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야!˝

요즘 자주 듣는 말,
들으면서 갸우뚱 했던 말.

돈 주고도 못 사는 거,
돈 있어도 사 먹을 수 없는 거,
그런 건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거였더랬는데,
마음이랄지, 건강이랄지,
자유랄지,

자유,
아,
자유!

자유의 댓가는 혹독하다.
엄청 비싸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알고는 못 나서지.
누가 쎄게 떠밀지 않는다면..
그걸 원해?
진짜?
..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았고 응원하지 않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 P24

사람들은 "무리"가 나를 지켜주며, 그래서 혼자서는 오래 살 수 없다는 점을 조목조목 들면서 나를 설득하려 했어. 그렇지만 사람들이 나를 붙들려고 하면 할수록 관계는 느슨해졌어. 그러다가 마침내 관계가 완전히 끊어졌어. - P24

나는 결심했어. 숲으로 가겠다고. 그 순간에 내가 느꼈던 것을 장 드 라 퐁텐의 우화가 정확히 묘사하고 있어. 《늑대와 개》라는 우화로 내용은 다음과 같아. - P24

늑대는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했는데,
개들이 워낙 삼엄하게 경비를 섰기 때문이야.
이 늑대가 잘생긴 데다 힘도 센 개를 만났어.
포동포동 살도 찌고 윤기가 반질반질한 그 개는 실수로 길을 잃고 말았던 거야.
개를 공격해 토막내고 싶었어.
늑대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러자면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개 덩치가 만만치 않아 함부로 덤벼들 수 없었어.
그래서 늑대는 개한테 공손하게 다가가
어떻게 그렇게 살도 찌고 멋지냐고 칭찬을 해주자 개가 대답했어.
너 하기 나름이야.
너도 나만큼 살찔 수 있어.
숲을 떠나. 그럼 돼.
네 친구들 좀 봐. 하나같이 꼭 굶어 죽을 것처럼
불쌍하고 비쩍 말랐잖아.
왜 그렇게 살아? 정말 먹이 찾기가 너무 힘들잖아.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잖아.
날 따라와. 그럼 네 운명이 훨씬 나아질 거야.
늑대가 대답했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아, 간단해. 막대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고 거지들한테 짖으면 돼. - P25

식구들한테 꼬리치고 주인을 기쁘게 해주면 돼.
온갖 종류의 먹다 남은 음식을 그 대가로 받는 거야.
닭 뼈에 비둘기 뼈에다 귀요움을 독차지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
늑대는 상상만 해도 벌써 행복에 겨워 눈물이 글썽글썽해졌어.
개를 따라가다가 늑대가 개의 목덜미에 난 자국을 보았어.
네 목에 그거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뭐? 아무것도 아니라고?
별거 아냐.
정말 뭐냐니까?
아마 나를 묶었던 목줄 때문에 생긴 자국일 거야.
늑대가 말했어.
뭐라고, 묶여 있었다고? 그래서 넌 가고 싶은 곳 어디도 달려가지 못하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냐. 하지만 뭐. 그게 뭐 중요해?
아주 중요해. 나는 네 먹이가 어떤 것이든 원하지 않아.
난 그런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보물도 바라지 않을 거야.
늑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숲속 멀리로 달려갔어.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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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28 17: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눈에 보이지 않는 걸수록 더 비싼거 같아요 ㅜㅜ 그만큼 더 하고 싶어지는~!!

잘잘라 2021-10-28 23:05   좋아요 1 | URL
제 목에도 줄이 줄이 줄이, 흐아, 보이는 줄, 보이지 않는 줄, 보이지만 않을 뿐 너무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줄까지, 줄줄입니다. 에효.. 잠 잘 때는 좀 풀어놓아야 할텐데요.

얄라알라 2021-10-28 18: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잘라님 글 읽다보니 귀에서 웻웽 하는게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야˝ 저도 들어본 표현이네요. 점점 돈 주고 못 사는 게 없어지는 세상으로 가고 있나요?^^;; 그렇게 믿도록 몰이 당하는 것인가요?^^;;

잘잘라 2021-10-28 23:14   좋아요 0 | URL
서글픈 이야기지요? 내 돈이 아니라서 그렇지 아무튼 돈은 흔하고, 인정은 귀해요.

붕붕툐툐 2021-10-28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숲으로 가고 싶어요! 그것도 돈이 필요할까요?ㅎㅎㅎㅎㅎ

잘잘라 2021-10-28 23:20   좋아요 0 | URL
이번 생에 저는 숲속으로는 못 갑니다. 숲 근처로 가서 오두막 짓고 살겠다는 꿈은 유효하기에 돈을 벌러 나갑니다. 매일...😁
붕붕툐툐님 좋은 밤이예요.❤
 

무엇을 거부했던가.
어릴 땐 거부하다, 거절하다, 이런 단어조차 몰랐는데 딱 하나, 고기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만두를 자주 해주셨는데 돼지고기를 정말 콩알만큼이라도 넣으면 나는 먹지 않았다. 엄마가 아무리 고기 안 넣었다고 거짓말을 해도 내 코는 개코라 어차피 냄새로 다 알아낸다. 급기야 고기를 넣은 속, 안 넣은 속을 따로 만들어서까지 나로하여금 만두를 먹게끔 해 준 엄마! 진짜 정말 새삼 새삼 백골난망입니다!!!
아휴, 엄마 만두 먹고잡네..







신학기가 시작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았을 즈음, 표면적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사건 하나가 반항의 싹을 키우게 했어. 어느 날 아침, 수업에 들어갔는데 수영하러 나간다고 했어. 선천적으로 겁이 많은 편이라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었지. - P14

수영장 앞에 도착하자 온몸이 얼어버렸어. 그렇게 많은 물을 본 게 처음인 데다 수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휩싸였지. - P14

나는 이를 악물고 있었어. - P14

수영강사가 내게 물에 들어가라고 했어. - P14

거부했어. - P14

그녀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딱딱한 목소리로 뛰어들라고 지시했어. - P14

또 거부했어. - P14

그러자 군인처럼 저벅저벅 걸어와서는 내 손을 홱 낚아채더니 수영장 안에 확 밀어넣었어.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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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10-28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루인간이라 제목이 재밌네요.

잘잘라 2021-10-28 10:02   좋아요 0 | URL
늑대인간이 늑대가 인간 아이를 무리에 받아들인 경우라면, 노루인간은 다 자란 인간이 스스로 노루 세계에 스며드는 이야기!!
잘잘라가 미리 뽑은 ‘올해의 책‘입니다. 👍
 
노루인간 - 텐트도 침낭도 없이 야생에서 보낸 7년
조프루아 들로름 지음, 홍세화 옮김 / 꾸리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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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 인간』, 조프루아 들로름(Geoffroy Delorme) 지음, 홍세화 옮김

원제 : L'Homme-chevreuil (2021년)



'텐트도 침낭도 없이 야생에서 보낸 7년'이라는 문구를 보고 눌렀다.

2021년 2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나온 책이란다. 오잉?

실화란다. 오잉 오잉?

홍세화 옮김이란다. 오잉 오잉 오잉?



진짜네! 실화네!

책을 손에 들고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조프루아 들로름, 실존 인물.

자연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따라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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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p.)지금 저자는 서른여섯 살이다. 젊은 노루 다게가 저자를 멋진 신세계로 초대했을 때 그의 나이는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았다. 지금 보르 숲에는 다게도, 저자가 이 책을 헌정한 셰비도 살고 있지 않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다시 숲으로 돌아갈 것인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숲은 먹을 것의 다양성을 잃어 살아갈 수가 없다. 인간이 벌인 개발 때문이다."


이 문답은 저자가 숲을 떠난 지 11년이 지난 뒤에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을 일부분 설명한다. 숲의 노루들이, 동물들이, 야생의 자연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 그래서 인간의 개발을 멈추도록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는 것, 나아가 인간은 이제 동물, 그리고 자연과 맺는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 (249p. 옮긴이의 말)

-------------------------------------------------------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이야기,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치명적인 이야기,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어디서나 울려퍼지고 있었던 이야기,

지금 이 순간 우리 동네 뒷동산에서도 계속되는 이야기,

들리기 시작했으니 들으려 한다면 언제까지나 듣게될 이야기,

스스로 닫지 않는 한 들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결국 선택은 나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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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21-10-26 15: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옮긴이 ‘홍세화‘가 그 ‘홍세화‘ 인거죠??
게다가 야생 7년이라니 관심이 갑니다.^^

잘잘라 2021-10-26 19:39   좋아요 3 | URL
네. Conan님! 파리의.. 그 분 맞습니다. 책소개 페이지 보시면 최근 사진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2월 프랑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라고.. 아무리 그래도 8개월 만에 번역서로 만날 수 있다니 그것도 놀라워요. 🤩

라로 2021-10-26 16: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진짜 오잉오잉오잉오잉한 이야기네요!!^^;;
잘잘라님처럼 책을 많이 읽으신 분이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라고 하셔서 넘 궁금해서 왔는데,,, 우와,, 무슨 판타지 같아요.

잘잘라 2021-10-26 19:48   좋아요 2 | URL
라로님^^ 오잉오잉 하면서 주문했다가 울컥울컥 하면서 읽고있어요. 아무리 갱년기라해도 한 문장 한 문장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진도가 잘 안 나가요. 매번 노루 사진만 들여다보고 덮습니다.

붕붕툐툐 2021-10-26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찜했어요~ 너무나 관심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잘잘라 2021-10-26 23:27   좋아요 2 | URL
붕븡툐툐니이~임!! 역시 역시 짱 짱 짱입니다용~~ 👍😄❤(붕붕툐툐님만 보면 왜 이렇게 하트를 막 날리고 싶은지.. 좋아요. 아무튼^^)


붕붕툐툐 2021-10-27 07:50   좋아요 1 | URL
ㅋㅋㅋ제가 하트 격하게 좋아합니다~ㅎㅎㅎㅎㅎ감사합니당~😍🙆😘
 
노루인간 - 텐트도 침낭도 없이 야생에서 보낸 7년
조프루아 들로름 지음, 홍세화 옮김 / 꾸리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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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다.˝

노루 인간? 숲에서 7년? 미쳤다. 미쳤어.
19살부터 26살까지!!!
대에박!

(뜬금포 : 흑백 노루 사진 보다가, TV 풍류대장에 나오는 ‘해음‘ 닮았다는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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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니? Dear 그림책
소복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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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이유가 이렇게도 가지가지 여러가지일 줄이야.. 예전엔 몰랐네. 진정 난 몰랐었네. 아무튼 울면 좀 낫다. 울 수 있을 때 많이 울자. 왜 우냐면, 웃지요. 껄껄끄어이 꺼이꺼이껄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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