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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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의 전작 <퀴즈쇼>를 구매해 놓고도 어찌하다 보니 읽지를 못했다. 내게 작가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아무것도 저장된것이 없으니 13편의 단편소설들은 신선했다. 남녀의 사랑에 대하여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라고 단정해도 될 것처럼 제목이 무척 인상깊다. 남녀사이는 그 둘 밖에는 타인의 눈으로 그 깊은 속을 들여다 보기엔 너무 알 수가 없는 부분이 많다. 겉으로 행복하게 그려지던, 잘 살고 잘 지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이별을 할 수도 있고 남남 같던 두사람이 하루아침에 '결혼' 이라는 굴레를 쓰기도 하는 것을 보면 남녀 사이는 '한마디' 로 단정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 복잡미묘한 간극을 그려주듯 하는 소설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으면서 반전이 재밌기도 하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출근길, 사람으로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타인의 젖은 우산이 자신의 다리를 건드리고 있어도 '참고 견디는 것' 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다짐을 하는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그녀, 하지만 회사에서는 젊은 사장에서 노골적인 댓가성 성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또한 뒤를 구리게 하지 않는 방법이며 그 돈이 생계에 쓰여지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버리고 마는 그녀에게 정체 모를 '로봇' 이라고 하는 한남자와의 만남은 일탈처럼 또 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사장과의 사랑과는 너무도 다른 '로봇 3원칙' 을 외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사랑놀음, 하지만 그도 로봇의 떠남으로 인해 무참히 깨져버리고 만다. 로봇이라 했던 그도 그녀의 삶의 일부분이었을까. 어찌보면 정해진 사랑도 정해지지 않은 사랑도 우리가 간과하지 못하는 사이에 올 수 있고 떠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찌 사랑을 계획한 대로 각본에 짜여진듯이 맞이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마음에 준비없이 내 앞에 어느날 우연히 '로봇' 처럼 나타날 수도 있고 그처럼 떠날 수도 있음이 사랑이다. 그래도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는 것과 같아도 참고 견디어야 하는 것이 삶이다.

사은품인데 깨져도 괜찮아.
연애와 결혼은 따로일까.아님 연애의 미적지근했던 결론 때문에 또 다른 사랑과의 결혼을 선택한 것일까. 한선은 수진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가 그녀가 결혼한다고 하니 갑자기 그녀에게 집착을 하듯 오래전에 자주했던 '여행' 을 떠 올리며 함께 결혼일주일전에 제주도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아무생각없이 '그러마' 하고 대답했던 수진을 늦은 밤 그녀가 몹시 피곤한 날 갑자기 납치를 하듯 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동해까지 간 한선, 그들의 사랑은 맘에 드는 상품을 구매하고 받은 '사은품 접시' 처럼 이미 조각나고 말았던 것을 내처 깨우치지 못하고 그녀를 동해바닷가로 데리고 가 그녀의 맘을 확인한 한선, 그들의 앞에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 가 자리하고 있다. 우연하게 나타난 어부로 부터의 가격으로인해 크게 다친 한선, 그의 보호자가 아니라며 택시를 불러 서울까지 올라가는 수진에게 한선과의 사랑은 이미 조각난 접시일 뿐이다. 가끔 이미 깨져버린 사랑에 목매다는 이들이 있다. 마음은 이미 다른 우주를 찾아 떠났는데 자신에게 남아 있는듯 오해를 하며 떠난 사랑을 아프게 하다가 자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의 미련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가끔 본다. 수진에겐 사은품처럼 별 관심이 없던 예전 사랑인 한선, 그에게 일말의 사랑도 느끼지 못하는 그녀의 한마디 ' 전 안가요... 아니에요. 잘 모르는 사람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추어로 레슬링을 하던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기대하던 제자와의 일상적인 스파링에서 기술이 아이가 건 기술이 정확하게 들어 온 순간, 몸이 매트 밖으로 떨어지고 그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내를 비롯하여 그의 가족이며 모두를 믿지 못하는 것. 그리곤 아내와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면서 그들은 프랑크프르트에 한국식당을 열게 되고 나는 그의 아내와 한달에 한번씩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밀회를 즐긴다. 하지만 여자의 남편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듯이 주인공인 '나' 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게 그는 그동안의 밀회에 종지부를 찍듯 죽음을 선택한다.밀회를 계속 즐겼다면 세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그런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한달에 한번 밀회를 즐기는 여자,그들에게 미래는 있을 것일까.

마코토란 단편소설은 서정주의 '신부' 라는 시詩가 생각이 났다. '신부는 초록 저고리와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짝사랑의 대가라도 되듯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꼭 누군가가 차지하고 자신은 점점 짝사랑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 가는 그녀앞에 한동안 짝사랑하던 마코토를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만나면서 자신이 감정이 다시 흔들리는 것을 추스리기 위하여 화장실로 향하다가 옷걸이에 옷이 걸린것을 마코토가 붙잡은 것으로 알고 그에게 기습키스를 하는 그녀, 어찌 되었든 인연은 필연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일까. 우연을 가장하여 필연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반전이 재밌기도 하고 서정주님의 '신부' 라는 시처럼 그를 받아 들이지 못하면 영영 짝사랑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듯 했던 재밌는 단편은 장편으로 발전을 시켜도 재밌을듯한 소설이다.

퀴즈쇼, 한치의 오차도 없던 아버지를 두었던 조은이는 영어캠프를 간 사이 뜻하지 않은 강도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게 된다. 그녀와 한동네에 살았던 정동국은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부모가 죽은 후에 생활은 그저 무성한 뜬소문으로만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날 뜻하지 않게 둘은 퀴즈쇼에서 라이벌로 대결로 벌이게 된다. 마지막 문제에서 동국이 알던 문제의 정답을 사회자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은이가 그것을 맞추게 되면서 그녀가 퀴즈왕에 등극하게 되고 그들은 소문을 확인해주듯 만남을 계속한다. 그녀의 집에 가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가 제안하는 '동거' 를 받아들여도 될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녀의 집에서 자게 된다. 

김영하가 그린 사랑은 이미 끝난 사랑인 '로봇' '여행' '밀회' 도 있지만 아직 알 수 없는 사랑인 '퀴즈쇼' 도 있다. 그들의 사랑이 발전할지는 모두 독자의 몫이다. 그가 보여준 13편의 이야기는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라는 구절처럼 어찌보면 타락한 사랑이지만 그 또한 모두가 '견디어 내야만 하는 삶' 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삶의 일부분들의 이야기를 '사랑' 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조각조각 잘라 놓은 듯 하다. 단편을 읽다보면 참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단편으로 끝나지 말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처럼 자신의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듯 하다. 단편이 주는 느낌도 있지만 단편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장편' 에서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괜찮은 이야기들도 많다. 어찌보면 장편을 쓰는 작가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는 '단편' 을 쓰는 것이,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듯도 하지만 하루키와 같은 작가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놓아본다. 그런면에서 그가 어느 곳에서 발표하지 않은 단편들을 모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라는 의미 있는 제목으로 낸 단편들은 젊은 작가이지만 내겐 '가능성' 을 읽은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분히 사건으로 접해 보았던가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 삶의 한 단편을 본 듯 하여 재밌게 읽었다. 처음이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읽지 못하고 쌓아 두었던 그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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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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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등단 40년의 노작가 박완서님의 에세이인 이 책을 읽노라니 읽은지 조금 지났지만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호미>가 생각난다. 그 책은 작가님이 직접 화단에서 키운 봉숭아씨를 선물로 받은 것이 있는데 씨를 뿌리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간직을 하고 있다. <호미>에서도 보면 단독주택에 살면서 노년의 삶이 게을러지기 쉬운데 화단을 가꾸며 남보다 바지런하고 꽃을 피우는 식물사이에 나는 ’잡초’ 를 결코 용서를 못 하시듯 손수 화단에서 몇 시간씩 노동을 하시면서도 틈틈이 그 일상을 글로 담아 내어 읽는 맛과 작가이지만 노년의 삶을 좀더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책에서도 화단을,마당을 가꾸시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을 한다. 먼저 단독주택을 선택하실 때, 지금은 갈 수 없는 개성에 있는 고향집 앞마당에 있던 ’살구나무’ 를 기억해 마당에 살구나무가 있는 집을 선택하신 것 하며 목련나무와의 긴긴 십여년의 싸움끝에 사람이 아닌 그 나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엔 남을 위하여 베어버린 아쉬움을 남긴 이야기가 서민적이면서도 어쩌면 노작가에게서 40여년 동안 쉼없이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왔던 것은 그런 일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환각의 나비> 를 읽었다. 단편들로 구성된 책은 ’여자의 삶,여자의 이야기’ 로 꾸며져 여자들이 품고 있는 깊고 깊은 동굴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찡한 여운도 남겨 주었다. 그 이야기들 또한 자신의 삶이 어느정도는 베어 있을 것이다. 6.25와 그 전쟁의 피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어야 했던 전쟁세대이기에 작가의 책에는 상흔이 담겨진 이야기들이 빠짐없이 등장을 하면서 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이야기와 어머니와 오빠에 대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어려움속에서도 소녀가장처럼 삶을 책임져야 했던 작가의 강단진 삶이 마당에 허투루 난 잡초하나 허락할 수 없는 부지런함과 자신만의 틀을 구축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또 작가의 산문집을 접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 책에서는 일상과 관련된 에세이와 책을 읽고 난 리뷰라고 할 수 없이 오솔길로 빠진 이야기지만 책에 관한 이야기와 그리고 작가의 인생에서 큰 획을 그은 ’인연’ 깊었던 ’박경리 선생님’ 과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작가의 첫소설 <나목> 을 탄생하게 했던 ’박수근 화백’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꿈에 그리는 고향, 개풍
우리가 흔히 ’서울 가 본 사람보다 안가본 사람이 이긴다’ 라는 말이 있지만 어린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꿈 속 고향에 대한 작가의 향수는 노년의 삶까지 바꾸어 놓은 듯 하다. 우리가 간직하고 있고 명절이면 교통대란을 겪으면서도 귀소본능처럼 찾아가는 ’고향’ 은 어릴적 고향과는 다르다. 산천이 변화고 세월에 이기는 장사없듯이 어린시절 고향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지만 그래도 그 고향을 찾아 우리는 긴긴 행렬을 이어간다. 하지만 작가의 고향은 분단이 아픔으로 인해 어린시절 추억으로만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그곳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글 속에서 보여주는 고향에 대한 것들이 때 묻지 않아서 좋다. 그 고향이 초가지붕이던 살구나무에 살구꽃이 환하게 핀 풍경이든 아직 빛이 덜 바랜 고향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인 듯 하다.

책들이 넘쳐나는 작가의 서가, 탐나다.
작가들은 책을 사지 않을 것만 같다.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책들로 넘쳐날 듯 한데 그 또한 아닌가보다. 한달에 네댓권은 책을 구매를 하신다니 대단하시다. 일본여행을 가셔서도 당신의 책이 꽂혀 있는 곳 보다는 어려운 시절 자식들에게 손수 떠 입혀 주었던 손뜨개책이 놓인 곳이나 마당을 가꾸며 도움이 되는 원예책이라 하니 정말 대단하시다. ’ 나는 그 매장에서 읽던 뜨개질 책과 원예책을 샀다. 원예책은 우리 마당을 가꾸는 데 참고가 될까 해서이고, 뜨개질책은 다시 뜨개질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정확성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서가에 읽기 위한 책 말고 때때로 꺼내보고 애무할 수 있는 책을 가까이 꽂아놓을 수 있는 것도 나의 은밀한 기쁨이다.’ 그 연세에도 책 욕심이 끊임이 없고 서가를 정리하여 아파트나 책이 필요한 성당이나 그외 시설에 보내시는 것을 보면 책은 혼자만이 아닌 여러사람과 나누었을 때 더 보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 또한 내책장이 넘쳐나기 시작하여 두권이나 그외 겹치는 책이나 내가 보지 않는 책은 주위 사람들에게 잘 나누어주게 되었다. 딸들은 학교에서 읽고 싶은 책을 학교도서관 보다는 엄마의 책장에서 가져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앞으로 더 많은 책이 쌓이게 되겠지만 내 주위를 둘러보며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것을 배운다.

’소설을 재미로 읽지 공부하려고 읽지는 않으니까.’ - 책들의 오솔길
노작가의 책에 대한 이야기는 리뷰라기 보다는 책에 대한 것을 쓰면서 ’오솔길’ 로 빠진 이야기라고 하여 더 재밌다. ’책들의 오솔길’ 제목부터 참 근사하고 무언가 책에 대한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 은 우리집에도 있지만 난 아직 읽지 않았는데 글을 읽다보니 얼른 읽고 싶어졌다. 리뷰를 이렇게 써다 재밌겠다는 생각도 가져보게 되었다. 꼭 책에 대한 감상문처럼 작성하기 보다는 내 재밌는 이야기를 써도 좋겠다는 것을 살짝 훔쳐본다. 책들의 오솔길에서는 내가 읽은 책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 정민작가는 다른 책을 읽어 보았고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도 읽은 책이고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라는 가끔 꺼내 보는 시집이며 박경리의 유고시집인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도 읽은 책이고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의 편지’ 는 예전에 읽은 책이라 더 가깝게 오솔길을 느긋하게 걸어볼 수 있었던 것 같다.노작가님이 풀어내는 구수한 이야기와 함께 하니 위에 나열한 책들이 더 재밌어졌다. 작가들은 남의 책을 잘 읽지 않을것만 같은데 일본이 무라카미 하루키며 국내의 구간 신간을 아우르며 독서를 하시는 듯 하여 존경스럽다. 주말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며 가다가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온 말중에 ’정적인 취미활동인 독서나 영화감상 음악감상등은 많은 행복을 준다. 하지만 동적인 취미활동은 정적인 취미활동보다는 많은 행복감을 주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들으며 운동을 즐기는 남편에게 이제 ’정적인 취미인 독서’ 를 많이 하라는 충고를 해 주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것이 ’독서’ 인 듯 하다. 마당을 가꾸듯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고 계신 노작가의 독서이야기를 읽고 나니 덥다고 게으름을 피웠던 내가 살짝 부끄러워졌다. 

그리움을 위하여.
’그리움’ 내게도 박경리 작가님은 그리움의 대상이며 아직도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신것만 같다. 내가 독서에 깊게 빠져들게 된 것이 박경리 작가의 <토지21권> 이란 작품으로 인해서이다. 늘 사진을 보면 텃밭을 일구어 계신 모습이라 이웃집 할머니같은 옆집 할머니 같은 생각을 가졌는데 작가의 책을 읽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토지의 작품에서도 보면 인물 한 명 한 명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냈다. 지난 봄엔 악양의 최참판댁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작가의 혼과 작품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는데 작가의 마지막을 생생히 옮겨 주신 글을 보니 그리움이 더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천진한 웃음을 남겨 주시고 ’사랑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신 김수환 추기경님, 여고때 천주교 학교를 다녀서인지 믿음은 없지만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을 보면 남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와 닿았던 추기경님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노작가에게 <나목>이란 소설을 탄생하게 해준 박수근화백님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맛깔스럽게 그리움과 함께 한다. 작가에게도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위의 세 분은 우리에게도 큰 그리움이다. 사람은 가고 작품은 오래도록 남아 아직도 읽혀지고 대대로 읽혀지겠지만 연세가 지긋하신 작가에겐 더할 수 없는 그리움이리라.작가의 책들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다. 이제서 시작이듯 몇 권 읽어 보았지만 일생동안 풀어낸 글이 지금도 쉼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마당을 가꾸시고 주위를 둘러 보시고 흐트러짐 없이 강단진 모습을 이렇게 책으로 보여주심이 더 없이 감사하다. 나이가 들 수록 글과 말을 아끼기 보다는 좀더 퍼내어 남겨 주심이 감사하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읽지 못한 작가의 책을 읽어볼 기회를 가져야 할 듯 하고 우리에게 그리움이 되지 않게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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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과 비 그리고 가을












어제로 휴가가 끝나고 모두 이제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어젯밤에 늦은 시간까지 잠이 오지 늦게 까지 책을 읽다가 
아침녁에서야 잠이 잠깐 들었는데 그마져도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지고 말았다.
옆지기는 일찍 출근하고 베란다에서 꺼내달라고 낑낑거리는 여시와 호야를 꺼내어
거실에서 데리고 누웠다. 녀석들도 내 곁에서 못다 이룬 잠을 청하느라 
각자의 자리에 누워 잠에 빠졌다.
잠시 잔다고 한것이 두어시간 잠이 들었나보다.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뜨니 옆동네 사는 친구다.

휴가기간동안 어떻게 잘 보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자신 또한 내게 털어 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안부전화를 했다.
그녀 또한 우리보다 삼일 먼저 휴가를 보냈기에 바쁜 나날이었을텐데
그리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듯 맺힌것이 많아 보였다.
둘은 그렇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쌌다 하다 보니
아침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친구는 곧잘 내게 마음을 잘 털어 놓는다. 
여고때 부터 친구이니 그녀와 나의 시간도 강산을 두어번 변화게 할 정도로
긴 시간동안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수다를 떨다보니 휴가기간 동안 맺혀 있던 매듭이 풀렸다.
그녀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만나서 차 한 잔 나누며
시간을 함께 했을 터인데 가까워도 잘 만나지 못하고 
내가 아닌 그녀가 먼저 전화를 잘 걸어온다.
내가 먼저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음 그녀가 먼저 선수를 친다.
닮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와 나,
비슷해서일까 나눌 이야기도 많다. 속에 담아둘 이야기도
서슴없이 꺼내어 도마위에 올려 놓고 도마질을 잘 한다.
여자들은 가끔 그렇게 도마질을 해줘야 속이 풀린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슴에 옹이 몇 개는 들어 앉아 있을 터인데...

그러는 사이 우르르쾅쾅, 천둥과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내린다.
그냥 쏟아 붓는 내리는 비,
요즘은 국지성 폭우가 많이 내리니 비가 와도 겁이 난다.
우르르쾅쾅.... 어딘가 때려부스는 소리에 울집 여시는
이 방 저 방으로 달려가 그 작은 몸에서 최대한 큰 소릴 짖어댄다.
'컹컹 컹컹~~~' 녀석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지 몇 번 짖다가
'그만~~~~' 해야 잠잠해진다. 내 관심을 받고 싶어서인지.

비도 내리고 오늘은 '처서', 이제 가을이라 해도 될텐데
아직은 늦더위와 열대야에 여름의 끝은 붙잡고 있는것 같다.
한여름 뙈악볕에 꽃을 피웠던 것들은 
가을로 들어서며 꽃이 아닌 열매를 매달고 
못다 핀 꽃들은 서둘러 피고 있다.
한창이던 무릇에서 하나 둘 씨앗이 보이고 
도라지는 모두 열매를 매달고 있다.
고층인 우리집 실외기부분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는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봉숭아' 가 네 개나 자라고 있다.
작년에도 그 전년도에도 없던 '봉숭아' 참 신기하기만 하다.
비 그치고 나면 가을을 맞이하듯 봉숭아 꽃물이나 들일까...


20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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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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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말 말만 들어도 설레이고 늘 갈증을 느끼는 것이 여행이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부터 모든것이 기계와 떨어져서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조수석에 앉아 내가 들고 있던 것은 '지도' 였고 인터넷에서 뽑은 갈만한 곳에 대한 자료들이었지만 나를 대신해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으로 모든것을 해결하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여행을 다녀온 후 블로그에 후기를 남겨 뭔가 나의 여행에 대한 흔적을 더 많이 알리고 남보다 더 좋아 보이게 포장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가졌던 '자유여행' 의 의미보다는 무언가로부터 지배를 받고 과제물을 제출하듯 꼬박꼬박 후기를 남기기 위한 '사진' 은 진정한 아날로그식 여행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았다.

여행을 떠나려면 제일먼저 챙기는 핸드폰 충전기 디카 충전기와 그외 밧데리등 기계를 위한 것들이 가방을 먼저 차지한다. 그것에서 벗어나 진정한 여행을 하려고 사진을 조금 덜 찍던가 남들에게 여행을 갔다는 문자를 몇 통 줄이면 왠지 모르게 아무 의미없는 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 든다. 그만큼 여행은 나만을 위한 여행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기 위한 여행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 것들을 콕콕 집어 내어 작가가 풀어내어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이 생각을 풀어낸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동기 없는 배움은 무의미하다. 동기 없는 삶은 감옥이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라는 말처럼 점점 체험의 비중을 두고 있는 우리내 생활이 자신을 체험한것을 혼자 간직하기 보다는 블로그를 통해 '공유' 를 하기 시작하고 부터 여행은 그야말로 사치스런 취미가 되어 버리고 그에 맞게 변질된 체험여행도 많이 등장을 하게 되었다. 자기 자식들에게 돈으로 유산을 남겨주기 보다는 '이년에 걸친 세계여행' 으로 유산을 남겨 놓는 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멋진 유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겨본다. 자신이 꿈 꾸던 그런 삶을 더 늦기 전에 자식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못 박아 놓으며 여행을 하지 않으면 한 푼도 주지 않는 그런 아버지가 과연 있을까 했지만 그런 이야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여서일까 나 또한 그런 필수여행을 하고 싶어서일까.

'여행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학교였다.'
많은 돈을 들여 여행하기 보다는 저렴하면서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좀더 자유로운 범위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나 또한 '집보다 여행' 은 아니지만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여행하는 것을 원한다. 아니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완전한 '여행생활자' 가 아니기에 '집보다 여행' 을 부리짖지는 못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가 살던 집이 아니 나의 보금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새삼 느낀다. '집나가면 개고생' 이라는 말처럼 집에서 보다야 나가면 무엇이든 고생이다. 잠자리부터 먹는것까지 무엇하나 내 맘에 드는것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시간과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즐기려 하는것은 보다 새롭고 뭔가 새로운 비상구를 열 듯 그 문을 나서서 만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만남과 추억' 이지 싶다. 힘든 여행에서 간신히 뜨거운 물 한 컵 얻어 가족이 함께 먹었던 컵라면 하나가 정말 귀하게 여겨지듯 집에서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모험하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은 그 떠난다는 자체가 좋은 것이다. 

다른 여행서와는 다르게 여행을 가서 여행지에서 느낀 여행에세이가 아닌 순수한 '여행' 에 대한 생각과 변화된 것들 그리고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불확실성과 즉흥적 선택은 여행자에게 곤혹스럼움을 주는 동시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을 선물한다. 여행이 끝난 후 기억에 남는 것도 이와 비슷한 장면일 가능성이 높다. 여행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여행자로 하여금 이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만듦으로써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좀 더 자신있게 상황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그리고 나아가 그런 능력을 일상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데 있다.' 라는 말이 무척 공감이 간다. 많은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여행에서 얻는 것들이 일상에서 큰 힘이 되기에 우린 '재충전' 이란 말을 들며 여행을 즐기도 할 것이다. 여행에 대한 생각과 어떻게 여행을 즐기느냐 하는 것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아날로그적이던 여행이 디지털화 되어간다는 것은 사실인듯 하다. 점점 내가 생각하고 함께 힘을 합쳐 대처하는 것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여행보다는 진정한 아날로그식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하다. 문명의 이기로 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섬여행을 하기도 했는데 빛이 속도와 같은 빠른 여행보다는 느리게 걷고 느리게 흡수할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을 떠나기전 한번쯤 읽어볼만한 여행에세이다.

'소통의 궁긍적 목적은 본질을 찾는 것이다. 무조건 정보를 많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것들을 찾아내어 버리는 것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알아내고 실천하는 것, 그러기 위해 우리는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본질과 균형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자아이다. 여행은 건강한 소통을 되찾고 자아를 향하는 힘찬 발걸음이다. 여행은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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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 I Saw The Devil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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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잔인함의 극을 달리는 영화,당신에에 있는 선과 악, 당신은 어느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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