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천문학 -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김현구 도움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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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가 쓴 책이기 때문에 천문학 파트에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다. 명사형 문장이 많은 감이 있지만 난이도도 높지 않고 재미있는 편이다. 미술사 책치고는 도판의 화질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도 아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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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편집하거나 기획할 때 참고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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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 티타임- 전통 영국식으로 즐기는
캐롤린 칼디코트 지음, 최은숙 옮김, 크리스 칼디코트 사진 / 옐로스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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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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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다루는 콘텐츠라면 다 좋아한다.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의 모습에 눈이 즐거워진다. 생생한 음식 묘사를 읽으면 아는 맛을 떠올리든 모르는 맛을 상상하든 행복해진다. 이 책도 글과 함께 실린 음식 사진들이 예쁘고 생생해 보여서 선택했다. 그런데 글을 읽어보니 단순히 '맛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감각을 깨우는 느낌이다.


물복숭아와 딱딱한 복숭아 중 고르라면 나는 '한 입 베어 물면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이 흐르는' 물복 중의 물복을 택하겠다. (중략) 어쩔 수 없이 끈적이고 흘러넘치는 여름 마음.

이 구절을 읽으면서 한겨울에 여름을 느꼈다. 복숭아의 맛과 흐르는 과즙, 복숭아를 먹을 때 느껴졌던 덥고 습한 공기. 연하디연한 색과 금방 물크러져 버리는 촉감까지. 단순히 음식 맛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나 음식 재료의 색과 촉감, 경도, 그 음식을 만들거나 만들 때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햇살, 바람, 분위기들까지 전해준다. 그래서 미각뿐만 아니라 오감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시인답게 음식이나 음식들의 재료에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비유나 상념들을 끌어내는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동그랗게 썬 야채들을 동그랗게 배치한 라타투이에서, 한 문장에 비슷한 다른 문장을 덧대며 글을 이어가는 글쓰기를 떠올린다. 라자냐를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면서 고서나 파손된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시 복원해 가는 제본사의 작업 같다고 생각한다. 가지는 "어둠으로 빛을 감싸 매끈하게 묶어둔 일인용 우울' 같다고 한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들도 있었지만, 나만의 참신한 비유나 표현을 찾지 못하고 사실 위주의 단순한 문장밖에 쓰지 못하는 나로서는 신기하고 신선했다.

감각적이고 독특할 뿐만 아니라 다정하다. 좋아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마다 요리를 했고, 당신을 이렇게 많이 생각한다고 선언하는 마음으로 접시를 놓았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에서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사랑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도 작가의 다정함이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것은 다음 구절이다.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속에 잠겨 있는 형광빛의 근채류 식물. (중략)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세계의 비애 속에서 주홍 단검을 손에 쥐고 드리워진 우울을 가르며 가야지. 당근이 깊이를 알 수 없이 두려운 땅 속에서도 은밀하게 자신의 빛을 지키는 것처럼.

당근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당근은 깊이도 알 수 없이 깊고 캄캄한 땅속에서도 자신의 빛을 지킨다는 구절이 와닿았다. 나도 그렇게 캄캄한 어둠 속에 있으니까. 내 빛이 얼마나 크고 밝은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묵묵히 내 자리에서 그 빛을 지키고 싶어진다. 단검처럼 단호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평생 먹는 것에서 행복만 느끼며 살아온 사람일 줄 알았는데, 작가의 말에서 거식증과 폭식증을 오가며 시간을 보냈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놀랐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괴로운 시간들이 있었기에 음식 덕분에 느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더 실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작가는 직접 화단을 가꾸고 요리를 배우고 시를 쓰면서,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면서 회복되어 가고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작가가 그렇게 스스로를 회복하고 치유했기 때문에, 힘내라고 직접 이야기하지 않아도 조용히 마음을 다독이는 듯하다. 작가의 글 마지막에서 '이 고백이 당신에게 무사히 가 닿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작가의 고백은 내게 무사히 와 닿았고 작은 온기를 전해주었다. 무뎌 있던 감각을 다시 깨워주었고, 일상에 작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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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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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맛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읽는 이의 감각마저 깨운다. 평범한 식재료를 보면서도 이런 상상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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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법 배우는 시간 창비시선 483
송진권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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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백석, 윤동주 이후의 현대 시인 중에서는 정호승의 시집만 읽어봤다. 시도 한 권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아무 시집이나 꺼내 펼쳐봤다, 이해할 수 없는 비유와 상징들에 좌절했기 때문이다. 나는 단순한 사람이라 모호하고 난해한 글은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시집을 발견했다.

『원근법 배우는 시간』은 미술과 관련된 책인가 싶은 제목과 달리, 토속적인 시들로 가득찬 시집이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시인이 고향 마을 풍경을 노래한 시들을 모아놓았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살아본 적도 없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라고 하는데, 이 시집도 그렇다. 친가는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어촌 마을 집이었다는데, 두세 살 때 갔다 온 뒤로는 가본 적이 없어 기억에 없다. 외가도 시골은 아니었고, 그나마 외삼촌 댁이 소를 많이 키웠지만 이 시집에 나오는 것처럼 깊은 시골에 있진 않았다. 시골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어린 시절 어느 시골 시냇가에서 그 동네 아이들에게 산딸기를 받아 먹었던 기억뿐이다. 그것도 정확히 언제 어디서 있었던 일인지 기억도 안 난다.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인지 그냥 꿈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시집을 읽으면 있지도 않은 시골 마을에서의 추억이 떠오르는 듯하다.

평생 도시에서 살아왔고 도시 생활에 만족하기에, 사람들이 시골이 좋다고 이야기할 때 공감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볼거리들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에 시골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시골을 다룬 글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현실에 지쳤는데 농촌의 팍팍한 현실, 농촌의 현실을 고달프게 만든 것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시들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고. '아이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 아니면 '그리운 내 고향'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지루하지 않다. 시골에 내려가서 어르신들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데 듣다 보니 재미있는 기분이다. 현실의 아픔과 서글픔을 아예 그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더 없이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시의 어조는 느긋하고 평온하다. 마실 나온 동네 어르신처럼. 애끓는 그리움을 토해내는 대신 어제와 오늘의 정겨웠던 나날들을 노래한다. 처음 들어본 좀 오래된 말들과 충청도 사투리 때문에 사전을 찾아봐야 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말들을 알아갈 수 있어 즐거웠다. 구수하고 정겨운 이 시들에는 그런 말이 말맛을 더해주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시골보다 도시를 더 좋아하고, 내 고향인 도시, 내 2의 고향인 도시, 이 두 도시를 사랑한다. 그래도 이 시집은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시간, 살아보지 않은 곳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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