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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Systems Red (Paperback)
Martha Wells / Tor.com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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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짧은 노벨라(novella)다. 


주인공은 츤데레 같고 전개는 터미네이터+오피스 합쳐놓은 것 같다는 SNS의 표현이 있었다.


다만 엔딩이 이게 최선일지가 약간 의문.


머더봇은 회사 정비소 같은데서 다시 눈을 뜨고 지배자 모듈 비활성화되어서 자유를 얻었지만 자유롭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자기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확신이 없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이 익숙한 세계로 돌아가 혼자서 임무를 수행하고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로 하는데 밤중에 호텔을 나가 작업복 훔쳐 입고 화물선이라는 말도 없고 심판도 하지 않는 무심한 존재와 여행을 하러 난다.


자기를 행복한 하인봇이라고 하는 엔딩. 또 다른 여정으로 시작하는 엔딩.


영어는 쉽고 재밌게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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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 쯤 SNS에서 무라카미 타카시(村上隆)의 책을 읽고 있다는 글을 봤는데 재밌겠어서 주문했다. 그 글을 보고 주문한 사람이 또 있었는지 검색했을 때는 바로 배송이었는데 몇 시간 지나니 아차, 이럴 수가, 직수입 배송으로 1주일 정도 걸린다는 것. 열흘 넘게 기다려 어제 저녁 겨우 배송받았다. 미안 알라딘, 이번에는 예스에서 주문했는데 너한테 주문할걸 그랬다 이렇게 오래 걸릴거였다면. 근데 7천원대라 무료배송쿠폰을 쓰려고...




작년 여름 교토 교세라 미술관에서 봤던 작가의 전시가 생각난다. 일본전통을 자기 스타일로 재해석한 그림이었다. 우리에게는 뉴진스의 삼촌팬으로 알려져있지만 팝아트 분야에서 이미 유명했다. 요즘 GPT로 지브리, 디즈니 스타일로 렌더링하는 것이 유행인데 무라카미 스타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만큼 자기만의 세계와 색감이 있다.






일본기업론의 기업은 company가 아니라 창업의 어감이다. 젊은 예술인을 위한 처세술, 성공학 같은 책이다. 앞부터 안 읽고 중간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전시회는 굿즈샵의 셀링에 방점이 있었다. 책을 읽어보면 이해된다. 팔려야한다! 예술은 돈 벌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잘 팔리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무척 대단하다.


원래 일본은 편지를 쓰는 문화인데, 글자 하나 하나를 다른 색깔로 칠했다. (본인이 했을까? 어시가 했을까?)



전시 마지막에서 일본 여자 모에 캐릭터의 2m 넘는 프린트 앞에서 극혐으로 인해 볼이 떨리던 20대 언저리의 라틴계 서양여성의 얼굴표정이 생각난다. 여성의 성상품화에 대해 세포속까지 혐오하던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고가 팔리고 굿즈샵은 낙양의 지가를 올린다.


책을 읽어보면 미국을 경유해서 네임밸류를 올리는 법부터 해서 온갖 노하우가 가득한데 어째서 그 비슷한 방법으로 성공한 일본예술가는 없는 것인지


1) 그건 마치 인문학과 성공학을 파는 유투버와 지식도소매상들이 자기처럼 되라고 외치지만 그렇게 못되는 이유와 같다

또한 부동산 투자가가 강연하고 책을 파는데 정작 그 방법으로 그만큼 성공한 사람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2) 지식을 판다면 그 분야는 끝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는 그 분야의 전체상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도 알 수 없고, 가르칠 시간도 없다.


3)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무리 노하우, 레시피, 가이드, 전략 다 알려줘도 따라하지 못 한다고 했다.


4) 총론은 말해도 각론은 알 수 없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렇게까지 여러 노하우를 알려주는 수고를 들여도, 정작 자신의 주변에서 누구를 만나야할지, 어떤 컬렉터를 컨택하고, 어떤 해외에이전시와 어떤 식의 메일을 주고 받아야하는지 하는 구체적인 것은 예술가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5) 사람들은 정말 알짜정보는 셀링하지 않는다. 셀링할 시간도 없다. 정말 주식,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내가 하거나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근처의 인물에게 주지, 나를 모르고 보은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무작위 대중에게 그것도 무료로 배포하지 않는다. 


6) 처세술, 성공학 책은 구체적이더라도 한계가 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개인사기 때문이고, 개인사를 다 공개하기까지 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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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전에 올라 온 이동진 3월 최고의 책에 예소연 작가를 골랐다.

이동진의 책 큐레이션은 정확하다. 훌륭한 안목이다. 좋은 책이다.



관련없는 오멘일 수도 있지만, 나흘 전 한겨레 양선아 기자의 기사에서 예소연 작가를 언급했었다. SNS에 바이럴되길 시작할 징조인지. 이동진의 추천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니 좋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88282.html





초기작도 상당히 괜찮다. 문학과 지성사의 소설 보다 잡지 2023년에 수록된 글과 초기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긋닛 4호에 수록된 글도 좋다.

















최근 유행한 무해한 글과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혼란과 다툼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이해불가능한 존재들을 다정하고 섬세하게 충돌시키는 감각이 좋다.


소란스럽게 속삭이는 상황이나 개판이 되는 장례식 같이 두 모순적인 요소를, 서로 화해불가능한 돌처럼 강하게 맞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콩에 떡 메듯 서로 찰지게 합치시킨다.


가장 최근작 중 하나인 '영원에 빛을 져서'는 란, 동, 석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한국 문학을 읽을 때 재밌는 것은 인물의 성별을 판별하는 일이다.


명사마저 성별구분이 명확한 유럽어는 무조건 몇 단락 가지않아서 인물이 she인지 he인지 나온다. 인칭대명사를 통해 나올 때도 있고, his나 her 같은 소유대명사를 통해 드러날 때도 있다.


그러나 한국어(+일본어)는 맥락상 발견해야한다. 석이가 여자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우리말은 '그' '그녀'라고 쓰지 않는다. 석은 남성 이름 같이 들리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p11에 가서, 주인공(동)이 "캄보디아, 실종, 여성"을 검색한 정황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 전까지는 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인 상태로


마음 한 켠에 궁금증을 묻어둔 채 읽는 것이다.


한국문학을 읽을 때의 소소한 재미다. 이런 점에 포착해 독일어로 작품활동을 하는 다와다 요코는 의도적으로 성별을 지웠지만, 인공적으로 지웠기 때문에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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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다가 어떤 SNS 글에 위의 책 추천이 있었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10개국이 미국에 100억 달러(오늘날 가치로 1,900억 달러) 이상을 빚졌는데, 영국의 부채는 46억 달러로 절반 가까이. 당시 미국 재무장관 앤드류 멜론과 당시 영국 재무장관 윈스턴 처칠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이야기


라고 했다. 흥미가 생겨서 주말 독서로 괜찮겠다 싶었다. 책을 구해서 읽었는데


4.6 billion 이라는 부분이 없었다. 4장에 가서 13국이 40억 달러 빚졌다 같은 표현은 있었는데, 검색으로도 한참 찾다가 글작성자님에게 문의했다. WSJ에서 본 서평이라고 했다.


이러면 이해가 된다. WSJ 서평자가 책이 아니라 다른 데서 얻은 정보랑 함께 요약해둔 것이었다.



https://www.wsj.com/arts-culture/books/mellon-vs-churchill-review-the-payback-problem-23453b9f


WSJ는 유료 구독해야 볼 수 있고, 다음 사이트에서 기사 일부를 볼 수 있다.


https://www.magzter.com/ja/stories/newspaper/The-Wall-Street-Journal/A-FEW-BILLION-BETWEEN-FRIENDS?srsltid=AfmBOooH1r2NLpG2wEJaQ6ENBL9v6i1U-ijHm1WDPBokmF6dA5EJEBsl


In a nutshell, the debt story of the 1920s goes like this. Following World War I, 10 countries owed the U.S. more than $10 billion ($190 billion in today's money), most of which had been used to purchase U.S. goods and munitions during the conflict. Britain's share of the debt, the largest, was $4.6 billion; France owed $4 billion. Their economies in shambles, however, they were in no position to commence timely and full repayment.


그냥 스윽 스윽 읽다가 11장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


Reporters asked American signatories to the bankers’ manifesto to explain why they supported high tariffs in the United States and no tariffs in Europe. They replied defensively, “It is only the European tariff that is bad. The American tariff is a different matter.



기자들은 은행가들의 선언문에 서명한 미국 측 인사들(signatories)에게 왜 미국에서는 높은 관세를 지지하면서 유럽에서는 무관세를 지지하는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방어적으로 답하기를,

"문제가 되는 것은 유럽의 관세뿐이다. 미국의 관세는 다른 문제다"






약 70년이후에 같은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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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강남 교보문고 매대에서 막 번역 출판된 이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나는 베르베르의 <개미>나 최근작 <행성>보다 이 단편모음집에 수록된 <상표전쟁>을 좋아한다. 정말 있을 법한 미래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프랑스에서는 2008년 10월께 나온 책인데, 2025년 오늘날에 읽어도 이후의 미래를 잘 예측했다. 처음 이 책을 손에 집었을 2010년에도 <상표전쟁>을 단숨에 흡입하듯이 읽었다. 책을 사게 되 것은 2019년 후 신판이 나온 다음이다.


단편 <상표전쟁>은 소위 테크 자이언트라고 일컫는 기술 거대 기업의 부상에 따른 국가의 점진적 대체를 그리고 있다.


국가보다는 기업광고송이나 사가(회사 노래)를, 국기보다는 로고를 사람들이 선호하게 되면서 물건구매가 투표행위의 일환이 되어간다. 일련의 과정을 지나(스포일러니 책을 읽어야함) 기업들이 과거에는 주권 국가만이 수행하던 전쟁을 벌이는 미래를 그리는데 예측 중 일부(2040년께의 우주 전쟁이나 2018년의 콜라 전쟁)는 실현되지 않았으나 관료주의에 의해 둔화된 국가를 기업이 대체하는 흐름은 놀랍도록 정확하다.


펜데믹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 미국의 일론 머스크와 중국의 마윈의 부상. 2010년 후반에 알리바바가 항저우에 너무 큰 위치를 차지 해서 국가기관이 기업 안에 들어와서 서류발급 민원처리를 한다고 했던 어느 기사를 읽고 이 단편을 떠올렸었다. 스페이스X나 나사의 업무 일부를 대체하고, 국경을 초월하여 유럽의 이민정책과 극우정치 공론에도 영향을 미치는 2025년 기사를 보면서 다시금 이 단편을 떠올린다.


스토리에서는 규제 지연과 정치적 분열로 인해 국가들은 거대 기업의 기동성을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기업이 곧 국내경제만을 담당하던 시대를 지나 세계화시대에는 국제 무역을, SNS와 AI의 시대에는 이념적 담론까지 기업들이 주도하게 된다.




국가들이 이에 적응하여 다시금 주도권을 회복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들에게 더욱 많은 권한을 내어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역사가 보여주듯 권력 구조는 정적이지 않다. 기술 기업들이 계속해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경제적 민족주의와 지정학적 충돌로 인해 국가들이 새로운 균형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야기에서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중세처럼 변해간다는 것이다. 공급망 붕괴, 우리가 알던 세계화의 종말, 중도의 몰락과 극좌와 극우 양극화, 기후변화, 각자도생의 시대. 모두 성벽을 세우는 중세의 특징이 아닌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작이 '상실의 시대' 같은 그의 이전 작품의 집대성처럼 읽는 사람도 있으나, 다가올 미래, 즉, 벽을 세워 중세도시를 만드는 시대를 예측한 것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면 시대에 대한 통찰이라는 부산물을 얻을 수 있다. 작가가 반드시 예언서를 쓰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것은 아니고, 책을 집어드는 독자도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닌데, 재밌게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생각지 않게 얻게 되는 부산물이 바로 시대에 대한 통찰이다. 왜 그것이 가능한가? 


아이디어의 전파와 현실화 과정에 글이 에너지와 질량이 낮기 때문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질량이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개념이 현실에 미치는 속도와 영향력이 결정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장 적은 에너지가 드는 것은 음성언어 즉, 말이고, 그다음이 문자언어, 즉, 글이다. 말과 글은 한 개인이 적은 노력으로 바로 발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시대의 유동성을 포착하고 기록할 수 있다.


이후 말과 글에 감화를 받은 예술가들이 이를 그림, 이미지, 영화로 시각화한다. 물론 예술가들이 작가 자체일 수도 있겠다. 내 말은, 시각화는 소리화와 문자화에 비하며 훨씬 더 에너지와 노력이 들기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기술을 통해 실체화되는 것이며 이후 상용화를 거쳐 대중이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다시 짚어보자. 미래를 내다보는 한 비저너리는 먼저 아이디어를 말로 표현한다. 아직은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구술언어로 말하는 단계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을 정리해 말을 글로 정리해 출판하고 독자들이 읽기 시작한다. 출판과 유통에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러나 책은 말보다는 널리 퍼지는 효과가 있다. 소리는 가청범위에만 다가갈 수 있지만 책은 지역을 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예술가들이 공감하여 그림과 이미지로 시각화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기술자들이 실제로 이를 구현하지만 초기에는 비용이 높아 쉽게 보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용화되면서 마침내 대중의 인식 속에 자리 잡는다.


예컨대 로켓, 우주 개발, SNS, AI, 배터리, 전기차 등 모든 혁신이 이 경로를 따른다. 처음에는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이 되었다. 대중은 자기 앞에 물성으로 다가와야 이를 이해한다. 말과 글인 단계에서 비웃지 않고 공감하 사람은 축복된 사람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작가들의 글에 주목해야 한다. 작가가 기록하는 생각이 곧 있을 법한 미래의 현실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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