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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글쓰기 강의 -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에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많이 산다.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보기도 하고 출판사 리뷰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6,70 퍼센트 정도는 사서 보는 셈이다.
그 중에 반은 되판다.
되파느니 아예 처음부터 신중하게 골라서 사자 싶은 생각도 든다.
신경쓰고 있으니까 차차 그렇게 되겠지.
아무튼 지금은 사서 읽은 책 가운데 되파는 비율이 반 정도라는 얘기다.
파느냐 마느냐 기준은 딱 하나, 책에 흔적을 남기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흔적이란 밑줄, 별표, 묶음표시, 화살표, 메모, 낙서 등,
책을 읽으며 내가 남긴 모든 것이다.
따로 노트에 옮겨 쓰고 싶은 구절이나 참고사항, 요약을 쓰기도 하지만
그럴 양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되면 결국 책 자체가 노트가 된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는 어떻게 했냐고? 되팔았으면 이런 얘기 꺼내지도 않았겠지.
이 책은 아직 어떤 낙서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되팔 생각은 없다.
글쓰기를 다 배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색 가운데 하나는 글쓰기를 일종의 작업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즉, 누구라도 그 방법을 익힐 수 있고, 그것도 아주 잘해낼 수 있는 작업으로서 글쓰기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흔히 ‘재능’ 이라든가 ‘영감’ 이라고 불리는 어떤 마법이 아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기술이다.(9p.) _책을 시작하며
작가는 글쓰기를 ‘작업’으로 여기고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요즘 한참 수영 배우는 재미(배우고 연습하고)에 빠진 나로서는 정말 기쁘고 반가운 얘기다.
수영만큼 그렇게 연습 효과를 확연히 느끼고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글쓰기 배우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저자는 글을 쓰는 데 다음 네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
첫째, 한 편의 글에 담길 내용을 찾아내는 법...
둘째, 자신의 독자를 헤아리는 능력...
셋째, 글을 쓰려면 자신이 소통을 위해 다루고자 하는 장르나 형식에 관해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이 선택한 형식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넷째, 단어와 문장, 문단을 활용해서 자신의 마음에 담긴 재료를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옮기는 법...
......
이 책에서 나는 처음의 두 가지 기술(즉,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내는 첫 번째 기술과 독자를 고려하는 두 번째 기술)을 제공하고자 한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내용의’ 기술이라고 부른다.(10~11p.) _책을 시작하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글쓰기 기술 역시
‘연습을 바탕으로 한 배우기ㅡ같은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14p.)’
이 주된 학습법이라고 한다. 이것을 ‘습작’ 이라고 부른다.
습작은 사람의 두뇌를 늘 깨어있게 하고 활력적으로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정신집중 능력을 높혀준다. 자신이 쓴 글을 출판하느냐 마느냐에 상관없이 규칙적인 습작은 여러분이 일과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끊임없이 제공해줄 것이며, 여러분은 이 훈련 덕분에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이 훈련으로 소통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능력을 키워 주변세계를 더 뚜렷이, 상상력의 공간을 더 명확히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14-15p.) _책을 시작하며)
습작은 타격 연습이나 악보 연습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반복적인 행동이다.(27p.) _제1장 습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가?
수영과 글쓰기
수영 초급반 강습 첫날 하는 것은 ‘물 적응 훈련’ 이다.
같은 초보자라해도 물에 대한 느낌은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물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물 속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함을 느낀다.
물이 두려우면 몸이 굳고 몸이 굳으면 물에 뜰 수 없다.
물에 뜰 수 없으면 수영을 배울 수 없다.
그래서 선생님은 첫날(또는 다음 다음 날까지도) 물 적응 훈련부터 시작 한다.
쉽게 말해 물장구 치기다.
수영에 ‘물 적응 훈련’이 있다면 글쓰기엔 ‘프리 라이팅’이 있다.
프리라이팅 훈련을 통해 얻게 될 가장 중요한 소득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말을 편안한 마음으로 종이에 옮기게 된다는 점이다.(45p.)
그렇지 않아도 수영 배우러 다니는게 재미있는데,
『하버드 글쓰기 강의』를 읽으며 더 그렇다.
무엇보다 수영을 배우듯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는게 기쁘다.
제1장(습작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가?)을 읽으며 내내 수영 처음 배울 때를 생각했다.
구구절절 글쓰기와 수영이 쏙쏙 들어맞는다.
이 훈련은 확실히 기술을 연마하게 해줄 분만 아니라 동시에 원한다면 다른 목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 그저 습작이 즐겁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이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모든 사람이 글을 써서 어떤 ‘지위를 얻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연주하고 레슨을 받는다고 직업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필요가 없듯이, 또 친구들과 야구경기를 하려고 직업적인 야구선수가 될 필요가 없듯이 단지 즐겁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주 놀랍고 만족스러우며 변혁적인 습작을 하는 데 여러분이 꼭 대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나는 벌써 오랫동안 거의 날마다 태극권 훈련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숙련되지 못했다. 하지만 태극권 연습은 내 삶을 바꿔 놓았다. 오랜 기간 이 훈련을 해오면서 내 인생은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46-47p.)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수영을 시작한지 세 달째, 아직 영법도 다 배우지 못했지만 수영을 하면서 내 삶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낀다.
점심 먹고 나면 저녁 먹기 직전에야 설겆이를 했었는데, 요즘은 밥 먹자마자 재깍재깍 설겆이한다.
그것도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말이다.
처음엔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 나아지는걸 느끼는게 즐거웠는데
이제는 수영 자체가 즐겁다. 그렇다고 내가 수영 선수가 되겠나?
수영이 아무리 즐겁기로 수영 선수가 되겠나 말이다.
그저 수영 자체를 즐기고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활력이 좋을 뿐이다.
수영을 배우면서 엄마랑 무척 색다른 친밀감이 생겼다.
수영을 좋아하는 조카랑도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참 좋다.
수영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를 읽고 그런 기대가 생겼다.
수영을 배우듯 글쓰기를 배우고 익혀서 글쓰기 자체를 즐길 수 있기를!
수영 연습이 내 삶에 활기를 주듯이
글쓰기 연습이 내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를!
"환영합니다!"
"여행에 참여한 것을 환영합니다!"
자, 이제 그럼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