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처럼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다, 이끼 2010
감독/ 강우석
출연/ 정재영(천용덕), 박해일(유해국), 허준호(유목현), 유준상(박민욱검사), 유해진(김덕천),
김상호(전석만), 김준배(하성규), 이영지(유선)...
이끼처럼 살아야 하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공화국, 진정한 이끼로 살아가고 있는자 누군인가?
조용한 시골마을에 한 노인이 죽었다, 오래동안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살던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늦은 발걸음을 한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한적하고 공기 좋고 별 일 없을 것 같은 조용한 시골마을, 그곳에서 아버지 '유목현' 은 어떤 삶은 살았을까? 그의 죽음은 진정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가 확실할까? 갑자기 해국은 아버지의 죽음을 놓고 그 마을의 이장이며 아버지의 죽음에 달려온 젊은 경찰의 처사에 마음에 안든다. 사망사유도 밝히지 않고 사망진단을 내리는것 같아 걸고 넘어지자 바로 태클을 걸듯 깐깐하게 나오는 그 마을 이장이라 하는 전직 경찰이었다는 칠십세의 노인 천용덕, 그의 한마디에 모두 굽신굽신 하는 마을사람들. 조용하던 마을엔 서울 젊은이인 유목현의 아들 유해국이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살벌하게 변한다.호시탐탐 그를 노리듯 모든 눈은 그를 향해 있다.
마을을 내려다 보는 곳에 아방궁과 같은 멋진 집에서 살고 있는 이장인 천용덕, 그리고 마을의 유일한 여자 영지, 해국은 영지의 집에 머물면서 석만이며 상규 그리고 덕천까지 마을의 단하나인 슈퍼인 영지의 가게를 이장까지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을 수상히 여기게 되고 아버지가 살던 집의 지하실도 이상하게 여기게 된다. 과연 이 마을에는 무슨 비밀이 있기에 그가 며칠간 머문다는 말에도 그들은 가시방석에 앉듯 안절부절하는 반응을 보이고 '여기서 살게' 라는 이장의 한마디에 모두가 복종하는 것인가? 유해국, 그로 말할것 같으면 잘나가는 검사 하나는 물 먹인 장본인이다. 그가 물먹인 검사는 박민욱으로 그는 유해국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와 있다.
아버지가 살았던 집의 지하실에서 '지하비밀통로' 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마을의 한 집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이 모두 해국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는 그들의 비밀, 아니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한 것들을 하나하나 캐기 시작한다. 그의 움직임에 불안해 하던 석만이 그를 죽이려 하다 벼랑에서 떨어져 그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들의 촉수는 더욱 그를 감겨 들고 해국 또한 이 마을의 비밀이 무엇인가 대단한것이 숨겨져 있음을 감지하고 박검사에게 SOS를 한다. 좌천되어 있던 박검사는 '천용덕' 이란 인물을 조사하다 예전 기도원생들의 죽음과 부동산에 대한 것등 무언가 대단한 배후가 숨겨져 있는 전직경찰 천용덕의 실체를 파헤쳐 나가고 해국 또한 스스로 마을의 비밀을 풀어 나가려 하지만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경찰은 그 혐의를 그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하고 그가 설 자리는 점점 좁혀진다.
구원과 복수 그리고 심판.
고구마 줄기 하나를 잡았을 뿐인데 거대한 무언가가 줄줄이 딸려 나온 듯 한 이야기, 그들에게는 과거의 악행이 숨겨져 있었던 것, 마을의 유일한 여자인 영지는 해국의 아버지인 목현으로 부터 자신이 당한 성폭행을 구원받았지만 전직경찰인 천용덕은 그녀의 아픔에 대한 복수를 해준다. 그리고 모두를 심판하려고 이끼들의 공화국을 세우고 그곳의 우두머리로 군림하면서 주변의 부동산을 부당하게 모으기 시작하고 그 하수인 노릇을 오른팔 겪이고 백지상태나 마찬가지인 덕천이 맡아서 한다. 밤마다 짐승같은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영지, 그곳을 벗어나려 해도 천용덕의 손아귀에서 한치도 발을 뺄 수가 없다.
죽음을 넘나들며 점점 비밀의 장막을 거두어 나가는 해국, 그가 좁혀 오는 것을 알아챈 천용덕은 해국을 찾아가 모든 것을 빙의가 된듯 죄를 불어버린 덕천을 죽이고 마지막 해국을 맞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뻔뻔함은 하늘을 뚫고 그는 그의 배후에 거대한 거물이 있음을 암시하며 자신을 과시한다. 하지만 진실의 심판앞에서 너무도 초라한 천용덕, 스스로 죽음으로서 자신과 자신이 만든 공화국과 함께 무너져 내린다. 모든것이 끝난 것일까? 스릴러 추리물은 꼭 끝에 우리가 놓쳤던 어이없는 반전을 놓는다. 이 영화에도 우리가 그동안 천용덕의 만행 때문에 가려진 '정말 이끼처럼 살아가고 있는 자' 를 놓치고 만다. 죄를 범하고 목현으로부터 죄를 사한 것처럼 평범하고 보통사람들처럼 살아가던 그들, 그들 속에서 '진정한 이끼' 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딱 한사람 있다. 그들 모두는 '이끼인척 살았던 자' 들 뿐이었다. 이끼가 이끼의 피를 빨아 먹으며 거머리처럼 살아가고 있던 그 마을에서 심판의 날을 기다려온 사람, 그가 마지막에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짓는다.
쟁쟁한 연기파들이 모인 영화.
천용덕 역할의 정재영이며 감초로 잘 나가는 김상호와 특별출연을 한 '허준호' 박검사역의 유준상등 모두가 연기파 배우였다. 그들의 연기속에서 정말 돋보인 연기가 있다. '배우 유해진' 그의 능글맞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감초연기에 유해국과 박검사 앞에서 신들린듯 자신들의 지난날을 쏟아내는 정말 '신들린 연기' 와 영화의 긴장을 풀어가는 간간이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가 이 영화를 더욱 살려냈다.이 영화를 보며 그의 전작 <이장과 군수> 가 왜 그리 떠 오르는지. 천용덕의 긴장감을 주는 연기에 맞서 김덕천역인 유해진의 연기는 영화를 맛깔스럽게 변화 시켰다. 다른 영화보다 긴 시간인 2시간 43분이란 시간이 지루할 때 쯤이면 기어코 한방씩 터트려주는 그의 센스가 영화를 살려내기도 하고 이 영화를 조율하는 역할을 단단히 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영화화 되고나면 워낙에 원작과 비교를 하여 말이 많은 법, 하지만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하는것 아닌가. 만화와는 다른 영화의 세계가 있는데 난 무척 재밌게 봤다. 정재영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도 그렇고 감칠맛 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살벌하긴 했지만 그곳의 경치도 좋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라서 보고 싶다던 애들과 함께 하지 않고 막판에 남편과 둘이서 보게 되었지만 안보면 후회할 영화였던 것 같다.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보면서 스릴감을 느껴야 하는데 그리 무섭지는 않았지만 여름밤 볼만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