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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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생이니 바로 지나쳤기에 열네 살이란 나이는 내겐 먼 나이가 아니다. 얼마나 많이 부딪히며 녀석들과 다투고 한참 사춘기라 봄의 열병과 같은 새로운 '병' 과 맞서느라 우리집은 늘 소란스러웠다. 유독 큰아이와 말싸움이 잦아서일까 연년생인 막내와는 그 시기를 힘들이지 않고 지났던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그것이 아쉽고 서운했는지 '엄마는 늘 언니만 챙겨주고..언니가 우선이야..' 라는 녀석의 투정을 들어야 했던 시기였다. 우리집 아이들을 보아도 그 나이에 '비밀' 은 무척이나 많았다. 학교에서의 일이나 친구간의 사소한 일들도 '엄마' 나 '어른' 들이 알면 안되는 무슨 큰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녀석은 늘 방문을 닫고 저희들끼리 속닥속닥, 아님 저희만의 은어로 말을 하기도 해서 엄마는 '왕따 아닌 왕따' 가 되어야 했기에 좀더 녀석들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만들고자 친구들이 집에 오고 싶다고 하면 오며가며 들러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는 '거리감 없는 엄마' 로 자리매김 하기 위하여 녀석들의 친구이름을 될 수 있으면 많이 알고 있거나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귀담아 저장해 놓았었다. 

열네 살, 그녀의 비밀은 무엇일까?
한참 '비교' 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사소한 것들을 비교하고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하는 나이인, 인생에 대한 미래안적인 것보다는 지금 바로 자신앞에 떨어진 '불' 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못나보이기도 하고 내것보다는 남의 것이 더 커보이는 나이인듯 하다. 장하리, 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남의 집 식당일을 다니는 엄마와 함께 반지하방에서 사는 그녀에겐 내세울만한 같은 반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녀석과는 너무도 비교가 된다. 자신의 운동화는 언제 빨았는지 모를정도로 시커멓지만 녀석은 새롭거나 심심풀이 처럼 유행을 따라가며 새것을 사 신는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노는 자신과는 다르게 늘 과외를 받고 주말에만 만날 수 있는 그 친구와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것이다. 한참 그 시기엔 '음악' 으로 아이들은 교류를 한다. 엠피에 좋아하는 음악을 넣어 늘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아이들은 신곡이 뜨면 바로바로 다운받아야만 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음악에 무척이나 집중을 한다. 그런 그녀가 우연히 듣게된 남친이 좋아하는 가수 가 '에픽하이' 라는 것. 공교롭게도 교회에 간 엄마를 찾으러 갔다가 화장실에 들렀는데 너무도 우연히 그 가수의 따근한 앨범을 보게 된것.누가 놓고간지 확인하기 전에 가방에 넣고 마는 하리,그렇게 그녀의 비밀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비밀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던 것, 반에서 논다고 할 수 있는 예주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 눈감아 주는 대신에 그녀와 함께 '비밀행동' 에 들어가자고 하는 것이다.우연하게 시작한 일이 그녀를 점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세계로 데려가고 그런 행동에서 알 수 없는 '통쾌함과 짜릿함' 을 맛보던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비단 자신만의 행하는 것이 아닌 남의집 식당일을 다니는 엄마 또한 똑 같은 도벽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하리는 점점 거짓말도 늘게 되고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엄마와 아빠에게 감추어져 있던 '비밀과 아픔' 을 듣게 되고는 엄마를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도 그 일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친다. 처음 교회의 화장실에서 앨범을 훔쳐 나오던 날 교회 화단에서 만난 '범의 귀' 란 꽃을 보며 다 자라지 못한 자신과 비교하게 된다. '꽃이 참 특이하게 생겼지? 꽃잎 크기가 다르네.'... 꽃을 자세히 봤다. 유독 두 장의 꽃잎이 다른 꽃잎들보다 컸다. 마치 기형 같았다.' 겉모습은 성숙하지만 이성은 아직 미완의 열네 살을 비교하듯 범의 귀란 꽃은 그녀와 꼭 닮아 있었다. 

자신이 제일 초라하고 못났다고 생각한 하리가 예주 친구의 비밀을 알게 되고는 그녀와의 거리를 두게 되고 그녀가 시키는 대로 끌려 가기만 하는 자신을 다잡듯 그녀와의 끈을 끊는 결단력을 보여주고 엄마도 자신의 도벽을 고치기 위하여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힘을 빌려 보려 하기도 하고 큰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아버지 또한 뭔가 달라지려고 했지만 그들은 '대화' 하는 법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모래알 같던 가족이 점점 하나로 뭉쳐가게 되고 하리 또한 자신의 '비밀과 거짓말' 속에서 탈피를 하여 자신만의 '범의 귀' 라는 꽃을 완성해 나간다. '맞아. 하지만 그건 순간이야. 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아.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나 문제로 남아.'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 나감으로 해서 '범의 귀' 라는 꽃이 불안정이 아닌 그 잎이 존재 하는 한 다시금 '꽃' 을 찾을 수 있다는 존재감을 찾아가는 하리와 하리 가족의 이야기는 짧으면서도 '열네 살' 그 모두를 들여다 본 것처럼 너무도 선명하게 '범의 귀' 와 함께 여운을 깊게 남겨준다. '범의 귀' 혹은 '바위 취' 라는 꽃은 가만히 보고 있음 사람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두 다리로 반듯하게 서 있는 듯한 꽃은 정말 이쁘다. 나도 한때 그 꽃을 키우기도 하고 활짝 핀 꽃을 보고 신기해 하기도 해서일까 소설은 더 깊게 다가온다. 그 시기를 두 딸과 함께 힘들게 보낸것이 바로 어제일처럼 너무도 생생해서 더 여운이 남기도 하는 것일까?  

하리라는 소녀가 점점 세상을 배워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당당하면서도 이쁘게 그려져 참 다행이다. 주위에서 보면 가끔 '잘못 된 길' 로 접어 들었다면서 아이들 때문에 걱정하는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기도 했는데 그만한 나이의 아이들이 있어서 소설은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한순간 잘못 빠져 들면 인생을 그림을 잘못 그릴 수도 있는 시기이지만 잘못된 그림이라도 수정을 하며 보완을 해 나가면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는 '희망' 을 보여준 청소년 소설로 방학이 끝날 무렵 집에 오는 딸들에게도 읽어보게 하고 싶은 소설이다. 딸들과도 많은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는데도 가끔 보면 그녀들과의 '거리감' 을 느낀다. 엄마와 딸로 친구같은 사이이면서 공부에 시달리는 그녀들과 잠시 대화를 멀리하다 보면 엄마의 욕심을 앞세워 그녀들을 너무 혹사시키면서 '하나의 존재, 하나의 자아' 로 보기 보다는 '대리만족' 을 위해 그녀들의 '존재' 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좀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녀들의 속 깊은 곳에 있는 '비밀' 에 까지 귀 기울여 좀더 거리감을 좁혀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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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사생활 - 아나운서 유정아의 클래식 에세이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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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많이 듣는 편인데도 클래식 하면 정말 어렵게만 느껴지고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까먹는것을 보면 대중가요보다는 관심이 덜한듯 하다. 대중가요는 어떤 노래들은 한번만 들어도 ’아..’ 하고 그 노래를 알거나 가사를 알기도 하는데 클래식은 제목부터 해서 작곡가라든지 시기며 그외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에 한번 더 기죽고 들어간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좋아하는 음악가도 물론 있다. '라흐마니노프' 의 피아노협주곡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허밍으로 곧잘 따라하기도 하는데 그런것을 보면 낯선듯 하면서도 익숙하지만 자주 듣지 않거나 즐겨 듣지 않아서 가진 편견같은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음악가들의 사생활에 대한 영화로는 '아마데우스' 와 '카핑 베토벤' 에서 숨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좀더 만날 수 있어 천재적인 면보다는 '인간적인' 그들도 한 인간으로 돈이 없어 고심을 하고 베토벤 같은 경우에는 있는 돈을 잘 쓰기 위하여 가계부를 쓰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이 책은 그런 사소한 것들에 좀더 귀기울인 '인간적' 이거나 아님 우리가 아는것 같으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렸던 이야기들을 그녀의 심도 있는 지식으로 다루어 주어 좀더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다.

변성기를 맞아 성가대로부터 쫒겨 프리랜서가 된 하이든, 그래서였을까 좀더 음악에 성실해 질 수 있어 수백 곡의 음악을 작곡하게 되었으며 친구를 기다리다 친구가 없는 집에서 우연히 읽게 된 시로 너무도 아름다운 곡 <겨울 나그네> 을 만들어 내기도 한 슈베르트, 지금의 시대엔 생각할 수도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그들의 음악이 가깝고도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다. 음악과 음악에 대한 숨겨져 있어 빛을 발하지 못하던 이야기들이나 그녀만의 감성을 깃들여 정리를 해 놓은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에 드는 부분은 꼭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다음에 꼭 한 번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클래식에 대한 지적수준도 높일 수 있는 다양함이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 한부분을 마치고 나면  '유정아의 클래식노트' 라고 하여 핵심적인 내용만 쏙쏙 간추려 놓아 우등생들의 클래식 노트를 살짝 훔쳐 보는 느낌을 갖게도 한다.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음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곁들여 놓아 음악이나 인생이나 흘러가는 것이란 것을 알 수 있다. ' 사람들은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몇 몇 음악가나 음악들은 익히 아는 것들도 있지만 들어보지 못했거나 혹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음악가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어 집중을 하고 읽다보면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언제 흘러 가는지 모르게 지나가는 클래식의 사생활은 그 모든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려 하기 보다는 좀더 클래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 알지 못했던 부분들은 좀더 익숙하고 친숙하게 해 주었으며 한번더 짚고 넘어가는 부분인 '유정아의 클래식노트' 가 있어 정리를 해 주니 클래식에 대한 알짜 에세이인지도 모른다. 바이올리니스트 바담 레핀이 베토벤의 콘체르트 D 장조 op.61을 녹음하며 한 말이 인상적이다. ' 음반은 자신의 것으로 남는 기록물이지만 그건 그 당시의 견해를 담고 있을 뿐이죠. 그 순간의 진실일 뿐입니다.' 자신이 오랜 세월을 걸려 좀더 그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졌을 때 비로소 녹음을 하는 그 프로정신, 요즘 흔하게 일어나는 '표절' 이라는 것에 깊은 생각을 갖게도 해준다. 이렇듯 클래식의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것이 아닌 음악가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 혹은 그 음악을 다루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다루어주어 무료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클래식의 오찬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클래식의 사생활에 올려진 디저트 같은 책인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송>이나 전성태의 <늑대> 같은 소설은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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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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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얼마나 슬펐던가.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 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 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이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그녀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나는 그에게 말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모데라토 칸타빌레> 에서도 여인은 절대적인 사랑을 찾아 헤매인다.십년 동안 공장주의 아내로 살면서 정원의 너도밤나무 한그루 자신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고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고 살았지만 봄마다 목련꽃이 필때면 사랑의 몸살을 앓는다. 그런 그녀가 카페에서의 살인현장을 목격하면서 그녀의 삶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작픔에서도 소녀는 이제 겨우 열다섯 살 반을 지났는데 성숙한 미를 풍긴다. 그런 그녀의 가정을 보면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 혼자의 힘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 밑으로 그토록 그녀가 믿고 최고라고 생각하는 장남은 마약과 노름에 찌들어 재산을 탕진하기도 하는가 하면 가족의 주머니까지 턴다. 그런 형 밑에서 눌 억눌려 있는 남동생인 작은오빠와 소녀, 어머니도 그녀가 모르는 사이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큰오빠와 가정도 도는 알고 있는 어머니의 광기를 어느날 소녀도 목격하게 된다. 그런 불안전한 일상에서 탈출을 하려는 '사춘기' 의 소녀는 방학을 마치고 메콩강을 건너 오는 배 안에서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탈출구를 찾은 것이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어쩌면 중국인 남자도 사춘기 소녀도 서로의 일상에서 탈출할 상대로 서로에게 빠져 들었는지 모른다. 비참하고 비정상적인 가족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녀가 중국인 남자에게 모든 것을 걸듯 빠져든다. 절대적 사랑을 갈구하는 그들앞에 미쳐가는 어머니도 마약과 노름에 찌들어 병들어 가는 큰오빠도 그런 식구들 밑에서 늘 귀죽어 있는 작은오빠도 그녀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중국인 여자와 결혼을 해야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중국인 남자의 아버지와 연인이 의견마찰을 일으켜 부딪혀도 그녀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그녀만의 비상구에서 머무르다 떠나면 그만이다.

그녀가 간직한 '슬픔' 을 그녀의 연인인 중국인 남자 또한 가슴에 품고 있어 그들은 열정으로 사랑에 빠져든다.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더 좋겠어요. 날 사랑한다 해도, 당신이 습관적으로 다른 여자들에게 하는 것처럼 대해 주세요.' 라는 말을 하며 그와의 관계를 허락하는 그녀, 그가 자신을 사랑해 주기보다는 그저 다른 여자를 돈으로 살 때처럼 습관적으로 대해주기를 그런 여자로 취급받기를 원했던 그녀, 사랑을 부정하고 있지만 둘의 밑바탕엔 사랑이 진하게 스며든다. 열다섯의 소녀가 하기엔 인생의 질곡이 담긴 말인데 무척이나 여운을 남긴다. 1929년 프랑스령 베트남에서 프랑스인인 그들은 어딜가나 주목을 받았을 듯 하다. 그런 속에서 어린 소녀가 중국인을 상대로 '매춘' 을 한다는 소문이 났다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했을까.

'작은오빠가 죽은 후에야 그의 불멸을 기억해 냈듯이.'
하지만 그런 시선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어리면서도 당돌했던 소녀, 어쩌면 사랑은 이런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그들의 애정은 깊어가기만 한다. ' 우리는 독신자 아파트로 돌아온다. 우리는 연인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식민지령에서의 서로의 혼란과 사랑의 혼란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진 소설이다.그녀가 떠나는 마지막 모습마져 항구의 한 켠에서 숨죽여 지켜 보고 있는 중국인 남자,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지 못하고 중국인 여자와 결혼을 하지만 전쟁도 끝나고 세월이 흐른 후에 아내와 파리를 찾은 그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에게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는 것을 밝힌다. 작은오빠가 죽은 후에야 그가 죽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 냈듯이 사춘기시절 불같은 사랑의 행위를 하면서도 사랑이라 하지 않았던 '사랑' 은 그 시각으로 멀어지고 나서야 '사랑' 이었다는 것이 더 확실하게 들어난다. 모든것은 그 존재가 없어진 후에 그 가치가 들어나는 것처럼 그들의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여 불멸의 사랑임이 들어나 더욱 애잔하면서도 아쉬움이 남게 만든다.

이 소설은 그 시대 영화로 먼저 보게 되었다. 막 이십대를 지나서 보게 된 가슴 아린 영화인 '연인' 은 소녀의 모습도 중국인 남자역을 했던 '양가휘' 의 말끔하면서도 소녀를 어쩌지 못하는 안절부절과 마지막 장면에서의 가슴을 울리는 여운이 정말 세월이 흘러도 가슴에 깊이 남는 영화로 원작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다. 소설을 읽다보니 영화의 장면이 언뜻 언뜻 생각나기도 하는데 무언가 몽롱함에 얼켜 있는 속에서도 사랑의 묘사나 심리묘사가 뛰어 나다. 여자의 마음을 참 잘 묘사하는 작가이다. 영화에서도 처음에 배의 난간에 기댄 소녀의 모습과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심리 또한 잘 표현이 되었다.  ' 출발, 언제나 똑같은 출발이었다. 언제나 바다를 향한 첫 번째 출발이었다. 육지와의 이별은 늘 고통과 절망 속에서 이루어졌다.'  고통과 절말을 뒤로 하며 파라로 돌아간 그녀는 자신의 절대적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쓴다. 자전적인 소설이라 하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지만 광기 어린 사랑의 묘사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언제 읽어도 가슴이 아린다.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며 '탈출구' 를 원하는 사람이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를 만나면 '집착' 을 하게 되는데 이루어 지지 못할 사랑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라 더 아련하면서도 애잔한 듯 하다.풋풋한 사춘기의 첫사랑이라 더 가슴이 아프게 기억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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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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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처럼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다, 이끼 2010



감독/ 강우석
출연/ 정재영(천용덕), 박해일(유해국), 허준호(유목현), 유준상(박민욱검사), 유해진(김덕천), 
김상호(전석만), 김준배(하성규), 이영지(유선)...

이끼처럼 살아야 하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공화국, 진정한 이끼로 살아가고 있는자 누군인가?


조용한 시골마을에 한 노인이 죽었다, 오래동안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살던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늦은 발걸음을 한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한적하고 공기 좋고 별 일 없을 것 같은 조용한 시골마을, 그곳에서 아버지 '유목현' 은 어떤 삶은 살았을까? 그의 죽음은 진정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가 확실할까? 갑자기 해국은 아버지의 죽음을 놓고 그 마을의 이장이며 아버지의 죽음에 달려온 젊은 경찰의 처사에 마음에 안든다. 사망사유도 밝히지 않고 사망진단을 내리는것 같아 걸고 넘어지자 바로 태클을 걸듯 깐깐하게 나오는 그 마을 이장이라 하는 전직 경찰이었다는 칠십세의 노인 천용덕, 그의 한마디에 모두 굽신굽신 하는 마을사람들. 조용하던 마을엔 서울 젊은이인 유목현의 아들 유해국이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살벌하게 변한다.호시탐탐 그를 노리듯 모든 눈은 그를 향해 있다.

마을을 내려다 보는 곳에 아방궁과 같은 멋진 집에서 살고 있는 이장인 천용덕, 그리고 마을의 유일한 여자 영지, 해국은 영지의 집에 머물면서 석만이며 상규 그리고 덕천까지 마을의 단하나인 슈퍼인 영지의 가게를 이장까지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을 수상히 여기게 되고 아버지가 살던 집의 지하실도 이상하게 여기게 된다. 과연 이 마을에는 무슨 비밀이 있기에 그가 며칠간 머문다는 말에도 그들은 가시방석에 앉듯 안절부절하는 반응을 보이고 '여기서 살게' 라는 이장의 한마디에 모두가 복종하는 것인가? 유해국, 그로 말할것 같으면 잘나가는 검사 하나는 물 먹인 장본인이다. 그가 물먹인 검사는 박민욱으로 그는 유해국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와 있다.

아버지가 살았던 집의 지하실에서 '지하비밀통로' 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마을의 한 집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이 모두 해국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는 그들의 비밀, 아니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한 것들을 하나하나 캐기 시작한다. 그의 움직임에 불안해 하던 석만이 그를 죽이려 하다 벼랑에서 떨어져 그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들의 촉수는 더욱 그를 감겨 들고 해국 또한 이 마을의 비밀이 무엇인가 대단한것이 숨겨져 있음을 감지하고 박검사에게 SOS를 한다. 좌천되어 있던 박검사는 '천용덕' 이란 인물을 조사하다 예전 기도원생들의 죽음과 부동산에 대한 것등 무언가 대단한 배후가 숨겨져 있는 전직경찰 천용덕의 실체를 파헤쳐 나가고 해국 또한 스스로 마을의 비밀을 풀어 나가려 하지만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경찰은 그 혐의를 그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하고 그가 설 자리는 점점 좁혀진다.

구원과 복수 그리고 심판.
고구마 줄기 하나를 잡았을 뿐인데 거대한 무언가가 줄줄이 딸려 나온 듯 한 이야기, 그들에게는 과거의 악행이 숨겨져 있었던 것, 마을의 유일한 여자인 영지는 해국의 아버지인 목현으로 부터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구원받았지만 전직경찰인 천용덕은 그녀의 아픔에 대한 복수를 해준다. 그리고 모두를 심판하려고 이끼들의 공화국을 세우고 그곳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면서 주변의 부동산을 부당하게 모으기 시작하고 그 하수인 노릇을 오른팔 겪이고 백지상태나 마찬가지인 덕천이 맡아서 한다. 밤마다 짐승같은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영지, 그곳을 벗어나려 해도 천용덕의 손아귀에서 한치도 발을 뺄 수가 없다. 

죽음을 넘나들며 점점 비밀의 장막을 거두어 나가는 해국, 그가 좁혀 오는 것을 알아챈 천용덕은 해국을 찾아가 모든 것을 빙의가 된듯 죄를 불어버린 덕천을 죽이고 마지막 해국을 맞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뻔뻔함은 하늘을 뚫고 그는 그의 배후에 거대한 거물이 있음을 암시하며 자신을 과시한다. 하지만 진실의 심판앞에서 너무도 초라한 천용덕, 스스로 죽음으로서 자신과 자신이 만든 공화국과 함께 무너져 내린다. 모든것이 끝난 것일까? 스릴러 추리물은 꼭 끝에 우리가 놓쳤던 어이없는 반전을 놓는다. 이 영화에도 우리가 그동안 천용덕의 만행 때문에 가려진 '정말 이끼처럼 살아가고 있는 자' 를 놓치고 만다. 죄를 범하고 목현으로부터 죄를 사한 것처럼 평범하고 보통사람들처럼 살아가던 그들, 그들 속에서 '진정한 이끼' 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딱 한사람 있다. 그들 모두는 '이끼인척 살았던 자' 들 뿐이었다. 이끼가 이끼의 피를 빨아 먹으며 거머리처럼 살아가고 있던 그 마을에서 심판의 날을 기다려온 사람, 그가 마지막에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짓는다. 

쟁쟁한 연기파들이 모인 영화.
천용덕 역할의 정재영이며 감초로 잘 나가는 김상호와 특별출연을 한 '허준호'  박검사역의 유준상등 모두가 연기파 배우였다. 그들의 연기속에서 정말 돋보인 연기가 있다. '배우 유해진' 그의 능글맞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감초연기에 유해국과 박검사 앞에서 신들린듯 자신들의 지난날을 쏟아내는 정말 '신들린 연기' 와 영화의 긴장을 풀어가는 간간이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가 이 영화를 더욱 살려냈다.이 영화를 보며 그의 전작 <이장과 군수> 가 왜 그리 떠 오르는지. 천용덕의 긴장감을 주는 연기에 맞서 김덕천역인 유해진의 연기는 영화를 맛깔스럽게 변화 시켰다. 다른 영화보다 긴 시간인 2시간 43분이란 시간이 지루할 때 쯤이면 기어코 한방씩 터트려주는 그의 센스가 영화를 살려내기도 하고 이 영화를 조율하는 역할을 단단히 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화화 되고나면 워낙에 원작과 비교를 하여 말이 많은 법, 하지만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하는것 아닌가. 만화와는 다른 영화의 세계가 있는데 난 무척 재밌게 봤다. 정재영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도 그렇고 감칠맛 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살벌하긴 했지만 그곳의 경치도 좋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서 보고 싶다던 애들과 함께 하지 않고 막판에 남편과 둘이서 보게 되었지만 안보면 후회할 영화였던 것 같다.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보면서 스릴감을 느껴야 하는데 그리 무섭지는 않았지만 여름밤 볼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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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처럼 살아가는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삶 속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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