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 Jane Ey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잔잔함 속에 담아낸 순수한 사랑,제인 에어 2011




감독/ 캐리 후쿠나가
출연/ 마이클 파스밴더(로체스터), 미아 와시코우스카(제인 에어),
제이미 벨(세인트 존 리버), 주디 덴치(페어팩스 부인)...


제인 에어, 원작과 티비에서 보았던 영화를 언제 보았던 것일까 가물가물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다시 구매를 했는데 영화가 얼른 보고 싶어 극장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조조영화로 보았는데 극장은 텅 비었다. 나를 제외한 두팀,그것도 모두 아줌마들이다. 그렇게 다섯명이 앉아서 조용하게 영화를 보았다. 오래전에 원작에 영화에 빠져 들었던 그 느낌이 모두 잊었기에 이 영화를 다시 처음으로 시작하듯 모든것을 비우며 보게 되어서 그런지 잔잔하면서도 그 시대를 느낄 수 있는 의상들이 좋았다.

그녀,모두에게 버려지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외숙모에게 맡겨진 그녀, 하지만 외숙모 또한 그녀를 무슨 벌레대하듯 그녀를 몰아부친다.사랑할 틈을 주지 않는 외숙모 밑에서 불행한 생활을 하다가 기숙학교에 맡겨지지만 사실은 버려지듯 했다. 외숙모는 방학때에도 그녀를 집에 보내지 말고 학교에 두라며 그녀를 버리듯 한다. 너무 매몰차게 굴었던 외숙모, 기숙학교 또한 그녀에게 너무도 아픔을 주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견뎌내고 가정교사 자리르 얻게 된다.

가정교사로 간 집의 주인장인 로체스터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고 로체스터는 지금까지 그가 보아왔던 여자들과는 다른 제인에게서 남다른 감정을 느끼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을 받아 들이기가 힘겹다. 신분과 계급등 모든 것을 벗어난 사랑을 하기엔 너무 버거웠던 것, 그리고 그에겐 결혼할 상대자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녀와 제인을 비교해 보면 너무도 차이가 많이 난다. 하지만 신분이 아닌 눈빛이 살아 있고 남과 다른 사상과 지식을 가진 제인을 택하는 로체스터, 그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자신에게 향하는 사랑을 알게 되지만 그 사랑을 받아 들이기에 너무 힘들었던 그녀,힘겹게 로체스터의 사랑을 받아 들이고 결혼을 하려고 하는 순간에 이미 오래전 결혼했던 아내가 나타나고 그녀가 다름아닌 정신이상자인 집에 불을 질렀던 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제인은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의 곁을 떠난다고 사랑이 멈추어질까. 한편 외숙모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녀를 불러 들이고 진실을 말해준다. 그녀에겐 어머어마한 유산이 남겨지게 된 것. 만약 그녀가 로체스터를 만나기전에 막대한 유산가였다면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

로체스터에게서 벗어나기 위하여 헤매이다 만나게 된 존, 그의 여동생들과 그녀는 가족을 이루고 싶어 하지만 존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하고 그녀에게 숨겨졌던 막대한 유산에 대한 비밀과 로체스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존은 그저 가족으로 받아 들였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 로체스터를 찾아 떠나지만 이미 그에겐 한차례 풍랑이 지난 뒤,집은 불타고 그의 아내는 죽고 그는 눈이 멀어 있다. 그래도 아직 제인에게 향하는 사랑은 식지 않은 그, 그들은 보이는 사랑이 아닌,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영혼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영화는 조금 조용하면서도 잔잔하여 심심하다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고전' 그 틀에 맞추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고전에 충실하려고 한 노력이 보이듯 그시절 의상이나 배경들이 잔잔하게 영화속에 스며들게 한다. 음악 또한 잔잔하니 좋았던 것 같다. 봄날 너무 거창하지 않은 잔잔한 사랑을 찾아 떠나보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페어팩스 부인으로 나온 주디 덴치, 007에서 카리스마 있던 모습이 이 영화에서도 선이 굵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젊은층들과 평행선을 유지하며 영화의 흐름을 잘 잡아 준듯 하다.

배경도 언젠가 브론테자매 이야기와 이 소설이 쓰여진 배경이 나오던 다큐를 본 듯 한데 그 곳에서 촬영했는지 모르겠지만 배경 또한 참 좋았다. 벚꽃피는 사월에 벚꽃배경도 멎지게 나오고 그녀를 향한 로체스터의 거침없는 사랑의 눈빛이 멋졌던 영화이며 제인역의 그녀 미아 와시코우스카 연기 또한 넘 좋았다. 고전에 잔잔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로 원작을 다시 읽고 싶어지게 한다. '제가 가난하고 어리석고 평범하다고 해서... 감정도 영혼도 없는 줄 아세요?' '당신은 탐이 날만큼 특별한 사람이오!' 그녀의 영혼이 탐이 났던 로체스터, 잠시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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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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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무척 재밌고 인상깊게 읽었다. 독특한 구성이라고 해야 할까, 미스터리이면서도 그만의 특색을 뚜렸하게 나타낸 작품이 아닌가 한다. 다섯편의 단편과 그 단편들에 대한 '리들 스토리' 가 말하는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이 쇠락하여 대학교를 포기하듯 하고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고서점에서 일하게 된 요시미츠, 그 일 또한 직업처럼 여기지 않았기에 계산대만 맡아 하듯 하던 그에게 갑자기 커다란 일을 맡길 그녀가 고서점에 나타난다. 카나코, 암으로 돌아가신 평범한 자신의 아버지가 쓴 다섯편의 단편이 있다며 그것을 찾아 달라고 하는 그녀, 큰아버지의 일이겠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 돈이 정말 급박하게 필요하기에 비밀에 부치고 알바생 쇼코와 일을 파헤쳐 나간다.

큰아버지의 고서점도 부동산 버블경기에 오르락내리락 그러다 지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큰아버지 또한 일에 열정을 일어버린듯 알바생이나 요시미츠에게 일을 맡겨 놓고 빠진코에 가는 것이 낙이며 아내마져 오래전 잃었기에 삶에 낙이 없다. 사회에서 퇴물처럼 버려지듯 인생에 어두운 모퉁이를 돌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집합채와 같던 고서점에 카나코가 등장하면서 그나마 요시미츠에게도 삶의 열정이, 서점 일에 대한 열정을 찾게 된다. 다섯편의 단편에는 거액이 걸려 있었던 것, 그것만 찾는다면 다시 복학을 하여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큰아버지에겐 비밀로 하면서 열심히 발로 뛴 덕분에 한 편 한 편 찾아내게 되는 요시미츠, 하지만 찾아내면 찾아낼수록 단편들 속에서 한 사람의 미완의 삶을 보게 된다. '카노 코쿠뱌쿠' 라는 필명으로 단편을 썼던 카나코의 아버지의 삶은 그야말로 비밀덩어리, 그를 만나면 한가지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앤트워프의 총성' 이라는 그가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된 사건,그때 카나코의 나이는 네 살이다. 단편을 찾다보니 카노가 앤트워프의 총성에 대한 사고를 빗대어서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소설이 말하려는 진실은 무엇인지 다가가지 못한다.

'제 생각으로는 환생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건,망자가 이승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한편으로 이 혼탁한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르쳐 주십시오. 그곳에서 삶은 선입니까, 악입니까?' 단편 소설속에는 공통점이 등장한다. 엄마와 아이 아빠 그렇게 등장하면서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로 열린결말을 해 놓았지만 '리들 스토리' 라고 집에는 그가 남겨 놓은 결말이 있다. 단편에 결말을 대입에 보던 요시미츠는 하나의 이야기에 두가지 결말을 대입해도 이야기는 결말이 맞아 든다는 것과 카노와 연관된 사람들을 만나며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하여 듣게 되고 그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다가 다섯편의 단편이 주는 진짜 진실인 결말을 알아내게 된다. 지금까지 단편들이 전해주었던 이야기 속에는 그가 말하지 못했던 진짜 진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야기는 마지막에 반전을 가져다 준다. 소설속에 다섯편의 단편소설이 등장하는 독특한 구성이면서 미스터리이며 단편소설을 남긴 인물의 인생도 그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 요시미츠의 삶도 그리고 고서점 또한 모두가 내리막길처럼 어둡다. '하지만 그것은 카노 코쿠뱌쿠의 소설을 찾는 것을 넘어서 키타자토 산고라는 남자의 과거를 캐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랬다. 다섯편의 단편소설을 찾는 것은 한남자,산고의 과거를 추적하고 그가 일생일대의 커다란 오점으로 남겼던 '앤트워프의 총성' 이라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그 사건이후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처음엔 돈에 눈이 멀어 단편을 찾겠다고 하다가 점점 한남자의 과거와 그 가정에 대한 이야기에 빨려 들듯 다가가면서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는 요시미츠, 소설속 남자의 삶이나 그의 현실의 삶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빨리 그 일을 마무리 하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큰아버지의 고서점이 활발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하고 다니는 일을 큰아버지가 아시면서 표를 내지 않고 있었기에 더이상 속이면서 더부살이를 하고 싶지 않은 요시미츠, 마지막 단편을 찾을 힌트를 그녀에게 주고는 한동안 그나마 열정을 쏟으며 어려운 현실에서 잠시 그를 벗어나게 해준 '다섯편의 단편' 들에서 멀어진다. 어려운 현실과 돈이 무엇보다 필요했던 현실이었기에 덥석 물었던 의례였지만 그것으로 인해 잠시 자신의 현실을 잊었지만 그렇다고 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자신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받아 들이게 되는 요시미츠의 청춘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불안한 청춘과 점점 하락해 가는 고서점과 한남자의 불행했던 삶등은 어찌보면 수평적으로 소설의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미스터리의 또 다른 면을 만난듯 재밌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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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 문인 29人의 춘천연가, 문학동네 산문집
박찬일 외 엮음, 박진호 사진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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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그곳으로 향한 나의 촉수가 곤두선 것은 언제부였을까? 중학시절 국어선생님은 정말 '사운드 오브 뮤직' 에 나오는 마리아처럼 혹은 그녀와 비슷한 외모아 감성을 가진 목소리도 이쁜 여선생님이셨다. 같은 지역에 병원장님 따님이셨던 선생님은 국어책에 나오는 것 외에도 영화나 뮤지컬 그리고 선생님의 추억담을 정말 재밌고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잘해주셨다. 그렇게 선생님의 입에서 어느날 뜻하지 않게 나온 '호반의 도시 춘천' 과 그에 얽힌 추억 이야기는 뇌리에 깊게 박혔다. 꼭 성인이 되거나 대학생이 되면 경천선을 한번 타봐야 할것만 같은 이야기에 빠져 들며 사춘기를 보냈다.

그러다 여고생이 되었고 중학 국어선생님이 들려 주셨던 이야기속 춘천을 갈 기회가 되었다,수학여행을 여러곳 경우하는 곳 중에 춘천 소양강댐이 있었던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고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니 얼마나 이야기가 많을까. 여고시절에도 국어선생님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추억담 속에서 또 다시 춘천을 만났었고 내가 가지 않았지만 왠지 나도 모르게 그곳을 갔다 온것처럼 괜히 물과 산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 있었고 '경춘가도' '경춘선' 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어 친구들과 수능이 끝나면 꼭 한번 경춘선을 타보자는등 이야기를 하던 중에 수학여행중에 그곳에 가게 되었다. 경주부터 많은 일들을 꾸미고 구경 다니느라 피곤했던 친구들은 춘천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곯아 떨어져 자고 있었지만 난 그곳을 향하는 설레임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차창밖 풍경은 정말 멋졌다. 그날따라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날씨였는데 그래서였을까 친구들은 더욱 잠에 빠졌다. 나 혼자 '와..와..' 하며 차창밖 풍경을 감탄하듯 바라보게 되었고 소양강호에 내려서도 친구들은 비가 내리기도 하니 별 반응이 없었는데 난 뭐가 좋다고 그렇게 빗속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던지.. 단발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하얀 얼굴의 가냘픈듯 하면서도 뭔가 눈빛이 살아있던 내모습은 지금도 사진 속에서 날 반겨주고 있다. 친구들은 버스에 타자고 했지만 난 나무밑에서서 소양호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물을 무서워 하던 내게 소양호는 어머니품처럼 따스하게 내게 다가왔었고 그날의 소양호 자신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춘천은 스치듯 내게서 멀어져갈즈음 사회생활을 하며 그곳의 위도로 단체여행을 가게 되었다. 지금은 고슴도치섬이 되었다고 하던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는 듯 한데 그곳으로 떠나는 단체여행은 여름에 이르어졌다. 사회생활 초년병이었고 내게서는 풋풋함이 묻어나던 이십대의 싱그러움이 돋보이던 때, 친구들과 마냥 즐거움에 그곳으로 향하던 차안에서 또 다시 터진 감탄사, 역시 춘천은 호반의 도시라며 정말 좋아하며 가던 위도. 그곳에서 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의 가게 앞에서 무척 굶주린 듯한 연로하신 촌로 한 분이 우유를 하나 사들고 나와서는 빨대를 우유에 꽂기 위해 우유팩을 여는데 여는 곳을 몰라 허둥대고 있었다. 지금 같으면 얼른 뺏어 들고 빨대를 꽂아 드렸을터인데 여럿이 줄서 있고 그땐 무척 더워 짜증도 나고 한참 묘한 기분에 쌓여 있어서 구경만 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한 친구가 나와 할머니의 손에서 빨대와 우유를 뺏어 들고는 우유팩을 열고 빨대를 꽂아 드리며 '맛있게 드세요.' 했던 것이다. 그 말과 충격에 내 더위는 물러간듯 하였고 위도에 도착하여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얼른 나서서 해드리지 못했을까.. 할머니를 구경도 못하고 자라서인지 내게는 조금 낯선 단어이며 존재였던 것인데 그 순간에 모든 것들이 한번에 무너져 내린듯 했다. 물론 위도에서는 정말 재밌고 추억의 순간을 모두 저장해 놓을 사진들까지 고스란히 잘 담아 왔다. 춘천과 위도하면 내겐 그 할머니가 늘 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빨대와 우유를 들고 당황해 하던 할머니, 지금은 먼 기억속 시간들이라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 생각을 하면 죄송스럽고 괜히 미안해진다. 베푼다는 것은 큰것이 아니어도 작은 것에 감사한 것인데 그러지 못한 이십대의 내 얼굴을 보는 듯 하여 얼굴이 붉어진다.

이십대의 춘천이 그렇게 지나고 결혼과 함께 춘천을 다시 가게 되었다. 예고도 없이 결혼을 하게 되고 예고도 없이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 비행기를 타고 국외로 나갈까 국내 제주도로 갈까 했는데 난 너무 식상한 여행은 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그땐 제주도를 가던 시절이다. 남편에게 우리만의 여행이니 추억에 남도록 자유여행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미리 전국지도도 한 장 사 두었지만 남편의 친구들이 결혼식 뒷풀이까지 찐득이처럼 따라와 신혼여행은 뜻하지 않게 갑작스럽게 출발을 해야 했다. 전국지도 한 장 들고 폐백에서 받은 돈을 모두 챙겨 가방에 넣고 남편의 보약 한 상자 차에 실고는 음료수와 먹기리 간단하게 챙겨 뒷자리에 넣고 우린 그냥 달렸다. 그렇게 간 곳이 부산,그리고는 그다음부터는 우리 맘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쉬며 놀며 그렇게 여행을 했다. 사월 벚꽃이 한창이던 시절이라 어디를 가도 너무 멋진 계절이고 시간이었다. 신혼여행이란 티를 내지 않고 그저 쉬며 놀며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안 바닷가를 구경하며 설악산까지 올라게 되었고 설악에서 다시 내륙으로 들어오며 갈만한 곳을 물색하다 어린시절 추억의 그곳 '호반의 도시' 에 들르게 되었다. 우리가 도착한 것은 늦은 저녁, 어느 시장통에 잠자리를 잡고는 '춘천에 왔으니 역시나 닭갈비..' 하며 닭갈비집에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닭갈비를 둘이서 맛이게 먹었다. 춘천의 닭갈비가 그리 다르진 않았지만 신혼여행중이었고 일주일여 여행중에 도착한 그곳에서의 닭갈비 맛은 정말 좋았다. 시장통의 소란스러움과 함께.어른들은 일주일여 여행했으면 돌아올때가 되지 않았니 하셨지만 가고 싶은 곳이 너무도 많았다. 이십여녀전 이야기이니 얼마나 여행에 굶주렸겠는가.춘천의 닭갈비고 먹었으니 '남이섬' 에도 들려야 한다고 했고 남편은 인근한 곳에서 군생활을 했다며 그곳에도 가봐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하여 '남이섬'에도 가고 그가 군생활을 했다는 근처를 지나기도 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 지나쳤던 춘천의 시장통의 소란스러움과 닭갈비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던 설레임이 생각나고 느껴진다. 언제 한번 딸들을 데리고 가봐야지 하는데 그게 안된다.

딸들이 시간적 여유가 나던 몇 년 전에 강릉여행을 가게 되었다. 봄바람이 무척 사납던 봄날에 그곳에 여행을 갔으니 돌아오는 길은 춘천에 들러볼까 했다. 막내가 좋아하는 '춘천막국수'와 큰딸이 좋아하는 '춘천닭갈비' 를 먹고 가자고 하였는데 어찌하다보니 그곳을 들르지 못하고 다음기회로 미르고 말았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춘천을 밟아보지 못하고 있다. 늘 가보고 싶은 '청평사' 다시 맛보고 싶은 신혼여행시절에 먹었던 '춘천닭갈비' 도 다시 먹어보고 싶은데 기회가,아니 여유를 못 내고 있다.그러다 만난 '춘천,마음으로 찍은 풍경' 을 읽다보니 작가들 또한 나처럼 고향이거나 아니면 제2의 고향이 되었거나 그외 어떤 일로 만난 춘천은 그대로 청춘이고 추억이다. 나 또한 내 청춘 한 켠에 춘천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그들의 글을 통해 살짝 들여다보게 되었다. 춘천의 모든 곳과 아름다움 춘천스러운 것을 모두하지는 못했지만 잠시 지나쳤던 청춘의 순간에 춘천이 자리하고 있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음을 본다. 그시절,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춘천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 새롭게 경춘선이 놓이고 춘천가는 길은 빨라 졌는데 그만큼 춘천은 내게서 또는 우리에게서 더 멀어지지 않았나한다. 빨리 가는 길이 좋은게 아니라 모든것을 추억하고 느끼며 천천히 되새김질 하듯 추억을 더듬으며 가는 '비들기호' 같은 느릿함이 춘천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는 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어느 가수의 '춘천가는 기차'라는 노래말처럼 그곳에 가서가 좋은 것이 아닌 그곳으로 가는 동안의 그 설레임이 더 좋은 춘천은 그 이름만으로도 낭만이 느껴지며 안개와 호수가 감싸고 있는 아름다움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다. '고향은 나를 괴롭힌게 아니라 내가 고향을 괴롭힌 것 같다. 이제 춘천은 가을 산길에 피어 있는 한 송이 들국화 같다.' '숨 돌릴 새도 없이 세월이 이어졌지만 춘천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전원다방에서 시작해 전원다방에서 끝난다. 지금은 사라진 아스라한 공간, 전원.전원다방 흥망사는 곧 내 청춘의 흥망사였다.' 누군가의 흥망사를 흡입하다니 그 속에 내 청춘의 흥망사 또한 자리하고 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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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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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이라는 작가를 만난 것은 <잘가라,서커스>라는 작품에서다.처음이었지만 그녀의 작품에 빠져 기억에 콕 박아 놓은 듯 그녀에게서 헤어나질 못하고 그녀의 이름 곁에서 뱅뱅 맴돌았다. 그러다 그녀를 겨우 잊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 작품 <생강> 은 또다시 그녀를 기억하고 그녀의 곁에서 맴돌게 만든다. 생강이란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치나 음식에는 꼭 필요한 양념이다. 나도 생강의 그 알싸한 맛을 싫어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그 맛과 향에 빠져 들고 말았다. 생강이라는 양념은 그 존재를 잊고 있다가 김치를 씹다가 살짝 씹히면 '아..' 하고 그 존재감에 씹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하고 잠시 생강이라는 놈의 매력에 빠져 들다 녀석을 얼른 삼켜 버리게 된다.

선이라는 그녀는 동네 미용실을 하는 엄마와 한달에 한번 정도 집에 들르는 아빠와 살고 있다. 정의로운 일을 하여 훈장을 받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옳바른 일을 하며 살라고 가르쳐 왔기에 지금껏 남의 눈에 나는 일을 하며 산적이 없다. 그녀에겐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그녀만의 추억의 장소인 미용실에 딸린 작은 다락방이 있다. 그곳엔 그녀가 그동안 자라오면서 간직한 모든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곳엔 아빠가 직접 전기도 끓어다 전구도 달아주시곤 했다. 그곳은 겨우 앉을 수 있는 정도의 높이라 그녀는 친구 진이와 가끔 그곳에 누워 추억을 되새겨 보는 재미에 빠져 들곤 하는 그녀에겐 정말 소중한 장소이다.

소설은 끔찍할 정도의 고문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그렇다면 고문을 행하는 이는 누구일까, 소름이 돋고 하얀 털이 곤두서게 하는 무서운 힘을 가하는 인물, 그는 다름아닌 안가인 선의 아빠였던 것이다. 가족은 모두 그가 경찰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모두가 알아주는 고문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인물이었던 것. 하지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의 무서운 행각은 세상에 들어나고 그는 쫒기는 인물이 된 것이다. 딸의 이름이 '선' 이라면 아빠라는 인물은 세상사람들에게 '악' 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모두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다 더이상 물러설 수 없어 가족이 있는 집으로 찾아 들지만 그곳 역시나 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하다가 생각해 낸 곳이 바로 선의 '다락방' 이었다. 그녀에겐 너무 소중한 추억들이 모두 담겨 있는 그곳에 세상의 악이라 불릴 수 있는 고문최고인 아빠라는 인물이 괴물처럼 그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녀가 자리할 때는 소중한 장소이던 곳이 아빠라는 괴물이 차지하고 나니 그곳은 다른 장소로 변했다.

선의 엄마는 다시 돌아온 남편이 반갑고 다른 곳이 아닌 자신의 미용실의 다락방에 숨어 지내게 되니 반갑고 정이 새롭다.맛난 것들도 해서 올려 보지만 그도 하루 이틀 지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두가 힘에 겹다. 딸 선 또한 학교에서조차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 아빠라는 인물은 어느곳에서나 그녀의 발목을 잡고 물귀신처럼 늪에 빠져 들게 한다. 그녀가 세상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살도록 족쇄와 같은 인물이 된 아빠, 그를 다락방에서 내쫒고 싶지만 엄마를 봐서도 그들을 괴롭히는 세상사람들을 향해서도 드러낼 수 없는 오물같다. 다락방을 차지한 아빠라는 존재에 대하여 세삼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씹을수도 없고 뱉을수도 그렇다고 꿀꺽 삼킬수도 없는 생강과 같은 존재인 아빠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들은 병들어가듯 세월만 축낸다. 아빠 또한 다락방에서 괴물처럼 변해간다. 그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딸과 거래를 하기도 하고 아내의 모든 것들을 간섭하려 한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그들이 아니 아빠라는 인물이 다락방에서 얼마나 긴 시간을 세상사람들 눈을 속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빠 때문에 대학도 포기하고 늘 보아오던 엄마의 직업을 대물림하듯 미용사의 길을 걷는 그녀, 하지만 그도 힘들다. 세상에 자신 혼자 던져진것처럼 늘 외롭고 힘들고 집에 오면 다시 '아빠라는 다락방 괴물' 과 마주해야 한다. 딸과 아빠는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다시 보게 된다. 딸을 이해 못해주던 아빠,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던 아빠를 이제는 애기처럼 시중들어주면서 괴물처럼 여기고 있는데 그녀가 원하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무언가 결단을 내야 한다. 소설은 더이상 아빠라는 괴물을 다락방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죄값을 단단히 치르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아빠와 아빠로 인해 세상을 삐딱이로 보았던 그녀가 엄마의 미용실을 이어 받아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선과 악이라는 아빠라는 괴물의 죄값이 싸웠지만 그녀가 이겼다. 희망적으로 모두를 보듬고 있다. 고문을 하는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되고 아빠와 선이라는 딸의 양면성의 대립도 잘 그려냈으며 중간자처럼 자리하는 엄마와 늘 가게앞을 지키는 인물등 아직 버무려지지 않은 재료들을 하나의 맛으로 버무려 내기 위하여 그녀만의 촉각은 바짝 긴장하여 있는 것처럼 나의 하얀 솜털까지 모두 세워 놓는다. 독특한 제목과 함께 그리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인간의 선과 악을 통하여 추억과 현재의 마찰까지 잘 그려냈다. 그녀의 이름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선이라는 그녀가 다시 희망을 찾아 나 또한 밝게 책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그녀가 만약게 아빠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방황을 했다면 내 마음도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도 선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듯 새로 서로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니 다행이다. 그 가족에게 미래는 희망적이니 생강이라는 알싸한 맛이 독특하게 작용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너 고문이 뭔지나 알아?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 되는 게 고문이야. 고문 때문에 이 땅의 청년이 죽었어. 컴컴한 방에서 물을 먹고 죽었다구.지금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 줄 알아? 고문 조작으로 간첩이 된 사람들이야. 조기나 잡으면서 평범하게 살던 어부들을 간첩으로 만드는 게 고문이야. 술 먹고 말 한번 잘못했따가 끌려가서 간첩이 되는게 고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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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세트 - 전3권 펭귄클래식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펭귄 클래식에서 새로 나온 '제인 에어' 다시 읽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다.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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