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야기, 정치 이야기 정말 안 쓰고 싶었는데, 또 쓰고 있다. 진짜다. 나도 책이야기 하고 싶다. 근데 책을 안 읽어서 쓸 게 없...

J는 작고 귀여운 아이다. 또래에 비해 키도 덩치도 작은데 얼굴은 동그랗고 머리숱이 아주 많아서 질끈 묶고 앉아있으면 뒷모습까지 예쁜 아이다. 사랑이 많은 아이고 잘 표현하는 아이라, 수학 단원평가 빈칸에 하트를 그리고는 '*** 선생님(담임쌤), 사랑해요!'라고 적는 아이다. 지난주에는 자리 이동이 있어서 3번째줄 맨뒤에 앉던 J는 4번째줄 2번째 자리로 옮겨가게 되었다. 교과서랑 학용품을 넣는 통등 이삿짐 챙기는 걸 도와주고 있는데,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선생님! 저, (앞쪽으로) 이사 가도 제 자리에 자주 와 주셔야 해요!" 여기저기 종횡무진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뒤에 서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자기 자리 근처에도 자주 와달라는 그 말, 그 마음. 그럼, 그럼. 선생님 J 자리 근처에 자주 갈게. J 자리 근처에 자주 가는 시간. 자주 가는 일상. 자주 갈 수 있는...







어제밤에는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대학교 다닐때부터 금요일은 내게 항상 (극)성수기라 나는 일찍 자야 하는데, 얼른 잠들어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내게는 좀처럼 없는 일이다.


텔레비전 잘 못(?) 켜는 잠자냥님마저 텔레비전 앞에 떡하니 앉혀 놓는 이 묘한 정권의 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저들은 그 사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 하는 불안감. 혹시 사람들이 잠든 사이? 하는 생각에 머리 속은 점점 투명해지고. 그래서 아침에는 늦게 일어났다. 얼른 일어나 밥을 안치고 냉장고 반찬으로 밥을 차리고, 이렇게 저렇게 밥을 먹으라 지시를 하고, 그리고 집을 나섰다. 종종걸음으로 내딛는 내 아침. 내 출근길. 내 일상.


조금씩 밝혀지고 드러나는 이야기 중에 가장 두려운 건 역시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북한 고위급이 주로 산다는 평양의 특정 지점에 무인 드론을 보낸 남한 국방부 장관의 의도는 사실 명백한건데, 그게 이런 사태를 엄두에 둔 것인지는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얼마나 미쳤는지 우리 다 몰랐다. 만약 북한의 김정은이, 혹은 북한 정부의 어떤 사람이 남한의 이러한 도발에 반응했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어땠을까. 비상 계엄 소식을 듣고 집에서 입던 옷에 패딩 걸치고 뛰어나간 사람들, 국회 직원들, 민주당 당직자들, 야당의원 보좌관들이 맨몸으로 탱크를, 경찰을, 군인들을, 특수부대 전투원들을 막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공포와 두려움이 작은 불안으로 해체되어서 불쑥 불쑥 떠오른다.




예상대로라면 이쯤해서는, 아니 이번주 내내 한강 작가님의 수상 소감과 그의 아름다운 검은 드레스와 그 날 만찬의 메뉴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다이내믹 코리아는 그러하지 못하니.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 도서관 연체자들 대사면이 있었던 것과 함께 그의 수상을 기리는 의미로 비상 계엄이 실제로 발효되...




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그 일이 신속하게 정확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야무지고 발랄하며, 지치지 않고 나랏일에 내 일처럼 나서는 백의 민족, 동학혁명의 민족, 3.1운동의 민족, 4.19의 민족, 6월 항쟁의 민족, 광주의 후예들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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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곰 2024-12-13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겨진 자존심이 한강 작가님 덕분에 버티고 있네요.

사전 모의 계획 중 하나만 반응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12-13 15:15   좋아요 1 | URL
한강 작가님이 계셔서 기댈 곳이 있고요. 우리 그렇게 바보 같은 국민들,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 있게 ㅠㅠㅠ

아, 진짜... 모든 우연이 놀라울 뿐입니다. 참 아슬아슬했어요 ㅠㅠ

잠자냥 2024-12-13 1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빌님은 그러셨군요… J이야기는 윤 씨 학창시절 성적표에 담임이 뭐라 적은 거 보고 영감 얻으신 건가요? 🤣🤣 담임도 싹수부터 알아본 윤 씨…… 저는 지금하고 비슷해요. 조용하고 말이 없고 내성적이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책을 좋아함. 글을 잘씀.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윤 씨 때문에 한강 언니 소식 파묻혀서 매우 속상합니다만, 다른 의미로 세계가 더 진정성 있게 계엄을 다룬 한강 언니 소설에 더 주목했을 거 같아요. 핍진성…. 하난 끝내주게 올려주네 윤가놈이…. 😂

건수하 2024-12-13 13:47   좋아요 1 | URL
핍진성 정말... 타이밍 어쩔

단발머리 2024-12-13 15:18   좋아요 0 | URL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기엔 저는 담임이 윤에게 뭐라 했는지 알지 못해서 말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지금하고 비슷하셨다니, 참 신기해요. 어렸을 때 모습이, 사실 우리의 제일 중요한 부분을 드러낸다고 할까요? 저는 12분의 선생님들 중에 1학년 때 담임쌤만 저에게 나쁜 말을 써주셨거든요. (진짜 나쁜 말임. 궁금하면 비댓 요망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서른 언저리에도 그 담임쌤 미워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흔 넘어가서 인정하게 됐어요. 선생님, 선생님! 저를 제대로 보셨어요. 저, 진짜 선생님 말씀 마음에 새기고 착하게 살게요!!

핍진성의 오후 지나가고 있고요. 곧 저녁, 새벽 밝아옵니다!!

잠자냥 2024-12-13 15:52   좋아요 2 | URL
‘윤석열 생기부’로 검색하면 볼 수 있어요. 왠지 누가 만든 조작 생기부 같은데 웃기긴 합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3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한강 작가님 너무 좋고요. 누구였지, 아 어디서 들었지. 정희진 쌤이었나요. 한강 작가가 수상한 후의 행보도 너무나 좋다고 했었는데. 하여간 정말 그렇습니다. 책만 그렇게 쓴게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마음이 바로 작가 본인의 마음이기도 했다는 것이 가장 좋고, 그래서 한강 작가의 수상이 너무나 좋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고 그렇게 사람들이 힘든 책이지만 한강 작가의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윤석열은 여전히 계엄에 대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아니 잘못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거듭되는 김건희의 녹취록들은 또 왜그렇게 그 사람이 진상스러운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부부가 되었는지... 자기들끼리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저급한 한쌍입니다. 윤석열은 너무나 고집불통에 다른 사람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무서운 것 같아요. 대화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 점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리고 이 무서움은 내일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날 추운데 나와서 목청껏 소리지르고 응원봉 흔드는 20,30대 여성들 때문에 자꾸만 눈물이 차오르려고 합니다. 저는 정말이지 그들의 편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4-12-13 15:21   좋아요 0 | URL
한강 작가 수상한 이후의 행보가... 뭐랄까요. 진짜 노벨상 수상 작가 같잖아요. 우리가 이런, 어너더 레벨의 작가를 소유한, 배출한 국가인데, 오늘의 이 난국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요.

윤석열을 보면서 저도 점점 생각이 많아지는데. 제 생각엔 ‘자기 자신‘의 범위가 너무 좁아서 그렇게 된거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다른 사람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가 거기에 해당되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기가 너무 소중하고 또 공고해서 타인의 의견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능력이 없는 것 같고요.
내일은 꼭 끝나야해요!! 그죠? 그래야 우리 한강책도 읽고, 파운데이션도 읽고, 메리 크리스마스 캐롤도 부르고요!

건수하 2024-12-13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내일은 5호선으로...! 내일은 기뻤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4-12-13 15:22   좋아요 1 | URL
아, 내일은 5호선으로 가야지요. 내일은 우리 모두 같이 기뻐하자고요! 같이요~~~ 다같이 해피 토요일!!

잠자냥 2024-12-13 15:45   좋아요 1 | URL
일단 치맥파티 예상합니다. 일단!!

단발머리 2024-12-13 15:47   좋아요 1 | URL
교촌으로 갈게요, 저는요. 맵소디가 교촌꺼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암튼 교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12-13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밝혀지는 사안들이 너무 엄중한 것들이라 정신 못차리겠는데... 그 자는 테레비에 나와 내란과 자신의 광증을 자백하고... 이게 실화인가.. 정말 계속 실화라능.... ㅜ..ㅜ........ 할튼 내일도 따숩게 하시고 탄핵을 시킵시다! 꼭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