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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ㅣ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평점 :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사랑할 때의 느낌이 짜릿하고 흥분되고 무한 행복의 감정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사랑이 그보다는 강력하지 않지만, 고마움과 미안함이 적절히 혼합된,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보드라운 감정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니노를 알아왔지만 내게 그는 꿈같은
존재였다. 그를 내 곁에 영원히 붙잡아 놓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유년 시절에 내가 간절히 원했던 대상이었기에 나에게 그는 구체성이 결여된 추상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그와의 미래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47쪽)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내게 꿈같은 존재이기에 그는 구체성이 없다.
그는 그림 같다. 그는 사진 같다. 꺼내어 볼
수 있으되 만질 수는 없다. 그와는 어떤 미래도 생각할 수 없기에 그에 대한 내 사랑은 완벽하다. 그에 대한 나의 희생 역시 그렇다. 나는 그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다. 그는
꿈같은 존재이기에, 나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없기에 그러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원한다면, 그 사람도 나처럼, 예전의 나처럼
나를 원한다고 하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찌해야
하는가.
잠시 기다렸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어두웠다.
“드디어 결심한 거야?” (554쪽)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는가. 간절히
원했던 그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을 때, 그녀는 정말 행복한가. 이제 만족하는가. 원하는 것을 얻어서, 사랑하던 남자를 안아서, 그가 나를 사랑해서.
주말에는 늦은 점심을 먹고 교보문고에 들렀다.
요즘에는 이렇게 시리즈로 책을 묶어 상자와 함께 판매하는 것이 유행인가. 한쪽에서
반가운 <나폴리 4부작>을 만났다. 나는 4권만
구입했기에 책을 배송 받았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다. 4권만 비닐포장이 되어 있다. 1권, 2권, 3권까지는 맘대로 읽으세요.
하지만, 4권은 안 돼요. 4권에는, 그러니까 비닐포장을 뜯어내야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4권까지 읽으세요.
왜냐하면, 4권에는…
레누가, 릴라가, 니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