작이 되질 않아다. 짐작할 만한 단서가 없었다. 그래서 무서웠다.' 피해자의 아빠와 가해자가 만났더 그것도 이웃에서. 가해자에겐 피해자가 잃어버린 딸과 똑같은 나이의 아이가 있다. 만약에 영제가 좀더 인간적인 사람이었다면 이런 잔인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것이다. 아니 그 전에 현수가 아마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승환의 기다림처럼 '자수' 를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영제의 잔인한 광기가 보태어지고 현수 또한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아버지' 라는 인물과 너무도 똑같이 닮아가고 있는 저 자신의 괴물과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가고 함이 세령호의 안개처럼 모호하게 번져간다. 안개는 사람의 심리마져 이상하게 만드는데 소설은 세령호의 안개와 더불어 흐릿하지만 서서히 안개가 걷혀 가듯 흩어져 있던 퍼즐들이 하나 하나 제자리를 잡아 가면서 '정말 재밌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된다.

어찌보면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정신질환' 을 앓고 있거나 그런 아픔의 상흔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수가 정신과치료를 받았더라면,영제가 겉모습과 다른 인간성을 가져더라면 '마찰' 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극과 극을 향해 달려가던 두 전차가 만나 불이 붙고 그 사고로 인해 주위의 사람들까지 피해를 본 세령호 악령, 읽고나면 무언가에 홀렸다가 빠져 나온듯 하다. 잠수와 야구등 전문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어 작가가 어려움을 겪었을것도 한데 정말 세세히 표현을 잘 해 놓았다. 현수가 포수여서인지 이 소설은 야구게임을 보는 것과 같다. 그들이 마지막에 부딪히게 된 사건은 어쩌면 '구회말 투 아웃' 에 다시 시작된 게임과 같다. 하지만 노련한 포수 최현수가 그라운드를 잘 읽어 그들의 승리로 끝나지만 그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아무 미련없이. 포수 최현수가 진작 자신의 인생을 잘 읽어 다른 패를 써 보았더라면 이런 잔인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터인데 모든 것은 지나고 나봐야 답이 나온다. 미리 인생의 답을 알 수 있는 해안을 가졌다면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라고 시작되지 않고 아마도 12살 두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되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탄탄한 구성과 세밀한 표현,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 전개등 작가의 저력을 맛보았다. 어디 내 놓아도 떨어지지 않을 작품으로 요즘 <엄마를 부탁해>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인데 이 작품 또한 그런 길에 합류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했던 작가의 고집과 필력을 보며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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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하면서도 은은한 하얀 카라





베란다에 카라 네송이가 피고 또 한송이 올라오고 있다.
아침에 일찍 베란다에 나가니 카라향이 은은하다.
스프레이 해주고 물도 주고 꽃들과 조우하는데
개미 한 마리, '여기는 어디~~~' 하고 세상 구경을 하고 있다.
저 녀석 카라 꽃 속에 빠지면 그 세상을 뭐라 표현할까.
갑자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그 베르나르는 하루에 몇 시간씩 개미를 관할하는 것으로 소일을 했다는데 과연 대단..
카라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







가만히 보고 있음 무슨 카라의 블랙홀같다.
은은하면서도 섬세하면서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단순한듯 하면서도 어디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보이는 카라,
그 오묘함에 한번 취하면 빠져 나오기 쉽지 않다.
섬세하게 단장을 한 여인네의 귀품이 풍기는 꽃이다.


201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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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물들다





아파트 뒷산이 제법 봄빛이 물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뒷산을 바라보며 산에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내일 비가 온다고 하더니 날이 흐리다. 날시탓인지 몸도 찌뿌드드.. 눈도 아프고...
어제 종일 책을 읽은 탓인지. 요즘은 하루종일 책을 읽으면 눈이 아프다.
이것도 아마 나이탓이겠지...그래도 뒷산에 산벚꽃이 하얗게 핀 것을
베란다 창턱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

아침 일찍 밥을 안쳐 놓고 씻고 베란다 화단에 있는 초록이들 한바퀴 돌며 물을 주었다.
하루만 들어와보지 않아도 정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는 녀석들,
그 찬란함으로 봄을 일찍 열어 주었던 군자란은 하나 둘 지기 시작이고
카라가 한창이다. 네 송이 피었는데 한 송이 또 올라오는 것이 보이고
아마릴리스도 두송이 올라와 있는데 색상이 다른 것을 들여다보니 이제서 삐죽 올라오고 있다.
꽃에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나무엔 잎들이 벌써 푸르게 나 이고
사랑초 잎들도 삐죽삐죽 올라오고 있다.

거실베란다엔 쟈스민이 한창이라 집안엔 온통 쟈스민 향이다.
무늬조팝과 말발도리는 이제 서서히 지고 있고 부겐베리아도 지기도 하고 피기도 하고
게발 선인장은 열심히 꽃망울을 부풀리고 있다.
시클라멘은 꽃이 한창이더니 씨가 맺힌 것이 하나 둘 보인다.
다육이도 지난 겨울엔 지지부진 하더니만 생기를 찾아 열심히 성장을 하고 있고 
꽃대를 올린 녀석은 얼마나 그 꽃대가 긴지....

애들방 실외기 베란다엔 라일락과 딸기꽃이 한창이다. 대파에도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고
더덕과 도라지는 얼마나 많이 컸는지... 더덕은 나무를 타고 죽죽 올라가고 있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정말 몰라보게 올라온 녀석들, 녀석들에게 이제 자신들만의 세상이 열린 것이다.
대지가 서서히 초록빛으로 갈아 입으려는 때에 시기적절하게 봄비가 내려주니
그보다 더 좋은 생명수는 없으리.. 멀리 목장의 보리밭에서도 진초록 융단을 깔아 놓은듯
온통 초록빛이다. 구제역이 아니엇다면 몇 번을 갔다 왔을터인데
그곳에 가다가 09년에 교통사고가 난 후로는 가보질 못하고 그저 창 밖 풍경으로만 보고 있으니..

오늘은 울집 딸들 중간고사 이틀째 날이다.어젠 큰놈이 전화를 걸어와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어리광이겠지.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그래서였는지 녀석 주관식 밀려 놓은것을 마킹도 않하고 그냥 냈다니...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녀석 전화 받고 기분이 우울하여 
또 잠을 놓치고는 늦은 시간에 잠을 청했더니 피곤, 산에라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날이 꾸물꾸물하니 집안 화초들 한바퀴 돌며 그것으로 만족...
베란다 창을 조금 열어 놓았더니 봄바람 타고 쟈스민 향이 더 진하게 들어온다.
그저 쟈스민 향처럼 오늘 하루 향기로운 날이길...


201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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