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스타일 - 소셜미디어 시대의 글쓰기 가이드
크리스토퍼 존슨 지음, 노정태 옮김 / 반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마이크로스타일은 그동안 시인, 카피라이터, 네이미스트, 연설문 작성자를 비롯해 전문적으로 짧은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비전秘典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지금 당신 손에 최초의 마이크로스타일 가이드가 들려 있는 것이다.

새로운 단어를 띄워보고 싶은가?

짧고 사용 가능한 도메인 이름을 찾고 있는가?

우리 회사의 핵심 특징을 세 단어로 짚어내고 싶은가?

바로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짧은 메시지를

효과적이고 흥미진진하며 오래 기억되도록 해주는

언어 전략 가이드북이다.(10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은 언어 놀이이기도 하다.

업무에 쓰일 때조차도 그렇다.

당신이

"울림이 좋은" 회사명이나 아기 이름을 지을 때 이 놀이를 하는 셈이다.

"눈길을 확 잡아끄는" 헤드라인이나 제목, 간판 문구를 작성할 때도 그렇다.

파티에서 뭔가 날카롭고 재치 넘치는 말을 떠올릴 때에도 그렇다.

트위터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트윗을 할 때도 이 놀이를 하는 셈이다.

마이크로스타일은 언어 예술과 유희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11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은 한순간 관심을 끌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해내는 데 관심이 있다.

표현의 경제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12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에 진정으로 새로운 것은 없다.

우리는 그 게임을 오래도록 지켜본 사람들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모든 사람이 게임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각 관심을 끌어모아야 할 일이 많아지고 그런 능력이 중요해진다.(12p.)_서문

 

이것들을 규칙이 아니라 도구라고 생각하라.(13p.)_서문

 

일상의 언어생활을 마이크로스타일이 지배하게 된 이유는,

일부 비평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가 집단적으로 주의력결핍증(ADD)에 시달리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마이크로스타일은 문화적 쇠락의 징후가 아니다.

그저 경제학일 뿐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은유의 경제학이다.

언어적 관심의 경제학 말이다.(14p.)

 

토머스 H. 데이븐포트와 존 C. 벡은 『관심의 경제학』에서 자본, 노동, 지식, 컴퓨터 자원, 그리고 중요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으며, 인간의 주의력은 현재 우리 모두가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언어 메시지를 소비할 떄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에 우리의 귀중한 관심을 쏟기 위해 살펴보고 걸러내고 건너뛴다. 우리는 언어 메시지를 만들어내면서 주목을 끌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독자와 저자의 이러한 관계는 눈길을 잡아끄는 짤막한 문체를 발달시켰다.(14p.)_서문

 

언어는 우리의 사고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언어 경험이 변하면(실제로 늘 변해왔다), 우리는 깊은 영향을 받는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언어문화의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라는 점이다. 다른 의사소통 방법들에 비교해 언어는 우리 자신의 주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입장에서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어오려는 입장에서 경제학을 체험하게 해준다.(15p.)_서문

 

인터넷을 통해 역사상 유례 없이 많은 목소리들이 쏟아져나온다. 매체비평가 클레이 서키가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에서 주장했듯이, 대중매체와 일대일 매체간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그러나 모두 말하고 있다면 누구도 남의 말을 들을 시간이 없을 것이다. 듣기 위해 말을 멈춘다 해도, 딱 하나를 집어내기 어려울 만큼 많은 목소리들이 있는 것이다.(16~17p.)_서문

 

요컨대 이것은 관심의 경제학이다. 니컬러스 카와 다른 이들이 바라본 것처럼, 이로써 우리의 독서 경험이 바뀐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주목할 가치가 없는 것들에 시간낭비하지 않기 위해 훑어보고 건너뛰고 클릭한다. 이는 우리가 온갖 정보의 소비자로서 오늘날 겪게 된 언어적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17p.)_서문

 

우리에게 어떤 정보가 전달되는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을 전달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의사소통을 실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실 그런 생각이 실용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의사소통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우리 주변에 널린 창의적인 언어를 찾아내는 문화 실천이기도 하다. 중세 대학에서 고대 수사학, 즉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은 인문학 수업의 핵심 중 하나였다. 우리는 수사학을 다시 불러낼 필요가 있다. 고대의 수사학은 오늘날 일반인들과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린 대중 연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 시대의 수사학, 마이크로메시지의 수사학이 필요하다.(17~18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은 메시지가 주목받고, 기억되고, 오래갈 수 있게 한다. 간결함은 최소한의 요구 조건일 뿐이다. 이 스타일을 빛낸 선각자 명단에는 현대 미디어에 열광했던 오스카 와일드가 포함된다. 그는 권위 있는 문학작품만큼이나 재기 넘치는 경구로 명성을 얻었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그의 말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못 하는 것이다."(18p.)_서문

 

마이크로스타일의 대중화는 더 큰 문화 현상의 일부이다. 우리는 매체를 막론하고 간결함에 대한 집단 강박 증세를 보인다. 《와이어드》는 2007년 3월자에서 이런 현상을 "스낵 문화" 라고 명명했다. 고작 몇 분짜리 연극들이 몇몇 연극 페스티벌에서 상연됐다. 짧은 유튜브 비디오 클립들은 대중 오락의 형식으로 즐겨 사용된다. 몇몇 짧은 발화 형식들이 대중화되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제이슨 도미누스는 동료들이 좀더 간결하게 말할 수 있도록 5분짜리 ‘번개 토크’ 형식을 만들었다. 건축가인 아스트리드 클라인과 마크 뒤샵은 스무 개의 슬라이드가 20초마다 자동으로 넘어가는 발표 형식인 ‘페차쿠차’를 창안했다. 이에 영감을 얻은 오라일리 미디어의 브래디 포레스트와 브리페티스는 ‘이그나이트 토크(Ignite talk)’에 이 형식을 차용했는데, 이는 시애틀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그나이트 토크는 발표자들이 청중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시간을 각각 5분으로 제한한다. 이그나이트의 슬로건은 이렇다. "우리를 계몽시켜라. 하지만 빨리 해라."(19~20p.)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어떤 짧은 문학 형식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미스 매거진》은 최근 ‘여섯 단어 스토리텔링’을 모집하고 출판하면서 이를 대중화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이라고 널리 알려저 있지만 사실 누가 진짜 저자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다음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여섯 단어 스토리텔링 형식이 나왔다.

 

아기 신발 팝니다. 사용한 적 없음(20p.)_서문

 

언어학자들은 언어에 과학적인 관심을 쏟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고,

타인의 언어 습관을 판단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23p.)

 

처방식 규칙(규범)은 언어에서 가장 재미없는 주제들 가운데 하나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재능을 타고난 쥐 레미는 주방장이 되고 싶어한다. 레미의 열망을 이해하지도 제대로 받아주지도 못하는 그의 아버지는 레미를 쥐 식민지의 공식 쥐약 탐지자로 일하게 한다. 레미는 다양한 음식 속에서 아주 작은 재료도 구별해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버려진 음식들 속에 독이 있는지 없느지를 밝혀내는 일만 할 뿐이다. 그의 일은 쥐 식민지에 보탬이 되지만 요리를 하면서 레미가 얻는 유의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

 

처방주의자(규범주의자)들은 언어에 든 독을 탐지한다. 언어를 맛있게 해주는 것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런 문화를 바꾸고 싶다. 관심의 초점을 불안함과 비난에서 호기심과 감상으로 옮긴다면, 사람들은 언어를 더 진실하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24p.)_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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