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답변: Overtakelessness 가 나오는 초반이 어딘가, 뒤적이다가 보니 앤 카슨의 녹스 1.3에 있었네요.


세상을 떠난 오빠에 대한 상실과 애도를 표현하는 녹스의 핵심 정서로 집중해 생각해볼만한데

우리말 번역본과 원서를 비교해보니 작가가 만든 단어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철학자가 언젠가 말해준 것(told me by a philosopher once)하면서 콜론으로 부연하며 독일어 원어와 이에 대한 풀이를 붙였거든요.

das Unumgängliche, 다스 우눔갱리히. 결코 피할 수 없고 우회하거나 교섭할 수 없는 본질적인 것이라는 뜻으로 하이데거가 쓴 철학 개념어예요. un+um+gäng+lich+e로 분절되고 대충 영어로는 un+by+pass+able, un+avoid+able 정도로 직역될 거예요.

별책 부록에 번역자 윤경희는 쉽게 다루어질 수 없으나 회피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기존에 자세히 풀어 쓴 용어를 원어에 가깝게 못다가에두름이라고 새로 말을 만들었다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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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 - 르네상스와 함께 만개한 돌봄 혁명
조지프 루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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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연구자 조지프 루치의 <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 읽었다. 현대 한국의 베이비박스 문제를 다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브로커(2022)>와 18세기 베네치아 피에타 고아원의 여성 오케스트라를 다룬 <비발디와 나(프리마베라, 2025)>가 떠오른다. 앤서니 베일의 중세여행자 가이드를 읽고 난 다음부턴 이제 베네치아하면 보통 성문으로 진입하는 마을과 다르게 성문 없이 들어가 복잡한 미로가 더 강화된다는 표현이 문득 자동적으로 생각나곤 한다.

인노첸티는 직역하면 죄 없는 이들로,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지켜 주는 고아원을 뜻한다. 버려졌다는 뉘앙스가 아무래도 좋지 아니해서 영어에서도 발견되었다는 말로 파운들링이라고 하는데 책에서는 우리말 업둥이로 번역해서 흥미로웠다. 우리말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업둥이란 우연히 기르게 된 아이를 뜻하는 한국어로, 업은 곧 집안의 재물과 평안을 지켜주는 수호신을 의미한다. 인노첸티나 업이나 모두 비극적인 출신을 뒤덮는 좋은 뜻으로 사용된다

계급과 출신이 명확했던 위계적인 유럽 가부장 사회에서 주인에게 강간당한 노예의 아이나, 아이를 기를 능력이 없는 하류층 부모의 자식들이 업둥이였는데 체면치레가 강하고 위계적인 신분사회에서 원치 않는 임신이 초래한 불상사다.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아를 수출하던 과거 산업화시대 군부독재사회도 존재했으니 베네치아만의 일은 아니었을거다. AI시대에 줄어들 수 있을까?

보호받지 못한 아이는 거리에서 죽거나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거나 짐승에게 잡아먹힐 운명이었다. 상류층의 아이로 태어나야 사람답게 살 수 있었던 시절이다. 아동이 독립적 인간존재라는 별도의 사회적 인식이 없던 오래된 미래

먹고 살기 급급한 이들에게 아이는 부담이었고, 방치된 채 바람이 스승인 채 길거리에서 살았으니 인노첸티는 그래도 길거리에 내동댕이쳐지진 않게 해준 곳. 500여 년 동안 약 4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의 삶을 돌보아준 곳. 개별적 소원을 다 들어주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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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변화를 갈무리하고 내년의 유행을 예측하는 트렌드 서적 중에 선언자처럼 메시지성이 가장 강한 책이 송길영의 시대예보나 김난도라면, 여러 필진이 참여해 다양한 자료와 팩트에 기반한 진단이 소구력을 높여주는 책은 카이스트 미래전략이다. 매일경제신문사의 서적도 비슷. 개인이 쓴 책 중에는 최근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이나 중국 AI 미래 지도가 가장 좋았다. 물론 문체가 건조해 읽으며 신나지는 않지만 이런 글이 지적 허영이 없고 사실관계를 정확히 논할 수 있고 1차 사료로부터 배움이 되는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책이다. 책이나 음식이나 고영양 건강식이 자극적인 맛은 없는 건 당연.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끝까지 읽었는데 마지막에 삼남매를 둔 삼성 파견 직원 가정에서 일하는 쓰레기 청소업자 위훙 아주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장녀는 서울대 박사과정, 차녀는 홍콩대 졸업, 막내 남동생은 대입 준비. 선전의 부동산이 폭등할 때 여러 채 구매했다가 코로나 시절 격리로 인해 홍콩으로이주하며 팔아서 천문학적 이익을 남겼다고 한다. 아주머니도 한국어를 배우며 친해져 월급도 1100위안(그것도 많았는데)에서 1만 위안으로 올랐고 그 부동산 열쇠를 맡기고 관리시켰다고 한다. 한국어를 할 때는 중국어와 달리 더 부드러워진다는 부분, 서울이 선전보다 깨끗했다는 점, 부산에 갔더니 분리수거를 종류별로 나누고 씻어서 버렸다는 점 등에서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가 보였고, 흔히 언급되는 한국 화장, 성형 같은 스테레오타입은 적었다.

채소를 심고 가꾸는 일을 이르는 숭군다, 들나물의 일종인 뽀리뱅이, 꽃이 펑펑 터진다, 팀장이 말을 반복하는 게 마치 맷돌 돌리는 거 같다 같은 엄마의 구어체 표현은 번역자의 2차 창작의 결과 더 맛깔나게 번역되었다. 고맥락적 어휘가 맣아 난도가 높은 번역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만큼 재미도 있었겠다 싶다. 품은 많이 드는데 지적 희열은 자신에게만 귀속되니, 꽤 훌륭한 A급 역자가 아니면 못할 작업이다.

그러나 역자는 그렇다손 치고, 이 글을쓴 저자 장샤오만은 사실 엄마의 생생한 표현을 채집한 것에 지나지 않고 자신만의 문학성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영국 불세출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불쉿잡과 미화원의 노동구조를, 독일 사회학자 로자의 소외과 가속으로 미화원의 삶의 양상을 일부 진단하지만, 저자 스스로 인정하듯 충분히 전문적인 인류학적 민족지를 기술한 것은 아니다. 엄마의 보이스가 한껏 뭍어나는 좋은 인터뷰집을 꾸려 중국의 밑바닥 계층의 시선으로 사회노동 발전사를 쓴 것이다. 자신의 보이스는 감춘채. 이는 현명하면서 제한적인 선택의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아메리칸 학원을 다시 생각해본다. 최근 읽었던 이 두 책 모두 정말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술자리나 카페에서 언급될만한 일상적 사람의 가십거리를 모아놓은 것 같다. 그 자체로 이미 어떤 사회적 군상에 대한 소셜 코멘터리가 된다. 아메리칸 학원의 문학성이 훌륭할까에 대해선 유보적이다. 경성 최대의 천재 영문학자 최재서의 손녀 수잔 최의 플래시라이트쪽이문학적으로는 더 감각적인데 접근은 좀 어렵다. 두껍고 조금 어렵고. 이민진의 이야기는 쉽다. 웹소설 같기도 하다. 자기복제적 캐릭터나 디킨스적 세례가 논란은 있을지언정 드라마화 하기엔 적절한 것 같다. 자녀 교육, 유학과 이민사회,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에 대한 당대성 있는 이야기라 몰입감이 높다. 장샤오위안의 책은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고향없음의 허무가 곁들어진 무진기행과 더 닮았고, 이민진의 책도 약간의 공허가 느껴지긴 해서 위대한 유산이 자꾸 생각난다.

공교롭게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도 다리병 난 미화원 엄마를 둔 모녀이야기로 시작하고, 아메리칸 학원도 개포동에 사는 삼 남매 교육에 대한 엄마의 고민으로 시작한다.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도 엄마의 중증 알츠하이머 투병기로 서문을 열고, 박희병의 엄마의 마지막 말들도 엄마 간병기가 전체인 이야기인데, (이 둘은 모자관계), 역시 자식과 분리불가능한 엄마 이야기로 시작하는게 글의 흡입력을 높여주는구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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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의 집, 피렌체의 인노첸티 - 르네상스와 함께 만개한 돌봄 혁명
조지프 루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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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의 베이비박스 문제를 다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브로커(2022)>도 생각나고, 18세기 베네치아 피에타 고아원의 여성 오케스트라를 다룬 <비발디와 나(프리마베라, 2025)>도 생각난다. 후자가 보다 지역적으로 직접 연관성. 업둥이라는 번역은 좋았지만 한글에 이탤릭체는 부적절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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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항상 고점에 사서 저점에 파는가 - 주식은 종목이 아니라 마음이다
박정근 지음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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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호흡에 끝까지 읽었다. 경제경영과 심리학을 융합한 행동경제학 책은 많은데 논문 인용이 많은 연구서라서 가벼운 질문을 던져 놓고 현학적인 말장난의 공회전을 하거나 일상 생활과 동떨어진 사례를 나열한 탓에 읽고 나서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을 번복하는 것 같은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쉽고 간단명료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15년 동안 은행에서 투자상담을 하며 고객의 질문이 늘 바뀌지 않는다는 관찰에서 시작한 글이다. 장 마지막에 심리학 이론과 경제경영 원칙이 간결하게 제시되었고 부별로 요약이 있다.

1부는 외부 정보로 진입할 때 문제, 2부는 심리학으로 분석한 매매심리, 3부는 전화는 집 안에서 걸려왔다는 공포영화 클리셰를 인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법, 4부는 툴이 통제해줄 거라는 환상, 5부는 도파민 터지는 고수익 매매 인증이 아닌 지루한 습관에 대한 가이드다

어떤 종목을 사라고 리딩해주는 것은 아니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매매일지를 엑셀시트로 만들어 마지막에 큐알코드로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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