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스물 셋에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처음 읽었을 때, ‘픽션을 쓰는 여자에겐 자기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의 수입이 필요하다’는 말을 ‘픽션을 쓰는 작가에겐 자기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의 수입이 필요하다’로 이해한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가 셰익스피어의 가상의 여동생에 대해 말하고, 여성 역사의 가려짐과 지워짐에 대해 말했는데도 그랬다. 작가로서 성공한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성이 없는 것처럼 여겼다. 내 생각대로 버지니아 울프를 읽었다.
다시 버지니아 울프를, 그것도 전작을 읽기로 한 결심은 올해 가을 동네 도서관 인문학 강좌의 『댈러웨이 부인』 읽기에서 시작됐고, 마음 넓은 독지가의 격려로 완성되었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읽을지 모르겠다. 아무 계획이 없으니 생각나는 대로,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읽어볼 계획이다.
첫 번째로 읽을 작품은 『올랜도』. 유튜브 <Why should you read Virginia Woolf?>가 알려줬는데, 『올랜도』가 젠더연구의 핵심 작품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시작. 아님 내일부터 시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