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MB재산답사기 - 안원구의 쇼미더머니 시즌1 도곡동 땅, 다스 그리고 BBK
안원구.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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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와 경제에 무지한 사람도 경제 용어를 찾아가면서 읽기만 하면 MB의 부정 축재 과정과 그에 얽힌 사람들을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과 인물들에 지치기도 하지만 제대로 알아야 이 땅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으니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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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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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모든 공포의 근원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주제의식은 공감할 만하지만, 후반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가 주제의식을 흐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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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다른 악마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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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이 책을 부른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의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들 중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 『사랑과 다른 악마들 Del amor y otros demonios』 을 다른 책 덕분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에서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Magical Realism, 사건과 인물은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꿈, 신화 등의 환상적인 요소들을 결합한 문학 사조)'을 소개했는데, '마술적 리얼리즘'의 예시로  이 소설을 들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번역본이 나와 있었다. 강렬한 매력이 있는 이 소설을 만나게 되어서 행운이라고 느꼈다. 


​  이 책은 시작부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소설은 1949년 콜롬비아의 어느 예배당 내 납골묘에서 한 소녀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유골에 달려 있던 22미터가 넘는 풍성한 머리채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소녀가 죽은 뒤에도 그녀의 머리카락은 200여 년 동안이나 계속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야기는 200여 년 전 소녀가 아직 살아 있던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  소녀의 이름은 시에르바 마리아로,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던 18세기 콜롬비아의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살고 있던 귀족의 외동딸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 시장에 가다 미친 개에게 물렸다. 상처는 아주 가벼웠고 세 달 동안이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열이 난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시에르바 마리아가 광견병에 걸렸다고 의심했고, 상처를 다시 째거나 오줌을 마시게 하거나 독성이 있는 약을 먹이는 등 온갖 엉터리 치료를 해댔다. 멀쩡한 사람도 오히려 병이 나게 만드는 치료에 소녀가 반항하고 발광하자, 카르타헤나 시의 사제들은 소녀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생각했다. 소녀는 수녀원에 갇혀 구마 의식을 치르게 되었고, 카르타헤나의 주교가 믿고 신뢰하는 젊은 신부 델라우라가 그녀의 구마 사제로 임명됐다. 시에르바 마리아의 병이 아니었으면 서로 마주칠 일도 없었을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하게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진다.


​  이 책의 중심 줄기는 시에르바 마리아와 델라우라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다. 사람들은 금지된 사랑을 하는 둘에게 악마가 씌었다고 말하지만,  진정한 악마는 사랑할 줄 모르고 증오만 하는 그들이다. 그러니 '사랑'은 두 사람이고, '다른 악마들'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이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 중에서 '사랑'의 비중은 의외로 크지 않다. 남주인공인 델라우라는 작품의 3분의 1이 지난 뒤에야 등장하고, 작품의 중간 지점에서야 시에르바 마리아를 처음 만난다. 마르케스는 '다른 악마들'을 이야기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그가 간절히 바라고 지키고 싶은 것은 '사랑'이었겠지만,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것을 방해하는 '다른 악마들'이 어떤 것인지 집요하게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악마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에서 벗어난 것들을 광기, 이단, 악마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다. 시에르바 마리아는 백인 귀족의 무남독녀로 태어났지만 부모는 그녀에게 무관심해 그녀를 아무렇게나 방치해 두었다. 무관심한 부모 대신 흑인 노예들의 손에 자라면서 시에르바 마리아는 스페인어와 기독교 대신 아프리카의 언어들과 종교를 자신의 언어와 종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백인 귀족이라기보다는 흑인 노예에 가까운 차림새와 언행을 보여준다는 이유만으로 시에르바 마리아는 악마가 들렸다고 오해받는다. 권력을 쥐고 있는 주류인 고위 기독교 사제들은 신의 사랑을 실천하기는커녕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단, 악마로 규정하고 고문하거나 죽인다.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그들이 바로 악마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 소설에서 광신과 이성의 대립을 볼 수 있다. 18세기는 이성과 계몽이 빛나던 시대였지만 무지와 계몽의 과도기에 많은 사람들은 종교재판의 희생양이 되었고, 힘이 없는 지식인들은 자신의 이성과 지식을 발휘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 소설은 200여 년 전 그 시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가 그 시대의 광기와 무지, 그로 인해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을 느끼게 한다. 그와 함께 우리는 사랑이 그 모든 것을 뚫고 나아가려다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  소녀는 단지 개에 살짝 물린 것이었고 가벼운 감기 때문에 열이 난 것일 수 있다. 멀쩡한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치료를 하니 아프고 겁이 나서 반항했을 뿐이었다. 지식인인 델라우라와 아브레눈시우는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권력이 없다. 권력을 쥔 자들에게는 소녀에게 악마가 씌었다는 것이 진실이고, 진실이어야 한다. 결국 델라우라는 소녀와 강제로 격리되어 평생 참회하며 살아야 했고, 소녀는 다른 사제들이 거행하는 고문이나 다름 없는 구마 의식을 치르고 목숨을 잃는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자르지 않겠다고 서원했던 소녀의 머리카락마저도 빡빡 깎였다. 사랑하는 델라우라와 결혼하면 스스로 자를 머리카락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한 때문이었는지, 고슴도치처럼 짧게 깎였던 소녀의 머리카락은 소녀가 죽은 뒤부터 수백 년 동안 계속 자라나 수십 미터나 되는 머리채가 되었다. 


​  이들의 사랑도 안타깝지만 '다른 악마들' 중에서도 눈에 밟히는 사람이 있다. 시에르바 마리아의 아버지 카살두에로 후작이다. 그는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방치했지만, 아픈 딸을 돌보면서 뒤늦게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 그가 딸을 수녀원에 보낸 것도 딸이 구원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시에르바 마리아는 끝내 아버지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첫사랑 둘세 올리비아와는 오래도록 서로를 잊지 못했지만 사소한 어긋남들 때문에 끝내 이루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아내 베르나르다와 화해하려고 했지만, 베르나르다마저 귀족 부인이 되고 싶어 자신에게 접근했을 뿐 자신을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할 수 있다는 모든 희망을 잃은 후작은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다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난다. 광신과 증오 때문에 사랑하지 못했고 사랑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다른 악마들과 달리, 뒤늦게서야 사랑하려고 했지만 결국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도 못했던 그가 안타까웠다. 


​  사랑하는 이들, 사랑하는 이들을 악마로 몰아가는 진짜 악마들, 그리고 사랑하고자 했으나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 이. 이들의 온갖 감정과 열정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쓸쓸해졌다. '사랑'은 결국 '다른 악마들'의 방해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악마들'이 강제로 깎았던 소녀의 머리카락은 그녀가 죽은 뒤 계속 자라 광신, 권력자들, 세월에 저항하고 있다. 이 책에서 사랑은 승리하지도 행복한 결말을 얻지도 못했지만, 그 집요하고 강렬한 생명력으로 우리가 사랑의 힘을 믿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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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다른 악마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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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들, 사랑하는 이들을 악마로 몰아가는 진짜 악마들, 그리고 사랑하고자 했으나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 이. 적막한 풍경 속에서 이들의 온갖 감정과 열정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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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디스 파트
틸리 월든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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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이나 영화평을 읽을 때 글쓴이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책(영화) 이야기를 읽고 싶은 건데 왜 내가 알고 싶지도 않은 글쓴이의 사생활 이야기를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작품이어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감상이 나오는 것은, 그 작품이 각자의 삶과 맞닿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간결해서 그만큼 각자의 삶과 맞닿을 여백이 많은 작품들이 있다. 미국의 만화가 틸리 월든의 만화 『아이 러브 디스 파트』도 그런 작품이다. 


 

 이 만화는 두 10대 소녀 레이와 엘리자베스의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독자들은 둘의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7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인데다 기승전결이나 시간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이 서로 어긋나는 모습 뒤에, 엘리자베스가 레이에게 "네 연주 좋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둘이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인지 둘이 화해하는 모습인지 모호하다. 대사보다 이미지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대사들도 대부분 짤막하다.  "너 나 좋아하니?""엄청.""다행이다, 나만 그런 거면 어쩌나 했는데." "널 어떻게 미워해." 일상적이고 단순한 대사지만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와 나눠봤을 대화들이다. 그 누군가 때문에 이 단순한 대사들이 마음에 파장을 남긴다. 간결하면서 서정적인 그림체와, 흑백과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색 구성이 둘의 한 순간 한 순간을 담백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전한다. 흑백 사이에 간간이 들어간 보라색이 달콤쌉싸름한 느낌을 더한다.


  독특하게도 이 만화에는 배경 건물에 비해 레이와 엘리자베스가 더 큰 모습으로 등장하는 컷이 많다. 배경의 건물이 미니어처이거나 둘이 킹콩이라도 되는 것처럼. 왜 이런 특이한 연출을 했을까? 둘의 세상에서 가장 큰 부분이 서로였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가 있는데 등 뒤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300미터가 넘는다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 제목인 '아이 러브 디스 파트',  엘리자베스가 레이와 이어폰을 한 쪽씩 끼고 음악을 듣다가 말한 한 마디 "이 부분이 제일 좋아"에서 '이 부분'은 음악의 한 부분일 뿐만 아니라 서로였을 것이다. 내 세상에서 제일 큰 부분도, 제일 좋은 부분도 바로 너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이어폰을 한 쪽씩 끼고 노래를 같이 들은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 들은 노래보다 함께 부른 노래와 서로에게 불러준 노래가 더 기억에 남는다.  미술관으로 함께 걸어가는 길에 그애가 나지막하게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을 불렀다. 둘이 등산을 하면서 김동률의 <출발>을 같이 신나게 불렀다. 나는 등산을 싫어하지만 그애와 함께 있는 게 좋았다. 그애가 잠 못 드는 밤에는 스탠딩에그의 <Little Star>를 그애에게 불러줬다. 그애는 우울해하는 나를 위해 메신저로 자기가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른 노래를 보내주었다. 그애가 사는 집 앞 골목을 팔짱 끼고 함께 걸으면서, 가로등불 켜진 저녁 골목길을 함께 걷고 있는 이 순간을 그리워할 날이 분명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을 못 견디게 그리워한 날들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순간을 아주 조금 그리워한다. 이 만화를 읽을 때는 아주 조금 더 많이 그 순간이 그리웠다.


참고기사: 「세계의 한 부분, 바로 너를」, 2018.10.25,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674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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