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녁 늦은 시간에 갑자기 전화가 이사람 저사람 난리가 났다.
그런 통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 온 '오빠'의 전화,다른 통화를 하다가 못 받아 왜 그런가하고
걸어보니 인근지역에서 살고 있는 큰오빠가 울동네에서 회식을 하여 대리비를 내고 집에 가기
그렇다면서 우리집에서 자고 아침에 출근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오빠,당연하지.막내동생네 오는건데.끝나면 전화하고 오셔.
-그려. 이따 전화할테니까 하룻밤만 재워줘라.
그렇게 하여 큰오빠는 막내동생네 집에 우연찮게 이십여년만에 처음으로 와서
잠도 자고 아침밥도 먹고 출근하게 생겼다. 난 막내가 '복사'해달라는 문제들을 몇시간동안
하여 몇 백 페이지의 책의 분량만큼 복사를 하느라 저녁에 지쳤다.잉크도 하나는 다 써서
새로운 잉크로 교체하면서 복사를 하고나니 그 양이 장난이 아니다.
옆지기가 안쓰는 이면지를 가져다 놓은 것이 그것으로 했으니 다행이지
A4지로 했더라면 한묶음은 그냥 다 쓸뻔했다.
그런 통에 저녁도 겨우 먹는 둥 마는 둥하면서 이 방 저 방을 오락가락 하며 전화하랴
막내의 오더인 복사를 하랴 정신없이 분주히 하느라 청소도 못하고 그냥 오빠를 맞았다.
근처에서 회식하고 울집 근처인지도 모르고 대리비를 주고 왔다는 오빠,
그래도 이런 기회에 울집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간만에 이런저런 속얘기도 하고...
일이 있어 늦은 옆지기도 늦은 시간에 시켜 놓은 치킨과 호프를 찾아와 화기애애하게
한 잔 하면서 그렇게 밤시간을 보내고 오빠는 동생네집에서 낯선 밤을 보냈는데
날도 덥고 낯설어서인지 그닥 깊은 잠을 못 잔듯,워낙에 시골사람이라 잠도 없지만...
덕분에 난 막내와 통화하며 책 읽느라 늦게 자고 아침에 큰딸을 깨우고 오빠 아침을 챙겨 주느라
정신없이 아침을 보내고 오빠를 보내고 큰딸에게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문자에 답도 없고...처음엔 일어나 씻나보다 하던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한 생각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가슴이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쿵쿵 쿵쿵쿵쿵쿵....
정신없이 뛰는 것이다. 6:30부터 8:00시까지 문자에 계속되는 전화에도 연락한번 없는 딸,
세상이 험하고 뜻하지 않은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니 자주 배가 아픈 녀석,
갑자기 이상한 생각으로 기울기 시작,혹시 배가 아파 혼자 끙끙거리다 쓰러졌나...
생각은 꼬리를 물고 흘러가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도 전화를 받지를 않고..
일초가 억겁의 시간처럼 흘러가는 즈음,안되겠다 싶어 옆지기에게도 연락.
옆지기도 내 전화를 받고 연락을 해 보았는지 바로 원룸 사무실로 연락을 해서 확인좀 해달라고..
아고 정말 무슨일이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별의별 생각들이 구름처럼 흘러가고
암흑과 같은 십여분이 또 흘러가도 옆지기에게서도 연락이 없고 녀석도 전화를 안받고..
그러다 녀석의 전화가 떴다. -엄마... 나 못들었어..
그랬다.녀석은 깊은 잠에 빠졌던 것이다. 지난주 통 잠을 못 이루고 주말에도 잠을 못 이루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모처럼 깊은 잠에 빠졌나보다.
-됐어..니가 아무일도 없으니 됐고,아프지 않으니 다행이고..
-뭐가 다행이라는거야.늦었는데.나 어떻해 샘한테 혼나겠다..
녀석은 엄마가 걱정한 것보다 학원샘한테 혼날 생각을 먼저 하는지 툴툴,
-샘한테 솔직하게 말해.그리고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면 되지.
왜 그런것을 못하는지.자신을 먼저 굽힐 때도 있어야 된다는 것을 모르는지..
두어시간 정말 내 심장은 몇 번은 떨어졌다 붙었다 떨어졌다 붙었다..
정말 오그라든다는 그 느낌을 알겠다. 녀석은 엄마맘을 알까...
정말 태풍전야였던 아침시간이다. 놀란 가슴이 아직도 진정이 안된다.
내 전화는 오늘 아침시간에 한달 쓸 것을 모두 쓴듯 하다.
그래도 녀석이 늦잠을 잔 것이라 다행인데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에고 남은 시간 체력분배도 잘해야 하고
흔들리지 말고 잘 이겨내야 태풍을 잘 보낼 수 있는데...
2012.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