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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리는 법 - 당신도 만화가가 될 수 있다! ㅣ 땅콩문고
소복이 지음 / 유유 / 2021년 8월
평점 :
(79p.)어떤 사람은 달린다.
또 어떤 사람은 뜨개질을 한다.
누군가는 연필을 깎는다.
또 누군가는 산을 오른다.
나는 만화를 그린다. 『만화 그리는 법』 소복이 2021. 8 도서출판 유유
나는 커피를 판다.
나는 가게를 지킨다.
나는 청소를 한다.
나는 문을 연다.
나는 컴퓨터를 켠다.
나는 인사를 한다.
나는 음악을 튼다.
나는 에어컨을 켠다.
나는 문을 닫는다.
나는 운전을 한다.
나는 우유를 산다.
나는 사진을 찍는다.
나는 밥을 먹는다.
나는 잠을 잔다.
나는 책을 산다.
나는 『만화 그리는 법』을 읽는다.
나는 그림을 따라 그린다.
이제 나는 커피 팔고 가게 지키고 만화 그린다.
이제 나는 미워하면서 사랑한다.
이제 나는 좋아하면서 질색한다.
이제 나는 울고 웃는다.
이제 나는 웃고 화낸다.
이제 나는 침묵하고 시끄럽다.
이제 나는 죽어가면서 살아간다.
이제 나는 밀어내면서 끌어당긴다.
이제 나는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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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 날은 오지 않아요." - P76
난소에 혹이 생겼다. 수술을 해야 했다. 악성인지 양성인지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난 이제 죽는구나..... 아침에 눈 뜨면 무서웠고 무서워하다가 잠이 들었다. - P78
놀지도 못하고 일도 못하는 하루하루였다. 당시 만화가 남자친구가 말했다. 만화를 한 칸 한 칸 채워 보라고. 완성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한 걸음 두 걸음 걷듯이 말이다. 뒷내용은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칸만 채우고, 또 가능할 것 같으면 다음 칸도 채우라고 했다. 수술, 종양, 암, 죽음 같은 말이 계속 생각났지만, 시키는 대로 한 칸 두 칸 채워 넣었다. 다음 장면을 생각하지 않았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 P78
이 훌륭한 방법을 알려 주었던 만화가 남자친구가 떠났을 때도 같은 방법을 썼다. - P78
한 칸 한 칸 묵묵히 그려 넣었다. 생각을 억지로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사랑했던 시간을 떠올렸고, 미워했던 날들도 생각났고, 원망스러운 마음도 떠올랐다. 떠오르는 대로 그대로 두었다. 다만 손은 계속 만화를 그렸다. - P79
어떤 사람은 달린다. 또 어떤 사람은 뜨개질을 한다. 누군가는 연필을 깎는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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