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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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말 말만 들어도 설레이고 늘 갈증을 느끼는 것이 여행이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부터 모든것이 기계와 떨어져서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조수석에 앉아 내가 들고 있던 것은 '지도' 였고 인터넷에서 뽑은 갈만한 곳에 대한 자료들이었지만 나를 대신해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으로 모든것을 해결하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여행을 다녀온 후 블로그에 후기를 남겨 뭔가 나의 여행에 대한 흔적을 더 많이 알리고 남보다 더 좋아 보이게 포장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가졌던 '자유여행' 의 의미보다는 무언가로부터 지배를 받고 과제물을 제출하듯 꼬박꼬박 후기를 남기기 위한 '사진' 은 진정한 아날로그식 여행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았다.

여행을 떠나려면 제일먼저 챙기는 핸드폰 충전기 디카 충전기와 그외 밧데리등 기계를 위한 것들이 가방을 먼저 차지한다. 그것에서 벗어나 진정한 여행을 하려고 사진을 조금 덜 찍던가 남들에게 여행을 갔다는 문자를 몇 통 줄이면 왠지 모르게 아무 의미없는 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 든다. 그만큼 여행은 나만을 위한 여행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기 위한 여행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 것들을 콕콕 집어 내어 작가가 풀어내어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이 생각을 풀어낸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동기 없는 배움은 무의미하다. 동기 없는 삶은 감옥이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 라는 말처럼 점점 체험의 비중을 두고 있는 우리내 생활이 자신을 체험한것을 혼자 간직하기 보다는 블로그를 통해 '공유' 를 하기 시작하고 부터 여행은 그야말로 사치스런 취미가 되어 버리고 그에 맞게 변질된 체험여행도 많이 등장을 하게 되었다. 자기 자식들에게 돈으로 유산을 남겨주기 보다는 '이년에 걸친 세계여행' 으로 유산을 남겨 놓는 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멋진 유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겨본다. 자신이 꿈 꾸던 그런 삶을 더 늦기 전에 자식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못 박아 놓으며 여행을 하지 않으면 한 푼도 주지 않는 그런 아버지가 과연 있을까 했지만 그런 이야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여서일까 나 또한 그런 필수여행을 하고 싶어서일까.

'여행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학교였다.'
많은 돈을 들여 여행하기 보다는 저렴하면서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좀더 자유로운 범위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추구하는 나 또한 '집보다 여행' 은 아니지만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여행하는 것을 원한다. 아니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완전한 '여행생활자' 가 아니기에 '집보다 여행' 을 부리짖지는 못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가 살던 집이 아니 나의 보금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새삼 느낀다. '집나가면 개고생' 이라는 말처럼 집에서 보다야 나가면 무엇이든 고생이다. 잠자리부터 먹는것까지 무엇하나 내 맘에 드는것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시간과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즐기려 하는것은 보다 새롭고 뭔가 새로운 비상구를 열 듯 그 문을 나서서 만나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만남과 추억' 이지 싶다. 힘든 여행에서 간신히 뜨거운 물 한 컵 얻어 가족이 함께 먹었던 컵라면 하나가 정말 귀하게 여겨지듯 집에서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모험하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은 그 떠난다는 자체가 좋은 것이다. 

다른 여행서와는 다르게 여행을 가서 여행지에서 느낀 여행에세이가 아닌 순수한 '여행' 에 대한 생각과 변화된 것들 그리고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불확실성과 즉흥적 선택은 여행자에게 곤혹스럼움을 주는 동시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을 선물한다. 여행이 끝난 후 기억에 남는 것도 이와 비슷한 장면일 가능성이 높다. 여행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여행자로 하여금 이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만듦으로써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좀 더 자신있게 상황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그리고 나아가 그런 능력을 일상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데 있다.' 라는 말이 무척 공감이 간다. 많은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여행에서 얻는 것들이 일상에서 큰 힘이 되기에 우린 '재충전' 이란 말을 들며 여행을 즐기도 할 것이다. 여행에 대한 생각과 어떻게 여행을 즐기느냐 하는 것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아날로그적이던 여행이 디지털화 되어간다는 것은 사실인듯 하다. 점점 내가 생각하고 함께 힘을 합쳐 대처하는 것을 기계가 대신해주는 여행보다는 진정한 아날로그식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하다. 문명의 이기로 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섬여행을 하기도 했는데 빛이 속도와 같은 빠른 여행보다는 느리게 걷고 느리게 흡수할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을 떠나기전 한번쯤 읽어볼만한 여행에세이다.

'소통의 궁긍적 목적은 본질을 찾는 것이다. 무조건 정보를 많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필요 없는 것들을 찾아내어 버리는 것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알아내고 실천하는 것, 그러기 위해 우리는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본질과 균형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자아이다. 여행은 건강한 소통을 되찾고 자아를 향하는 힘찬 발걸음이다. 여행은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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