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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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고백>을 정말 재밌게 읽었기에 이 책을 망설임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자신의 아이가 왜 죽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그런데 그 아이를 죽게한 범인들이 자신의 교실에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것이 '죄'인지도 모르는 십대들, 사건을 놓고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는지 정말 심리묘사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 또한 '편지글'로 된 '보내는 편지'와 '답장'으로 이루어졌지만 글로 전해지는 서술형식에서도 심리묘사가 뛰어난,다른 작품들보다 독특하면서도 편지글을 하나 하나 읽으며 점점 빠져들게 만드는 가나에만의 힘을 또한 느꼈다.

 

십년 뒤의 졸업 문집, 고등학교 방송반 친구들의 이야기다. 같은 방송반에서 활동하던 친구가 결혼을 했다.그들은 고등학교 때 서로 좋아하던 사이가 아니라 고이치에게는 다른 여자인 지아키라는 여자가 있었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시즈카와의 결혼,둘은 사랑해서 결혼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모델일을 하던 지아키는 오년전 고등때 찍었던 다큐를 흉내내듯 그때의 친구들 셋이 뭉쳐 다시 야밤에 소원을 빌러 산을 오르다 얼굴에 부상을 입는 사고를 당하고 흉흉한 소문 끝에 잠적을 했다는데 그녀는 어떻게 되었까. 그때의 친구들에게 서로 편지를 보내며 친구들이 생각하는 '지아키'나 그 때와 지금의 친구들의 변한 삶 속에서 다시 펼쳐지는 문집처럼 편지글은 그렇게 서로의 마음과 삶의 행간을 읽어 나간다. 그렇다면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던 인물은 진짜 누굴까?

 

이십 년 뒤의 숙제, 만약에 십대의 제자와 수영을 못하는 남편이 함께 물에 빠졌다면 누구를 구해낼 것인가? 알려진 바로는 십대 제자의 선생은 제자를 구하고 남편을 구했지만 제자는 살아 나고 남편은 죽었다고 한다. 선생 부부와 제자 여섯명이 함께 소풍을 갔다가 강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여선생은 남편을 잃고 다른 학교로 옮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십여년이 흐른 뒤 퇴임을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그 때의 제자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것을 다른 한 제자에게 전해주라며 그 때의 여섯명의 친구들의 현재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그때의 그 사고의 감추어진 진실은 무엇일까.한 명 한 명 만나서 그들이 본 그 때의 진실에 대하여 듣게 되고 서로의 입장에서 그 사고를 바라보는 마음가짐과 현재의 자신의 모습,그리고 심리상태를 보게 된다. 그렇다면 그 사고로 인해 제일 피해자는 누구일까? 여러 각도의 입장에서 사고를 바라보고 내린 결론은 모두 다르다. 왜 선생님은 그 사고를 이제서 문제시 하는 것일까?

 

십 오년 뒤의 보충수업, 한동네에서 자란 소년 세 명과 여자아이 한 명.가즈키와 야스타카는 둘이 늘 붙어서 싸움을 하는 사이, 가즈키는 힘이 세고 야스타카는 힘은 딸리지만 조용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지만 가즈키의 약점을 잡아 그를 늘 함정에 빠뜨리곤 한다. 그런 둘 사이에서 중재를 하듯 나서는 마리코는 사촌언니가 형부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보았기에 그런 일을 또다시 겪고 싶지 않듯이 그들을 말리고 나서다 그녀 또한 그들의 싸움에 점점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마리코 뒤에는 항상 흑기사와 같은 준이치가 있다. 그러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가즈키와 야스타카의 싸움에 휘말려 목재창고에 불이 나고 그곳에 갇혔던 가즈키는 화재로 인해 죽고 마리코는 준이치가 구해 냈지만 그들을 그곳에 가둔 야스타카는 옥상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한 것이다.덮어져 있던 사고라고 생각을 했는데 준이치가 국제자원봉사대에 참여를 하여 해외로 떠나면서 그들은 편지를 주고 받게 되고 그러다 편지 속에서 그 때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두 소년이 죽게 된 목재창고의 화재사고의 진실은 무엇일까? 누가 그들을 죽인 진짜 범인일까?

 

세 편의 중편으로 나뉜 편지글로 이루어진 추리소설은 정말 치밀하면서도 편지글인 서술을 통해서 점점 사건의 한복판으로 향해 들어가면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파헤치면서 그 사건에 얽힌 가해자와 피해자인 모두의 심리가 뛰어나게 묘사되었으며 '글을 모두 믿지 마세요' 라고 할 수 있다. 글이란 얼마든지 거짓말을 전할 수 있다는 것,그런가 하면 얼마든지 진실을 말할 수 있는데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 '진실'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정말 인간과 인간 사이의 행간을 읽는 것 같으면서 사건의 거슬러 올라가 '시간의 행간'을 읽어 내듯 그때의 '진실'을 핵을 향해 나아가는 '편지글'에 빠져들어 읽게 된다.글이란 또한 말로 전하지 못한 '진심'을 자신도 모르는 감정에 휩싸여 폭로할 수도 있는 수단이다.

 

제목처럼 정말 '왕복서간' 을 통하여 재미가 있을까 했는데 스마트 시대에 편지글이 주는 재미가 더 있다는 것을 느꼈다. 손편지를 써 본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한데 그런 시대에 이런 '편지글' 로 서로의 마음 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면서 아니 감추어 두었던 편린까지 속속들이 파헤쳐 보면서 편린들을 이어가는 편지글의 묘미를 잘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인사건보다도 한 사건을 보는 각각의 사람들의 시선과 심리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역지사지를 보여주듯 내가 보는 입장과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는 점이 다르다는 것을 정말 여실히 보여준다. 그 예를 제일 잘 보여준 것이 '이십년 뒤의 숙제'가 아니었을까. 우린 가끔 선택이 힘든 상황에서 이런 말을 가끔 한다. '나와 000가 물에 빠졌을 때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하지만 구한다는 것이 여러 각도에서 보면 정말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그 속에 숨은 사람들의 심리가 정말 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 가나에는 사람의 그 미묘한 마음을 참 잘 다르는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소설이 자꾸 기다려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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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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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나 나쁜 일은 한꺼번에 밀물처럼 몰려온다. 여기 그런 집안의 좋지 않은 일들이 흥미를 자아내며 빨려 들게 만든다. 여자 친구인 지에가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고 아버지는 췌장암 판명이 났으며 어머니는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셨다.어떻게 이렇게 한꺼번에 정말 밀물도 대단한 밀물이 밀려 들어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샤기 헤드'라는 카페를 하는 료스케는 아버지가 잘 계신가 하고는 집에 들렀다. 얼마전까지 3대가 함께 살던 집인데 이젠 쓸쓸하기만 하다.어머니의 부재로 먼지만 쌓여 있는 듯 하다. 갑자기 들러서인지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아버지를 찾던 중에 아버지 서재옷장이 약간 열려 있는 것을 발견,우연히 보게 된 상자에서 이상한 물건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것으로 보이는 백과 그속에 있는 '머리카락'. 젊을 때의 어머니 머리카락인가? 이상한 생각이 갑자기 든 것은 머리카락을 본 순간,자신이 네살쯤에 폐렴에 걸려 병원에 오랜기간 동안 입원했다 돌아와보니 어머니가 바뀐 듯 했다.하지만 식구들은 극구부인,어머니가 맞다는 것이다.자신이 아파서 그랬을까.

 

다시 상자에 백과 머리카락을 넣으려다 상자 밑에 누런 봉투를 보게 되었는데 노트 4권이 들어 있다. 무얼까 하고 펼쳐 보았는데 누군가 쓴 수기같기도 하면서 소설 같기도 한 정말 엄청난 '비밀'이 쓰여 있었다. '살인의 일기'라고 할까. 어려서 자신이 가담하게 되었던 그리고 '죽는 순간'을 목격하면서 느낀 희열에 대한 정말 엄청한 이야기. 누굴까? 아버지,혹은 어머니 누가 쓴 것일까? 일기일까 소설일까? 노트를 보기 전과 후의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것이 진짜 이야기인지 아니면 소설인지 꼭 밝혀내야한다.자신이 느꼈던 '가짜 어머니'에 대한 것 또한 알고 싶다. 자신 혼자서는 아버지를 따돌릴 수 없고 동생 요헤이의 도움이 필요할 듯 하여 이공계생인 동생의 힘과 머리를 빌려 보기로 한다. 동생에게 자신이 읽은 이야기를 해주자 시큰둥하다.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와 아버지를 믿는다는 것인지.

 

이야기는 '비밀 일기'와 같은 기록과 료스케 가족의 현재의 이야기가 병행하여 시작된다. 어머니는 왜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며 그리고 비밀 기록을 읽고 난 후 할아버지의 죽음에 또한 의문이 들었다.누군가 죽인것은 아닐까. 그리고 혼자되신 외할머니의 치매로 가끔 헛소리를 하듯 어머니를 보고 다른 이름을 부르던 것 하며 어머니는 극구부인하듯 자신의 이름을 몇 번을 외쳐 이야기 하던 것이며 왜 일까? 뭔가 큰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네살 때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 갑자기 자신들이 살던 아파트에 불이 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고 분명 어머니가 바뀌었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어머니'라고 우겼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그리고 동생이 태어나고.하지만 기록으로 본다면 분명 '아버지나 어머니'의 이야기다. 살인과 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자신은 살인자의 아들이란 말인가.

 

숨겨진 가족의 비밀,진실은 무엇일까? 이 기록들을 정말 모두 다 믿어야 할까.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이 살아왔고 또 그렇게 믿었던 분들이 무언가 정말 대단한 비밀을 자신들에게 숨기고 살아왔다는 것인가.그렇다면 자신의 애인이었던 '지에'는 왜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도무지 카페일에 전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읽던 비밀 기록을 중간에서 멈출 수도 없다.진실을 알려면 비밀 기록을 다 읽어야 한다. 읽을수록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확고해진다. 그렇다면 자신의 부모님들은 왜 지금까지 '비밀'에 부친 것인지.그렇게 비밀 기록과 함께 현재의 상황은 같은 속도로 평행선의 레일을 달려 간다.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속도로 함께 달려가는 속에서 아버지는 점점 초췌해지고 외할머니 또한 점점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카페의 직원인 호소야씨는 지에를 찾으러 다녔다고 한다,왜 그녀를 찾으러 다녔을까.

 

비밀 기록 속에도 그렇고 현재의 이야기도 그렇지만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살인자와 간접살인자 그리고 살인자의 피를 물려 받은 사람들의 심리는 묘하게 엉켜서 점점 큰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왠지 모르게 '인간애'를 느끼게 하는 따듯함이 숨어 있다.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살인의 충동' 아니 죽어가는 그 순간을 묘하게 즐기는,그렇다면 '병이 아닌가. '어린 시절의 의사는 분명 '요리도코로(안식처)'라고 했으리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감각적인 안식처' 또는 '인식의 안식처' 혹은 '마음의 안식처' 라는 게 이 아이에게는 없다고.' 자신의 비틀린 삶을 기록해 놓고 '죽음'을 선택한 한사람,누굴까. 마음의 안식처를 가지지 못하고 '살인' 에 대한 충동도 억제하지 못하고 그 속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 누굴까.그렇다면 자신들의 가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현재의 가족이라고 하는 이 울타리를 이어갈 수 있을까.자신과 동생 요헤이의 관계는.

 

한사람의 고백성서와 같은 비밀 기록에 의해 가족의 비밀이 폭로되고 가족이 와해 직전에 처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무너뜨리기 보다는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 모든 위기상황을 탈피해 나간다. 모두가 비상구를 찾아 저마다 가족을 지켜려 한다. 두렵고 슬프고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슬픔이 정말 어느새 모두의 행복으로 변해간다. 비밀 기록이라는 파도로 인해 료스케의 가족이 출렁출렁 위기를 맞을 줄 알았지만 그들은 한 배를 타고 풍랑을 이겨내며 살인과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또 그렇게 현재를 이겨나간다. 이제 더이상 과거의 슬픔에서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늦은 나이에 글을 쓰게 되었고 그녀의 화려한 경력이 또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누마타',늦깎이 작가로 이런 작품을 내 놓았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다. 그녀의 나이와 경력 때문이었을까 중년 여인의 심리묘사 또한 잘 표현해냈다.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우선 순위로 읽어보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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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 - 곽세라 힐링노블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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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서 만나 3개월 동안 함께 여행하고 방을 나누어 썼던 핀란드인 친구가,헤어지던 날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조금 잘라 속이 비어 있는 목걸이에 넣어 제 목에 걸어준 적이 있습니다. '너랑 보낸 세 달 동안의 추억이 이 속에 들어 있어. 그 시간들은 이제 어딜 가든 함께할 거야.' 그녀의 말이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집시이기를 원하는 그녀,13년째 여행을 하며 얻은 모든 것들이 녹아 있듯 소설 속에는 그녀가 경험한 것들이 다양하게 녹아 있는 것 같다. 그 모든 것을 아우르듯 '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이야기가 이어지기에 처음엔 조금 힘들게 시작을 했지만 읽다보니 그녀만의 매력에 슬슬 녹아나기 시작이다.

 

치유,현대인들은 누구가 마음의 병,영혼의 병을 한가지씩은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그것을 잘 끄집야 내어 치료를 하면 행복한 삶을 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의 병에 갇혀 지독하게 앓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치유,힐링은 거대한 것이 아니라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던지 그의 이야기 속의 상대가 되어 주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할 수 있는가 하면 어쩌면 머리카락을 잘라내어 또 다른 나로 거듭나듯 그렇게 변신을 꾀하며 과거 속의 자신으로 돌아가던가 아님 과거를 벗어난 미래로의 나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르면 난 무척이나 기분이 좋다.시원하고 깔끔하고 무언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한 듯한 영혼의 가벼움을 느낄 수 있어 난 스스로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을 선택,몇 년 째 혼자서 자르고 있다. 칼 끝에 잘려 나가는 머리카락들의 아우성처럼 들리는 '사각사각'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조금 길다 싶으면 얼른 머리카락을 잘르고 싶어 안달을 한다.

 

'우리는 스스로 영혼을 하루에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야. 영혼에 새겨진 모든 걸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슬픔이든,악몽이든,기쁨이나 추억 같은 것들도 너무 무거워지면 인간을 짓눌러버리거든. 어쩔 수 없이 하루에 그만큼씩은 자신을 머리카락에 적셔서 밀어내야 해.' 하루에 머리카락이 0.35밀리미터씩 자라나보다. 류는 유명하지도 않고 번화가도 아닌 곳에서 미용실을 하는 엄마가 컷트하는 것을 지켜 보면서 진정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진실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하듯 하여 컷트를 하는 엄마를 지켜 보며 자신도 모르게 컷트를 할 수 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미용실에서 하릴없이 동네 길고양들처럼 방치되어 있다가 미용실 옆에 있는 극단 달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존재감없이 지내게 되다가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류,그렇게 하여 그는 뮤토가 되었다. '훌륭해. 넌 지금 가장 어려운 플레이를 해낸 거야. 제일 높은 허들을 맨 처음 뛰어넘은 거지. 내 눈이 정확했어. 넌 타고난 뮤토야.' 미나 선생님의 말처럼 류는 '타고난 뮤토'일까.

 

그가 자주 찾는 '카레'가게의 카레나 네코마마나 남편을 기다리는 리에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한가지씩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그것이 사랑에서 오는 두려움이나 집착 두려움에 관한 것이라고 하는 것들이라고 해도 뮤토인 그들은 미나 선생님이 정해 준 룰에 의해 치유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힐링을 해준다. 각가의 살아가는 모양이 다 다른 사람들은 영혼에 병 또한 다 다르다. 하지만 뮤토들은 자신들이 해야할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게 하여 정해진 시간동안 정해진 룰에 의해 뮤토로 길들여지지만 어느 날 문든 거울 속의 자신이 낯설다. 이런 생활의 자신이 낯설다. 카레는 왜 맛없는 카레를 만들어야 하고 리에는 왜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려야 하는가. 자신은 언제까지 타인의 뮤토로 살아갈 수 있을까, 갑자기 자신 앞에 있는 거울을 치우듯 지금까지 자신을 보여주던 모든 것을 다 벗어 버리고 7년전 자신으로 돌아가 이젠 자신을 치유하려 하는 류, '우리 모두가 누군가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되는 순간에,삶은 이어진다.' 카레의 맛 없는 카레도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리에의 긴 기다림도 모두 하릴없는 일들인줄 알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삶은 연결되어 있다. 기다림에 지쳐가는 리에를 바라보던 카레는 리에의 남편이 되어 그들은 떠나갔고 류도 오랜 시간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 가는 레일 위에서 이젠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

 

타인의 병을 치유하듯 헤어 플레이를 해 주던 그는 네코마마에게서 이젠 자신의 삶을 치유받듯 머리카락을 자르게 내버려 둔다. 망망대해를 거울 삶아 그렇게 자신의 긴 시간동안 방치하듯 내버려 두었던 머리카락을,영혼을 팔기에 좋은 날에 그는 머리카락을 잘라 0.35밀리미터씩 밖으로 삐져 나왔던 영혼들과 작별을 고하면서 새로운 영혼과 만날 희망으로 채운다. '연극 속의 연극, 또 그 연극 속의 연극. 공연은 웅덩이처럼 자꾸만 더 깊은 곳의 무대로 나를 이끌었다. 거울 속의 거울.' 삶은 어쩌면 '연극 속의 연극이거나 거울 속의 거울' 처럼 마법처럼 나 혼자가 아닌 타인과 나 그리고 또 나와 타인으로 연결되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나간다. 혼자서는 결코 빛날 수도 없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도 없다. '달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야. 상대역이 없으면 우린 어떤 것도 될 수가 없어. 누군가가 되쏘아주어야 우리는 비로수 '그것'이 되지.'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것처럼 상대가 있어야 나도 스스로 빛날 수 있는 것이 삶이다. 모든 이야기들이 마법처럼 얼키고 설키어 '거울 속의 거울'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치유자가 되기도 하지만 나 또한 누군가에게 치유를 받아야 하는 삶,삶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으로 읽었다. 괜히 소설을 읽고나니 머리카락을 시원하게 자르고 싶은 생각, 나 뿐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날이 덥다.이젠 거울 속에서 나와야 할 듯 하다.첫번째 소설이라는 작가,그녀의 긴 여행으로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듯 하다. 이 작품으로 또 한명의 작가를 기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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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같은 바쁜 화요일

 

 

 

석탄일을 낀 황금연휴를 딸들과 보내고 났더니 정신이 없다.

그리고 나의 일들이 모두 뒤로 밀렸다. 오늘 아침도 하루를 시작하자마자 딸들이 남기고 간

미션에 바쁘다. '엄마, 이거 꼭 잊지 말고 시켜야 돼. 그리고 나한테 전화해줘.꼭 꼭..'

그렇게 당부에 당부를 하고 간 녀석들,늘 나와 함께 하는 메모장에는 녀석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줄줄이 줄줄이 적혀 '나를 잊지 말아요...' 하고 있다.

 

하나 하나 체크를 하며 아침부터 미션 수행에 나섰다. 하지만 녀석들 입맛에 맞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그렇게 하나씩 체크에 미션수행을 하고 나니 오전이 다 갔다.

주말에 책을 몇 권 읽었어야 하는데 통 책을 못 잡았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정말 앉아볼 시간도 없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녀석들을 위해 달렸더니 피곤해서일까

온몸이 퉁퉁 부었다.손도 발도 얼굴도 퉁퉁 부어 도무지 눈을 뜨고 있는 것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그래도 아침을 시작하자마자 베란다 초록이들 물부터 챙겼다.

토마토는 똑같이 심은것이 하나는 많이 크고 하나는 얼마 크질 않았지만 그래도 꽃이 피었다.

방울토마토..ㅋㅋ 열리기나 하려는지..고추는 꽃이 지고 지금 고추로 가고 있는 것도 있고

꽃이 그럭저럭 많이 피었다. 피망과 파프리카 또한 꽃이 피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고

상추도 밖에다 내놓았더니 튼실해졌다.어젯밤엔 언니가 적상추를 뜯어서 작은오빠 편에 보냈다.

언니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막걸리를 물에 타서 주었다는데 무슨 배추처럼 상추잎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밭에서 커서일까 무척이나 튼실하다. 며칠 적상추를 맛있게 먹을 듯 하다.

 

딸들과 함께 하느라 초록이들과 며칠 눈데이트를 잘하지 못했더니 그사이 녀석들이 많이 컸다.

변화가 눈에 보인다. 날마다 보아도 변화인데 며칠 관심 밖으로 밀려 있다 보아서일까

더욱 큰 변화가 감지되는 초록이들,날이 더우니 녀석들 날마다 물 챙기는 것도 일이다.

오늘은 밀린 책들 정리하고 막내의 전자사전이 고장이 났다고 하여 금요일에 택배신청을 해 놓았는데

토요일에 다른 택배는 모두 왔는데 그것만 오지 않았다.하루가 바쁘게 사용해야 하는데

오지 않으니 걱정..오늘은 외출금지하고 기다려봐야 할 듯 하다.

내게도 휴식을 주는 화요일로 좀더 차분하게 월마감을 해야할 듯 하다.

월요일을 쉬어서일까 꼭 월요일 같은 정말 바쁘게 뛰어야하는 화요일이다.

이번 한 주는 덕분에 빨리 갈 듯 하다..

 

20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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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래 문학동네 동시집 22
권정생 지음, 김동수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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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까지 예쁜 동시집 한 권에 싣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이 한 가지 소망을 허락해 주시겠지요.' 권정생 선생이 일본에 있는 그의 그의 형수에게 보낸 편지의 한 귀절이다.죽기 전까지 예쁜 동시집 한 권에 싣고 싶다는 희망, 그렇게 하여 자신이 직접 정말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는 동시집을 만들었다는 권정생 선생의 동시들이 세상 밖으로 드디어 나왔다. 이 책은 <동시 삼베 치마>라는 전작의 98편의 동시들에서 42편을 골라내어 좀더 고어를 현대어로 바꾸어 아이들이며 그외 사람들이 읽는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하여 <덩시 삼베 치마>가 엄마겪이라면 새끼 격으로 나오게 된 책이란다. <동시 삼베 치마>를 무척 읽고 싶었는데 기회를 잃어서 몹시 서운하던참에 이런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가 내게 와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받자마자 읽었던 정말 가슴이 따듯해지고 동심으로 가득 차게 만드는 해맑은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다.

 

권정생 선생은 살아서의 삶 또한 세간에 이야기를 남겼지만 가시고 난 후에도 모두에게 교훈이 될 만한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남겨 주고 가셨다.비록 당신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가셨다 하지만 누구보다 값진 '씨앗'을 사람들의 마음에 하나 하나 심어 놓지 않았을까.누구보다 청빈했던 그의 삶, 그리고 나눔을 누구보다 더 많이 실천하신 삶이 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는데 이 책에서 만나는 동시 속에도 그의 맑고 올곧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늘 희망을 잃지 않고 '평생의 소원'을 간직하며 살았기에 이렇게 값진 동시를 남기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지금의 아이들이 읽으면 이해를 못할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지금 시대와는 정말 많이 다른 그런 분위기와 이야기들이 동시 속에 있지만 그 시대를 거쳐왔거나 그 시대를 간접적이든 부모세대들에게 전해 들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세대들에게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킬 이야기들이 가슴을 따듯하게 해 준다.우물... 골목길에 우물이/혼자 있다// 엄마가 퍼 간다/할매가 퍼 간다// 순이가 퍼 간다/돌이가 퍼 간다// 우물은 혼자서/ 물만 만든다// 엄마도 모르게/할매도 모르게// 순이도 모르게/돌이도 모르게// 우물은 밤새도록/물만 만든다// 내가 살던 어릴적 동네에도 동네 가운데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그 우물로 동네 사람들이 다 먹고 살았다.아침이면 큰 함지박을 이고 그곳에 가는게 일이었고 그곳에서는 비밀이 없다. 모두가 모여 쌀도 씻고 빨래도 하고 손과 발을 씻기도 하고 머리도 감고 그렇게 때론 동네 놀이터로 동네 사랑방과 같은 존재로 거듭나면서 동네의 역사와 함께 했던 우물, 그러나 동네에 상수도 놓이고 그 우물은 더이상 동네 놀이터도 사랑방과 같은 존재도 될 수 없었고 그저 농경수로 쓰이가 그 소임을 다하고 없어지고 말았다. 추억 속에는 그런 우물이 있다.그래서일까 가슴에 와 닿는 '우물'이란 동시가 반갑다. 따듯하다. 참 정겹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삼베치마... 왕골논 안쪽 집/새댁치마/노랑 곱슬 삼베 치마/새댁이 물동이 이고/너무 바쁘게 바쁘게/가기 때문에/삭삭삭삭 소리가 나요// 찡기네 할매 치마/올 굵은 무삼베 치마/찡기가 업힌 채 오줌을 싸도/금방 말라 버려요/홰나무 그늘에/잠깐 앉았다 일어나면/무릎까지 말려 올라가/바닥 뚫린/ 광주리 같아요// 재밌다. 치마가 말려 올라가는 그것까지 섬세하게 관찰하여 그려냈다. 그리고 마지막엔 '바닥이 뚫린 광주리 같아요' 뒤집어 엎어 놓은 광주리,표현이 재밌으면서도 그 시대를 나타내는 말들이 참 좋다. 삼베치마에서 남 모르게 연륜이 느껴진다. 새댁의 치마는 '삭삭삭삭' 이지만 할매의 삼베치마는 손자가 오줌을 싸서 무언가 뻣뻣하여 바닥으로 구멍이 뚫린 광주리 같다는,나이에서 오는 연륜도 느껴지면서 치마가 같는 연륜도 느껴진다.

 

감자떡... 숙이 아빠도 감자떡 먹고 컸고/숙이 엄마도 감자떡 먹고 컸고// 그래서 숙이 엄마랑/숙이 아빠 얼굴이/감자처럼 둥굴둥굴 닮았어요// 숙이랑,석아랑,인구도/감자떡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모두 감자처럼 둥굴둥굴 예뻐요// 강원도를 '감자바위'라고 하는데 그러면 감자를 많이 먹는 강원도 사람들을 그린 것일까.그렇지는 않다. 그때는 쌀밥보다 우리는 '감자나 고구마'를 주식처럼 더 먹었다. 쌀이 귀하던 시절이었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었다. 감자도 둥글고 우리네 얼굴도 둥굴둥굴,그래서 더 이쁘고 정감이 가는 그런 얼굴이다. 신토불이도 느껴지면서 왠지 모르게 순박하면서 정이 뚝뚝 묻어 날것만 같은 얼굴들이며 동시다.

 

방물장수 할머니... 방물장수 할머니가/엉덩이 빼딱빼닥 오신다// 요롱 달린/사랍짝집 들여다보고/"동백기름 사이소?"/"안 사니덩"//...... 해 질 녁에/동리 어구 길에 선/내 눈이 뗑굴?// 저만치 가시는 할매 등어리에/묵직한 곡식 자루가 얹혀// 빼딱빼딱/가신다// 방물장수 할머니가 빼딱빼닥 오시어서는 이것저것 사라고 동리를 돌아 다니는데 모드가 '안 사니덩' 한다.걱정인 것이다. 허리도 구부정인데 헛걸음 한것은 아닌가 하고 할머니를 어느새 걱정하고 있다.그런데 해 질 녁 할머니를 보니 등에 방물보따리보다 무거움직한 '곡식 자루'가 얹혀 있는 것이다.얼마나 다행인가.무언가 팔았던가 외상을 놓았던 곳에서 값을 받으셨던 모양이다. 할머니가 헛걸음을 안하고 돌아가실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빼딱빼닥 걷는 할머니의 걸음마져 정겹게 다가온다.

 

동시 속에는 정겨운 풍경도 정경운 말들도 많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들이 있는가 하면 풀이를 해주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 따듯하고 읽는 것만으로 행복을 안겨준다. 그가 동화가 아닌 동시로 먼저 세상에 빛을 보았지만 동화나 그외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지만 동시는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그의 이름으로 된 '동시집'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참 기분 좋은 일인듯 하다. 정겨운 그림들도 좋고 동시를 읽는 동안 마음이 따듯해진다. 동시를 다 읽고 손에서 책을 놓으려고 하면 먼 추억여행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마음이 훈훈해진다. 먼 기억속의 동네 친구를 만난다던가 추억의 물건이나 그외 풍경을 만난다던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성에 흠집을 낸다. 그리곤 묻는다.지금 어떠세요. 행복하세요.당신은 그처럼 평생 이루고 싶다는 희망이나 소원을 가지고 있나요? 자신의 평생의 희망이어서일까 동시 속에는 불행보다는 '행복과 희망'이 그리고 따듯함이 넘쳐 나면서 모두가 함께 하는 밝음으로 빛난다. 정말 봄이 찾아와 메마른 가지에 새싹이 돋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발문에 있는 그의 이야기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동시들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는 어쩌면 모두에게 스스로가 '희망' 이 되고자 했던 이였는지도 모른다. 동시를 다 읽고 발문을 읽다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절박함 속에서도 빛나는 희망을 보았고 노랬했던 권정생, 봄과 같은 희망으로 꽃 피운 동시들이 한동안 오래도록 가슴에 여운을 남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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