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햇살이 좋아

 

 

 

어제는 비가 내리고 날이 쌀쌀해서인지 컨디션이 그리 좋지 못했다.

좋은 듯 하면서도 좋다고 말 할 수 없는 그런 날이 있고 하루종일 모두가 일관되게 좋지 못하니

나아졌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수술부위도 아물어 가고 있고

어느 부분은 딱지가 떨어져 나가고 상흔만 남은 곳도 있다. 다행히 비는 어제고 그치고

오늘은 화창,가을햇살이 넘 좋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밖을 향하니 가을바람이 차다.

전에는 이 찬공기가 좋았는데 이젠 감기걸릴까봐 걱정을 하고 몸이 아직 온전하지 못하니

그게 또 걱정이다. 오늘은 진료가 있어 병원에 잠깐 나가야 하는데 찬바람에 감기 걸릴까봐

조심 조심 또 조심을 해야만 한다는..

 

어제 기운이 갑자기 떨어져 오늘 컨디션이 걱정이었는데 가을날씨처럼 내 컨디션도 화창하다.

다행히 오늘 스케즐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듯 한데 별거 아닌것들이 걱정이니...

가을햇살이 넘 좋아 베란다를 한바퀴 돌아 보았다. 옆지기가 물을 주고 며칠 관리를 해주었는데

물을 너무 주어서 새싹이 돋아나던 것이 죽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별탈없이 잘 자라고 있다.

가을햇살 덕분에 바이올렛 잎꽂이를 해 놓은 것들에서는 올망졸망 새 잎이 나오는 것도 있고

어느 군자란은 꽃대를 올리고 있는 바부탱이도 있다. 봄에 올리지 가끔 한 두개가 미리 올라오는

것들을 보면 괜히 웃긴다. 철을 모르는것처럼 말이다.  

 

우리 여시는 오전에 햇살이 좋으면 베란다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일명 '일광욕' 그렇게 햇살을 

충분히 즐긴 후에 햇살이 사라지면 거실 제자리인

소파위에 전기방석이 깔린 따뜻한 자리에서 또 다시

늘어지게 잠을 잔다. 동물도 따뜻한 햇살을 즐길줄 아는데

나만 집안에 박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것처럼 

정지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분명 이 시간을 견디어 내야

좀더 건강한 가을과 겨울을 보낼 수 있는데

이 시간이 정말 무료하고 견디기 힘들다는 것.

분명 모든 것은 다 지나갈텐데 견디어 내는 것이 힘들다.

 

오늘은 외출하는 길에 병원에도 들르고 은행에도 들르고 시내에 나가 보험사에도 들러야 할 듯 한데

괜히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하는 것인지 도통 내 몸은 언제 '예스'라고

말을 해줄지.베란다 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그저 하루하루가 경이롭기만 하다. 분명 내가 병원에

들어갈 때는 푸르던 잎들이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있는 것이 확연히 보였는데 집콕하고 있는 시간,

가을은 더욱 물들어 가고 있다. 이 멋진 시간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한다는 것이 갑갑하지만 내일을 위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고 생각하고 좀더 움츠려 있어야 할까.

아고 가을이 너무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 있다.시.나.브.로...

 

20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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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시월은 내겐 '잔인한 달'이다. 아직 시월이지만 시월 초에 수술후 아직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나 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물론 옆에서 제일 많이 힘든 것은 옆지기이다. 내가 하던 모든 일들을 일과 함께 하려고 하니 힘에 부칠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건강회복이 더 시급한 문제,절대안정을 취하며 건강하게 다시 일어나야 하리라. 구월부터 아파서,아니 그전부터 이상이 있었지만 그런 일이 내게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바로 수술을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에그머니나' 하고 깜짝 놀랬지만 어쩌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필요 없는 것을 떼어 버리고 내가 건강해지는 것이 바람직한 길인것을. 정말 힘든 시간에 내 옆에는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지키고 있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이었다. 간호사샘들이 들어 올 때마다 한마디씩 한다. '나도 이 책 읽었어요.. 이 책 넘 좋죠.' 딱 내가 처한 순간을 표현한 말처럼 제목이 딱 들어 맞았던 것.

 

수술후 삼일동안은 너무 힘들어서 책으로 향하는 마음을 접어야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죽이라도 겨우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정말 아픔을 잊고자 책을  펼쳐 들었는데 내가 지금 멈추어 있다보니 내 자신이 보이고 내 일상인 내 주위가 바로 보이듯이 혜민스님의 말씀이 콕콕 가슴에 별처럼 와서 박힌다. 그동안 나를 돌아보기 보다는 딸들을 위하고 옆지기를 챙기느라 내가 없는 삶처럼 그렇게 일관되게 살아 온듯 하였는데 멈추어 서고나니 비로소 내가 있었다.아니 내가 정지하고 나니 가족 모두가 우왕좌왕,길이 엉켜버리고 말았다. 아픈 와중에도 딸들이 해달라는 것들 해주기 위하여 인터넷을 연결하고 액션을 취해야만 했던 시간, 만약에라면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해보며 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녁 식사로 혼자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마음으로 드세요. '얼마나 힘들었어요, 오늘 하루 이 몸 끌고 이 마음 써가며 사는 것,' 지금 내 자신을 쓰다듬으며 '고생했다.'고 말 한마디 해주세요. 그리고 평소보다 한 시간 먼저 잠을 청하세요. 나이게 주는 선물입니다.'

 

'정말 고생이 많았다. 잘 이겨냈으니 앞으로도 잘 해 낼 수 있을거야. 힘든 시간들 이겨냈으니 힘차게 이 문을 나가게 되겠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감사하고 좀더 건강을 생각하며 살자꾸나.너 자신을 돌아보며 살자꾸나.' 라고 몇 번이나 내게 말했다. 정말 잘 참아낸 힘든 시간들이었다.온 몸에 상처투성이,전장터에서 전투라도 벌이고 온 듯한 여기저기 상처가 내가 힘든 시간을 지나왔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주사바늘을 꽂았던 자리마다 시퍼렇게 멍들었다. 한곳이 아니라 바늘이 지탱을 하지 못해 간을 보듯 찔러 본 자국들,모두 터져서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어 오르고 온전한 곳이 없다. 그리고 수술자리 또한 남들보다 더 많고 크고 그래도 그 모든 시간을 내 몸은 온전하게 이겨내고 있었고 앞으로도 이겨낼 수 있다. 난 이제 괜찮은데 간호사샘들이 더 미안해 하며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빨리 나으시라고.

 

'우리는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나와 가족, 친척,친구,동료,이웃... 이 관계들이 행복해야 삶이 행복한 것입니다. 혼자 행복한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스승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배움이에요. 깨달았다고 해도, 관계 속에 불편함이 남아 있다면 아직 그 깨달음은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힘든 시간 속에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를 이어 나갔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 '희망'을 보았고 얻었다. 비록 아직 온전하지 않지만 더 간강한 시간을 얻기 위하여 힘든 전투를 치른 내 몸,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멈추어 서서 비로소 느끼고 보았다. 그리고 내가 꼭 필요한 사람임을. 그동안 혹사하듯 돌보지 않았던 내 건강, 이젠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지키고 가꾸고 단련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깨달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해 준다.고난의 시간을 견디어 낼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멈추면 정말 나와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보인다.가끔 멈추어 서서 나를 보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기 바쁘다. 나 또한 그렇게 지금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를 보면서 그리고 주위도 보면서 나아가야 한다. 남보다 한발 늦게 걸어가면 어떤가.그렇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누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산행 할 때에도 빨리빨리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사람들은 나무며 꽃이며 바람이며 새소리며 세세한 것을 신경쓰지 못하고 보질 못한다.오로지 정상이 목적이고 목표이기 때문에 그들은 정상만 기억한다.하지만 천천히 천천히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스치는 나무와 풀 하나 하나도 기억할 수 있고 내 몸을 스쳐 지나는 바람도 기억할 수 있다. 무엇이 정석이고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난 그런 가운데 많은 것을 얻는다. 내 삶 또한 '천천히 천천히' 누구보다도 천천히 느리게 걷고 있는데 가끔 이렇게 날 붙잡는 일들이 있다. 잠깐 멈추어서 내 삶을 들여다 보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고 나머지 삶은 감사히 겸허히 받아 들인다.

 

'오늘 하루,당신을 힘들 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

 

'숨은 내 몸 안으로 들어와 내 몸의 일부가 됩니다. 내가 내 쉰 숨은 다시 타인에게 들어가 그의 일부가 됩니다.이처럼 숨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는 서로서로 다 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알의 사과에는 온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땅의 영양분,햇볕, 산소,질소,비,농부의 땀이 들어 있습니다. 온 우주가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안에는 그럼 무엇이 들어가 있을까요? 감사의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내가 정말 힘들고도 무료한 시간에 함께 한 '귀한 말씀,따뜻한 말씀' 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누가 내 옆에서 이런 좋은 말들,위로가 되는 삶의 말을 해 주겠는가. 아픔은 혼자 이겨내고 감내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 이런 위안이 되는 글을 만나지 못했다면 더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참 다행이다. 산다는 것은 참 별거 아닌것 같으면서도 고난 속에서도 늘 희망을 찾고 있다. 별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모두 '감사'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런 시간들 속에서  정말 필요한 '한방울의 물'을 찾고 맛 본 것과 같이 내게 주어진 현실을 탓하고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아 있을수도 있었는데 마음의 위안을 주는 따뜻한 말씀이 나를 일으켜 주는 따뜻한 손길이 되었다. 내 삶이 목마를 때마다 찾아서 읽어봐야할 말씀인듯 하다. 상처에 새살이 돋듯 먼 훗날 다시 만나면 아픔보다는 희망을 먼저 만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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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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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산악 조난 영화로 '클리프 행어' 나 'K2' '버티칼 리미트' 등을 보았다.물론 이와 유사한 내용의 영화들도 있다. 인간의 한계가 무엇인지 시험하듯 주어진 공간과 시간이 험한 겨울 산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그곳에서 살아 남는 극한의 사람들,그리고 그들을 혹독하게 하는 추위와 먹거리 그리고 아픔 등과 싸우며 타인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극한과 싸우는,진정한 인간승리로 거듭나는 이야기들이 있다. 다른 사고 또한 위험하지만 산악사고 또한 정말 위험한데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비행기추락이라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산과 싸워 이겨야 하고 거친 자연과 싸워 이겨내야만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있다. 나 또한 한번의 큰 산행사고를 겪었다. 사고란 아차하는 순간에 일어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가 날 곳이 아니었지만 사고는 그렇게 나고 말았다. 사고가 나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서 벗어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겪었다. 그로 인해 많은 시간을 고통과 싸워야했고 지금은 영광의 상처도 남아 있다. 그런가하면 교훈을 하나 얻기도 했다. 동네 뒷산이라도 무시하지 말고 다니라는 것,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뜻하지 않은 비행기추락사고 뿐만이 아니라 가족간의 소통이 되지 않던 이들이 위기를 순간을 이겨내며 소통의 세계로 돌아온다는 따뜻함을 담고 있어 한번 손에서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든다.비슷한 류의 영화나 소설들이 있지만 말이다. 제인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자살을 겪어야 했고 가족들이 자살,죽음을 겪으며 그녀 또한 자연스럽게 '죽음'이 몸에 베이기라도 하듯 그녀도 자살기도를 한다. 꼭 뭉크의 '절규'그림을 보는 듯한 초반 부분의 느낌, 타인의 죽음이 자신에게 옮겨 오기라도 하듯 그녀는 요양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비행기 안에서 멋지게 자살에 성공할 만반의 계획을 세운다. 모두를 감촉깥이 속였다고 생각하며 비행기 오르지만 옆에 앉은 폴이라는 소년도 맘에 들지 않고 군데 군데 앉은 사람들 또한 그녀에겐 맘에 들지 않는다. 뭐 상관없다 얼마의 시간 후에는 아빠를 만나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옆에 앉은 손이 거친 폴이란 소년의 의미심장한 말, 폭풍이 오고 있고 난기류를 피해 비행기는 급출발에 약간을 노선을 벗어난듯한 운행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녀는 화장실에서 멋지게 '자살'을 할 것이기에 모든 것은 상관없다. 약을 챙겨 화장실로 향하면 곧바로 이젠 어둠의 시간과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약을 털어 넣으려는 순간,비행기가 무엇엔가 부딪힌듯한 소리가 나기도 하고 사람들의 비명소리,무슨 일인가 일어났다.그녀 또한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고 기절을 했다. 화장실 안에서. 그러다 깨어났지만 이것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명 죽음의 세계는 아닌 듯 하고 뜻하지 않게 비행기가 추락을 한 것,그것도 옆자리의 제수없는 폴이란 소년과 말이다. 그녀가 아빠의 죽음에 대한 강박증에 갇혀 있듯 소년 또한 엄마와 형의 죽음 때문에 아버지와 소통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그런 소년과 소녀가 서로 죽음이 아닌 '삶'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로키산맥에서 말이다. 눈 덮인 그곳에서 극한의 먹을 것과 옷가지 침낭을 챙겨 거친 자연속으로 몸을 던지지만 곳곳엔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 뿐이다. 이 산에서 살아서 내려갈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다행히 폴이란 소년이 거친 삶을 살아와서인지 길을 잘 인도하니 죽으려고 맘을 먹었던 제인 또한 살고자 하는 힘이 생긴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소통하고 삶기 위하여 사투를 벌인다.거친 자연 속에서.

 

다른 듯 하면서도 너무도 닮아 있는 두 소년과 소녀, 그들은 짐처럼 여겨졌던 과거의 시간을 서로의 상처를 이야기하면서 공감하고 치유해 나가고 그렇게 살고자 노력을 한다. 죽기 위해 자신의 팔을 긋던 제인은 살기 위해 토끼를 잡기도 하고 거친 자연 속에 혼자 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둘을 살여 둘 순 없었던 것일까? 잠싼의 실수로 폴이 사고를 당하게 되고 혼자서 삶의 길을 헤쳐 산을 내려와야 했던 제인, 어제의 제인이 아닌 이젠 야생녀가 다 된것처럼 거친 자연 속에서도 거뜬하게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자연에 적응해 가면서 점점 단단해져 간다. 하지만 그녀에게 무한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빨리 누군가를 만나야 폴을 살려 낼 수 있는데 폴이 살아 남을 가능성은 너무 희박했다. 그녀 또한 삶의 희망을 보기는 너무도 거친 자연, 그 속에 한줄기 빛은 있어 다행히 살아 남지만 폴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제인,그녀가 비행기 추락사고 후에 폴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가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극한의 상황에서 우정을 나누고 온기를 나누고 희망을 나누고 소통을 했던 폴이 있어 주었기에 그녀 또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그러고보면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 남기 어려운 곳이기도 한 듯 하다. 누군가와 부딪혀가며 배우고 부대끼고 그런 속에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자살'의 반대로 하면 '살자'라는 말이 된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자살을 품었던 제인이 살아야 한다는 삶의 끈을 놓치 않게 된 것 또한 그녀와 똑같은 모습의 폴을 봄으로 하여 더욱 살아야 한다는 강한 희망을 품게 되는 '서바이브',세상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아야 하고 산 자의 것이다. 죽음을 꿈꾸었던 그녀에게 비행기추락사고와 폴과의 시간은 분명 너무도 혹된 시련의 시간이지만 그것으로 과거와 소통하고 희망찬 미래와 손을 잡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한 일이다. 온실속에 갇혀 있기 보다는 거친 자연에 내 몰렸기에 더욱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짐하게 되었겠지만 그녀 안에 폴의 죽음을 그러 안고 살아야 한다니 또 씁쓸하다. 하지만 살아 남았기에 세상은 그녀의 것이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암흑이었다면 분명 살아 남은 후의 삶은 '감사'로 바뀔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살아서 다시 숨쉬게 된 시간들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고 덤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덤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서바이브는 우리에게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한다.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라고 하는 것 같다. 비록 지금 거친 자연 속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희망을 만날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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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덕이 푸른숲 어린이 문학 28
임정진 지음, 이윤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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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가는 산과 사찰 중에는 안성의 서운산에 있는 청룡사가 있다. 작은 사찰이지만 안정적이면서 뒤와 앞으로 펼쳐지는 아담한 서운산과 함께 청룡저수지가 참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는 곳이다. 이곳을 가는 길 입구에는 '바우덕이묘'로 가는 이정표가 있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늘 마음만은 그곳을 들러 청룡사로 향한 기분이 든다.왜일까? 안성은 '바우덕이' 뿐만이 아니라 문화 아이콘이 참 많기도 하고 잘 활용되어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지역으로 거듭난 곳이라 볼거리로 많고 체험할 것도 많은 곳이다. 그중에서 어름사니가 펼치는 '줄타기'는 세계 어느 곳의 줄타기 보다도 더욱 돋보이며 '왕의 남자'로 인해 우리에게 더 각인된 문화 이기도 하다.

 

금녀의 무대인 '남사당패' 그곳에서 꼭두쇠가 되어 남사당패를 이끌었던 인물인 '바우덕이','바우덕이가 소고만 들어도 돈 나온다. 바우덕이가 치마만 들어도 돈 나온다. 바우덕이가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진다.' 그녀를 이르는 수식어에는 '돈' 이 함께 한다. 다른 남사당패와는 구별이 가기도 했지만 아릿따운 여자가 줄타기및 노래 장구 모든 것을 아우르며 잘했으니 놀음판에서 이보다 더 인기있는 남사당패가 있었을까? 거기에 안성 청룡사라는 곳은 위로는 경기와 아래로는 충청 전라를 향할 수 있는 교통의 중심과 같은 곳에 있었으니 어디로든 그들의 활로를 뻗어 나갈 수 있는 잇점이 있었으며 다른 남사당패와 다르게 '바우덕이'라는 '치마만 들춰도 돈 나온다'라는 인물이 꼭두쇠를 하고 있었으니 왜 안그렇겠는가. 그런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면 좋으련만 개똥이 쇠똥이처럼 남들이 괄시하고 평범한 민초의 삶이었으니 기록이 아닌 구전에 의한 것에 의지하니 작가들의 창작열에 따라 그녀의 재주는 더 빛나게 보일듯도 한데 이 책에서는 그녀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하여 남사당패로 들어와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게 되었는지 사실감 있고 재밌게 표현해 놓았다. 거기에 난 '청룡사'라는 절을 잘 알고 있으니 좀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읽을 수 있어 재밌게 읽었다.

 

 

바우덕이,그녀의 몸에 베인 재주를 어쩌면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아닌것인가 하는 의미에서 그녀의 집 나간 어머니가 그리 표현된 것은 아닐까? 어린 나이에 병든 아버지를 남겨 놓고 집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그런 가운데 아버지의 병은 점점 깊어만 가고 그런 아버지의 친구였던 곰뱅이쇠 아저씨가 아버지의 마지막을 돌봐 주시고 바우덕이까지 거두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곰뱅이쇠 아저씨를 따라 남사당패가 머무르고 있는 청룡사 요사채에 와서 눈치밥을 먹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보는 대로 자신의 재능으로 갈고 닦아 다부진 아이로 거듭나는 바우덕이,금녀의 공간인 남사당패에 바우덕이를 둔 다는 것은 화근이 될지 모른다고 모두들 한소리씩 했지만 그녀는 그녀나름의 뿌리를 그곳에 내리고 있었던 것,공양 보살마져 그녀에게 살갑게 대하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어머니처럼 혹은 할머니처럼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 주었지만 인생이란 기다려주지 않는 것,그녀가 놀이판을 다녀 온 후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그녀를 위해 옷 한벌 이쁘게 갈무리 해 놓고 가실 정도로 정을 주게 만드는 아이였던 것.

 

그녀를 품어 준 것은 남사당패 뿐만이 아니라 청룡사 공양 보살 뿐만이 아니라 주지 스님 또한 그녀의 인생에 큰 힘이 되어 준다. 자연목을 이용하여 그대로 청룡사 대웅전 기둥이 된 나무를 보며 주지 스님은 그녀에게 교훈과 같은 말씀을 해 주신다. '아가, 이 기둥들은 울퉁불퉁해도 부처님을 든든히 모시는 집을 세우고 있지 않니? 매끈해야만 기둥 노릇을 하는 건 아니란다.말을 거칠게 한다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니듯이 말이다.내가 비밀 하나 가르쳐 줄까?...이 기둥을 세울 때 말이다. 이 나무가 따에서 살 적에 뿌리 쪽이었던 부분을 반드시 아래로 해서 세운단다.' 그녀의 인생 또한 매끄러운 나무가 아니듯이 울퉁불퉁하다. 그렇다고 부처님을 모시는 기둥이 되지 못할 것도 없는 대웅전의 기둥들처럼 그녀 인생 또한 잘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꼭 대단한 부모님과 배경을 타고 나야 잘 되는 법은 없다.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여 재주를 갈고 닦는다면 그녀 또한 훌륭한 남사당패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꼭 그것이 남자만 된다는 보장도 없는 법이고 여자가 안된다면 그녀가 한번 해보는 것이다,청룡사 대웅전의 울퉁불퉁한 기둥처럼 말이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치듯 그녀가 습득해간 노래나 재주들은 어쩌면 그녀가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 이었는지 모른다. 누구보다 더 몸으로 가난과 부모의 품을 그리워 하고 없이 살아 보았기 때문에 배 곯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재주를 배워서 놀이판에서 그녀의 몫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그런가하면 한편으로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찾는 길이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다면 다시 엄마가 찾아와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래도 익히도 장구도 익히고 줄타기도 하지 않았을까. 피 나는 노력없이 '바우덕이 치마만 들춰도 돈 나온다'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그녀를 냉대하던 사람들도 그녀가 안성 남사당패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를 꼭두쇠로 인정해주는가 하면 그녀의 그늘에서 등 따시고 배 곯지 않는 그런 시간들을 보냈으리라.

 

그런가하면 궁궐에서도 기별이 왔다. '경복궁에 와서 연희판을 펼치어라.' 라는 감치 광대가 궁궐을 출입한다 것,그것도 대원군이 그녀에게 '참으로 귀한 재주로다. 저 어름사니에게 옥관자를 내려 그 공을 모두가 높이 여기게 하여라.' 라고 하여 당상관 정3품에게 내리는 옥관자를 내렸다니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폭풍에 휩쓸리게 만들어 젊은 나이게 어느 골에 묻혔는지도 모르게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청룡리 어딘가에서 그녀의 혼백은 지금도 노래를 부르고 줄타기를 하며 놀이판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고관대작이 나라의 큰 일을 위해 제 목숨을 걸고 줄 위에 올라 저리 뛰겠느냐.' 바우덕이 한 많은 인생은 안성 남사당패의 꼭두쇠가 되고 대원군이 내리는 옥관자까지 받게 된 어름사니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의 삶은 어미에게 버려지고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로 남겨진 어린 바우덕이의 가난하고 불행한 삶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녀 스스로 개척해 나가듯 금녀의 무대인 남사당패의 꼭두쇠로 거듭나기까지 고난의 삶이었으리라.

 

 

청룡사 일주문을 드나들며 놀이판을 떠나고 보살들과 함게 어울려 놀이판이 없는 기간에는 눈치밥을 먹지 않기 위하여 어린 고사리손으로 설거지도 마다하지 않고 했을 바우덕이,그 공간에서 잠시나마 나 또한 그녀의 시간과 만나본다. 돌계단을 오르고 일주문 문턱을 넘어서며 그녀는 무슨 다짐을 하며 청룡사 대웅전과 마주했을까? 집 나간 어미를 찾게 해달라고 했을까? 자신의 미천한 재주로 모두가 신명나는 삶을 다시 재충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을까?  청룡사 일주문을 다시 들어서면 이젠 그녀의 장구소리가 '덩기덕 쿵더러러러' 하고 맞이할 듯 하기도 하고 서운산을 울리는 쟁쟁쟁 노래소리가 울릴것만 같다. '육칠 월 흐린 날/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 곰뱅이 물고/ 잠뱅이 입고 낫 갈아 차고/ 큰 가래 메고 호미 들고 채찍 들고/ 수수땅잎 뚝 제쳐 머리를 질끈 동이고/ 검은 암소 고삐를 툭 제쳐/ 이랴 어디야 낄낄 소 몰아 가는/ 노랑 대가리 더벅머리 아희 놈/ 게 좀 섰거라 말 물어보자/' 바우덕이 그녀는 조선시대 그녀 스스로 '유리천정' 을 깨고 그 위에 올라서지 않았을까.그녀를 오늘날까지 있게 한 것은 모두 그녀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노력없이 얻는 것은 없다. '마음이 흔들리면 몸도 흔들린다.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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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새싹 인물전 51
이은정 지음, 김혜리 그림 / 비룡소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글 훈민정음은 정말 뛰어난 글자야! 스물여덟 자만 알면 어떤 말도 다 쓸 수 있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한자만 치켜세우고 우리글은 돌보지 않았어. 우리글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아름다운지 아무도 눈여겨본 사람이 없었던거야.나는 훈민정음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어. 한글이란 이름도 내가 지어 준 거야! 우리글에는 역시 우리말 이름이지!' 한때는 우리말 이름을 짖는 것이 유행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왠지 모르게 한자 이름을 지어야만 할것 같은,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쓰게 되는 이름 칸에 늘 '한자이름' 이 있으니 한자가 있어야 제대로 된 이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말로 이름을 지으면 나이가 들어서 이상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드는데 우리말 이름은 한자보다 더 이쁘고 값진 이름들도 많은데 왜 그럴까.

 

주시경은 서당 훈장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한문 공부에 열심이었다. 그러던차에 서울에서 살고 있는 큰아버지가 병으로 자식을 모두 잃게 되고 둘째인 그를 데려다 키우게 되면서 열다섯,그는 한글 공부에 눈을 뜨게 된다. 우리글이 있으면서 왜 한문공부를 해야할까? 한문으로는 제대로 우리말을 다 표현하지도 못하는데 어렵게 꼭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글에 더 열심이었던 그는 배재학당에 입학해 신학문을 배우게 되면서 더욱 우리말 우리글에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한자로는 제대로 우리말을 표현못한다면 우리글로 표현하는 우리말 우리글은 어떨까 하며 실생활에 맞는 우리글 우리말 작업을 하기도 하며 서재필과 함께 우리글로 <독립신문>을  펴 내는 일에 동참하기도 한다.

 

그리곤 배재학당을 졸업하고는 서울 시내 학교를 돌며 국어 강습에 나섰고 누구보다 열심히 보따리 보따리 국어에 대한 열정이 넘쳤났던 분이다. 그런 그가 원대한 꿈을 품었지만 건강이 꿈을 좇아 가기엔 멀었는가보다. 하지만 그가 이룬 일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터전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가. 아이들의 눈높이게 맞게 재밌는 동화형식으로 쓰여진 '새싹 인물전편' 주시경은 인물이해에 도움이 되는 동화형식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으로 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편이 있어 쉽고 재밌게 인물에 다가갈 수 있을 듯 하다.

 

우리글 우리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어느 언어보다 과학적이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언어가 없는 민족들이 한글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가하면 글씨의 독특함 때문에 여러 곳에 응용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래어와 함께 우리글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신조어들도 많이 등장하고 한글파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언어들이 나오기도 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사라져 가고 있는 듯도 하여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재밌고 유익하게 읽으며 인터넷 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좀더 한글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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