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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 BBC가 방송하고 이종필이 해설하다
스티븐 호킹 지음, 이종필 옮김/해설 / 동아시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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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알못이라 스티븐 호킹, 데이비드 슈크먼, 이종필 교수가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줘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감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상상하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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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외 지음, 송기원 엮음 / 동아시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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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외부의 영향으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면서 능력을 얻은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와 헐크

(아래)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엽서


  헐크, 엑스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등 유전적 돌연변이나 외부의 영향으로 인한 유전자 변형으로 능력을 얻은 슈퍼히어로들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은 전 세계 사람들이 의혹을 가지고 꺼려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는 유전자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 대중 중 유전자를 다루는 생명과학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명과학은 일반 대중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2003년에 완료된 이후, 인간이 생명체를 설계하고 필요한 형태로 만들어내는 ‘합성생물학’의 시대가 열렸다. 2013년 이후에는 유전체 중 원하는 특정 부위를 마음대로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라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개발되면서 합성생물학이 더 빠르게 발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급속도로 생명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 삶에 일어날 변화를 통합적으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두 명의 생명과학자와 정책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한 두 명의 신학자가 모여 함께 합성생물학을 공부하고,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합성생물학이 불러올 미래를 진단했다. 그 결과물이 이 책『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이다.



(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체 중 원하는 부분만 잘라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아래) 유전자 변형으로 다른 돼지들보다 근육양를 늘린 돼지들


  과학자들은 합성생물학이 어떤 학문이고, 지금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를 설명한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부품처럼 원하는 대로 조립해 인공생명체를 합성, 제작하는 학문이다. 세균이 자신의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사이에 저장해 두고 있다가, 다음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저장된 정보를 통해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버린다는 것이 2012년 밝혀졌다. 이것을 응용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기존의 유전자가위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이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동식물의 기능 향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에이즈 치료에도 사용되었을 정도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을 통해 만들어진 생명체가 자연으로 유출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사회과학자는 합성생물학과 관련된 전문가의 수가 아직 적어 정책결정자들에게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한정되어 있는 점, 합성생물학 연구를 지원하는 기업에 비해, 합성생물학을 반대하는 진영의 조직력과 자본이 부족해 양쪽이 동등하게 맞서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합성생물학 연구진들에 대한 관리와 시민들이 합성생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합성생물학이 산업의 측면에서 가져올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어 일반 시민과 소통하는 것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은 흘려듣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신학자들은 신학과 윤리학, 철학의 입장에서 합성생물학과 그것이 미칠 영향을 고찰한다. 그들은 합성생물학이 창조주로서의 신의 위치를 위협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단지 생물학적 기능을 가지는 기계로 환원시킬 수 있기에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유전자까지 통제하게 되면서, 우연이 만들어내는 가치, 즉 진정한 자유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리고 생물까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현실 앞에서, 내가 살아 있듯이 다른 생물도 살아 있음을 공감하는 능력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소 원론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 생명과학이 지금 어디까지 왔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대중 독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페이지 수의 한계 때문에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과학뿐만 아니라 윤리학, 철학, 정책 등 다양한 관점에서 통합적인 논의를 시도한 것 자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과학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이 미칠 영향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할 때, 과학이나 인문학 중 한 가지 시각에서만 봤을 때보다 더 폭넓은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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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외 지음, 송기원 엮음 / 동아시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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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 볼 것들에 대해 기초적인 내용들을 제시했다. 아주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대중 독자들이 지금의 생명과학이 어떤 상황에 있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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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
신동흔.고전과출판연구모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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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에 한창 빠져 있었을 때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다, 주인공 피에르 베주호프의 심리를 분석한 책을 발견했다. 우리 고전소설 속 인물로도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인터넷 서점을 뒤져봤더니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라는 책이 있었다. 목차를 보니 한 챕터에 우리 고전소설 한 편씩, 그 소설 속 주인공의 심리를 분석하는 책으로 보였다. 


  책을 읽어보니 제목의 '프로이트'가 주는 인상과 달리, 치밀한 심리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고전 속 주인공들의 심리 상담 같았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의 이론과 고전소설을 좀 더 치밀하게 접목시켰으면 했던 독자들이라면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위로를 받았다. 고전소설 인물들의 상처에서 내 상처를 보았기 때문이다. 


  홍길동에게서는 피해의식에 짓눌려 사는 나를 발견했다.  홍길동은 서자로서 아들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의적 활동을 하면서도 늘 아버지에게서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는 율도국의 왕이라는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른 뒤에도 아버지의 묏자리를 자신이 정함으로써 이복형 대신 적장자 노릇을 한다. 치열하게 노력해 나라까지 세웠는데도 서자 컴플렉스와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의 모습이,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하면서 생긴 피해의식과 어른이 된 이후 갑질을 당하면서 얻은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와 닮아 보였다. 그가 피해의식을 자양분으로 삼아 남다른 성취를 얻은 것은 본받을 만한 일이지만, 자기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씻어내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꽉 막혀 있던 가슴이 조금은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심청에게서는 주변 사람들을 강박적으로 보살피려고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없어 오히려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을 '부모화'라고 한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보울비John Bowlby는 이렇게 역전된 부모-자녀 관계에서 부모화된 자녀가 어떤 심리적 문제를 안게 되는지 설명한다. 부모화된 자녀들은 타인을 강박적으로 보살피고 그들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만, 항상 타인을 배려하는 입장일 뿐 정작 자신을 보살피지 못하고 자신의 욕구조차 스스로 외면한다는 것이다. 심청이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 대신 구걸을 하게 되면서부터 심청-심봉사 부녀의 부모 자녀 관계는 역전되었다. 심청은 아버지에 대한 강박적인 책임감 때문에, 자기 목숨도 돌보지 않고 인당수 제물이 되는 길을 택했다.  나는 부모화된 자녀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강박적으로 보살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오히려 인간관계가 악화되고 결국은 끊어지는 일을 겪으면서, 내 자신도 돌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심청이 인당수 제물이 됨으로써 아버지와 헤어지면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서 독립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해석은, 내게 해결의 실마리를 주었다. 심청은 왕비가 되었고, 아버지를 찾을 때도 자신의 정체가 선녀가 아닌 심봉사의 딸이라는 것이 밝혀질까 걱정한다. 예전처럼 아버지에게 무조건적으로 헌신하기보다는 자기 자신도 염려하고 돌보게 된 것이다. 심봉사는 뺑덕어미에게 속아 재산을 잃지만, 나라에서 여는 맹인잔치에 자기 힘으로 찾아가면서 스스로 설 수 있게 된다. 내 자신이 스스로 서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걸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깨달았다. 


  이 둘뿐만 아니라,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나태하게 살다 몰락하는 이춘풍, 사랑에 집착하면서 괴물이 된 상사뱀, 일방적으로 힘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억눌려 망가진 사도세자까지 모든 인물에게서 나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보았다.  내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는 게 뼈아프기도 했고, 나 자신과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에 공감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에 희망을 가졌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들과 함께 상담실 소파에 함께 앉아 상담을 받으며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온 것처럼 후련했다.


  맺음말에서 저자는 두 가지 버전의 우렁각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 번째 버전에서 원님에게 우렁각시를 빼앗긴 남편은 우렁각시를 그리워하고 원님을 원망하다 죽어버린다. 반면 두 번째 버전 속 남편은, 우렁각시가 왕에게 끌려가면서 '3년 동안 뜀뛰기를 연습해 두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그 말대로 뜀뛰기를 연습한다. 왕에게 끌려간 우렁각시가 3년 동안이나 웃지 않자, 왕은 우렁각시를 웃길 사람을 찾았다. 남편은 우렁각시를 웃기겠다며 입궐해 새털옷을 입고 뜀뛰기를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우렁각시가 웃자 왕은 남편에게서 새털옷을 빼앗아 입고 춤을 춘다. 그러자 남편은 용포를 입고 진짜 왕을 내쫓은 뒤, 우렁각시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번째 버전 속 남편은 아내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말한 대로 열심히 뜀뛰기를 연습하면서 성장했다. 둘 중 어느 쪽이 될지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나 자신의 서사가 치유와 성장, 행복의 서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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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
신동흔.고전과출판연구모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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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있어 다행이라고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 나의 서사가 치유와 성장, 행복의 서사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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