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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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이라는 작가를 만난 것은 <잘가라,서커스>라는 작품에서다.처음이었지만 그녀의 작품에 빠져 기억에 콕 박아 놓은 듯 그녀에게서 헤어나질 못하고 그녀의 이름 곁에서 뱅뱅 맴돌았다. 그러다 그녀를 겨우 잊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 작품 <생강> 은 또다시 그녀를 기억하고 그녀의 곁에서 맴돌게 만든다. 생강이란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치나 음식에는 꼭 필요한 양념이다. 나도 생강의 그 알싸한 맛을 싫어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그 맛과 향에 빠져 들고 말았다. 생강이라는 양념은 그 존재를 잊고 있다가 김치를 씹다가 살짝 씹히면 '아..' 하고 그 존재감에 씹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하고 잠시 생강이라는 놈의 매력에 빠져 들다 녀석을 얼른 삼켜 버리게 된다.

선이라는 그녀는 동네 미용실을 하는 엄마와 한달에 한번 정도 집에 들르는 아빠와 살고 있다. 정의로운 일을 하여 훈장을 받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옳바른 일을 하며 살라고 가르쳐 왔기에 지금껏 남의 눈에 나는 일을 하며 산적이 없다. 그녀에겐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그녀만의 추억의 장소인 미용실에 딸린 작은 다락방이 있다. 그곳엔 그녀가 그동안 자라오면서 간직한 모든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곳엔 아빠가 직접 전기도 끓어다 전구도 달아주시곤 했다. 그곳은 겨우 앉을 수 있는 정도의 높이라 그녀는 친구 진이와 가끔 그곳에 누워 추억을 되새겨 보는 재미에 빠져 들곤 하는 그녀에겐 정말 소중한 장소이다.

소설은 끔찍할 정도의 고문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그렇다면 고문을 행하는 이는 누구일까, 소름이 돋고 하얀 털이 곤두서게 하는 무서운 힘을 가하는 인물, 그는 다름아닌 안가인 선의 아빠였던 것이다. 가족은 모두 그가 경찰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모두가 알아주는 고문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인물이었던 것. 하지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의 무서운 행각은 세상에 들어나고 그는 쫒기는 인물이 된 것이다. 딸의 이름이 '선' 이라면 아빠라는 인물은 세상사람들에게 '악' 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모두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어 가족이 있는 집으로 찾아 들지만 그곳 역시나 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하다가 생각해 낸 곳이 바로 선의 '다락방' 이었다. 그녀에겐 너무 소중한 추억들이 모두 담겨 있는 그곳에 세상의 악이라 불릴 수 있는 고문최고인 아빠라는 인물이 괴물처럼 그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녀가 자리할 때는 소중한 장소이던 곳이 아빠라는 괴물이 차지하고 나니 그곳은 다른 장소로 변했다.

선의 엄마는 다시 돌아온 남편이 반갑고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의 미용실의 다락방에 숨어 지내게 되니 반갑고 정이 새롭다.맛난 것들도 해서 올려 보지만 그도 하루 이틀 지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두가 힘에 겹다. 딸 선 또한 학교에서조차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아빠라는 인물은 어느곳에서나 그녀의 발목을 잡고 물귀신처럼 늪에 빠져 들게 한다. 그녀가 세상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살도록 족쇄와 같은 인물이 된 아빠, 그를 다락방에서 내쫒고 싶지만 엄마를 봐서도 그들을 괴롭히는 세상사람들을 향해서도 드러낼 수 없는 오물같다. 다락방을 차지한 아빠라는 존재에 대하여 세삼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씹을수도 없고 뱉을수도 그렇다고 꿀꺽 삼킬수도 없는 생강과 같은 존재인 아빠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들은 병들어가듯 세월만 축낸다. 아빠 또한 다락방에서 괴물처럼 변해간다. 그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딸과 거래를 하기도 하고 아내의 모든 것들을 간섭하려 한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그들이 아니 아빠라는 인물이 다락방에서 얼마나 긴 시간을 세상사람들 눈을 속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빠 때문에 대학도 포기하고 늘 보아오던 엄마의 직업을 대물림하듯 미용사의 길을 걷는 그녀, 하지만 그도 힘들다. 세상에 자신 혼자 던져진것처럼 늘 외롭고 힘들고 집에 오면 다시 '아빠라는 다락방 괴물' 과 마주해야 한다. 딸과 아빠는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다시 보게 된다. 딸을 이해 못해주던 아빠,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던 아빠를 이제는 애기처럼 시중들어주면서 괴물처럼 여기고 있는데 그녀가 원하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무언가 결단을 내야 한다. 소설은 더이상 아빠라는 괴물을 다락방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죄값을 단단히 치르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아빠와 아빠로 인해 세상을 삐딱이로 보았던 그녀가 엄마의 미용실을 이어 받아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선과 악이라는 아빠라는 괴물의 죄값이 싸웠지만 그녀가 이겼다. 희망적으로 모두를 보듬고 있다. 고문을 하는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되고 아빠와 선이라는 딸의 양면성의 대립도 잘 그려냈으며 중간자처럼 자리하는 엄마와 늘 가게앞을 지키는 인물등 아직 버무려지지 않은 재료들을 하나의 맛으로 버무려 내기 위하여 그녀만의 촉각은 바짝 긴장하여 있는 것처럼 나의 하얀 솜털까지 모두 세워 놓는다. 독특한 제목과 함께 그리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인간의 선과 악을 통하여 추억과 현재의 마찰까지 잘 그려냈다. 그녀의 이름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선이라는 그녀가 다시 희망을 찾아 나 또한 밝게 책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그녀가 만약게 아빠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방황을 했다면 내 마음도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도 선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 새로 서로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니 다행이다. 그 가족에게 미래는 희망적이니 생강이라는 알싸한 맛이 독특하게 작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너 고문이 뭔지나 알아?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 되는 게 고문이야. 고문 때문에 이 땅의 청년이 죽었어. 컴컴한 방에서 물을 먹고 죽었다구.지금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 줄 알아? 고문 조작으로 간첩이 된 사람들이야. 조기나 잡으면서 평범하게 살던 어부들을 간첩으로 만드는 게 고문이야. 술 먹고 말 한번 잘못했따가 끌려가서 간첩이 되는게 고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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