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시월은 내겐 '잔인한 달'이다. 아직 시월이지만 시월 초에 수술후 아직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나 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물론 옆에서 제일 많이 힘든 것은 옆지기이다. 내가 하던 모든 일들을 일과 함께 하려고 하니 힘에 부칠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건강회복이 더 시급한 문제,절대안정을 취하며 건강하게 다시 일어나야 하리라. 구월부터 아파서,아니 그전부터 이상이 있었지만 그런 일이 내게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바로 수술을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에그머니나' 하고 깜짝 놀랬지만 어쩌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필요 없는 것을 떼어 버리고 내가 건강해지는 것이 바람직한 길인것을. 정말 힘든 시간에 내 옆에는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지키고 있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이었다. 간호사샘들이 들어 올 때마다 한마디씩 한다. '나도 이 책 읽었어요.. 이 책 넘 좋죠.' 딱 내가 처한 순간을 표현한 말처럼 제목이 딱 들어 맞았던 것.

 

수술후 삼일동안은 너무 힘들어서 책으로 향하는 마음을 접어야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죽이라도 겨우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정말 아픔을 잊고자 책을  펼쳐 들었는데 내가 지금 멈추어 있다보니 내 자신이 보이고 내 일상인 내 주위가 바로 보이듯이 혜민스님의 말씀이 콕콕 가슴에 별처럼 와서 박힌다. 그동안 나를 돌아보기 보다는 딸들을 위하고 옆지기를 챙기느라 내가 없는 삶처럼 그렇게 일관되게 살아 온듯 하였는데 멈추어 서고나니 비로소 내가 있었다.아니 내가 정지하고 나니 가족 모두가 우왕좌왕,길이 엉켜버리고 말았다. 아픈 와중에도 딸들이 해달라는 것들 해주기 위하여 인터넷을 연결하고 액션을 취해야만 했던 시간, 만약에라면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해보며 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녁 식사로 혼자 라면을 끓여 먹더라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마음으로 드세요. '얼마나 힘들었어요, 오늘 하루 이 몸 끌고 이 마음 써가며 사는 것,' 지금 내 자신을 쓰다듬으며 '고생했다.'고 말 한마디 해주세요. 그리고 평소보다 한 시간 먼저 잠을 청하세요. 나이게 주는 선물입니다.'

 

'정말 고생이 많았다. 잘 이겨냈으니 앞으로도 잘 해 낼 수 있을거야. 힘든 시간들 이겨냈으니 힘차게 이 문을 나가게 되겠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감사하고 좀더 건강을 생각하며 살자꾸나.너 자신을 돌아보며 살자꾸나.' 라고 몇 번이나 내게 말했다. 정말 잘 참아낸 힘든 시간들이었다.온 몸에 상처투성이,전장터에서 전투라도 벌이고 온 듯한 여기저기 상처가 내가 힘든 시간을 지나왔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주사바늘을 꽂았던 자리마다 시퍼렇게 멍들었다. 한곳이 아니라 바늘이 지탱을 하지 못해 간을 보듯 찔러 본 자국들,모두 터져서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어 오르고 온전한 곳이 없다. 그리고 수술자리 또한 남들보다 더 많고 크고 그래도 그 모든 시간을 내 몸은 온전하게 이겨내고 있었고 앞으로도 이겨낼 수 있다. 난 이제 괜찮은데 간호사샘들이 더 미안해 하며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빨리 나으시라고.

 

'우리는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나와 가족, 친척,친구,동료,이웃... 이 관계들이 행복해야 삶이 행복한 것입니다. 혼자 행복한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스승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는 배움이에요. 깨달았다고 해도, 관계 속에 불편함이 남아 있다면 아직 그 깨달음은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힘든 시간 속에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를 이어 나갔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 '희망'을 보았고 얻었다. 비록 아직 온전하지 않지만 더 간강한 시간을 얻기 위하여 힘든 전투를 치른 내 몸,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멈추어 서서 비로소 느끼고 보았다. 그리고 내가 꼭 필요한 사람임을. 그동안 혹사하듯 돌보지 않았던 내 건강, 이젠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지키고 가꾸고 단련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깨달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해 준다.고난의 시간을 견디어 낼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멈추면 정말 나와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보인다.가끔 멈추어 서서 나를 보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기 바쁘다. 나 또한 그렇게 지금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를 보면서 그리고 주위도 보면서 나아가야 한다. 남보다 한발 늦게 걸어가면 어떤가.그렇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누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산행 할 때에도 빨리빨리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사람들은 나무며 꽃이며 바람이며 새소리며 세세한 것을 신경쓰지 못하고 보질 못한다.오로지 정상이 목적이고 목표이기 때문에 그들은 정상만 기억한다.하지만 천천히 천천히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도 스치는 나무와 풀 하나 하나도 기억할 수 있고 내 몸을 스쳐 지나는 바람도 기억할 수 있다. 무엇이 정석이고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난 그런 가운데 많은 것을 얻는다. 내 삶 또한 '천천히 천천히' 누구보다도 천천히 느리게 걷고 있는데 가끔 이렇게 날 붙잡는 일들이 있다. 잠깐 멈추어서 내 삶을 들여다 보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고 나머지 삶은 감사히 겸허히 받아 들인다.

 

'오늘 하루,당신을 힘들 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이고, 당신을 기쁘게 한 사람도 당신의 스승입니다.'

 

'숨은 내 몸 안으로 들어와 내 몸의 일부가 됩니다. 내가 내 쉰 숨은 다시 타인에게 들어가 그의 일부가 됩니다.이처럼 숨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는 서로서로 다 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알의 사과에는 온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땅의 영양분,햇볕, 산소,질소,비,농부의 땀이 들어 있습니다. 온 우주가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안에는 그럼 무엇이 들어가 있을까요? 감사의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내가 정말 힘들고도 무료한 시간에 함께 한 '귀한 말씀,따뜻한 말씀' 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누가 내 옆에서 이런 좋은 말들,위로가 되는 삶의 말을 해 주겠는가. 아픔은 혼자 이겨내고 감내하는 것이지만 그 속에 이런 위안이 되는 글을 만나지 못했다면 더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참 다행이다. 산다는 것은 참 별거 아닌것 같으면서도 고난 속에서도 늘 희망을 찾고 있다. 별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모두 '감사'한 것으로 여겨지는 그런 시간들 속에서  정말 필요한 '한방울의 물'을 찾고 맛 본 것과 같이 내게 주어진 현실을 탓하고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아 있을수도 있었는데 마음의 위안을 주는 따뜻한 말씀이 나를 일으켜 주는 따뜻한 손길이 되었다. 내 삶이 목마를 때마다 찾아서 읽어봐야할 말씀인듯 하다. 상처에 새살이 돋듯 먼 훗날 다시 만나면 아픔보다는 희망을 먼저 만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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