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덕이 푸른숲 어린이 문학 28
임정진 지음, 이윤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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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가는 산과 사찰 중에는 안성의 서운산에 있는 청룡사가 있다. 작은 사찰이지만 안정적이면서 뒤와 앞으로 펼쳐지는 아담한 서운산과 함께 청룡저수지가 참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는 곳이다. 이곳을 가는 길 입구에는 '바우덕이묘'로 가는 이정표가 있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늘 마음만은 그곳을 들러 청룡사로 향한 기분이 든다.왜일까? 안성은 '바우덕이' 뿐만이 아니라 문화 아이콘이 참 많기도 하고 잘 활용되어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지역으로 거듭난 곳이라 볼거리로 많고 체험할 것도 많은 곳이다. 그중에서 어름사니가 펼치는 '줄타기'는 세계 어느 곳의 줄타기 보다도 더욱 돋보이며 '왕의 남자'로 인해 우리에게 더 각인된 문화 이기도 하다.

 

금녀의 무대인 '남사당패' 그곳에서 꼭두쇠가 되어 남사당패를 이끌었던 인물인 '바우덕이','바우덕이가 소고만 들어도 돈 나온다. 바우덕이가 치마만 들어도 돈 나온다. 바우덕이가 줄 위에 오르니 돈 쏟아진다.' 그녀를 이르는 수식어에는 '돈' 이 함께 한다. 다른 남사당패와는 구별이 가기도 했지만 아릿따운 여자가 줄타기및 노래 장구 모든 것을 아우르며 잘했으니 놀음판에서 이보다 더 인기있는 남사당패가 있었을까? 거기에 안성 청룡사라는 곳은 위로는 경기와 아래로는 충청 전라를 향할 수 있는 교통의 중심과 같은 곳에 있었으니 어디로든 그들의 활로를 뻗어 나갈 수 있는 잇점이 있었으며 다른 남사당패와 다르게 '바우덕이'라는 '치마만 들춰도 돈 나온다'라는 인물이 꼭두쇠를 하고 있었으니 왜 안그렇겠는가. 그런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면 좋으련만 개똥이 쇠똥이처럼 남들이 괄시하고 평범한 민초의 삶이었으니 기록이 아닌 구전에 의한 것에 의지하니 작가들의 창작열에 따라 그녀의 재주는 더 빛나게 보일듯도 한데 이 책에서는 그녀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하여 남사당패로 들어와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게 되었는지 사실감 있고 재밌게 표현해 놓았다. 거기에 난 '청룡사'라는 절을 잘 알고 있으니 좀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읽을 수 있어 재밌게 읽었다.

 

 

바우덕이,그녀의 몸에 베인 재주를 어쩌면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아닌것인가 하는 의미에서 그녀의 집 나간 어머니가 그리 표현된 것은 아닐까? 어린 나이에 병든 아버지를 남겨 놓고 집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그런 가운데 아버지의 병은 점점 깊어만 가고 그런 아버지의 친구였던 곰뱅이쇠 아저씨가 아버지의 마지막을 돌봐 주시고 바우덕이까지 거두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곰뱅이쇠 아저씨를 따라 남사당패가 머무르고 있는 청룡사 요사채에 와서 눈치밥을 먹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보는 대로 자신의 재능으로 갈고 닦아 다부진 아이로 거듭나는 바우덕이,금녀의 공간인 남사당패에 바우덕이를 둔 다는 것은 화근이 될지 모른다고 모두들 한소리씩 했지만 그녀는 그녀나름의 뿌리를 그곳에 내리고 있었던 것,공양 보살마져 그녀에게 살갑게 대하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어머니처럼 혹은 할머니처럼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 주었지만 인생이란 기다려주지 않는 것,그녀가 놀이판을 다녀 온 후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그녀를 위해 옷 한벌 이쁘게 갈무리 해 놓고 가실 정도로 정을 주게 만드는 아이였던 것.

 

그녀를 품어 준 것은 남사당패 뿐만이 아니라 청룡사 공양 보살 뿐만이 아니라 주지 스님 또한 그녀의 인생에 큰 힘이 되어 준다. 자연목을 이용하여 그대로 청룡사 대웅전 기둥이 된 나무를 보며 주지 스님은 그녀에게 교훈과 같은 말씀을 해 주신다. '아가, 이 기둥들은 울퉁불퉁해도 부처님을 든든히 모시는 집을 세우고 있지 않니? 매끈해야만 기둥 노릇을 하는 건 아니란다.말을 거칠게 한다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니듯이 말이다.내가 비밀 하나 가르쳐 줄까?...이 기둥을 세울 때 말이다. 이 나무가 따에서 살 적에 뿌리 쪽이었던 부분을 반드시 아래로 해서 세운단다.' 그녀의 인생 또한 매끄러운 나무가 아니듯이 울퉁불퉁하다. 그렇다고 부처님을 모시는 기둥이 되지 못할 것도 없는 대웅전의 기둥들처럼 그녀 인생 또한 잘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다. 꼭 대단한 부모님과 배경을 타고 나야 잘 되는 법은 없다.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여 재주를 갈고 닦는다면 그녀 또한 훌륭한 남사당패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꼭 그것이 남자만 된다는 보장도 없는 법이고 여자가 안된다면 그녀가 한번 해보는 것이다,청룡사 대웅전의 울퉁불퉁한 기둥처럼 말이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치듯 그녀가 습득해간 노래나 재주들은 어쩌면 그녀가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 이었는지 모른다. 누구보다 더 몸으로 가난과 부모의 품을 그리워 하고 없이 살아 보았기 때문에 배 곯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재주를 배워서 놀이판에서 그녀의 몫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그런가하면 한편으로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찾는 길이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다면 다시 엄마가 찾아와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래도 익히도 장구도 익히고 줄타기도 하지 않았을까. 피 나는 노력없이 '바우덕이 치마만 들춰도 돈 나온다'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그녀를 냉대하던 사람들도 그녀가 안성 남사당패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를 꼭두쇠로 인정해주는가 하면 그녀의 그늘에서 등 따시고 배 곯지 않는 그런 시간들을 보냈으리라.

 

그런가하면 궁궐에서도 기별이 왔다. '경복궁에 와서 연희판을 펼치어라.' 라는 감치 광대가 궁궐을 출입한다 것,그것도 대원군이 그녀에게 '참으로 귀한 재주로다. 저 어름사니에게 옥관자를 내려 그 공을 모두가 높이 여기게 하여라.' 라고 하여 당상관 정3품에게 내리는 옥관자를 내렸다니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폭풍에 휩쓸리게 만들어 젊은 나이게 어느 골에 묻혔는지도 모르게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청룡리 어딘가에서 그녀의 혼백은 지금도 노래를 부르고 줄타기를 하며 놀이판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고관대작이 나라의 큰 일을 위해 제 목숨을 걸고 줄 위에 올라 저리 뛰겠느냐.' 바우덕이 한 많은 인생은 안성 남사당패의 꼭두쇠가 되고 대원군이 내리는 옥관자까지 받게 된 어름사니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의 삶은 어미에게 버려지고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로 남겨진 어린 바우덕이의 가난하고 불행한 삶에 머물러 있지 않고 그녀 스스로 개척해 나가듯 금녀의 무대인 남사당패의 꼭두쇠로 거듭나기까지 고난의 삶이었으리라.

 

 

청룡사 일주문을 드나들며 놀이판을 떠나고 보살들과 함게 어울려 놀이판이 없는 기간에는 눈치밥을 먹지 않기 위하여 어린 고사리손으로 설거지도 마다하지 않고 했을 바우덕이,그 공간에서 잠시나마 나 또한 그녀의 시간과 만나본다. 돌계단을 오르고 일주문 문턱을 넘어서며 그녀는 무슨 다짐을 하며 청룡사 대웅전과 마주했을까? 집 나간 어미를 찾게 해달라고 했을까? 자신의 미천한 재주로 모두가 신명나는 삶을 다시 재충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을까?  청룡사 일주문을 다시 들어서면 이젠 그녀의 장구소리가 '덩기덕 쿵더러러러' 하고 맞이할 듯 하기도 하고 서운산을 울리는 쟁쟁쟁 노래소리가 울릴것만 같다. '육칠 월 흐린 날/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 곰뱅이 물고/ 잠뱅이 입고 낫 갈아 차고/ 큰 가래 메고 호미 들고 채찍 들고/ 수수땅잎 뚝 제쳐 머리를 질끈 동이고/ 검은 암소 고삐를 툭 제쳐/ 이랴 어디야 낄낄 소 몰아 가는/ 노랑 대가리 더벅머리 아희 놈/ 게 좀 섰거라 말 물어보자/' 바우덕이 그녀는 조선시대 그녀 스스로 '유리천정' 을 깨고 그 위에 올라서지 않았을까.그녀를 오늘날까지 있게 한 것은 모두 그녀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노력없이 얻는 것은 없다. '마음이 흔들리면 몸도 흔들린다.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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