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에 다녀왔다.


수색역에 있다. 상암의 방송국과 그 아래 입점해 있는 깔끔하고 세련된 점포들이 눈에 띈다. 윗층의 방송국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들이 월급을 받고 아래 내려와 일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료와 음식을 섭취하고 다시 올라가 일해 돈을 벌고, 점포는 위에서 내려온 직장인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내고, 건물주인 회사는 임대료를 받아 월급을 주는 게 뭐랄까 자족적 시스템? 자가발전? 공생 관계? 처럼 보인다. 아니, 약육강식인가. 누가 스트레스를 주는가


영화박물관은 8.30까지 옛 만화영화 홍길동 특별전을 하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67-99년까지 개봉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100편이나 된다고 한다. 대단하다


개중 로봇으로 상징되는 과학기술 소년물 태권브이 같은 낙양의 지가를 올린 픽션은 한국인의 심상구조를 형성했다. 베스트셀러는 당시 사회의 마음을 반영하는 재해석된 기록물이기에 픽션으로 그 시대를 일부 읽어내는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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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참 큰 곳이다. 시의 모양새가 서울을 닮아 특이하다. 수원역에 가서 수원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여의도만 간 사람이 서울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크디큰 수원 전역에 수원시립미술관은 행궁본관, 북수원, 만석전시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네 군데 걸쳐있다.

그중 북수원이 가장 가기 어렵고 광교는 신분당선 강남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 근처 인디시네마가 싸고 좋다고 홍보했는 홍탕의 추천으로 호주의 블랙코미디 애니메이션 달팽이의 회고록을 본 날에 겸사겸사 옆에 있는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 들렀다.


컨벤션 센터 같은 큰 건물의 지하 한 층에 전시공간이 있다. 마치 양주장욱진/민복진조각미술관이나 양구박수근의 홍이현숙전처럼 전시를 자주 교체 안하고 한 해 내내 하는 듯하다.


2025 아워세트:김홍석×박길종 (3월 25일에서 10월 12일까지)


김홍석의 풍선 청동 조각도 특이하지만 레진, 스펀지 등으로 만든 동물 탈을 쓴 사람크기 인형이 눈에 띈다.










서울역이나 인천공항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처럼 널부러진 이 인형들 앞에 있는 팻말에 각기 사연이 적혀있다. 경비원 휴학생 노동자 망명자 무용가 등이다.


사회적 가시권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형상화한 서발턴이다. 그런데 일당 금액 대신 기부, 표현 기법 혁신, 일자리 요청, 도움의 정중한 거부 등에는 저마다의 긍지가 보인다.


동물 마스크에 주목해보자. 외모 피부색(인종) 피부빛깔(물광피부와 재력) 학력 같은 외부의 낙인을 가려내는 동물 마스크는 인간의 자리와 사회적 조건을 지워버린다. 덕분에 관객은 개별적 타자가 아닌 구조적 주변인의 자리를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얘는 이렇게 생겨서 이렇게 사는거야, 얘는 무용수인데 안 예쁘네 등등 외모 품평을 넘어 사연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동물 마스크의 사용은 역설적이다. 인종, 계급, 나이, 젠더의 차이를 지우기 위해 더 비인간적인 얼굴을 씌우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탈각시키며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이기에 역설적이다.


또한 한국이라는 문화적 맥락을 감안할 때 퍼포먼스하는 인형 군상은 특이하다. 한국은 인형을 감상하는 문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웃나라 일본은 키메코미 인형, 히나 인형, 네츠케 등 기법별로 세분화된 인형장인의 전통이 있으며, 국립박물관에서도 독립 전시 코너가 있을 정도로 축적된 미적 전통이 있다. 쿨저팬을 견인하는 현대 망가 피규어 산업 역시 인형 제작이라는 장인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것이다. <그 비스크돌은 사랑한다>와 같이 최근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만화와 이에 기반한 넷플 애니도 인형 장인이 주인공일정도로 대중문화에서도 친숙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인형을 애들 놀이감이나 장례 부장품(꼭두) 정도로만 대했다. 일본과는 달리 인형을 예술적, 사회적 매개체로 보는 감상 문화 자체가 얇다는 뜻이다. 


딱히 이슬람처럼 종교 교리로 재현이 금지된 것도, 비잔틴처럼 성상파괴운동이 있던 것도 아닌데 사람 모양을 닮게 만드는 실물 크기의 모형에 대한 감상 기반이 없다시피 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홍종의 작업은 인형 감상이 결핍된 미적 전통 속에서 전혀 새로운 감각을 구축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 문화적 결핍의 전략화, 블루오션 개척, 니시마켓 개발인 것이다. 일본처럼 인형 전통이 강한 나라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런 기반이 없는 한국에서 인형이 예술적 사유의 장치로 제시된 것은 이례적이며 부재의 전통을 새로운 미학으로 바꿔낸 실험으로서 인형이 각기 위트있게 현대한국사회의 서발턴을 대리한다는 점에서 국제갤러리 컬렉션에 포함될만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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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문화역 아시아프 1부에 출품한 작가 중 몇 명만 글로 다뤄보자(5)


1. 이래, 비가 담긴 저녁, 장지에 채색, 2024

2. 이래, 비가 남긴 아침, 장지에 채색, 2024.


형광색과 무채색, 녹색과 주황의 대조, 빛나는 노란 태양과 검푸른 하늘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황홀한 꿈속 풍경 같다. 셀링 포인트를 잘 아는 것 같은 작가다. 일상에서 초현실적 마법세계를 느끼게 해주며, 장식적이고 만화적이면서 치유와 명상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지갑도 열 수 있을 그림이다.


땅거미 무렵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대의 색채가 하늘에 스펙트럼으로 묘사되어있다. 보라, 파랑, 핑크가 층을 이루는 이 그라데이션은 저녁노을의 감각을 전달하며, 원경의 마을을 암시하는 전기 불빛과 함께 호수에 반사된 달빛은 화면의 중심을 고요하게 고정한다.


수직적인 나무의 가느다란 가지들이 세밀한 필체로 신경망처럼 얽혀있는 반면, 하단의 잎은 만화적으로 도형화 되어있어 단순과 세부라는 두 화풍이 병치되어 있다. 낮의 나무도 마치 볼테로풍으로 그려져있어 재밌다.


상단 하늘에는 구슬처럼 떠 있는 김창열 화풍의 극사실적 물방울들이 흩뿌려져 있는데 이는 풍경과 관객 사이에 창문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로 인하여 그림에 수공간의 평안함이 부여되고 과한 데코나 몰딩같은 프레임 없이 베일처럼 장식적 효과를 준다. 장식적이면서 아름답다.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림에 묻어있는 유리창의 비중력적 물방울은 시공간적 확장을 제안하는 회화 내 장치다.


풍경과 동물이 친근하지만 물방울이나 빛이나 형광 아우라 처리나 색채 사용이 어딘가 오묘하게 초현실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일종의 비현실적 일상성,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할 수 있다. 보르헤스적인 감각이다.


태양과 달이 선명한 광원으로 억압적인 존재감을 주기보다는 화면 전체의 명도를 높이며 은은한 반사광을 주며 볕뉘처럼 부드럽게 스며든다. 물감이나 색채 스펙트럼에서 보았을 때 재료값이 꽤나 들었을 것 같은 유복한 그림이다


고양이 모티프는 특이하다. 낮 그림의 검은 고양이와 밤 그림의 황금빛 고양이는 좌우에서 대비된다. 제목도 비슷하거니와, 모티프 측면에서 두 그림이 한 세트, 한 쌍, 쌍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낮과 밤, 태양과 달, 검은 고양이와 황금 고양이는 세계의 두 얼굴이자 시간의 이중성으로, 시리즈 전개도 가능할 것 같다.


고양이는 관람자에게 감정 이입의 통로가 되며, 의인화된 동물은 작품의 서사성을 강화하는 장치다. 두 마리 고양이가 모녀처럼 호수 앞에 앉아 서로를 따스하게 응시하는 좌측의 그림은 안온한 저녁을 상징하며, 우측의 그림에서 아침녘의 고양이는 씩씩하게 홀로 길을 떠난다. 길 위를 걷는 데이타임 냥이와 앉아 쉬고있는 나잇타임 냥이모녀는 관람자를 대신해 풍경과 대면하는 대리자 역할로, 보는 이를 화면 속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치유적이고 명상적이다.


고양이의 잔털을 표현한 세필붓 스트로크는 예민함을 요한다. 거대한 나무마저도 거친 필법이 아니었다. 작가는 세심한 사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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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압구정 로이갤러리에서 양현모전이 있었다. 오늘 사진과 리플렛 정리하다가 생각의 실타래를 정리해본다.


비정형과 기하학 사이에서 유연한 형태를 그리는 <일렁이는 오늘>전이다. 감각과 기억 사이에서 복잡한 상념을 흐르는 대기와 번지는 빛으로 표현했다.


인스타와 사이트에는 내가 유심히 본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다. 아무리 사진이 공개적으로 오픈되어있어도 직접 전시를 가야하는 이유다. 이번 전시의 메인 테마 연작은 인터넷에서 거의 그대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윗층에 있는 <어느 날의 파편 No.1-4>(2025)와 위 아래에 하나씩 있는 <고대의 나침반 No.1-2> 시리즈는 정보가 없다. (아래 사진 확인) 이 연작들을 보고 나서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어느 날의 파편은 혼합재료다. 사진을 찍은 뒤 갈갈이 찢고 다시 이어붙였다. 본디의 사각형 형태가 아니라 비정형으로 섞인 형태에 스테인리스 스틸같은 테두리를 더하고, 저녁밤 아파트의 불빛과 하늘의 별빛을 오묘하게 섞었다. 약간 시간을 두고 응시하며 명상해야 그림이 비로소 내게 말을 건다.


야경을 볼 때 카메라 렌즈의 사각프레임안에 찍히는 형태로만 광경을 기억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망막에 맺히는 상 가운데 일부만 선택적으로 뇌리에 저장한다. 그런 아이디어를 토대로 자기에게 의미있는 풍경만 시각적 클러스터로 모아 콜라주했다. 무엇보다 추억은 그때 그 장소에 함께 했던 사람 혹은 기분과 함께 남는다 점을 시각화한 것 같다. <어느 날의 파편> 연작을 통해 <일렁이는 오늘> 연작의 감성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고대의 나침반은 풀밭 강아지풀 느낌의 실보풀이 제기처럼 스커트형태로 나침반에 붙여진 작품이다. 이 설치작품이 메인 테마 회화의 앞에 있음으로서 작품이 어쩐지 더 완성되는 느낌이다. 선이 구부러지고 흐르는 방향과 각도가 회화와 닮았다.


https://www.roygalleryseoul.com/exhibition/whispering-curr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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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 있는 하나은행 미술품 개방수장고에 다녀왔다. 2층에 약 110여 점 소장 중이다.


한남동 두아르트 스퀘이라에서 올해 5-6월에 했던 톰 하우스Tom Howse의 작품이 보인다. 그때 전시장에서 봤던 작품은 아니다. VIP 기관 관계자용 그림이 따로 있거나 다른 데서 구입했거나 했을 것 같다. 구매경로는 정확히는 모르겠다.


작품을 찬찬히 보니 매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게 아니라 초과 이윤이 있을 때 사는 것 같다. 프레임이나 작가군을 보았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면 팔릴 작품은 적절할 때 팔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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