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일까. 올해는 좀 떨린다. 멀리 있는 일 같았지만 올해가 이렇게 지나고 나니 또 남은 시간들이 얼마나 빨리 지나쳐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교회 동생이 방호복을 입고 수능 감독을 하게 되었다고 해서 걱정되기도 하고, 방호복을 떠올리니 매일 그 옷을 입고 벗는 의료진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6살때부터 보아왔던 독서모임의 아이도 이번에 첫 타자로 수능을 본다. 수능 날 도시락 반찬은 무엇이냐 물었더니 소고기무국, 달걀말이 기타등등으로 여러 후보가 있었으나, 결국 소고기, 오이, 당근 다져 넣은 유부초밥과 베이컨떡말이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어제 뉴스에서는 작년에 수능 본 학생들이 나와서, 올해 수능 볼 학생들에게 이런 저런 시험팁을 알려주던데, 이를 테면 언제 화장실에 갈 건지 같은 사소한 것들도 미리 정해 놓으라, 이 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을 전하면서, 부모님들께도 주의사항을 말했다. 제발 도시락에 편지 좀 넣지 마시라고. 진지하게 듣다가 빵 터졌다.


도시락에 편지 넣는 마음이 이해되었기 때문이고, 편지를 통해 전하고 싶은 그 마음도 이해되었지만, 자칫하면 그런 감동적인 시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감동적일지 생각하니, 이 조언이야말로 모든 수험생들의 부모님이 들어야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라는 초경쟁사회에서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3년 혹은 4년을 견딘 학생들이 침착하게 자신의 실력을 발취할 수 있기를. 심은 대로 거두는게 우주의 법칙이지만, 적어도 한 과목 정도는 공부했던 것보다 조금만 더 잘 보기를. 오늘 하루, 모든 수능 일정이 무리없이 잘 진행되기를.


아침에,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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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03 0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지 쓰지 말라는 조언에 빵 터졌어요 ㅋㅋㅋ 저희 엄마도 편지 써주셨던것 같아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20-12-03 06:21   좋아요 1 | URL
저희 엄마는 편지를 안 써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감동의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조금 덜 감동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을 이 아침에 해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bluebluesky 2020-12-03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아이 고사장 내려주고 집왔는데 이 글보니 감회가 새롭네요.아이가 원천 봉쇄하여 웬만한거 암것도 못했는데 조용히 혼자 기도해야죠;;;

단발머리 2020-12-03 13:20   좋아요 0 | URL
긴 하루가 될것 같았는데 이제 점심 때가 지났네요.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도 응원합니다!

blanca 2020-12-03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수험생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코로나로 인한 시험 연기도 그렇고...아침에 수험생들 태우고 줄 서 있는 차들 보니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모두 무사히 시험 잘 치르기를...

단발머리 2020-12-03 13:21   좋아요 0 | URL
코로나 때문에 다들 마음고생 몸고생 했겠지만 아무래도 긴장의 연속인 수험생 생활은 더욱 그랬을거라... 저도 짐작만 해봅니다.
모두 무사히 시험 잘 치르고 오늘 저녁쯤에는 홀가분해지기를 바래봅니다.

레삭매냐 2020-12-0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라서 찍는 건 모두 다 맞는 것으로 ~

그동안 수고한 수험생들 화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0-12-03 16:15   좋아요 0 | URL
어제 방송에서 수능 선배들이 찍으려면 3번 아니면 4번, 이런 이야기도 하더라구요.
찍은 게 다 맞는 건 기적인데 그런 기적 기대합니다. 얼마 안 남았네요.
화이팅! 외쳐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0-12-03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초밥!!!
저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유부초밥을 싸줬어요^^
편지!!!
저는 아예 편지를 쓸생각조차 못했는데 잘한 거군요ㅋㅋ
죄다 정답인 행동을 했는데 아이의 성적도 정답을 찍었음 좋으련만...3주를 기다려봐야겠죠^^
에혀....막상 겪어보니 아~~~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아침부터 차가 막혀 겨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한숨 돌리는데 시험 치러 가는 다른 수험생들을 보면서 괜스레 울컥~
갱년기 증상이 오려는지 종일 울컥 울컥 했네요ㅋㅋ
그래도 이젠 다 끝나서 속 시원합니다.
단발머리님의 응원이 제 아이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댓글 남겨 봅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0-12-05 13:26   좋아요 0 | URL
아~~~~ 책나무님도 유부초밥 주문 받으셨군요!! 너무너무 애쓰셨어요.
유부초밥도 잘 하셨고, 편지 안 쓰신 것도 잘하셨습니다. ㅎㅎㅎㅎ 주말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여유로운 시간 보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코로나여서 밖에 나가지 못하니 더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죠?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하고 그러잖아요. 제 응원과 기도가 책나무님 가정에도 잘 도착했기를 바랍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잠깐이라도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 누리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