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타 타츠루의 『유대문화론』을 읽는다. 어디에서 어떻게 추천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도서관 책으로 읽는다.

내용을 요약,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유대인에 대해 관심 있는 분이라면 1독을 해도 좋을 듯싶다. 쉽고 재미있고 잘 읽힌다.

유대인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유대인인가. 아니, 어떤 사람이 유대인이 아닌가, 라는 자신의 질문 끝에 우치다는 이렇게 답한다.

유대인은 '유대인을 부정하려는 자'의 매개를 통해 존재해 왔다. 바꿔 얘기하면 우리들이 유대인이라고 칭하는 존재는 '단적으로 내가 아닌 무엇'에 덧씌운 이름이라는 말이다. (『유대문화론』, 40쪽)

내가 아닌 무엇의 총체로서의 유대인성에 대해 설명하던 우치다는 이를 성차의 문제로 바꿔서 설명한다. 최근의 젠더론에 따르면 생물학적 성차는 자연적 현상도 과학적 사실도 아니며, 디지털적인 섹스 보더border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53쪽) 그의 말이 맞다. 젠더는 스펙트럼이고 모자이크와 같다.

우치다는 크리스틴 델피의 문장을 가져온다. 나도 그대로 가져온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젠더 여성과 남성의 상대적인 사회적 위치가 섹스라는 (명백하게) 자연적인 범주에 기초하여 구성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젠더가 존재함으로써 섹스가 이와 관련된 자연적 현상이 되고, 그에 따라 지각 대상의 카테고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젠더가 해부학적인 섹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회 관행이, 오로지 사회 관행이 하나의 자연적 현상(모든 자연적 현상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을 사고의 카테고리로 변화시킨 것이다. "(54쪽)

우치다가 델피의 이 문장들을 읽고 묻는다. "성별화된 사회의 기원에 있어서 부권제적 사회 관행을 만들어 낸 쪽은 성적으로 어느 쪽인가?"(55쪽) 우치다는 델피의 주장이 '성차'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이 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질문에 대해 내가 이해할 만한 방식으로 대답해 주는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없다.(55쪽) 내가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 대답해 줄 텐데 우치다가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가 여기에 써놓고 갑니다. 잘 보세요.

성별화된 사회의 기원에 있어서 부권제적 사회 관행을 만들어 낸 쪽은 성적으로 어느 쪽인가 하면, 남성 쪽이다. 남성이 부권제적 사회 관행을 만들어냈는데, 이를 위해서는 성차에 대한 강조가 필요했다. 성차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분홍색을 좋아하고, 친구는 노란색을 좋아한다. 나는 키가 크고, 친구는 키가 작다. 이 차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 차이가 어떻게 해석되는가가 중요하다.










남성 위주의 부권제적 사회 관행이 만들어지기 전의 사회에서 여남을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차이는 재생산 능력의 차이였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쪽도, 젖을 먹일 수 있는 쪽도 여성이었다. 이것이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이다. 거다 러너가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논증한 바와 같이 이런 생물학적 성차에 근거한 성별노동분업은 편리(functional)했고, 그래서 남성들과 여성들의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현대적 의미로 경제적이었고, 가성비가 높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창조』, 78쪽)


그리고 남성들은 발견한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다른 모양(생물학적 차이)인데 더해서 남성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강제 삽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다른 모양이라는 것, 그것 자체로는 젠더의 작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냥 서로 다르게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통해 여성을 강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방식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인류의 역사는 크게 요동친다. 수잔 브라운밀러의 문장이다.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두려움을 일으키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은 불의 사용과 돌도끼의 발명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아야만 한다. 강간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이 바로 강간이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25쪽)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여성은 곧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한다. 『하나이지 않은 성』에서 '왜 여자들을 교환하는가?"라는 질문에 레비 스트로스는 이렇게 답한다. 여자들은 집단생활에 있어서 희소가치가 있고, 본질적인 필수품들이기 때문이다.(『하나이지 않은 성』, 223쪽)


부족간 교역 물품으로 전락한 여성의 패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정치, 종교, 사회, 문화 여러 방면에서 여성의 열등함과 남성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이데올로기가 확대 재생산되었다. 남성의 여성 지배는 더욱 공고화되었다.

우치다는 보부아르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렇게 쓴다.

과거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 성원의 일부를 학살한 집단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혹은 인류의 여명기에 그런 사회 집단이 존재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집단은 한 세대로 소멸하기 때문에 인류사에 어떠한 흔적도 남길 수 없다). 여성이라는 사회적 존재자가 구성되는 방식과 흑인이나 유대인이 구성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유대문화론』, 45쪽)

마지막 문장에는 동의한다. 흑인이나 유대인이 구성되는 방식과 여성이라는 사회적 존재자로 구성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여성에 대한 방식, 여성을 타자화하는 방식/규칙/문화가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강고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 성원의 일부를 학살한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집단이 이 집단이다. 그 문명이 지금의 문명이다. 여성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한결같은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혐오와 숭배가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질 테니 여기에서 잠깐 쉬기로 하고.

출산 중에 죽어간, 출산 후에 죽어간 여성들을 논의로 하더라도,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금도 죽임을 당한다. 그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이슬람만의 문제도 아니다. 여성혐오는 인류 공통의 역사다. 성감별을 통한 여아 살해부터 가족에 의한 명예살인, 그리고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으로 여성들은 폭행당하고, 살해당한다. 물론이다. 남성들도 이러한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요는 여성을 죽이는 사람이 대부분 남성이고, 남성을 죽이는 사람도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이다.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에서는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끈질기게 박해받았는지가 서술되어 있다. 그런데 유대인들을 처형하고 고문하는 광경들을 따라 읽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읽었던 듯한' 기분이 든다. 맞다. 마녀사냥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악마와의 거래, 도덕적 타락, 주문과 주술로 인한 위해가 그들의 죄상으로 여겨졌는데, 이는 마녀사냥에서 마녀로 몰린 여성에 대한 죄목과 매우 유사하다.











프란츠 파농은 '검은 피부'의 자기 자신이 외부에서부터 중층결정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검은 피부'의 자신과 '(하얀 피부의) 유대인'을 비교한다.

그렇지만 유대인은 자신의 유대인성 안에서 남모르게 지낼 수 있다. 그가 무엇인지와 그 자신이 완전히 하나가 아니다. 사람들은 기대하고, 기다린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의 행위, 그의 처신이다. 그는 백인이고, 논쟁의 여지가 많은 몇몇 특징들을 제외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게끔 되었다. 그는 식인 풍습이라고는 아는 바 없던 이들의 인종에 속한다. 자기 아버지를 먹다니 생각만 해도 얼마나 끔찍한가! 잘됐어, 검둥이가 아니면 되니까. 물론 유대인들은 피해를 입었다. 그들은 추격당했고, 절멸당했고, 불가마 속에 던져졌다. 하지만 그것은 사소한 가족사이다. 유대인은 발각되고 나서야 푸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매사가 처음 보는 모습이다. 어떤 기회도 내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외부에서부터 중층결정되었다. 나는 타인들이 나에 대해 가진 ‘관념’의 노예가 아니라 내 외관의 노예이다.(『검은 피부, 하얀 가면』, 113쪽)


이런 생각이 참 쓸데없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어떤 억압이 가장 강력한가. 어떤 억압이 더 끈질기게 작동하는가. 어떤 억압이 더 비인간적인가. 억압은 한 가지만이 아니다. 계급이, 피부색이, 인종이, 억양이, 성이 억압으로서 작동하며, 이런 억압은 동시적으로 교차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파농의 주장에 1을 보태게 되는데, 그의 주장대로 '피부색'에 대한 판단은 처음 보는 그 순간, 1초 만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검은 피부는 숨길 수가 없다. 남성과 여성도 1초만에 판별가능하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신경질적이고 과도한 강조와 여성에 대한 코르셋 강요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루어진다. 빠르게 판별하기 위해서.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 구분하고 차별하기 위해서.

60쪽 읽고 너무 길게 썼다. 일단 조금 더 읽어보고, 못 다 한 말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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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0-08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치다 선생 뼈 물렁하게 맞는 소리 퍽퍽퍽. 일단은 추천 좋아요 꾸욱 눌러서 땅땅 못 박고갑니다 ㅋㅋㅋ
우치다 센세~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잘 아실분이 자기 자리 보전하려고 안보이시는 척 하네요. 모르고저모르고저...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여성이 집단으로 같은 여성을 어찌나 박해했냐면요........ 자기가 여성인 걸 까먹어요ㅋㅋㅋ 모두가 시어머니 모두가 팥쥐고요ㅋㅋㅋㅋ 맞아요, 그런 의식은 어디에나 있죠. 자기가 재벌인줄 알아 자기가 백인인줄 알고..(식민지 조선에서는 자기가 일본인인 줄알고).... 그리고 그 차이를 위계질서 짓고 내면화해서 차별로 만들어내는 것,에,는,요......

공쟝쟝 2024-10-08 00:19   좋아요 1 | URL
이득 보는 집단이 존재합니다. 그 이득이 오래되면 자연화(본질화) 되고요… 가장 자연화된 (진화 생물학까지들여와 자연으로 만들어야하는..)제도, 역할, 거기에.. 성차가… 가장 오래 이득을 본 집단이…
아니ㅜ근데 고문받고 학살당하고 죽어야지만 억압의ㅡ증거가 되는 것은 꼰대 종특인가. 하는 물음표 ㅋㅋㅋ

단발머리 2024-10-08 08:52   좋아요 2 | URL
물렁하게 퍽퍽 맞는 소리 잘 들렸던가요 ㅎㅎ 저는 이게 과학적 사고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볼 수 있죠. 그 태도는 아주 본받을 만하고 또 배워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우치다님은 제게 전력이 있어요. 전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의 서문이라고 기억하는데, 일본이랑 한국의 관계가 한참 안 좋을 때(아마 문재인 정부 때일거에요) 이게 왜 그런지 자기는 도대체 모르겠대요. 그래서 제가... 아... 이렇게 똑똑해도 모를 수 있구나. 자기의 자리를 벗어나서 사고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하는 생각을....

쟝님의 표현 너무 좋아요. 나도 이거 쓸 것을 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가 여성인 걸 까먹어요. 모두가 시어머니, 모두가 팥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구 남성 백인 비장애인 중에 자기가 해당사항 있으면 하나라도 야무지게 이용하려고 하죠. 전 여전히 성차가 가장 큰 이득(돌봄노동, 식사준비)을 본다고 생각하기는 해요. 갑자기 서구 남성 백인 비장애인이 부러워질려고 그러네요. 아.... 푸코는 아니었네요. 소수자 ㅋㅋㅋㅋㅋㅋㅋ 다 가지고 한 개 부족해서 그거 설명하려고 책 쓰다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10-08 09:07   좋아요 2 | URL
그 똑똑쟁이 한개라도 부족해서 얼마나 다행이게요? ㅋㅋㅋ 그걸 또 요긴히 써먹은 페미, 탈식민, 퀴어, 장애인 똑똑이들 천지 삐까리고 ㅋㅋㅋㅋㅋ 무엇보다 이 페이퍼… 넘나 지성미 터져서 ㅋㅋㅋ 저랑 결혼해주십시오!!! (은오빙의. 사랑보다 더큰 고백 ㅋㅋㅋ 청혼!!)

공쟝쟝 2024-10-08 09:12   좋아요 2 | URL
참, 돌봄. 머릿 속에 나 내새끼 내 서방 먹일거 24시간 생각하면서, 밀키트, 슈퍼마켓, 세탁기 냉장고 가스레인지 없이 살아오셨을 먼저 살아오신 여성들에게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표합니다 13살 이상의 모든 인류여, 적어도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씻자.(돌봄을 아무리 좋아하려 해도 끼니마다 나오는 설거지 싫은 사람 씀 ㅋㅋ) 우치다는 삼시세끼 걱정이 억압은 아니라고 생각하려나… 물어보고 싶다…

단발머리 2024-10-10 06:11   좋아요 1 | URL
은오빙의 참 감사해요. 요즘 은오님 안 보이니 은오빙의라도 읽으면서 마음 위로해야겠네요. 왜 이렇게 안 오나요? ~~~~~~~~~~ (궁금함의 파도)

제가 결혼을 한 번 해봐서 아는데, 이게 한 번은 해봄직합니다. 쓴맛, 단맛, 마라맛 중에서 골라주세요. 근데 두 번은 못해요. 결혼에 대한 마음은 감사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루시도 아니고, 윌리엄도 아닌데... 한 번이면 족하다.

그런데도, 결혼이 안 중요해지는 이 시대에 왜 동성애자들은 ‘결혼‘에 목 매는가...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아니다, 다음, 다음, 다음 시간에....)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후벼 파려면 저기 위에 델피님 또 모셔와야 하겠고요.

전, 그런 의미에서... 배민이 저의 돌봄 노동의 23%를 가져갔음을 감사하게 여깁니다.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세상, 고르는 재미에 빠진, 엄마집밥의 참맛을 모르는 불쌍한 내 아강이들.... 얘들아, 엄마는 돈을 벌테니, 너는 마라샹궈를 시키거라. 그러나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의 따뜻함을 너는 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며...

공쟝쟝 2024-10-10 19:18   좋아요 1 | URL
아... 이런 댓글을 받을 줄이야.. 결혼.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 데.... ㅋㅋㅋ 한 번은 추천해.... 라니... -_- ㅋㅋㅋ
저도 하고 싶다니깐요.. 근데 못하는 거얌 ㅋㅋㅋ 결혼 탈락자입니다! 제도가 나를 안 받아줌. 자격 미달.

달자 2024-10-08 0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너무 좋아요... 어떻게 60쪽만 잃고 이렇게 풍성하고 깊은 사유를 여러 책을 오고가며 쓰실 수가 있을까요?단발머리님의 내공에 감탄 또 감탄... 소수자성에 순위를 매기는게 의미가 없긴 하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부분에 저도 파농의 손을 들어주게 되네요. 내가 정하는 정체성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타인에 의해 0.001초만에 정해지는 정체성, 피부색, 성별. 이건 정말... 숨을 곳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영원히 발가벗은 상태로 살아야 하는 ?

단발머리 2024-10-08 08:59   좋아요 4 | URL
파농이 유대인성은 숨길 수 있다고, 자신은 외관, 피부색의 노예라고 썼는데, 그런 점에서 여성처럼 보일 것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위치는 흑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서는 흑인과 여성이 소수자로서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런 검은 피부의 파농은 한결같이 하얀 피부의 백인 여성을 동경하는 걸 보면... 이건 뭐... 하나 없으면 다른 하나를 얻겠다는... 그 심산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달자님~~ 제가 어제 바빴어요. 글고 오늘도 엄청 바쁠 예정이거든요. 어제 밤에 집에 가서 피곤한데 이건 써야돼, 하면서 후다닥 썼단 말이지요. 달자님의 이 달콤하고 에너지 팍팍 정관장 에브리타임 같은 댓글을 받으려고~~ 그려려고 전 이 페이퍼를 썼나 봅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달자 2024-10-08 17:59   좋아요 4 | URL
검은 피부의 파농이 동경한 하얀 피부의 백인 여성을 저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였다고 보기보다는 그 ‘취향‘에는 억압된 인종차별이 개인에게 발현된 이유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타자화된 대상으로서, 본인의 숨길 수 없는 소수자성이 사회에서 열등함으로 낙인찍힐 때, 그 개인은 자신의 그 소수자성을 때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혐오하다가, 또 이를 프라이드로 여기다가, 또 혐오하다가 이 반복의 연속이잖아요. 자신의 인종을 편안하게 수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에서 그런 열등감은 종종 다른 대상을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발현되기도 하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금발머리, 파란눈, 하얀 피부‘처럼 오늘날 어느 문화권에서나 절대적인 미의 기준인 세상에서 흑인이 그 미의 기준이 취향이였다고 해서 손가락질 할 수 있나 싶기도 하구요.. 백인은 백인이 취향이여도 되는데 흑인은 백인이 취향이면 안되고 자신을 닮은 사람을 좋아해야하나? 근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저도 정말 궁금한게 많고 관심이 많은 주제이긴 해요. 취향의 정치학이나 사회학이라 할까요, 근데 그게 그 취향이 성적 취향일 때요. 아 또 댓글을 쓰다보니 두서가 없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네요ㅠㅠ 암튼 단발머리님의 이 책 후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단발머리 2024-10-09 13:54   좋아요 3 | URL
달자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 역시 사회 속에 속해서 살아가는 거니까요.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죠. 금발머리, 파란눈, 하얀 피부에 대한 동경 역시 마찬가지구요.

제가 그래서, 예전에 써두었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의 리뷰를 다시 봤어요, 제 리뷰를... 지금 이 책이 집에 없네요. 전 도서관책으로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이런 일이 자주 있어요. ‘뮬라토 여성에 대한 파농의 적의‘에 제가 꽂혔던거 같아요. 달자님 다 아시는 것일 테지만 제가 한 번 더 써보면....

파농이 살았던 지역의 뮬라토 여성들은 흑인 남성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다가가려는 시도조차 무시한다는 거에요. 왜냐하면, 자기들은 무조건 백인 남성을 만나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녀들로서는 그게 자신의 피부색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에요. 백인이 되는 것. 근데 파농도 그렇잖아요. 자기도 백인 여성을 만나야 돼요. 그녀에게서 사랑받아야 돼요. 그래야 자기는 백인이 되고,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여기는 거거든요. 근데 파농이 뮬라토 여성들을 적의로 대합니다. 아주 못됐다. 못돼 쳐먹었다... 이런 식으로요. 만약 그 뮬라토 여성이 그에게 다가왔으면 어땠을까. 이건 순전히 저의 상상이구요. 파농은 그 여성을 안 받아줬을 거에요. 실제로 파농은 백인 여성과 결혼했구요.

흑인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분열적인 측면에 대해서 전 관심이 많습니다. 백인 남성과 함께 다니는 흑인 여성을 볼 때마다 흑인 공동체에서 떠올릴 수 밖에 노예 시대의 기억, 노예첩에 대한 기억에 때문에 사랑하는 백인 남성과의 관계를 부끄러워하는 흑인 여성에 대한 부분도 그렇구요. 결국 가장 고통스러운 이는 흑인 여성이다... 이런 생각을 갑자기, 달자님 댓글 읽으면서 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우리 같이 고민하면서 같이 공부해요, 달자님!

건수하 2024-10-08 09: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 어젯밤 안 자고 드라마보다가 이 글 읽고 감동해서.. 근데 달자님 댓글 보고 비슷한 댓글 될 것 같아서 안 쓰고 자러갔잖아요. 단발머리님 존경합니다!

코르셋 강요의 이유를 잘 몰랐는데 깨달음을 얻었고, 그리고 온갖 소설들에 유대인의 ‘코‘ 모양 얘기가 나왔던게 생각나요. 유대인의 생김새가 그렇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판별하고 싶어했던 사람들의 마음이란...

단발머리 2024-10-08 13:16   좋아요 1 | URL
제가 ㅋㅋㅋㅋㅋㅋ 건수하님 댓글 읽고 얼마나 놀랐던지 ㅋㅋㅋㅋㅋㅋㅋ제 다음 페이퍼 제목이 <유대인의 코>에요. 사진도 벌써 두 개 골라놓았단 말이지요. 우아~~ 건수하님의 예지력에 나는 완전 반해버리고 말았구요.

인종 문제를 유대인과 흑인의 문제와 연관지어서, 그리고 외모를 기반으로 하는 ‘정체성 판단/감별/식별‘이 여성에게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써보겠습니다. 이상, 건수하님이 칭찬해주셔서 의기충천한 단발머리

건수하 2024-10-08 13:37   좋아요 2 | URL
우와~ 유대인의 코! 엄청 기대됩니다 ^^

저도 예지력이란 단어에 괜히 으쓱으쓱 ^^

독서괭 2024-10-08 1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ㅎㅎ
오, 전 항상 유대인이 아리송하더라고요. 유대인인지 아닌지가 생김새로 판별이 되나? 특징이 있다고는 하는데(수하님 말한 코모양) 오랜 세월 계속 유대인-비유대인이 섞여 왔을 텐데 그게 유지가 되는지.. 우성 유전자인가 ... 유대인에 관해 저는 참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파농의 지적은 뼈 때리네요. 1초만에 판별당하고 차별받는 것.. ㅜㅜ
저 요즘 애들 질문에 답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백인은 미국인이냐? 고 묻는 등 국적과 인종을 혼동해서 묻는 질문이랑, 이 사람은 여자냐 남자냐? 하는 질문..(괜히 생각 많아짐 ㅋㅋ )

단발머리 2024-10-08 13:21   좋아요 1 | URL
걸어오셔도 됩니다. 알라딘 서재 이웃님들 다정하신 분들~~ 제가 여러분이 계셔서 쓸 맛이 납니다^^

독서괭님 댓글에 써주신 부분 그대로 이 책에 나오거든요. 특별한 게 없어요, 유대인의 특징이라는 것도 사실 없다고 할 수 있구요. 근데 인종적으로는 그러지 않은데, 홀로코스트 준비하면서 독일인들은 나름의 기준을 세웠더라구요. 그걸 다음 페이퍼에서... (독서괭님, 저 좀 말려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자꾸 공수표 남발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아가들의 귀여운 질문들. 사실은 엄청 무겁고 어려운 답변이 기다리고 있는 질문들.....
귀여운 아가님들~~ 독서괭 엄마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바람돌이 2024-10-08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치다를 쩜쪄먹는 단발머리님
진짜 명쾌한 대답입니다. 박수 만 번쯤 치고 싶은 대답이네요. ^^
모든 억압은 동시적으로 교차해서 진행된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교묘하게 감춰지기도 하고 우리가 본질을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는거 같거든요.

유대인은 진짜 오랜 세월동안 유럽사회에서 섞여 살아왔기 때문에 사실상 인종적으로 구분하는건 무의미하고요. 또 유대인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으면 유대인의 정체성을 부여받지만 그 공동체를 벗어나서 사는 유대인들 엄청 많잖아요. 그럴 때 그들 자체적으로는 모계를 기준으로 세운다고 합니다. 아빠가 누군지 헷갈릴 때는 엄마가 유대인이면 유대인이 확실한거랄까? 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4-10-09 13:57   좋아요 1 | URL
우치다는 모르고 저 혼자 ㅋㅋㅋㅋ 바람돌이님 칭찬에 으쓱으쓱!!

바람돌이님 두번째 문단이 다 맞아요!! 유대인이란 인종적 구분은 무의미하고, 헷갈릴 때는 엄마 따라가기~ 들으신 정보가 전부 맞습니다. 그 하버드에 부부가 종신교수 되어서 한때 방송에 자주 나왔던 석지영 교수 있잖아요. 그 교수 남편이 유대인이더라구요. 아이들 유대인 교육 시키고, 태권도 학원에도 가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전 그 집 아이들도 유대인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좀 애매하고 복잡하고 그래요. 그죠? 걔네들 한글 잘 배워야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