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산악 조난 영화로 '클리프 행어' 나 'K2' '버티칼 리미트' 등을 보았다.물론 이와 유사한 내용의 영화들도 있다. 인간의 한계가 무엇인지 시험하듯 주어진 공간과 시간이 험한 겨울 산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그곳에서 살아 남는 극한의 사람들,그리고 그들을 혹독하게 하는 추위와 먹거리 그리고 아픔 등과 싸우며 타인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극한과 싸우는,진정한 인간승리로 거듭나는 이야기들이 있다. 다른 사고 또한 위험하지만 산악사고 또한 정말 위험한데 그것이 어쩔 수 없는 비행기추락이라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산과 싸워 이겨야 하고 거친 자연과 싸워 이겨내야만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있다. 나 또한 한번의 큰 산행사고를 겪었다. 사고란 아차하는 순간에 일어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고가 날 곳이 아니었지만 사고는 그렇게 나고 말았다. 사고가 나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서 벗어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겪었다. 그로 인해 많은 시간을 고통과 싸워야했고 지금은 영광의 상처도 남아 있다. 그런가하면 교훈을 하나 얻기도 했다. 동네 뒷산이라도 무시하지 말고 다니라는 것,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뜻하지 않은 비행기추락사고 뿐만이 아니라 가족간의 소통이 되지 않던 이들이 위기를 순간을 이겨내며 소통의 세계로 돌아온다는 따뜻함을 담고 있어 한번 손에서 잡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든다.비슷한 류의 영화나 소설들이 있지만 말이다. 제인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자살을 겪어야 했고 가족들이 자살,죽음을 겪으며 그녀 또한 자연스럽게 '죽음'이 몸에 베이기라도 하듯 그녀도 자살기도를 한다. 꼭 뭉크의 '절규'그림을 보는 듯한 초반 부분의 느낌, 타인의 죽음이 자신에게 옮겨 오기라도 하듯 그녀는 요양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비행기 안에서 멋지게 자살에 성공할 만반의 계획을 세운다. 모두를 감촉깥이 속였다고 생각하며 비행기 오르지만 옆에 앉은 폴이라는 소년도 맘에 들지 않고 군데 군데 앉은 사람들 또한 그녀에겐 맘에 들지 않는다. 뭐 상관없다 얼마의 시간 후에는 아빠를 만나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옆에 앉은 손이 거친 폴이란 소년의 의미심장한 말, 폭풍이 오고 있고 난기류를 피해 비행기는 급출발에 약간을 노선을 벗어난듯한 운행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녀는 화장실에서 멋지게 '자살'을 할 것이기에 모든 것은 상관없다. 약을 챙겨 화장실로 향하면 곧바로 이젠 어둠의 시간과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약을 털어 넣으려는 순간,비행기가 무엇엔가 부딪힌듯한 소리가 나기도 하고 사람들의 비명소리,무슨 일인가 일어났다.그녀 또한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고 기절을 했다. 화장실 안에서. 그러다 깨어났지만 이것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명 죽음의 세계는 아닌 듯 하고 뜻하지 않게 비행기가 추락을 한 것,그것도 옆자리의 제수없는 폴이란 소년과 말이다. 그녀가 아빠의 죽음에 대한 강박증에 갇혀 있듯 소년 또한 엄마와 형의 죽음 때문에 아버지와 소통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그런 소년과 소녀가 서로 죽음이 아닌 '삶'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로키산맥에서 말이다. 눈 덮인 그곳에서 극한의 먹을 것과 옷가지 침낭을 챙겨 거친 자연속으로 몸을 던지지만 곳곳엔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 뿐이다. 이 산에서 살아서 내려갈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다행히 폴이란 소년이 거친 삶을 살아와서인지 길을 잘 인도하니 죽으려고 맘을 먹었던 제인 또한 살고자 하는 힘이 생긴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소통하고 삶기 위하여 사투를 벌인다.거친 자연 속에서.

 

다른 듯 하면서도 너무도 닮아 있는 두 소년과 소녀, 그들은 짐처럼 여겨졌던 과거의 시간을 서로의 상처를 이야기하면서 공감하고 치유해 나가고 그렇게 살고자 노력을 한다. 죽기 위해 자신의 팔을 긋던 제인은 살기 위해 토끼를 잡기도 하고 거친 자연 속에 혼자 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둘을 살여 둘 순 없었던 것일까? 잠싼의 실수로 폴이 사고를 당하게 되고 혼자서 삶의 길을 헤쳐 산을 내려와야 했던 제인, 어제의 제인이 아닌 이젠 야생녀가 다 된것처럼 거친 자연 속에서도 거뜬하게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자연에 적응해 가면서 점점 단단해져 간다. 하지만 그녀에게 무한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빨리 누군가를 만나야 폴을 살려 낼 수 있는데 폴이 살아 남을 가능성은 너무 희박했다. 그녀 또한 삶의 희망을 보기는 너무도 거친 자연, 그 속에 한줄기 빛은 있어 다행히 살아 남지만 폴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제인,그녀가 비행기 추락사고 후에 폴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가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극한의 상황에서 우정을 나누고 온기를 나누고 희망을 나누고 소통을 했던 폴이 있어 주었기에 그녀 또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그러고보면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 남기 어려운 곳이기도 한 듯 하다. 누군가와 부딪혀가며 배우고 부대끼고 그런 속에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자살'의 반대로 하면 '살자'라는 말이 된다. 참 아이러니 하게도 자살을 품었던 제인이 살아야 한다는 삶의 끈을 놓치 않게 된 것 또한 그녀와 똑같은 모습의 폴을 봄으로 하여 더욱 살아야 한다는 강한 희망을 품게 되는 '서바이브',세상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아야 하고 산 자의 것이다. 죽음을 꿈꾸었던 그녀에게 비행기추락사고와 폴과의 시간은 분명 너무도 혹된 시련의 시간이지만 그것으로 과거와 소통하고 희망찬 미래와 손을 잡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한 일이다. 온실속에 갇혀 있기 보다는 거친 자연에 내 몰렸기에 더욱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짐하게 되었겠지만 그녀 안에 폴의 죽음을 그러 안고 살아야 한다니 또 씁쓸하다. 하지만 살아 남았기에 세상은 그녀의 것이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암흑이었다면 분명 살아 남은 후의 삶은 '감사'로 바뀔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살아서 다시 숨쉬게 된 시간들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고 덤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덤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서바이브는 우리에게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한다.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라고 하는 것 같다. 비록 지금 거친 자연 속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희망을 만날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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