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 롯데뮤지엄
비 오는 날 가기 좋다. 잠실역과 역사간 지하연결통로가 있어서 비를 맞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거대한 상업컴플렉스 안에서 시그니엘, 롯데월드가 함께 이어져 있어 동선이동이 헷갈리는 편.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면 친절한 롯데직원들이 도와준다. 롯데뮤지엄은 6층


하나의 거대한 가나초콜렛 프로모션 견학프로그램이다. 그걸 1만2천원을 내고 가야한다고? 그건 좀 합리적이지 않다. 얼리버드로 50퍼 할인을 받거나 지난 쥬얼리전 티켓이라도 있어서 20퍼 할인받아 6000-9600원이면 그래도 이해할만하다. 이렇게 가나초콜렛 맛있다고 해놓고 무료 시식이라도 안 하면 곤란하지. 카카오 원료 그라인딩부터 입자크기를 12나노미터 이하로 배합해 사르르 녹도록 만들었다는 공정을 다 보여줘서 입에 침 고이게 해놓고 그냥 가라고? 거의 끄트머리에 두 번 미니 초콜릿을 준다. 큰 거 줬으면 더 좋았겠는데, 하여 티켓값 풀로 내고 갈만하지는 않다고 평하겠다. 큰 거 줬으면 만족했을텐데 사실상 브랜드견학 같은 거 시켜놓고 유료라니

예전 앤서니 브라운전이나 픽사전이나 키즈테마파크나같이 상업색이 짙은 전시는 안 가는 편인데 소닉스테이션이 작가 한 명 볼만하다고 해서 갔다. 도도새 만든 작가. 그렇지만 나는 안국 페레스 빌딩 2층 디아프로젝트 지난 전시 스트로크에서 봤던 박선기의 숯 조각 설치예술이 더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은 물감덩어리를 초콜릿처럼 꾸덕하게 발라 그린 김미영작가와 작업영상을 재밌어할거고 아이들은 그라플렉스나 일본작가의 공룡+외계인 합성캐릭터가 누워 소통안하고 스마트폰만 하고 있는 작품을 흥미로워할거 같다







모든 작가가 초콜릿에서 한 가지 특성을 이끌어내서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달콤하고 부드럽고 검은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을 조각내 나누어 먹고 선물도 한다, 라는 간단한 테마로부터
달콤한 선물을 기프트 주는 캐릭터로
부드러움의 물성을 물감의 질감으로
검은 색을 숯으로
카카오 원료를 찾는 도도새여정으로
초콜릿 나누는 행위를 관계와 소통의 의미로
추출해 작품을 만들었다.


조금 더 눈에 띄는 포인트는 코인파킹딜리버리는 구도와 포즈는 초기 디즈니 미키마우스 같은데 선이 반듯하지 않고 흐트러져있으며 유니콘의 눈은 일본 망가스럽다. 락커로 그린 깔끔한 윤곽의 선이 아닌 것에는 젊은 세대의 트라우마나 정서적 불안 같은 식으로 느슨하게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프로이트식, 이론위주의 접근법은 개인적으로 무책임하고 무가치하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클리셰처럼 남발된다. 한 숟가락 얹기 편하니까. 그라플렉스의 회화 연작은 자세히 보면 왼쪽으로 갈수록 초콜릿이 녹는 듯이 검은 화면으로 잠식된다. 도도새는 초기 드로잉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으나 설치작품으로 오면서 많이 소략된 듯 하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롯데는 재일조선인이 만든 기업이 모태다. 그러나 불필요한 역사논쟁에 휘말려 기업이익을 훼손하고 싶지 않아 초콜릿 브랜드 역사 코너에서 일본과의 커넥션을 영리하게 지워냈다. 사실상 기법 공장 설비 인력 디자인 다 일본에서 들여왔으나 마치 자생한 브랜드처럼 기술했다. 작가진 중 일본작가 한 명 포함되어 있는 것은 우연히 아니다. 그리고 버스 가격 인상은 비교했지만 예전 초콜릿 가격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비교군이 1991년과 대비한 2025년 가격인데, 초콜렛만 판매량으로 말하면 제대로 된 비교는 아니다. 그런데 기업은 어쩔 수 없고 굳이 예전 가격을 밝힐 필요가 없다. 그럼 지금 가격이 얼마나 비싸졌는지 체감되어 불평이 생길테니까.





전시는 초콜릿을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예술적 상징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달콤한 스낵에서 특별한 이에게 주는 선물로서 감성을 강조한 후, 기념 매개체 안식 행복 기쁨과 같은 큰 문맥과 연결시켜 소비재의 감각적 경험을 예술적 상징으로 확장한다. 작가의 작품은 바로 이런 초-고급화 전략을 위해 필요한 매개체였다. 산업화시대를 견인한 베이비붐 세대가 늙어가며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진입한 한국은 더이상 내수시장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 따라서 박리다매형 소비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을 고가에 내는 고급화 전략으로 이행했다. 그리고 이 고급화도 시간이 지나며 세분화되고 예술자본의 힘을 빌려 초-고급화 전략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전시는 그런 맥락에서 초콜렛의 럭셔리화를 시도하는 기획이 엿보인다. 티켓 값 다 지불했는데 겨우 미니 초콜릿 주면서 홍보하기엔 째째하지만 말이다. 재미는 있었으나 그닥 충성팬은 되지 않을 듯. 하지만 나는 오늘 가나초콜릿 하나 사먹긴 했다. 워낙 홍보당했으니. 러우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으로 초콜릿 가격 인상한다는 기사를 몇 달 전 읽었는데 확실히 비싸지긴 했다. 1000원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같은 제품이 이제 3400원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