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일까. 올해는 좀 떨린다. 멀리 있는 일 같았지만 올해가 이렇게 지나고 나니 또 남은 시간들이 얼마나 빨리 지나쳐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교회 동생이 방호복을 입고 수능 감독을 하게 되었다고 해서 걱정되기도 하고, 방호복을 떠올리니 매일 그 옷을 입고 벗는 의료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6살때부터 보아왔던 독서모임의 아이도 이번에 첫 타자로 수능을 본다. 수능 날 도시락 반찬은 무엇이냐 물었더니 소고기무국, 달걀말이 기타등등으로 여러 후보가 있었으나, 결국 소고기, 오이, 당근 다져 넣은 유부초밥과 베이컨떡말이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어제 뉴스에서는 작년에 수능 본 학생들이 나와서, 올해 수능 볼 학생들에게 이런 저런 시험팁을 알려주던데, 이를 테면 언제 화장실에 갈 건지 같은 사소한 것들도 미리 정해 놓으라, 이 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을 전하면서, 부모님들께도 주의사항을 말했다. 제발 도시락에 편지 좀 넣지 마시라고. 진지하게 듣다가 빵 터졌다.
도시락에 편지 넣는 마음이 이해되었기 때문이고, 편지를 통해 전하고 싶은 그 마음도 이해되었지만, 자칫하면 그런 감동적인 시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감동적일지 생각하니, 이 조언이야말로 모든 수험생들의 부모님이 들어야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라는 초경쟁사회에서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3년 혹은 4년을 견딘 학생들이 침착하게 자신의 실력을 발취할 수 있기를. 심은 대로 거두는게 우주의 법칙이지만, 적어도 한 과목 정도는 공부했던 것보다 조금만 더 잘 보기를. 오늘 하루, 모든 수능 일정이 무리없이 잘 진행되기를.
아침에, 기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