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과 비 그리고 가을












어제로 휴가가 끝나고 모두 이제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어젯밤에 늦은 시간까지 잠이 오지 늦게 까지 책을 읽다가 
아침녁에서야 잠이 잠깐 들었는데 그마져도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지고 말았다.
옆지기는 일찍 출근하고 베란다에서 꺼내달라고 낑낑거리는 여시와 호야를 꺼내어
거실에서 데리고 누웠다. 녀석들도 내 곁에서 못다 이룬 잠을 청하느라 
각자의 자리에 누워 잠에 빠졌다.
잠시 잔다고 한것이 두어시간 잠이 들었나보다.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뜨니 옆동네 사는 친구다.

휴가기간동안 어떻게 잘 보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자신 또한 내게 털어 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안부전화를 했다.
그녀 또한 우리보다 삼일 먼저 휴가를 보냈기에 바쁜 나날이었을텐데
그리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듯 맺힌것이 많아 보였다.
둘은 그렇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쌌다 하다 보니
아침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친구는 곧잘 내게 마음을 잘 털어 놓는다. 
여고때 부터 친구이니 그녀와 나의 시간도 강산을 두어번 변화게 할 정도로
긴 시간동안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수다를 떨다보니 휴가기간 동안 맺혀 있던 매듭이 풀렸다.
그녀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만나서 차 한 잔 나누며
시간을 함께 했을 터인데 가까워도 잘 만나지 못하고 
내가 아닌 그녀가 먼저 전화를 잘 걸어온다.
내가 먼저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음 그녀가 먼저 선수를 친다.
닮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와 나,
비슷해서일까 나눌 이야기도 많다. 속에 담아둘 이야기도
서슴없이 꺼내어 도마위에 올려 놓고 도마질을 잘 한다.
여자들은 가끔 그렇게 도마질을 해줘야 속이 풀린다.
그렇지 않았다면 가슴에 옹이 몇 개는 들어 앉아 있을 터인데...

그러는 사이 우르르쾅쾅, 천둥과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내린다.
그냥 쏟아 붓는 내리는 비,
요즘은 국지성 폭우가 많이 내리니 비가 와도 겁이 난다.
우르르쾅쾅.... 어딘가 때려부스는 소리에 울집 여시는
이 방 저 방으로 달려가 그 작은 몸에서 최대한 큰 소릴 짖어댄다.
'컹컹 컹컹~~~' 녀석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지 몇 번 짖다가
'그만~~~~' 해야 잠잠해진다. 내 관심을 받고 싶어서인지.

비도 내리고 오늘은 '처서', 이제 가을이라 해도 될텐데
아직은 늦더위와 열대야에 여름의 끝은 붙잡고 있는것 같다.
한여름 뙈악볕에 꽃을 피웠던 것들은 
가을로 들어서며 꽃이 아닌 열매를 매달고 
못다 핀 꽃들은 서둘러 피고 있다.
한창이던 무릇에서 하나 둘 씨앗이 보이고 
도라지는 모두 열매를 매달고 있다.
고층인 우리집 실외기부분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는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봉숭아' 가 네 개나 자라고 있다.
작년에도 그 전년도에도 없던 '봉숭아' 참 신기하기만 하다.
비 그치고 나면 가을을 맞이하듯 봉숭아 꽃물이나 들일까...


20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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