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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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옳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라는 작가의 말이 좋아서 먼저 밑줄을 쫙 그어 놓고 다시 한번 더 읽었다. 그가 이 소설에 나타내려 한 것들이 모두 윗 글속에 담겨 있는 듯 하다. 

조정래, 그의 책으로는 필독서인 <태백산맥> <아리랑> 그리고 <한강> 을 거쳐 오랜시간 겨울잠을 자듯 하다가 <인간연습>이란 책을 만났다. 전작들과는 너무 비교가 되는 작품이었지만 그가 역사라고는 할 수 없는 대하소설에 비하면 단편과 같은 장편소설로 전작들은 우리민족의 역사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면 <인간연습>은 그 모든 아픔을 한몸에 담고 있는 전향수에 대한 이야기다. 전작을 오랜 여운에 비하면 이 소설은 작가 능력에 부족한 작품처럼 아쉬움을 남겨 주었는데 얼마전 만난 <사람의 탈> 또한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어찌하다보니 역사의 그 현장에서 밀려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아픔을 간직한 우리 역사와 같은 인물에 대하여 스케일이 큰 소설이지만 빠른 전개로 그 아픔을 전해주지만 그 소설 또한 내겐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다면 그의 대하소설의 힘이 아직 남아있어서일까. 그런 소설들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은연중에 작가에게 대하소설에서 보여 주었던 그 강한 힘을 한번더 보여주길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현대사를 통해 그런 소설을 탄생시키지 못한다고는 볼 수 없는 문제이기에 흡입력이 강한 그만의 힘을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해거름에 구불거리는 야산 길을 따라 검은 승용차가 날렵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 늘씬한 몸매의 유연함이 마치 잔잔한 물결을 가르는 물개의 매끈한 몸짓 같았다.’ 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뉴스를 통해 접했던 대기업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일인자인 기업과 이등인 기업,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 라는 말처럼 우린 성적이나 그외 무엇으라도 일등을 하려고 눈물나는 노력을 한다. 사회가 일등만 기억하고 아류는 기억해주지 않기에 남을 밟고라도 일등의 자리에 올라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류’ ’불법’ 을 저지르고도 이슈화가 되면 사회 통념상 눈감아 주기를 그냥 지나쳐 흘러가길 바라는 뉴스를 종종 접하기도 했다. 소설속 주인공이 말하는 ’골든 패밀리’ 라는 부류에 속하지 않아서일까 그런 일들은 내 일이 아니기에 한번 입에 올렸다가 잊고 만다. 그들이 범하는 잘못된 일들을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깨어 있는 자’ 가 되어 그 속을 속속들이 깨부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소설을 읽는다면 ’깨어 있는 자’ 가 되어 보는 것도 괜찮다.

일등인 태봉의 그늘에서 이등으로 각인되어야 하는 일광그룹 남회장, 그는 일등인 태봉이 잘못을 저지르면 무죄로 풀려 나지만 자신은 실형을 선고 받는 그 부당함이 싫기도 하거니와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무시를 당하며 물려 받은 일광그룹을 일등기업으로 만들고 싶어 대작전에 돌입한다. 자신 밑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윤성훈을 비롯하여 해외파인 강기준을 몰아세워 태봉이나 그외 자신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의 피를 수혈하게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화개척센터’ 이름을 보면 뜻을 알듯 말듯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자세하게 모를 그런 팀을 만들고 자신의 기업을 일류로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을 펼친다. 그들 또한 태봉에 맞설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하여 여러 사람들을 스카우트 하는데 알게모르게 기울인 뇌물이 대단하다. 완전한 조직이라 할 수 있는 힘을 마련한 그들은 어마어마한 보수를 기대하지만 워낙에 짠 남회장은 떡값에 불과한 돈으로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자신은 모든 것을 가진듯 부풀려졌는데.

드러나지 않는 돈인 어마어마한 비자금을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조성해 놓았지만 어느 순간 자신들도 모르는 곳에서 틈이 발견되고 그 틈마져 돈으로 해결을 말끔하게 하고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아들에게 재산권 불법 상속과 경영권 불법 승계가 남았다. ’이거 갑자기 눈부시게 보이네. 알고 보니 무서운 독종에 영웅 아니신가.’ 라고 할 정도의 강기준과 ’첩보원 같은 게 아니라 그는 바로 태봉그룹의 1급 첩보원이었다. 일광그룹이 닮고 싶어 하는 그 막강한 정보 조직체를 만들어 낸 기둥 중의 하나’ 인 박재우와 남회장 바로 밑에서 그의 실세를 등에 업고 모든 일을 좌지우지 하는 윤성훈, 그들이 모이면 못할것이 없는 철인팀이 되었다. 태봉을 능가하는 조직력과 비자금도 조성을 해 놓았는데 회장 아들에게 재산권과 경영권을 불법승계를 못할것이 없을까. 그들은 한 팀인듯 하면서도 서로 눈치를 보면서 언제고 서로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적인 것이다. 그런 그들이 회장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지만 그 모든 비리에 대한 반대파가 있는 것이다. 자신과 비슷하게 출발을 했으나 자신보다 먼저 앞서 가 있는 사람을 보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옳은 소리를 한 진검사, 그는 옷을 벗고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비리와 거짓과 싸우는 일선에 서게 되는 그를 비롯하여 사회에서 깨어 있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게 되고 억억 거리며 회장 밑에서 그의 힘에 눌려 ’허수아비춤’ 을 추던 그들이 회장의 욕심에 조금씩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고 마침내 강기준이 반기를 들고 나온다. 하지만 소설은 너무 갑자기 막을 내린다. 

조직사회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면 자신의 목소리 보다는 전체나 그외 우두머리의 소리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모두가 ’노’를 하는데자신만 ’예스’ 를 할 수 없음이 ’사오정’ 이나 ’명예퇴직’ 이니 하는 그동안 우리사회에 불어닥친 무서운 칼바람 앞에 남자들의 의지는 나약해지고 말았다.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살기 보다는 어느 물의 흐름에 자신을 맡겨 놓은듯 영혼을 잃어버린듯 살아가는 남자들이 피곤한 사회로 바뀐지가 오래다. 이 소설속에는 ’수컷들의 야성본능’ 인 ’영역싸움’ 이 잘 드러난다. 거기에 ’약육강식’ 이다. 힘이 없는 자는 힘 있는 자에게 먹히고 짓밟히고 만다. 수컷들의 날것 냄새가 나는 소설은 그들이 영역싸움을 하기 위하여 얼마나 비열하고 비굴하게 살아가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가진자의 자만 또한 얼마나 끝이 없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가져야 일등이고 얼마나 더 올라가야 자신의 욕심을 다 채울 수 있는지 그 끝도 없는 싸움에서 자신 또한 스스로 무너지고 있음을 모르면서 계속적으로 앞으로 전진만 일삼는 슬픈 군상의 일면을 일광그룹의 남회장을 통해, 그리고 그 밑에서 자신의 영혼을 돈과 바꾼 이들의 허수아비춤으로 날것 냄새를 그대로 보여준다. 

’윤성훈이 몇 걸음 앞서 나가고 있었다. 그의 뒷덜미가 꼿꼿하게 곤두서 있었다. 그 성깔 돋은 뒷덜미를 보면서 박재우는, 성질 내지 말아라. 어차피 인생사는 경쟁이고 싸움판 아니더냐.’ 라는 말을 던진다. ’인생사는 경쟁이고 싸움판’ 그것도 수컷들의 싸움판을, 살아 남기 위하여 돈 앞에서 비굴한 그들이 벌이는 비리는 자신들은 비밀리에 움직인다고 하지만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보인다. 문어발식 성장과 집착, 그게 과연 영원할까? 외국의 경우 최고부자인 자들이 먼저 나서서 자신들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을 하던가 기부를 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낯선 이야기이다. 우린 어떻게 하던지 자식에게 불법으로라도 물려주려고 하고 남이 모르는 주머니를 차려고 한다. 그러다 걸리면 나도 남처럼 ’무죄’ 이겠지 하는 생각을 갖는다. 무엇이 무죄일까? 국가에 그동안 이바지한 공로가 커서. 그 공로 또한 불법으로 이룩된 것 아닌가. 모두가 그렇다고는 볼 수 없지만 소설속에서는 불법으로 축적된 그들의 성이 언제까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진실을 폭로하듯 진실과 대면하는 반전이 좀더 더 다루어졌으면 하는데 갑자기 끝나서 조금 섭섭하고 아쉽다. 

윤성훈 박재우 강기준이 선택한 길.
수컷들의 영역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하여 서로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쓴다. 그리고 일에 대한 댓가 또한 마땅히 남보다 더 많이 받길 원하지만 최고 위에 있는 자는 그렇지가 않다. 자신의 주머니를 더 챙기지 남의 주머니를 결코 채워주지 않으려 한다. 그의 주머니엔 욕심이란 것이 들어 앉아 있기에 ’남’ 을 생각하기엔 부족하다. 무엇이든 최고이고 남보다 더 위이길 원하는 자들의 마지막 길은 무엇일까. 진시황 또한 영원한 삶을 얻지 못했듯이 그들이 가려는 길 또한 영원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그치게 되는 허수아비춤처럼 모든 이가 영혼이 없는 춤을 추는 것은 아니다. 일순간 돈의 힘에 눌려 자신을 잃어버렸다 해도 그 길이 늘 언제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맛있는 맛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이성이 있는 동물이기에 언제고 뒤돌아 본다면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 현대사를 날카롭게 꼬집은 작가의 필력은 아직 녹슬지 않았지만 무언가 2% 부족함을 느낀다. 이야기가 막 전개되는 시점에서 끝이 난 듯한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어쩜 작가는 그런 일광의 마지막 참혹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허수아비춤을 추던 그들이 느껴야 할 참회의 시간을 어쩌면 독자의 몫으로 돌렸는지 모른다. 그런 과오를 더이상 저지르지 않기 위하여 독자는 깨어 있으라 한다.’회장은 노조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고 입버릇처럼 말하고는 했다. 그러나 그가 치가 떨리게 싫어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두가지가 더 있었다. 분배라는 말만 들으면 치를 떨었고, 사회 환원이라는 말에도 치를 떨었다.’ 이젠 후손을 위하여 돌려줘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움켜쥐고 있다고 모두가 내것이 되는것이 아니고 모두가 마지막길에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닌 분배와 환원이라 말한다. ’그게 바로 돈의 힘이죠. 돈을 앞세워 실패한 적 없으니까 그들은 돈의 힘을 절대 신봉하면서 거칠 게 없는 거지요. 대학이 돈 힘에 넘어가는 판인데 가난한 개인이야 더 말할것 없는 거지요.’ 돈의 힘을 밑고 날뛰는 각축장과 같은 남자들의 본능을 잘 표현해 놓은 소설은 좀더 이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니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기업들이 투명경영을 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언제고 허수아비춤을 추어야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사회는 음보다 양이 많기에 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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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산길
이성부 지음 / 책만드는집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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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인 이성부, 그의 전작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라는 시집을 읽고 너무 좋아서 <도둑 산길>과 <지리산>을 구매를 했다. 그런데 시인의 이야기를 만난 것은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에서 이다. 필자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의 한 부분을 걸었던 그가 지리산을 뒷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 하고는 그 사진을 언젠가 프로필 사진으로 쓰겠다는 이야기를 그 책에서 읽었는데 바로 그 사진이 이 책의 프로필에 실려 있는 것이다. 너무 반갑다. 타지에서 고향사람을 만난것처럼 반가워 난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게 그렇게 좋아. 반가워?' 하며 내게 반문을 한다. '좋지..' 했는데 그에겐 아무런 감정이 없다. 내가 해주는 이야기가 책을 읽지 않은 그에겐 느낌이 없는 것이다.하지만 내겐 너무 좋다. 

산행을 하며 오로지 산행하면서 만나는 나무와 숲 들꽃 길 사람들 자연에 대한 이야기로만 시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힘든 일이다. 요즘 사람들은 시집을 잘 읽지 않으려 한다. 시집을 읽으려 하지 않는것 뿐만이 아니라 시를 잘 쓰려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돈이 되지 않는 시를 누가 쓰고 누가 읽겠는가. 하지만 그는 긴 아픔의 시간을 이겨내고 다시금 쏟아낸 이야기들이 자연과 벗하며 힘든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걷듯 한 산행 이야기라 더 좋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이후 간암이란 큰 병마와 싸우며 힘든 시간을 이겨낸 듯 하다. 그가 산과 함께 한 시간도 30여년이고 시와 함께 한 시간도 30여년이라고 했듯이 아픔의 시간인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왔기에 그가 느끼는 산들바람은 더욱 싱그럽고 상큼하게 전해진다.

안 가본 산... 내 책장에 꽂혀진 아직 안 읽은 책들을/ 한 권씩 뽑아 천천히 읽어가듯이/ 안 가본 산을 물어물어 찾아가 오르는 것은/ 어디 놀라운 풍경이 있는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마냥 흘러가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라/ 산길에 무리 지어 핀 작은 꽃들 행여나 다칠까 봐/ 이러질 발을 옮겨 딛는 조심스러운 행복을 위해서라 아니라......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랑의 속살을 찾아서/ 거기 가지런히 꽂혀진 안 읽은 책들을 차분하게 펼치듯/ 이렇게 낯선 적요 속으로 들어가 안기는 일이/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백비... 감악산 정수리에 서 있는 글자가 없는 비석 하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 크고 많은 생 담고 있는 나머지/ 점 하나 획 한 줄도 새길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저리 덤덤하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을/ 저렇게 밋밋하게 그냥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어느 사이 속보가 되어... 걷는 것이 나에게는 사랑 찾아가는 일이다/ 길에서 슬픔 다독여 잠들게 하는 법을 배우고/ 걸어가면서 내 그리움에 날개 다는 일이 익숙해졌다/ 숲에서는 나도 키가 커져 하늘 가까이 팔을 뻗고/ 산봉우리에서는 이상하게도 내가 낮아져서/ 자꾸 아래를 내려다 보거나 멀리로만 눈이 간다/ ..... 먼 곳을 향해 떼어놓는 발걸음마다/ 나는 찾아가야 할 곳이 있어 내가 항상 기쁘다/ 갈수록 내 등짐도 가볍게 비워져서/ 어느 사이에 발걸음 속도가 붙었구나!/ 

건너 산이 더 높아 보인다... 산봉우리에 올라가 바라볼 때마다/ 저 건너편 산봉우리가 더 높아 보인다/ 건너편 산봉우리에 올라가서 이까 올랐던 산봉우리 되돌아보면/ 이게 뭔가 그 봉우리가 역시 더 크고 높게 보인다/.... 산에 다니면서부터 나는 나의 시가/ 낮은 목소리로 가라앉아 숨을 죽이거나/ 느리게 걸어가서도 결국은/ 쓸모없이 모두 사라지리라는 것을 알았다/ 키가 큰 욕망은 마침내 무너지고 널브러져서/ 부스러기가 된다는 것을 산이 가르쳤다/......

그의 시를 읽고 있다 보면 내가 산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힘들게 그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무를 만나고 잠시 잠깐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만나고 건너편 산봉우리를 만나고 이름모를 들꽃을 만나고 나의 인생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참 좋다. 산에 가지 못하는 날, 산에 가고 싶은 날 시인의 시들을 읽고 있다보면 내가 산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가 느낀 느낌들이 그가 전해준 느낌들이 그가 그려준 풍경들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처럼 나도 산인이 되어 있는 기분이다. 그가 '간암' 이라는 큰 산을 넘어 들려주는 산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좋다. 부디 건강해져서 백두대간 아니 더 많은 산들을 오르고 그리고 내리거나 도둑 산길을 다니며 만났던 이야기들을 '시詩' 로 승화시켜 보여주길 바란다. 자신의 삶과 함께 했던 시와 산행이 이렇게 멋지게 그 자신을 나타내주는 글이 될 수 있어 좋다. 시집을 읽고 나면 빨리 산에 가고 싶어진다. 나 혼자 오롯이 오솔길을 차지하고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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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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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인가 아마조네스인가 간통한 자들인가.비밀스러운 집단 A의 꿈과 욕망, 그리고 추락!
책날개에 있는 문구가 '뭐지?' 하게 만든다. 하성란이란 작가는 <삿뽀르 여인숙> 이란 책을 구매해 놓았지만 아직 읽지를 않아서 작가에 대한 것이 내겐 아무것도 없다. 이 책으로 그녀를 탐하고 싶었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추리물일까 아님 실화를 배경으로 한 그냥 장편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다 그래도 결말엔 무언가 있겠지 하다가 책을 다 읽고 나선 씁쓸함을 어쩌지 못했다. 작가의 첫 만남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니다.

이야기는 오대양(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주홍글씨의 A처럼 발신인을 밝히지 않고 그냥 A라고만 적혀서 보내 온 편지, 그 뒤에는 24명의 여자들이 뒤엉키듯 죽어 있던 신신양회 사건이 다루어진다. 아버지가 없이 오로지 아마조네스처럼 여자들만의 나라처럼 엄마와 이모들로 이루어졌던 집단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르게 모두 다 죽게 되고 그 자리에서 살아 남은 단 한명은 실명의 상태라 아무것도 모른다. 결정적인 순간을 저장하지 못하는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그녀를 향하던 손, '이 냄새다. 밭에 뿌려 놓은 분뇨라 웅덩이에 고여 썩어가는 오수냄새, 풀숲 건너에서 짐승의 사체가 부패하며 내는 냄새, 단맛이 들어가는 과일향 사이사이로 내 후각은 대번에 이 냄새를 가려냈다.' 라는 처음은 좋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 수록 난해함과 사건이 이어지지 않고 잡설이 길어지는 듯한 우왕좌왕 하는 느낌, 나만 그런가 하면서 읽어 나갔지만 내겐 정말 모를 소설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밝혀지지 않은 신신양회의 '엄마와 이모'에게서 태어났던 아이들은 그녀들이 집단자살을 하고 다시금 모이게 된다. 사회에 나가 그녀들은 자신들의 '엄마와 이모' 들이 저질렀던 '남자사냥' 처럼 아버지가 아닌 아버지의 우수한 정자를 원한다. 그런 그녀들이 하나 둘 임신을 하고 다시금 그들이 태어났던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그곳에 모여 다시금 자신들의 엄마와 이모가 '신신양회' 라는 공장을 세워 그곳을 부흥시켰던 것처럼 그들 또한 어머니의 대를 이어 아버지가 없는 아이를 키우며 공장을 다시 살려낸다. 그 공장을 다시 살려낸 장본인은 다른 아닌 여자가 아닌 그 시대 여자아이들과 함께 태어난 남자아이,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찾았고 그 아버지는 막강한 부를 가진 자이다. 아버지를 이용하여 자신 또한 자신들의 엄마와 이모가 저질렀던 과오를 되살리는 그들, 그들의 미래는?

남자를 찾아나서기 위하여 자신들이 편지에 썼던 'A' 라는 글자는 자신들의 과거사를 밝혀내는 'A' 로 다시금 자신들에게 돌아온다. 종교집단인지 정말 아마조네스인지 밝혀지지 않은 그들에게 'A'  란 무엇이고 책을 읽는 독자가 느껴야 할 'A' 란 무엇일까? 소설이 좀더 다듬어지고 매끄럽게 이어졌거나 아님 완벽한 미스터리 추리물로 가려고 했다면 그 길로 오롯이 가던가 했다면 멋진 소설로 거듭날 수 있었을텐데 소설은 그렇지 않다. 작가의 잡설이 너무 많이 끼어 들고 독자 또한 충분히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사족처럼 너무 많이 끼어 있어 난잡한 소설이 되고 말았다. 내가 읽고 뱉어낸 한마디는 '에이, 괜히 읽었어.' 어쩔 수 없다. 내 감정은.

자음과 모음의 책은 몇 권 읽지 않았지만 다른 소설보다는 좀더 '실험적' 인 소설들이 많다. 읽고 나서 후회한 책이 몇 권 있다. 이게 소설일까 이걸 책이라 해야 하나.. 하며 읽었던 기억이 몇 권 있는데 이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설이 되었다는 것이 아쉽다. 그것도 '하성란' 이란 작가는 내겐 처음이었는데 첫만남이 너무 반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그의 다른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다듬어지고 독자가 반한 만한 '추리물' 아님 다른 장르의 소설을 내 놓을 수도 있었는데 너무 서둘러 내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들, 누군가를 아빠라고 불러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아버지라는 호칭이 상실이나 금기를 뜻한다면 신신양회집 아이들에게 아버지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였다. 모든 단어들이 관계 속에서 태어나 '아버지'는 '어머니', '어머니' 라는 단어는 '아버지' 가 있어 힘을 얻게 되지만, 우리들에게 엄마, 어머니란 단어는 없었다.' 신신양회 아이들에게 아버지란 단어가 없듯이 이 소설엔 무언가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 든다. 어느 한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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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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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주문으로 사인본 받았는데 빨리 읽고 싶어요.따근따근한 김훈 신간 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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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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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드라마로 안방을 누비고 있는 ’성균관 스캔들’ 의 원작, 이 책을 비롯하여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까지 나오자마자 구매를 해 놓고 읽는다 하면며 자꾸 뒤로 밀리다 드라마 때문이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동생의 이름으로 남장을 하고 필사를 해서 겨우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녀가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하여 필사보다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거벽일까지 막혀 시험에 합격을 한다면 좀더 돈벌이가 될까 하여 그동안 어깨너머로 한 공부로 시험장에 나가게 된다. 우연히 그곳에서 만난 이선준과 순돌,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 눈에 반한 둘은 서로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 채 시험을 치기에 좋은 장소를 알려주고 그 덕에 좋은 성적으로 시험에 붙게 되면서 그들의 인연의 끈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픈 동생의 이름을 빌려 남장을 하고 시험에도 응시를 하고 그외 일들을 하는 그녀, 만약에 자신의 변장이 탄로난다면 자신은 물론 윤식도 어머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어디에도 자신있게 나서지 못하지만 그녀의 능력은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비록 남자의 옷 속에 숨겨진채로 살아야 하지만 어떤 남자보다도 배포도 있고 당당하다.그녀의 남장이 탄로나지 않음을 인정하듯 조선 최고의 기녀인 초선에게 먼저 눈에 띄게 된 그녀 ’ 처음 뵙는 선비님의 그윽한 미소가 웃고름만 흔들고 갈 것이지, 어잉하여 이내 마음도 같이 흔들고 가시나요.’  그런 그녀가 동생도 구하고 가정도 일으키고 자신 또한 포부를 이루며 살 수 있을까. 늘 불안불안 하여 먹을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식구들, 하지만 그녀의 앞날은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탄탄하다. 좁은 길을 가려하면 어디에선지 누구에게든지 눈에 띄어 대로를 가게 되는 그녀가 사랑도 이루고 꿈도 이루고 동생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지.

우선은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죄충우돌 ’잘금 4인방’ 의 이야기도 재밌지만 남자인 윤희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정말 어느 한 부분 빠지지 않는 선준과의 사랑이 언제 이루어질지, 이루어지기는 하는지 궁금해진다. 그는 노론의 좌의정 아들이며 윤희는 외가는 노론이지만 아버지가 남인이니 아버지를 따라 자신은 남인인데 그 또한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거기에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남장까지 한 정말 간 큰 여자인데 자신의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발각되는 것은 아닌지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어느모로보나 여자처럼 이쁘장한 외모이지만 누구보다도 당찬 그녀, 신방례에서도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을 척척 잘도 해결한다. 결국 대물이라 불리게 되었지만. 대물이라 부리는 그녀가 이름값을 톡톡히 할지 궁금해지는 소설은 한번 손에 잡으면 놓지를 못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잘금 4인방에 찔금 4인방의 재밌는 인물구성.
인물도 잘 생기기도 집안 배경도 좋고 누구보다 성적도 최고인 그야말로 모든것을 가진 이선준, 그에 비해 배경은 조금 부족하지만 누구보다 노력은 최고이며 노력한 만큼 결과도 최고이고 남자보다 더 남자다운 자신감이 백프로인 누구나 한번 보면 반하는 꽃미남표인 윤희와 겉모습도 최고 먹는 것 또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성균관의 최고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용하와 그에 반대인 겉모습이지만 날카로움 속에 부드러움을 숨기고 있는 재신, 그들은 잘금 사인방이라 하여 그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성균관은 물론 거리가 시끌 거린다. 그들에 반대하여 장의와 병춘등 그들을 시기하고 그들이 가는 길에 늘 걸림돌처럼 반대파인 찔금 사인방과 조화로 소설은 더욱 재밌다. 거기에 스승들과 선준의 머슴 선돌과 용하의 머슴등이 맛깔스럽게 등장을 하면서 최고의 배경으로은 정조도 한몫씩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고 나타나 주시니 그들의 조화는 정말 잘 어울린다.

조선의 문화 르네상스 시대인 정조, 그 시대의 풍속도를 보는 느낌이다.
성균과 유생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도 재밌지만 그 시대의 정치상황이 그려져 더 맛깔스럽다. 선준과 윤희의 연애사만 있었다면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되었겠지만 정치가 가해지고 양반과 그외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지면서 ’남녀칠세 부동석’ 이라는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윤희가 남장을 하여 그것도 함께 기숙을 하는 성균관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이슈인데 그곳에서 연애도 하지 무척 간 큰 이야기도 거기에 여자가 남자로 남장을 하였으니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여권신장까지 고려해 볼만 한 소설이라고 하지 않을까. 여자라고 울타리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이아니라 남자와 동등한 능력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는 그 시대에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 났으나 ’여자’ 여서 그 이름을 더 드높이지 못하고 스러져야 했던 ’허난설현’ 등 비슷한 인물들을 떠 올려 보게도 한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풍속화는 ’정조’ 시대에 이름을 날렸던 김홍도나 신윤복등의 그림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김홍도 보다는 ’신윤복’ 의 그림에 가까운 소설이다. 많은 기녀들이 등장을 하고 살짝 살짝 보일듯 말듯 하면서도 이어질 듯 끊어질 듯 하는 선준과 윤희의 사랑은 신윤복의 그림이나 그 시대의 춘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초선이 가채를 만지기 위하여 들어올린 팔 사이로 들어난 겨드랑이처럼 ’은근미’ 를 소설은 보여주며 연애사와 더불어 문화부흥기였던 정조가 그들의 학습에 기름을 붓듯 열을 올리게 하는 역할로 나와 더욱 흥미진진하면서 연애사와 꼬이게 되는 ’홍벽서’ 는 과연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모든 인간은 제각각 삶의 추를 가슴에 달고 있습니다. 추의 무게도 사람마다 제각각이지요. 나이가 어리다고 하여 나이가 많은 이들보다 반드시 가벼운 삶의 무게를 지닌 것이 아니니, 눈물을 흘려선 안 된다는 법도 없습니다.’ 선준의 말처럼 삶의 추의 무게는 제각각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무게도 제각각 빛을 발한다. 윤식은 누나의 보살핌 속에 더욱 건강을 되찾게 되고 성균관의 문제아 취급을 당하던 재신은 윤희와 선준이 들어옴으로 하여 공부에 열정을 쏟게 된다. 겉모습이야 늘 자유분방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그 속에서 부드러운 연애시도 거침없이 나오는 한마디로 가슴 따듯한 남자이다. 그런 그의 곁에서 잘 감싸는듯 하면서도 늘 서로 다투듯 하는 용하 또한 입만 열면 뒷골목 이야기에 여자 치마속을 들추는 이야기처럼 연애19금의 말만 늘어 놓지만 그의 말속에서는 늘 뼈를 감추고 있고 날카로운 칼이 숨겨져 있다.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세태를 파악하는 발빠른 그인듯 하여 주목하게 만든다. 그런 그들 옆에서 순돌과 그외 유생들의 저마다의 맛이 더해지고 날이 갈수록 윤희에게 깊게 빠져드는 선준의 고뇌가 그려져 더욱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 난 변화를 시키려는 게 아니라, 단지 비난만 하고 끝내는 무능은 저지르고 싶지 않을 뿐이오. 세상에는 완벽한 정책은 없소. 보다 나은 정책이 있을 뿐이지. 그러니 그 어떤 정책이라도 비난이 따를 수밖에 없소. 그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나은 조선을 위한 정책을 알고 싶소,진심으로.’ 그들이 보다 나은 조선을 만드는데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사랑도 이루고 꿈도 이루고 할 수 있을지 주목 되는 소설은 표현이 사실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연서를 읽는 것 같아 가을바람처럼 살랑살랑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뿐만 아니라 성균관 유생들과 정조가 과연 이루어 나갈 앞으로의 향방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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