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 다녀왔다. 국제섬유미술제에서 오돌토돌한 섬유를 눈으로 맛 보고 씹고 뜯고(아니 그건 아니고) 즐기고(이건 맞지) 한국화협회전을 가기 위해서다. 구구오오 우는 산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뇽뇽뇽-뇽 하며 달리는 전기버스를 타고 우면산에 도착했다

도쿄 신미술관에서 백일회 독립회 서도협회 등 일본예술협회 대관전을 보고 그 수준에 너무 놀랐던 적이 있다. 역시 에도시대부터 비주얼 컬쳐가 발달한 일본의 저력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개막한 예술의 전당 한국화협회전을 가서 그 생각을 수정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대단한 수준의 화가들이 알음알이 작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정선이나 김홍도의 그림은 그 시대에 그런 그림을 그렸기에 희소해 가치가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한지, 붓 등 도구의 수준이 나아졌으니 이전보다 나은 그림을 그리는 게 맞다. 거대한 화면에 훨씬 더 쨍하고 선명한 수묵과 한국화가 펼쳐져 있다. 우와우와 허얼 하면서 종종걸음 치며 그림을 맛봤다(아니 그건 아니라고)


아마 전업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까페를 하거나 가업을 잇거나 임대료가 싼 지방에 거주하면서 작업을 할지도 모르겠다. 상업용으로 파는 작품이니 작품의 수준은 저점이 담보되고 협회라서 어느 정도 투명성은 보장된다. 물론 나름의 고충은 있겠지만. 우리나라 미용협회나 안경협회에서 나름의 정화작용을 거쳐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담보로

가격을 올렸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협회의 기능이겠다


무료전시이고 한국화라 그런지 관중에 젊은 사람이 없고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다. 아마 SNS에 홍보가 안되어 몰라서 더더욱 그럴 수 있다. 미대생들에게는 또 하나 배움의 장이될만큼 대단한 수준의 작품들이 있다. 예술가는 자신의 재능이 아직 미약할 때 전성기 작가의 결과물을 보면서 끊임없이 자기 혐오와 열등을 갖게되지 않을까. 예술가의 숙명이다. 선생이자 선배가 시장에서는 경쟁자다. 나도 그들처럼 해야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은 단축시킬 수 없다. 그러하니 마음의 수양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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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론뮤익전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옆나라 일본 오사카에서는 론 뮤익 뿐 아니라 하이퍼리얼리즘 조각하는 작가 싹 다 모아서 묶음전시하고 있다.


리셰이프 리얼리티: 하이퍼 리얼리즘 조각의 50년전

사람이 몰려서 정신없다는 그 오사카 엑스포 나무 원형 건물은 아니고

오사카 문화관 천보산(텐보잔)이다

공항에서 1시간 반 정도. 난바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다


오사카 간사이 국제예술제 4.11-10.13

월요일 휴무. 10월까지니 시간은 넉넉

론 뮤익 작품은 몇 개 없는 모양


대신 Sam Jinks, Kazu Hiro, Duane Hanson, Toni Matelli,, Marc Sijan 등이 있다



우리의 얼리버드처럼 엑스포와 연계해 여러 할인이 있지만 이것만 본다면 2500엔, 약2만5천원선이다


정보:

https://osaka-kansai.art/products/venue-tempozan

티켓:

https://osaka-kansai.art/pages/tic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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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에 다녀왔다.


국립박물관 중 가장 늦게 지어진, 즉 최신 시설이라고 한다. 더현대 인상파 같은 해외미술관 협업전시를 제외하고는 국박과 국현미와 서울시립미술관과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정도가 영어설명이 좋다. 전통용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쪽의 2차창작이 더 고될지도 모르겠다. 그마만큼 보람이 있기도


공예박물관 3층 가사전은 스님이 입은 외투, 가사의 직물성을 보여준다. 한영 해설이 핵심만 전달하고 있어 깔끔하다. 특히 배경지식이 없는 영어권 관객을 배려해 조금 더 친절하게 풀어놨다. 한국관객도 천천히 읽으면 영어공부가 된다.

영어는 한국역사를 번안한 느낌이 재밌다. 고승은 선마스터..


아울러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영어설명에서 뺀 것도 있다. 예컨대 도입부에


"중국의 자수 가사가 주로 부처의 형상을 반복 배열한 데 비해, 보물 <자수 가사>는 부처와 보살는 물론, 경전과 부처 제작에 이르기까지 삼보 도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점이 특징입니다"는 한국가사의 차별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중국과 달리라는 부분은 영어설명에서 뺐다. 중국인이 한국어를 읽을리 없고 괜히 번역했다가 중화우월주의자들에게 비생산적인 클레임을 받기 십상일테니


Naval battles를 읽으면 괜히 2차대전 생각이 난다. 번역이 틀린 게 아니라 영어표현 자체 뉘앙스가 그렇다. 재밌다

벽암대사는 임진왜란 때 해전에 참여해 공을 세웠고 = directly participated in naval battles and earned distinction from his efforts


서산대사는 선과 교에 모두 정통하여 일본에까지 이름이 알려졌던 고승이다 = Venerable Seosan Daesa was a revered Seon master and doctrine scholars whose renown extended beyond Korea to Japan.


그외 좋은 표현

deeply versed in Hwaoem philosophy = 화엄학에 조예가 깊다


대각국사 의천은 devoted himself to unifying the Buddhist orders, addressing sectarian conflict and institutional abuses, and restoring the shaken morale of the people through spiritual leadership. 선교 교단통합에 힘쓰며 고려 불교의 파벌 갈등과 폐단을 바로잡고 흔들리던 민심을 안정시키고자 헌신했다

-> 폐단을 바로 잡고, 를 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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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뮤지엄


비 오는 날 가기 좋다. 잠실역과 역사간 지하연결통로가 있어서 비를 맞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거대한 상업컴플렉스 안에서 시그니엘, 롯데월드가 함께 이어져 있어 동선이동이 헷갈리는 편.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면 친절한 롯데직원들이 도와준다. 롯데뮤지엄은 6층


하나의 거대한 가나초콜렛 프로모션 견학프로그램이다. 그걸 1만2천원을 내고 가야한다고? 그건 좀 합리적이지 않다. 얼리버드로 50퍼 할인을 받거나 지난 쥬얼리전 티켓이라도 있어서 20퍼 할인받아 6000-9600원이면 그래도 이해할만하다. 이렇게 가나초콜렛 맛있다고 해놓고 무료 시식이라도 안 하면 곤란하지. 카카오 원료 그라인딩부터 입자크기를 12나노미터 이하로 배합해 사르르 녹도록 만들었다는 공정을 다 보여줘서 입에 침 고이게 해놓고 그냥 가라고? 거의 끄트머리에 두 번 미니 초콜릿을 준다. 큰 거 줬으면 더 좋았겠는데, 하여 티켓값 풀로 내고 갈만하지는 않다고 평하겠다. 큰 거 줬으면 만족했을텐데 사실상 브랜드견학 같은 거 시켜놓고 유료라니

예전 앤서니 브라운전이나 픽사전이나 키즈테마파크나같이 상업색이 짙은 전시는 안 가는 편인데 소닉스테이션이 작가 한 명 볼만하다고 해서 갔다. 도도새 만든 작가. 그렇지만 나는 안국 페레스 빌딩 2층 디아프로젝트 지난 전시 스트로크에서 봤던 박선기의 숯 조각 설치예술이 더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은 물감덩어리를 초콜릿처럼 꾸덕하게 발라 그린 김미영작가와 작업영상을 재밌어할거고 아이들은 그라플렉스나 일본작가의 공룡+외계인 합성캐릭터가 누워 소통안하고 스마트폰만 하고 있는 작품을 흥미로워할거 같다






모든 작가가 초콜릿에서 한 가지 특성을 이끌어내서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검은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을 조각내 나누어 먹고 선물도 한다, 라는 간단한 테마로부터

달콤한 선물을 기프트 주는 캐릭터로

부드러움의 물성을 물감의 질감으로

검은 색을 숯으로

카카오 원료를 찾는 도도새여정으로

초콜릿 나누는 행위를 관계와 소통의 의미로

추출해 작품을 만들었다.



조금 더 눈에 띄는 포인트는 코인파킹딜리버리는 구도와 포즈는 초기 디즈니 미키마우스 같은데 선이 반듯하지 않고 흐트러져있으며 유니콘의 눈은 일본 망가스럽다. 락커로 그린 깔끔한 윤곽의 선이 아닌 것에는 젊은 세대의 트라우마나 정서적 불안 같은 식으로 느슨하게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프로이트식, 이론위주의 접근법은 개인적으로 무책임하고 무가치하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클리셰처럼 남발된다. 한 숟가락 얹기 편하니까. 그라플렉스의 회화 연작은 자세히 보면 왼쪽으로 갈수록 초콜릿이 녹는 듯이 검은 화면으로 잠식된다. 도도새는 초기 드로잉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으나 설치작품으로 오면서 많이 소략된 듯 하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롯데는 재일조선인이 만든 기업이 모태다. 그러나 불필요한 역사논쟁에 휘말려 기업이익을 훼손하고 싶지 않아 초콜릿 브랜드 역사 코너에서 일본과의 커넥션을 영리하게 지워냈다. 사실상 기법 공장 설비 인력 디자인 다 일본에서 들여왔으나 마치 자생한 브랜드처럼 기술했다. 작가진 중 일본작가 한 명 포함되어 있는 것은 우연히 아니다. 그리고 버스 가격 인상은 비교했지만 예전 초콜릿 가격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비교군이 1991년과 대비한 2025년 가격인데, 초콜렛만 판매량으로 말하면 제대로 된 비교는 아니다. 그런데 기업은 어쩔 수 없고 굳이 예전 가격을 밝힐 필요가 없다. 그럼 지금 가격이 얼마나 비싸졌는지 체감되어 불평이 생길테니까.






전시는 초콜릿을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예술적 상징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달콤한 스낵에서 특별한 이에게 주는 선물로서 감성을 강조한 후, 기념 매개체 안식 행복 기쁨과 같은 큰 문맥과 연결시켜 소비재의 감각적 경험을 예술적 상징으로 확장한다. 작가의 작품은 바로 이런 초-고급화 전략을 위해 필요한 매개체였다. 산업화시대를 견인한 베이비붐 세대가 늙어가며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진입한 한국은 더이상 내수시장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 따라서 박리다매형 소비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을 고가에 내는 고급화 전략으로 이행했다. 그리고 이 고급화도 시간이 지나며 세분화되고 예술자본의 힘을 빌려 초-고급화 전략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전시는 그런 맥락에서 초콜렛의 럭셔리화를 시도하는 기획이 엿보인다. 티켓 값 다 지불했는데 겨우 미니 초콜릿 주면서 홍보하기엔 째째하지만 말이다. 재미는 있었으나 그닥 충성팬은 되지 않을 듯. 하지만 나는 오늘 가나초콜릿 하나 사먹긴 했다. 워낙 홍보당했으니. 러우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으로 초콜릿 가격 인상한다는 기사를 몇 달 전 읽었는데 확실히 비싸지긴 했다. 1000원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같은 제품이 이제 3400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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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5-1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여기 얼마나 헤매면서 찾아갔는지 몰라요.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결국 저도 안내원에게 물어보고 겨우 찾아 올라갔다는, 창피한 추억이 있어서 쉽사리 또 가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 곳이랍니다.

2025-05-10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백앤아 9 : 쵸코의 위험한 생일 파티 백앤아 9
돌만 그림, 지유리 글, 백앤아 원작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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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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