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대장 할머니 지지 시리즈 2
시마다 요시치 지음, 홍성민 옮김 / 예원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번 놀랍니다.

첫째, [어린이] 분야 또는 [가정/실용] 분야 책인줄 알았는데 [문학] 쪽에 분류되어 있어서 한 번,

둘째, 어린이가 쓴 책인줄 알았는데 다 큰 어른이 쓴 책이라서 또 한 번,

셋째, 마냥 웃겨줄 줄 알았더니 여러번 나를 울려서 또 또 한 번,

이렇게 세 번 놀란 책 『웃음 대장 할머니』입니다.

 

♪달릴까~ 마알까~ 달릴까~ 마알까~

오늘 아침에, 8시 반부터 열 시까지 한 시간 반 동안 할 일도 없고 갈 데도 없어서 붕 떠버렸습니다.

아침인데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살랑~ 봄이죠, 햇살 좋죠, 바람 좋죠, 기름 가득 채워진 자동차 있죠.

창문을 다 열고 그대로 ♪달릴까~ 마알까~ 달릴까~ 마알까~ 고민 좀 되더라구요.

근데 마침 가방에 넣고 다니던 『웃음 대장 할머니』가 눈에 띄었어요.

씨익, 웃음 대장 할머니와 눈 마추고 햇볕 좋은 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운전석에 앉아서 의자를 뒤로 빼고 135도 쯤 젖힌 뒤에 자세를 잡았습니다.

 

그러고나서는 순식간이었습니다.

첫장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마지막 장을 넘겨버리고 말았지요.

그 사이 저는 대략 서른 아홉 번 쯤 웃었고 여덟 번 쯤 울어버렸습니다.

시간은 딱 한 시간 반이 지나갔구요.

 

순식간에 지나간 1시간 30분.

그렇게나 재미있느냐구요?

뭐가 그리 재미있느냐구요?

히미쯔!

비밀입니다.

그건 말 못해요.

히히히히힛

 

밑줄은 몇 개 그어 드릴께요.

맛뵈기라고나 할까.. 뭐.. 이걸로 만족 못하시겠다면

직접 읽어보시는 수 밖에요~

^^

우리 엄마는 히로시마에서 일합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엄마와 만날 수 있는 것은 일년에 한 번, 여름방학 때입니다.

겨울방학과 봄방학 때도 만나고 싶은데, 할머니한테 말했더니 여름방학 때만 기차가 다닌다고 했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엄마가 있으니까 좋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철도가 엄마가 있는 히로시마까지 이어져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엄마를 생각합니다.

엄마도 나를 생각합니다.

내 생각과 엄마 생각은 사가와 히로시마 사이에서 만납니다.

엄마를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는 여름방학이 전부 어머니의 날입니다.

 

내가 봐도 정말 잘 쓴 글이다.

상을 받은 것은 좋았는데, 한 달 후 아버지의 날이 되었다.

이번에도 선생님은 〈아버지의 날〉에 대한 글짓기를 숙제로 내주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할머니, 난 아버지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

그러자 할머니는 늘 하던 대로 말했다.

"그렇게 쓰면 되지."

 

어린 나는 원고지에 이렇게 커다랗게 써서 제출했다.

 

모릅니다.

 

글짓기 숙제 점수는......(102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심불패 - 매일매일 꺼내보는 CEO 맞춤 멘토링
김종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돌고 도는 인생~

소심불패! 제목이 와닿는다. 개인사업자 등록을 두 번 했다(했었다). 건축업-인테리어공사로 한 번, 화물운송사업자-개인용달로 한 번. 둘 다 폐업했다. 망한건 아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첫 단추를 잘 못 끼워 거래처와 세금 문제가 얽혀서 그렇게 됐고, 개인용달은 그러니까.. 말하자면 다시 건축업을 하게 되서 그렇게 됐다. 직장인으로 건축업에 돌아온지 3년째, 내년엔 다시 자영업자로 돌아갈 기반을 만드느라 준비중이다. 『소심불패』를 읽은 이유다. 돌고 도는 인생~

 

쌓을 때와 쓸 때~

지식이든지, 기술이든지, 돈이든지, 인맥이든지, 그 무엇이든지 쌓기 위해서 쌓는가, 아니면 활용하기 위해서 쌓는가. 활용하지 않는 축적은 죽은 것과 같다. 활용하면 흥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망한다. 최상의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보다 무엇이든지 최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훨씬 우세하다. 무엇을 배우고 경험하고 얻든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는 활용에서 나온다.(86p.)

 

아, 돈 있는 사람들아, 돈 좀 쓰고 삽시다!

아, 책 읽는 사람들아, 책 좀 쓰고 삽시다!

 

사람아 아, 사람아

어떤 판을 만들어 놓으면 거기에 자기 좌판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 걸러내야 한다. 열매 하나를 톡 따먹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 흘려보내야 한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이익만 챙기는 ‘체리 피커(cherry picker)’는 골라내야 한다. 조직의 다른 사람들까지 썩게 만드는 ‘썩은 감자’도 퇴출시켜야 한다.(125p.)

 

습관적으로 간섭하거나 비난하거나 공격하거나 해치는 썩은 감자 같은 사람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탈하게 된다. 조직이 탄탄하게 서려면 디마케팅도 필요하다. 고름은 피가 되지 않는다. 아까워 말고 짜내야 한다. 반대로 함께 판을 키우고 계속 열매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동지이고 동업자다.(125p.)

 

고름 짜는 거야 차라리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되지. 썩은 감자 골라내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을 잘라내는 건 정말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애초에 썩은 감자(썩기 시작한 감자)를 들여놓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처음 사업을 하면 챙겨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챙긴다고 챙기지만 일일이 다 챙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다른 건 다 바꿀 수 있어도 사람 바꾸기는 쉽지 않다. 직원을 채용하거나 동업자를 선택할 때는 정말 몇 번이고 심사숙고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석연찮은 점이 있으면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소심하고 또 소심해야 할 부분이다.

 

정직

당장에는 거짓이 우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은 약효가 떨어지고 마침내 독배가 된다. 인생의 장거리 경주에는 정직이 최선이다. 나 자신은 물론 주주, 고객, 파트너, 동료에 대한 정직은 나를 고급스럽게 하고 나의 사업을 지속시키며 나를 최후의 승자로 만든다.(158p.)

 

물론이다. 백번 옳은 말씀! 그런데 당장 거짓이 우세한 경우가 많고, 거짓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것 같다. 거짓이 우세한 경우를 참아내다가 속이 썩어들기도 한다. 아무튼 정직으로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환갑 전에 백발 또는 홧병을 덤으로 얻기도 한다는 거~ 씁쓸한 현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해야 한다.

 

정직하고 투명하면 오감, 육감, 영감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덫도 볼 수 있고 기회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욕심이 무거울수록 둔감해져서 위험도 기회도 보지 못한다. 불량품, 불량사업, 불량인간을 분별할 수도 없다. 그 결과, 공든 탑이 단번에 무너지기도 한다.(159p.)

 

관찰

CEO에게 요구되는 자질을 단 하나만 고르라면 관찰력이다. 아마추어는 추측하고 프로페셔널은 관찰한다. 어설픈 추측은 실패를 낳고 꼼꼼한 관찰은 성공을 낳는다. 관찰이 성공률을 높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관찰을 싫어한다. 관찰하는 데 에너지 소모가 심하기 때문이다.(183p.)

 

어설픈 추측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 특히 사람의 마음, 다른 사람의 머릿 속은 절대 추측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자기 입으로 뱉은 말을 번복하거나 발뺌하는건 정치인들 뿐만이 아니다. 일반 사람들도 그렇게들 산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 사람 마음, 다른 사람의 머릿속은 오죽하랴~ 그러니 모든 것은 추측의 대상이 아닌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경우를 많이 봤고 내가 직접 경험해보기도 했지만 관찰하는 건 쉽지 않다. 종종 그런 상황을 피해버리기도 한다. 저자도 말했듯이, 관찰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관찰! 관찰! 관찰! 명심할 것!

 

반복

성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강렬한 반복이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목표의 설정, 효과적인 전략의 채택도 있어야 하겠지만 반복의 지속이 없으면 성취도 없다. 반복하되 쳇바퀴처럼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점점 더 발전하는 반복이어야 한다. 그것 외에는 다른 왕도가 없다. 조직원들의 반복적인 실행력이 CEO의 의사결정보다 더 중요하다. 탁월한 의사결정도 실행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221-222p.)

 

실행! 그렇지. 좋은 생각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지!

실행하고 실행을 반복하라! 오늘의 결론, 생각은 소심하게, 실행은 과감하게!

 

 

p.s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말에 찬성은 아니다.

공감 비율 80 퍼센트.. 그래서 별 네 개!

 

 

 

"이 글은 해당 출판사(매일경제신문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체국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ㆍ읽은 이유: 1.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2. 표지가 특이해서

 

ㆍ키워드(소설인 경우, 책을 읽고 사흘 후까지 내 머릿속에 남은 단어): 헨리 치나스키, 헨리, 행크, 치나스키, 임시 집배원, 보결 집배원, 존 스톤, 순로, 배정, 사무원, 순로, 숙취, 엉덩이, 조이스, 제라늄, 피카소, 파리 떼, 새, 경고장, 집세, 경마, 경마장, 페이, 딸, 휴식 시간, 야간 근무, 어지럼증, 부자 동네, 착한 아저씨 G.G.

 

ㆍ저자: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1920년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났고,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엔젤레스에서 살았다. ...그는 평생 60권이 넘는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으며, 마지막 장편소설 『펄프』(1994)를 완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94년 3월 백혈병으로 삶을 마감한다.)

 

ㆍ원서: 『POST OFFICE』1971

 

ㆍ옮긴이: 박현주(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옮긴 책으로 제드 리벤펠드의 『살인의 해석』과 『죽음의 본능』, 페터 회의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다수가 있다.)

 

 

 

- 리뷰

 

강렬하다. 가식이 없다. 돈도 없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은 노동으로 번다.

경마장에 간다. 경마장에선 돈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당연하다.

 

우체국에 간다. 3년 후, 정규 집배원이 된다. 3년 동안 매일 모자를 벗어두었던 곳(분류함)에 모자를 두지 말라는 공고문이 붙는다. 치나스키는 당연히 3년 동안 해왔던 대로 분류함에 모자를 벗어둔다. 경고장을 받는다. 깜빡한다. 또 경고장을 받는다.

 

다음날 아침 스톤(현장 주임)이 아예 미리 만들어가지고 온 경고장을 들고 서서 치나스키가 모자를 분류함에 두는지 어쩌는지 지켜 보고 서 있다. 모자를 벗어 분류함 위에 둔다. 스톤이 경고장을 들고 뛰어온다. 읽지 않는다. 휴지통에 던져 버린다. 모자를 그대로 둔 채 일을 한다. 스톤이 타자기로 다시 경고장을 작성한다. 두 번째 경고장도 휴지통에 던져 버린다. 세 번째도 마찬가지.

 

다음 날 치나스키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정오까지 잔 다음에 곧장 연방 우정 사업 본부로 간다. 사직한다. 결국 치나스키는 3년 동안 보결 집배원으로 일한 뒤에 정규 집배원이 되는데 얼마 안 가 모자를 계속 분류함 위에 얹어 놓지 못하게 하는 우체국에 사직서를 낸다. 치나스키로서는 당연하다.

 

그런데 그가 사직한 건 우편 분류함 위에 모자를 벗어두지 말라는 새로운 규정 때문인가, 아니면 집배원들이 새로운 규정을 지키도록 하는데 온 힘을 기울인 스톤 때문인가. 반복 업무, 인간성 상실 업무를 벗어던지기로 한 건, 그래, 치나스키로서는 당연하다.

 

2년 후 다시 우체국에 간다. 이번에는 사무원이다. 12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처음 150명인지 2백 명인지 중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남는다. 그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헨리 치나스키다. 일자리가 필요한 치나스키가 다시 우체국 사무원으로 돌아간 건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우리의 헨리 치나스키가 우체국 사무원으로 11년 넘게, 12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단 말이지. 당연한가? 당연하냔 말이다. 아니지. 당연하지 않다. 안 당연하다고!

 

『우체국』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게 바로 이거다. 나로서는.. 헨리 치나스키가 우체국 사무원으로 11년 넘게, 12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는 사실. 그는 오른팔만 움직이는 우체국 사무원 일을 12년 가까이 했다. 덕분에 84킬로그램이었던 몸무게는 101킬로그램이 되었고, 딸이 태어났고, 어지럼증이 생겼고, 계속 술을 마셨다. 그리고 결국 다시 사직한다. 사직 이유는, ‘희망 직업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 어째서 사직하시는지 이유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제재 처분 절차 때문인가요?

 

- 아닙니다.

 

- 그러면 사직 이유가 무엇이죠?

 

- 희망 직업을 추구하기 위해서요.

 

- 희망 직업을 추구해요?

 

남자는 나를 보았다. 나는 이제 8개월만 있으면 쉰 살이 되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 무슨 직업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가?

 

- 음, 말씀드리죠. 강 후미 지역의 덫사냥은 오직 12월부터 2월까지만 합니다. 나는 벌써 한 달을 낭비했어요.

 

- 한 달요? 하지만 여기 11년이나 있지 않았나요?

 

- 맞아요. 그러니까 11년을 낭비한 거죠. 루이지애나 주 라푸르슈 만 지역에서 덫사냥을 하면 3개월에 1~2만 달러를 벌 수 있답니다.

 

- 뭘 하시려고요?

 

- 덫을 놓아서 사향쥐, 뉴트리아, 밍크, 수달....... 너구리를 잡아야죠. (......)(235p.)

 

헨리 치나스키는 우체국을 나왔다.

아직 살아있었다.

기적이다.

 

 

 

p.s『우체국』을 읽으며 4월을 맞았다. 지난 3월 한달 동안 내가 가장 자주 만난(만났다기보다는 그저 잠깐 마주쳤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만..) 사람은 바로 택배 기사 분들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마주쳤는데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택배 회사마다 다른 분이 오시니까 그렇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면 일주일에 한 번씩, 3월 한 달만 해도 서 너 번은 마주친 얼굴인데도 기억이 안난다. 다만 어떤 분은 목소리가 아주 우렁차고, 어떤 분은 항상 수줍어 하며, 또 어떤 분은 늘 서두른다는 느낌을 준다는 정도... 그러나 누가 알겠나. 그 분 들 중에 전 세계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추종을 받는 찰스 보코스키 같은 작가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나!

 

 

 

- 밑줄

 

그만두기로 결정하자마자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28p.)

 

아주 진한 블랙커피였다. 이미 썼던 커피 찌꺼기로 다시 만든 것 같았다. 이제까지 마셔 본 커피 중 가장 형편없었지만 뜨겁기는 했다. 세 잔을 마시고 한 시간 동안 앉아 있노라니 몸이 완전히 말랐다.(28p.)

 

이전에 고참 집배원이 자기 심장을 가리키며 해주었던 말을 기억한다.

<치나스키, 언젠가 여기 생길거야. 바로 여기 생길 거라고!>

<심장마비요?>

<봉사에 대한 헌신 말이야. 자네도 알게 될 거야. 집배원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테지.>

<니미럴!>

하지만 그 남자는 진지했다.(41p.)

 

어느 날 아침 일찍 G.G. 옆에서 우편물을 분류하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다. G.G. 그의 실제 이름은 조지 그린이었다. 하짐나 몇 년 동안 G.G.라고만 불렸고 얼마 지나자 정말 G.G.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는 20대부터 집배원이었고 이제는 60대 후반이었다. 목소리도 맛이 갔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깍깍거릴 뿐이었다. 깍깍거리게 되자 별로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렇게 인기가 있지도 않았지만 미움을 받지도 않았따. 그저 거기 있을 뿐이었다. 주름이 잔뜩 진 얼굴을 이상한 골이 생기고 흉하게 처졌다. 얼굴에선 더 이상 빛이 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기 일을 다 해버린 꼬장꼬장한 늙은이일 뿐이었다.(50p.)

 

아침 동안 몇 번이나 그가 멈칫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일을 하다 멈추고 환각 상태에 빠져 있다가 퍼뜩 깨어나서 편지를 좀 더 쑤셔 넣었다. 내가 그 사람을 딱히 좋아한 건 아니었다. 그의 인생은 그리 멋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예 똥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가 멈칫할 때마다 뭔가 마음에 걸렸다.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우직한 말 같았다. 아니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멈춰 버린 낡은 차 같거나.(53p.)

 

그래서 할아버지는 조이스에게 큰 액수의 수표를 써주었고 우리는 결국 이렇게 됐다. 언덕 위에 작은 집을 하나 빌렸고 조이스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도덕주의를 주장했다.

「우리 둘 다 직업을 얻어야 해요.」조이스가 말했다.「아버지랑 할아버지에게 당신이 돈을 노릴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면 우리가 자립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해요.」

「자기, 그건 초등학생 같은 생각이야. 어떤 바보 멍청이라도 구걸하면 일은 얻을 수 있어. 일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지혜로운 거지. 세상에서는 이런 사람을 요령 있다고 하지. 나는 요령 있는 훌륭한 백수가 되고 싶어.」

조이스는 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타고 다닐 차 없이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고 우겨 보았다. 조이스는 전화를 걸었고 할아버지가 돈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새 플리머스를 타게 되었다. 조이스는 새로 산 고급 양복을 입히고 40달러짜리 신발을 신겨 나를 거리로 내보냈다. 젠장, 용이라도 써봐야 할 텐데. 배송 사무원. 내가 할 만한 일은 그뿐이었다. 제대로 된 기술 하나 없으면 나이 서른여덟에 이렇게 된다. 배송 사무원, 접수 사무원, 창고 정리. 구인 광고에서 본 두 회사에 가봤는데 둘 다 나를 채용했다. 첫 번째 회사는 너무 일터 같은 냄새가 나서 두 번쨰 회사에 취직했다.(78p.)

 

저녁인지 점심인지 먹은 후(열두 시간씩 근무를 한 후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다) 나는 말했다. 「이봐, 자기. 미안하지만, 이 일 때문에 내가 미쳐 가고 있다는 거 모르겠어? 저기, 그냥 포기하자. 그저 빈둥빈둥 누워서 섹스나 하고 산책이나 하고 얘기는 조금만 하자. 동물원에 가는 거야. 동물을 구경하자. 차를 타고 내려가서 바다를 구경하는 거야. 45분밖에 안 걸려. 오락실에 가서게임도 하고. 경마장이나 미술관, 권투 경기에 가자. 친구도 사귀고. 웃자고. 이렇게 살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사는 거야. 이러다 죽는다고.」

「안 돼, 행크. 우리는 보여 줘야만 해. 아빠랑 할아버지에게 보여 줘야만 한다고.....」

텍사스 시골 천년이 할 만한 말이었다.

나는 포기해 버렸다.(93p.)

 

더는 못 참겠다. 새장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피카소가 따라왔다. 파리 1만 마리가 허공에서 똑바로 솟아올랐다. 새장을 땅바닥에 놓고 새장 문을 연 다음 계단에 앉았다.

새 두 마리가 새장 문을 보았다. 저것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할까, 못 할까. 저 조그만 머리들이 돌아가는 게 느껴졌다. 음식과 물이 여기 있긴 한데, 저 열린 공간은 뭘까?

노란 가슴 초록 깃털이 먼저 나왔다. 새는 가로대에서 열린 문을 향해 풀쩍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철사를 꽉붙들고 앉아 있었다. 새는 파리 떼를 내려다보았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려는지 15초 정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때 놈의 자은 머리에서 뭔가 딸각거렸다. 아니, 년이라고 해야 하나. 새는 날지 않았다. 하늘 속으로 똑바로 솟구쳤다. 위로, 위로, 위로, 위로, 곧장 위로! 화살처럼 똑바로! 피카소와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쳐다보았다. 빌어먹을 것이 사라졌다.

이제 초록 가슴 빨간 깃털의 차례가 되었다.

빨간 새는 훨씬 더 오래 망설였다. 새는 초조하게 새장 바닥을 거닐었다. 결정하려니 머리 터지겠지. 인간이건 새건 모든 것은 이런 결정을 해야 한다. 어려운 게임이다.

그래서 이 빨간 새는 서성거리며 골똘히 생각했다. 노란 햇빛. 윙윙 나는 파리 떼. 쳐다보고 있는 남자와 개. 무엇보다 하늘, 그 모든 하늘.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빨간 새는 철사 쪽으로 풀쩍 뛰어 올랐다. 3초.

휙!

새는 사라졌다.

피카소와 나는 빈 새장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102~103p.)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slmo 2012-04-1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찰스부코스키는 낯설지만, 역자 박현주님의 번역본은 이거 빼고 거의 다 읽었는데... 글 좋더라구요.
이것도 왠지 기대되는걸요.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잘 지내시죠?^^

잘잘라 2012-04-16 19:46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죠?^^

저는 소설 자체를 오랜만에 읽었어요. 우체국이라는 제목에 끌려서 봤는데 순식간에 읽었어요. 우체국 읽고 나니 『여자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여자들』도 박현주님 번역이라 안심이예요.

작가 소개글 읽으면 찰스부코스키 묘비에는 '하려 하지 마라(Don't Try)'라는 글이 새겨있다는데 그 말이 자꾸 생각나요. 무엇을 하려 하지 말라는 소리일지.. 거짓말 하려 하지 마라, 도둑질 하려 하지 마라, 싸움 하려 하지 마라.. 이런 쪽으로 생각하는게 자연스럽겠지만... 설마, ‘결혼하려 하지 마라’나 ‘데뷔하려 하지 마라’같은 건 아니겠지요?^^ 찰스부코스키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ㅎㅎ

페크pek0501 2012-04-1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님의 댓글에서, 저는 '하려 하지 마라(Don't Try)'라는 말이 너무 애쓰고 살지 말아라, 아등바등 살지 말아라, 로 들리네요.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살아라, 인생 별 거 아니다. 편히 살아라 뭐 그런 뜻?... ㅋㅋ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다른 책에 정신이 팔려 잘 안 읽게 되다가 요즘 소설을 다시 잡았는데 역시 재밌어요. 님의 리뷰도 재밌네요. 잘 읽고 갑니다.

잘잘라 2012-04-17 15:06   좋아요 0 | URL
물 흐르는 대로 살아라~~~~ 역시 페크님!
음~ 물 흐르는 대로~~~ 근데 ‘물’하니까 또 수영장 생각이 나요.(흐흐흐) 물에선 정말 힘을 빼는게 관건이라고.. 힘 빼고 물에 몸을 맡기면 그땐 정말 수영이 술술술 저절로 되는 느낌이거든요. 평영이랑 배영할 땐 그 느낌을 알겠는데 자유영할 땐 여전히 숨차고 접영은 아직 다 배우지도 못했지요. 자유영할 땐 아직도 선생님이 힘 빼란 소릴 하시는데 대체 어디 힘을 빼야되는 건지를 모르겠어요. ㅎㅎ 배가 많이 가라앉는걸 보면 배에 힘을 많이 주는지??? ㅋㅋㅋ
 
마이크로스타일 - 소셜미디어 시대의 글쓰기 가이드
크리스토퍼 존슨 지음, 노정태 옮김 / 반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마이크로스타일은 그동안 시인, 카피라이터, 네이미스트, 연설문 작성자를 비롯해 전문적으로 짧은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비전秘典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지금 당신 손에 최초의 마이크로스타일 가이드가 들려 있는 것이다.

새로운 단어를 띄워보고 싶은가?

짧고 사용 가능한 도메인 이름을 찾고 있는가?

우리 회사의 핵심 특징을 세 단어로 짚어내고 싶은가?

바로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짧은 메시지를

효과적이고 흥미진진하며 오래 기억되도록 해주는

언어 전략 가이드북이다.(10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은 언어 놀이이기도 하다.

업무에 쓰일 때조차도 그렇다.

당신이

"울림이 좋은" 회사명이나 아기 이름을 지을 때 이 놀이를 하는 셈이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헤드라인이나 제목, 간판 문구를 작성할 때도 그렇다.

파티에서 뭔가 날카롭고 재치 넘치는 말을 떠올릴 때에도 그렇다.

트위터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트윗을 할 때도 이 놀이를 하는 셈이다.

마이크로스타일은 언어 예술과 유희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11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은 한순간 관심을 끌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해내는 데 관심이 있다.

표현의 경제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12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에 진정으로 새로운 것은 없다.

우리는 그 게임을 오래도록 지켜본 사람들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모든 사람이 게임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각 관심을 끌어모아야 할 일이 많아지고 그런 능력이 중요해진다.(12p.)_서문

 

이것들을 규칙이 아니라 도구라고 생각하라.(13p.)_서문

 

일상의 언어생활을 마이크로스타일이 지배하게 된 이유는,

일부 비평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가 집단적으로 주의력결핍증(ADD)에 시달리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마이크로스타일은 문화적 쇠락의 징후가 아니다.

그저 경제학일 뿐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은유의 경제학이다.

언어적 관심의 경제학 말이다.(14p.)

 

토머스 H. 데이븐포트와 존 C. 벡은 『관심의 경제학』에서 자본, 노동, 지식, 컴퓨터 자원, 그리고 중요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으며, 인간의 주의력은 현재 우리 모두가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언어 메시지를 소비할 떄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에 우리의 귀중한 관심을 쏟기 위해 살펴보고 걸러내고 건너뛴다. 우리는 언어 메시지를 만들어내면서 주목을 끌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독자와 저자의 이러한 관계는 눈길을 잡아끄는 짤막한 문체를 발달시켰다.(14p.)_서문

 

언어는 우리의 사고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언어 경험이 변하면(실제로 늘 변해왔다), 우리는 깊은 영향을 받는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언어문화의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라는 점이다. 다른 의사소통 방법들에 비교해 언어는 우리 자신의 주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입장에서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어오려는 입장에서 경제학을 체험하게 해준다.(15p.)_서문

 

인터넷을 통해 역사상 유례 없이 많은 목소리들이 쏟아져나온다. 매체비평가 클레이 서키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에서 주장했듯이, 대중매체와 일대일 매체간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두 말하고 있다면 누구도 남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듣기 위해 말을 멈춘다 해도, 딱 하나를 집어내기 어려울 만큼 많은 목소리들이 있는 것이다.(16~17p.)_서문

 

요컨대 이것은 관심의 경제학이다. 니컬러스 카와 다른 이들이 바라본 것처럼, 이로써 우리의 독서 경험이 바뀐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주목할 가치가 없는 것들에 시간낭비하지 않기 위해 훑어보고 건너뛰고 클릭한다. 이는 우리가 온갖 정보의 소비자로서 오늘날 겪게 된 언어적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17p.)_서문

 

우리에게 어떤 정보가 전달되는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을 전달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의사소통을 실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그런 생각이 실용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의사소통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우리 주변에 널린 창의적인 언어를 찾아내는 문화 실천이기도 하다. 중세 대학에서 고대 수사학, 즉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은 인문학 수업의 핵심 중 하나였다. 우리는 수사학을 다시 불러낼 필요가 있다. 고대의 수사학은 오늘날 일반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린 대중 연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 시대의 수사학, 마이크로메시지의 수사학이 필요하다.(17~18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은 메시지가 주목받고, 기억되고, 오래갈 수 있게 한다. 간결함은 최소한의 요구 조건일 뿐이다. 이 스타일을 빛낸 선각자 명단에는 현대 미디어에 열광했던 오스카 와일드가 포함된다. 그는 권위 있는 문학작품만큼이나 재기 넘치는 경구로 명성을 얻었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그의 말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못 하는 것이다."(18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의 대중화는 더 큰 문화 현상의 일부이다. 우리는 매체를 막론하고 간결함에 대한 집단 강박 증세를 보인다. 《와이어드》는 2007년 3월자에서 이런 현상을 "스낵 문화" 라고 명명했다. 고작 몇 분짜리 연극들이 몇몇 연극 페스티벌에서 상연됐다. 짧은 유튜브 비디오 클립들은 대중 오락의 형식으로 즐겨 사용된다. 몇몇 짧은 발화 형식들이 대중화되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제이슨 도미누스는 동료들이 좀더 간결하게 말할 수 있도록 5분짜리 ‘번개 토크’ 형식을 만들었다. 건축가인 아스트리드 클라인과 마크 뒤샵은 스무 개의 슬라이드가 20초마다 자동으로 넘어가는 발표 형식인 ‘페차쿠차’를 창안했다. 이에 영감을 얻은 오라일리 미디어의 브래디 포레스트와 브리페티스는 ‘이그나이트 토크(Ignite talk)’에 이 형식을 차용했는데, 이는 시애틀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그나이트 토크는 발표자들이 청중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시간을 각각 5분으로 제한한다. 이그나이트의 슬로건은 이렇다. "우리를 계몽시켜라. 하지만 빨리 해라."(19~20p.)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어떤 짧은 문학 형식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미스 매거진》은 최근 ‘여섯 단어 스토리텔링’을 모집하고 출판하면서 이를 대중화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이라고 널리 알려저 있지만 사실 누가 진짜 저자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다음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여섯 단어 스토리텔링 형식이 나왔다.

 

아기 신발 팝니다. 사용한 적 없음(20p.)_서문

 

언어학자들은 언어에 과학적인 관심을 쏟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고,

타인의 언어 습관을 판단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23p.)

 

처방식 규칙(규범)은 언어에서 가장 재미없는 주제들 가운데 하나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재능을 타고난 쥐 레미는 주방장이 되고 싶어한다. 레미의 열망을 이해하지도 제대로 받아주지도 못하는 그의 아버지는 레미를 쥐 식민지의 공식 쥐약 탐지자로 일하게 한다. 레미는 다양한 음식 속에서 아주 작은 재료도 구별해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버려진 음식들 속에 독이 있는지 없느지를 밝혀내는 일만 할 뿐이다. 그의 일은 쥐 식민지에 보탬이 되지만 요리를 하면서 레미가 얻는 유의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

 

처방주의자(규범주의자)들은 언어에 든 독을 탐지한다. 언어를 맛있게 해주는 것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런 문화를 바꾸고 싶다. 관심의 초점을 불안함과 비난에서 호기심과 감상으로 옮긴다면, 사람들은 언어를 더 진실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24p.)_서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버드 글쓰기 강의 -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에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많이 산다.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보기도 하고 출판사 리뷰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6,70 퍼센트 정도는 사서 보는 셈이다.

 

그 중에 반은 되판다.

되파느니 아예 처음부터 신중하게 골라서 사자 싶은 생각도 든다.

신경쓰고 있으니까 차차 그렇게 되겠지. 

아무튼 지금은 사서 읽은 책 가운데 되파는 비율이 반 정도라는 얘기다.

파느냐 마느냐 기준은 딱 하나, 책에 흔적을 남기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흔적이란 밑줄, 별표, 묶음표시, 화살표, 메모, 낙서 등,

책을 읽으며 내가 남긴 모든 것이다.

따로 노트에 옮겨 쓰고 싶은 구절이나 참고사항, 요약을 쓰기도 하지만

그럴 양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되면 결국 책 자체가 노트가 된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는 어떻게 했냐고? 되팔았으면 이런 얘기 꺼내지도 않았겠지.

이 책은 아직 어떤 낙서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되팔 생각은 없다.

글쓰기를 다 배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색 가운데 하나는 글쓰기를 일종의 작업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즉, 누구라도 그 방법을 익힐 수 있고, 그것도 아주 잘해낼 수 있는 작업으로서 글쓰기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흔히 ‘재능’ 이라든가 ‘영감’ 이라고 불리는 어떤 마법이 아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기술이다.(9p.) _책을 시작하며

 

작가는 글쓰기를 ‘작업’으로 여기고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요즘 한참 수영 배우는 재미(배우고 연습하고)에 빠진 나로서는 정말 기쁘고 반가운 얘기다.

수영만큼 그렇게 연습 효과를 확연히 느끼고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글쓰기 배우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저자는 글을 쓰는 데 다음 네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

 

첫째, 한 편의 글에 담길 내용을 찾아내는 법...

둘째, 자신의 독자를 헤아리는 능력...

셋째, 글을 쓰려면 자신이 소통을 위해 다루고자 하는 장르나 형식에 관해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이 선택한 형식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넷째, 단어와 문장, 문단을 활용해서 자신의 마음에 담긴 재료를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옮기는 법...

 

......

 

이 책에서 나는 처음의 두 가지 기술(즉,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내는 첫 번째 기술과 독자를 고려하는 두 번째 기술)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내용의’ 기술이라고 부른다.(10~11p.) _책을 시작하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글쓰기 기술 역시

‘연습을 바탕으로 한 배우기ㅡ같은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14p.)’

이 주된 학습법이라고 한다. 이것을 ‘습작’ 이라고 부른다.

 

습작은 사람의 두뇌를 늘 깨어있게 하고 활력적으로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정신집중 능력을 높혀준다. 자신이 쓴 글을 출판하느냐 마느냐에 상관없이 규칙적인 습작은 여러분이 일과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끊임없이 제공해줄 것이며, 여러분은 이 훈련 덕분에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이 훈련으로 소통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능력을 키워 주변세계를 더 뚜렷이, 상상력의 공간을 더 명확히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14-15p.) _책을 시작하며)

 

습작은 타격 연습이나 악보 연습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반복적인 행동이다.(27p.) _제1장 습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가?

 

 

수영과 글쓰기

 

수영 초급반 강습 첫날 하는 것은 ‘물 적응 훈련’ 이다.

같은 초보자라해도 물에 대한 느낌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물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물 속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함을 느낀다.

물이 두려우면 몸이 굳고 몸이 굳으면 물에 뜰 수 없다.

물에 뜰 수 없으면 수영을 배울 수 없다.

그래서 선생님은 첫날(또는 다음 다음 날까지도) 물 적응 훈련부터 시작 한다.

쉽게 말해 물장구 치기다.

 

수영에 ‘물 적응 훈련’이 있다면 글쓰기엔 ‘프리 라이팅’이 있다.

 

프리라이팅 훈련을 통해 얻게 될 가장 중요한 소득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말을 편안한 마음으로 종이에 옮기게 된다는 점이다.(45p.)

 

그렇지 않아도 수영 배우러 다니는게 재미있는데,

『하버드 글쓰기 강의』를 읽으며 더 그렇다.

무엇보다 수영을 배우듯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는게 기쁘다.

제1장(습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가?)을 읽으며 내내 수영 처음 배울 때를 생각했다.

구구절절 글쓰기와 수영이 쏙쏙 들어맞는다.

 

이 훈련은 확실히 기술을 연마하게 해줄 분만 아니라 동시에 원한다면 다른 목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 그저 습작이 즐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이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모든 사람이 글을 써서 어떤 ‘지위를 얻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연주하고 레슨을 받는다고 직업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필요가 없듯이, 또 친구들과 야구경기를 하려고 직업적인 야구선수가 될 필요가 없듯이 단지 즐겁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놀랍고 만족스러우며 변혁적인 습작을 하는 데 여러분이 꼭 대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나는 벌써 오랫동안 거의 날마다 태극권 훈련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숙련되지 못했다. 하지만 태극권 연습은 내 삶을 바꿔 놓았다. 오랜 기간 이 훈련을 해오면서 내 인생은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46-47p.)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수영을 시작한지 세 달째, 아직 영법도 다 배우지 못했지만 수영을 하면서 내 삶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낀다. 

점심 먹고 나면 저녁 먹기 직전에야 설겆이를 했었는데, 요즘은 밥 먹자마자 재깍재깍 설겆이한다.

그것도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말이다.

 

처음엔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 나아지는걸 느끼는게 즐거웠는데

이제는 수영 자체가 즐겁다. 그렇다고 내가 수영 선수가 되겠나?

수영이 아무리 즐겁기로 수영 선수가 되겠나 말이다.

그저 수영 자체를 즐기고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활력이 좋을 뿐이다.

수영을 배우면서 엄마랑 무척 색다른 친밀감이 생겼다.

수영을 좋아하는 조카랑도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참 좋다.

수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를 읽고 그런 기대가 생겼다.

수영을 배우듯 글쓰기를 배우고 익혀서 글쓰기 자체를 즐길 수 있기를!

수영 연습이 내 삶에 활기를 주듯이

글쓰기 연습이 내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를!

 

"환영합니다!"

"여행에 참여한 것을 환영합니다!"

 

자, 이제 그럼 출발~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는재로 2012-04-1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사고 나서 왜 샀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은 대부분 되팔고 몇몇권만 소장하고 있는데 책은 선택하는게 쉽지않죠
말그대로 느낌이 와서 샀는데 막상 읽어보니 영 아닌 책도 있고 아무생각 없이 샀는데 의외로 좋은 책도잇고 쉽지 않아요

잘잘라 2012-04-12 01:52   좋아요 0 | URL
그래도 계속 확률이 좋아지고 있어요. 즉시 주문 껀수도 많이 줄었구요^^ 책고르기도 많이 하다보니 느는듯^^

페크pek0501 2012-04-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은 경쾌해서 좋아요. 멋진 리듬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죠.
그런데 의뢰로 추천수가 약하네요. ㅋ

저는 책을 판 적이 없어요. 마치 제 자식과 같아서 잘 보지 않는 내게 인기 없는 책이라도
끌어 안고 산답니다. (팔아야 할 책이 있는 건 사실인데...ㅋ)그래서 언젠간 팔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글쓰기가 제 삶을 바꿔 놓았어요. 제 직업의 선택까지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그 바꿔 놓음은 앞으로도 쭈욱 진행중일 것만 같아요. ㅋ 생활도 달라져요.

잘잘라 2012-04-12 22:08   좋아요 0 | URL
헤헤^^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페크님 칭찬^^ 감사합니다.
추천은 뭐.. 추천수 많으면 좋긴하죠. 히히-

얼마전에 글쓰기에 대해서, 또 하시는 일에 대해서 올리신 글 생각나요. 수영장에서 같은 시간에 옆 레인에서 교정반(폼 교정) 선배님들 수영하시는 거 보면, 나는 언제 저렇게 멋지게 하나~ 그러면서 부러워하거든요. 페크님 글 읽으면서 느끼는거랑 똑같아요. 알라딘 서재에 그런 분 많이, 몇 분 더 있어요. 저 혼자 생각하고 히죽 웃고 든든해하고 그런 분들이요. ^^

아이리시스 2012-04-1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하버드 글쓰기. 하버드 글쓰기. 이거 제목에 혹해서 어젠가 추천 누르고 갔거든요. 댓글은 내일, 이러면서.

저는 배운 게 그거라, 또 워낙 제 멋대로고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란 것도 어렴풋이 알아서, 글쓰기 책에 흥미가 별로인데 포핀스님이 말씀해주시니까 보고 싶어져요. 계속 쓰던 것만 쓰고 보이는 것만 보면 침체되는 면이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이젠 제가 제 글을 읽어도 재미가 없거든요. 예전에는 뿌듯함이라도 있었는데..

수영은 이제 어느 정도 달인이 되셨어요? 좋아하면 금방 잘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포핀스님이 수영하며 행복해하시는 게 느껴져서 읽으면서 막 ^_________^ 이렇게 된다니까요.

잘잘라 2012-04-14 18:00   좋아요 0 | URL
^^ 오늘은 토요일! 자유 수영 하고 왔어요. 사람들은 모두 꽃놀이를 갔는지 수영장은 한가로워요. 레인 하나를 독차지하고 유유유유 떠다니다 왔죠. 두 시간쯤! 적당히 피곤하고 노곤하고 배고프고^^

글쓰기! 아하! 제가 언젠가 얘기했죠. 저는 긴 글은 잘 못읽는데 아이님 글은 이상하게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되더라고 말예요. 배운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배운녀자 아이님! 리뷰 그만 쓰고 어여 등단하셔요. 네?!! 재능을 묻어두는 것, 옳지 않아~~!! (진심!)

핑구 2022-01-21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입문하고 싶은 1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