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물들다





아파트 뒷산이 제법 봄빛이 물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뒷산을 바라보며 산에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은데 
내일 비가 온다고 하더니 날이 흐리다. 날시탓인지 몸도 찌뿌드드.. 눈도 아프고...
어제 종일 책을 읽은 탓인지. 요즘은 하루종일 책을 읽으면 눈이 아프다.
이것도 아마 나이탓이겠지...그래도 뒷산에 산벚꽃이 하얗게 핀 것을
베란다 창턱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

아침 일찍 밥을 안쳐 놓고 씻고 베란다 화단에 있는 초록이들 한바퀴 돌며 물을 주었다.
하루만 들어와보지 않아도 정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는 녀석들,
그 찬란함으로 봄을 일찍 열어 주었던 군자란은 하나 둘 지기 시작이고
카라가 한창이다. 네 송이 피었는데 한 송이 또 올라오는 것이 보이고
아마릴리스도 두송이 올라와 있는데 색상이 다른 것을 들여다보니 이제서 삐죽 올라오고 있다.
꽃에도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은행나무엔 잎들이 벌써 푸르게 나 이고
사랑초 잎들도 삐죽삐죽 올라오고 있다.

거실베란다엔 쟈스민이 한창이라 집안엔 온통 쟈스민 향이다.
무늬조팝과 말발도리는 이제 서서히 지고 있고 부겐베리아도 지기도 하고 피기도 하고
게발 선인장은 열심히 꽃망울을 부풀리고 있다.
시클라멘은 꽃이 한창이더니 씨가 맺힌 것이 하나 둘 보인다.
다육이도 지난 겨울엔 지지부진 하더니만 생기를 찾아 열심히 성장을 하고 있고 
꽃대를 올린 녀석은 얼마나 그 꽃대가 긴지....

애들방 실외기 베란다엔 라일락과 딸기꽃이 한창이다. 대파에도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고
더덕과 도라지는 얼마나 많이 컸는지... 더덕은 나무를 타고 죽죽 올라가고 있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정말 몰라보게 올라온 녀석들, 녀석들에게 이제 자신들만의 세상이 열린 것이다.
대지가 서서히 초록빛으로 갈아 입으려는 때에 시기적절하게 봄비가 내려주니
그보다 더 좋은 생명수는 없으리.. 멀리 목장의 보리밭에서도 진초록 융단을 깔아 놓은듯
온통 초록빛이다. 구제역이 아니엇다면 몇 번을 갔다 왔을터인데
그곳에 가다가 09년에 교통사고가 난 후로는 가보질 못하고 그저 창 밖 풍경으로만 보고 있으니..

오늘은 울집 딸들 중간고사 이틀째 날이다.어젠 큰놈이 전화를 걸어와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어리광이겠지.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그래서였는지 녀석 주관식 밀려 놓은것을 마킹도 않하고 그냥 냈다니...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녀석 전화 받고 기분이 우울하여 
또 잠을 놓치고는 늦은 시간에 잠을 청했더니 피곤, 산에라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날이 꾸물꾸물하니 집안 화초들 한바퀴 돌며 그것으로 만족...
베란다 창을 조금 열어 놓았더니 봄바람 타고 쟈스민 향이 더 진하게 들어온다.
그저 쟈스민 향처럼 오늘 하루 향기로운 날이길...


201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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