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를 참 좋아한다. 오베 할아버지의 괴팍함과 고집스러운 삶의 기준과 색의 대비와 기타등등의 묘사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아마도) 기본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라서 좋아한다.
이후에도 귀여운 손녀나 할머니가 나오는 배크만의 소설을 즐겁게 읽었다. 주변부 인물들도 좋고, 역시 기본적으로 참 따뜻했기 때문이다.
어느새 배크만의 팬처럼 되어버린지라 <베어타운>도 읽었고, 결국엔 <우리와 당신들>도 읽었는데. 사실 <베어타운>부터 배크만의 변화가 느껴져서 <우리와 당신들>을 선뜻 집지 못했다.
전작들과 달리 중심캐릭터가 없고, 여러 인물들을 비중을 신경써가며 다루는 게 느껴진다. 아마 사람이 다 다르고 그러면서도 비슷하고, 좋은 사람임과 동시에 나쁜 사람이기도 하다는, 작중에도 나오는 얘기들을 잘 전달하고 싶기 때문일텐데.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현실같고 그래서 고통스럽고 그리하여 마음이 무겁더라.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전작들만큼 “대놓고” 따뜻한 기조가 흐르지 않는다. 은근하달까, 유머가 줄었달까, 슬프달까... 사실은 오베를 볼 적에 더 엉엉 울었는데 말이지. 이 소설은 울게 하진 않지만 더 슬프긴 하다. 슬픈 게 해소가 안된다.
아마 그래서 힘든가보다. 아마 그래서 배크만의 책을 점점 선뜻 집기 어려워지는거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