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는 내가 아는 그 무엇을 말하고 있고, 나는 그녀가 뭘 말하는지를 알겠다. 대단한 소설이다.

벳시가 그리웠다. 오늘밤만 그런 건 아니었다. 올리브가 침대에서 코를 골며 누워 있는 동안 그가 앞쪽 포치에 나가 앉은 채 반쯤 취해 울던 밤이 -몇 밤— 있었다. 올리브 대신 벳시와 함께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밤에 올리브는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 그는 그게 (전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268

하지만 그런 밤에는 올리브가 스스로에게 빠져 있는 모습이 그를 지치게 했다. 그런데 그건 그가 듣는 대신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는가? 그랬다. 잭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자신이 올리브와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오늘밤 이런 슬픔 속에서도 올리브와 결혼한 것은 여러모로 멋진 일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 여자와 노년을 함께 보낸다는 것, 너무도 올리브다운 이 여자와. - P269

"음, 헬렌은 부자야.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 있지?"
마거릿이 밥을 쳐다보았다. "그게 사람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드니까, 밥. 나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묻지 않았어."
"수줍어서 그래, 마거릿. 불안해서."
마거릿이 말했다. "수줍어하는 게 아니야. 부자라서 그런 거지.
나는 처음부터 헬렌을 참을 수가 없었어. 아주 멋지게 매만진 머리에, 금귀걸이를 하고, 오, 밥. 그리고 헬렌이 그 바보 같은 밀짚모자를 꺼냈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밀짚모자? 마거릿, 그건 무슨 소리야?"
"내가 헬렌을 참을 수 없었고 헬렌도 그걸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거야, 밥. 기분이 끔찍이 안 좋아." - P306

앤드리아는 ‘고백적인 시인‘이었지만, 올리브는 사람에게는 고백할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시에 ‘성난 버자이너‘라는 표현이 있었던 것이 이제 기억났다.) - P320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그걸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살다보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건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야.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돼.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거지" - 올리브는 아까 커피를 가져온 여자가 있는 쪽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자기가 더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엉덩이가 큰 종업원에게 투명인간이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자유를줘." 그녀는 앤드리아의 얼굴을 계속 살폈는데, 뭔가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325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그녀는 작은 일인용 침대에 몸을 누이고텔레비전을 보았다. 뉴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그것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었다. 나라 전체가 지독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올리브는 그것에 흥미를 느꼈다. 이따금 이 나라에서파시즘이 대두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내 어차피 나는 곧 죽을 텐데 무슨 상관이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430

이따금 그녀는 크리스토퍼를 생각하고 그의 아이들 전부를 생각하면서 그들의 미래를 걱정했지만, 그 문제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결국 모든 게 엉망이 될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431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1-02-08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아끼고 있는데... 아흑. 얼렁 읽어야겠다!

단발머리 2021-02-08 21:59   좋아요 2 | URL
전 스트라우트에게 빠져버렸답니다. 샤라라랑😘😍🥰

다락방 2021-02-09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마니아 1위 누구일까요? 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

단발머리 2021-02-09 08:53   좋아요 0 | URL
1위는 누군지 알겠고요 으르렁! 2위도 아는 사람이네요 으르렁! 😡😡😡

수이 2021-02-09 14:35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스트라우트를 빌리러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해드립니다 오바

단발머리 2021-02-09 14:36   좋아요 0 | URL
뭐뭐 빌렸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바

수이 2021-02-09 14:43   좋아요 0 | URL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 아직 뭐뭐 빌릴지 못 정한 1인이옵니다 오바

수이 2021-02-0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위를 빼앗길 것만 같은 위기감에 얼른 1위로 향해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2-09 13:34   좋아요 0 | URL
제가 단단히 1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움화화화핫

단발머리 2021-02-09 13:42   좋아요 0 | URL
이 분들...부지런한 분들이라 전 3위에 만족해야할 듯 합니다. 언강생심 3위가 어디냐?!? 하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