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공예박물관에 다녀왔다.
국립박물관 중 가장 늦게 지어진, 즉 최신 시설이라고 한다. 더현대 인상파 같은 해외미술관 협업전시를 제외하고는 국박과 국현미와 서울시립미술관과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정도가 영어설명이 좋다. 전통용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쪽의 2차창작이 더 고될지도 모르겠다. 그마만큼 보람이 있기도
공예박물관 3층 가사전은 스님이 입은 외투, 가사의 직물성을 보여준다. 한영 해설이 핵심만 전달하고 있어 깔끔하다. 특히 배경지식이 없는 영어권 관객을 배려해 조금 더 친절하게 풀어놨다. 한국관객도 천천히 읽으면 영어공부가 된다.
영어는 한국역사를 번안한 느낌이 재밌다. 고승은 선마스터..
아울러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영어설명에서 뺀 것도 있다. 예컨대 도입부에
"중국의 자수 가사가 주로 부처의 형상을 반복 배열한 데 비해, 보물 <자수 가사>는 부처와 보살는 물론, 경전과 부처 제작에 이르기까지 삼보 도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점이 특징입니다"는 한국가사의 차별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중국과 달리라는 부분은 영어설명에서 뺐다. 중국인이 한국어를 읽을리 없고 괜히 번역했다가 중화우월주의자들에게 비생산적인 클레임을 받기 십상일테니
Naval battles를 읽으면 괜히 2차대전 생각이 난다. 번역이 틀린 게 아니라 영어표현 자체 뉘앙스가 그렇다. 재밌다
벽암대사는 임진왜란 때 해전에 참여해 공을 세웠고 = directly participated in naval battles and earned distinction from his efforts
서산대사는 선과 교에 모두 정통하여 일본에까지 이름이 알려졌던 고승이다 = Venerable Seosan Daesa was a revered Seon master and doctrine scholars whose renown extended beyond Korea to Japan.
그외 좋은 표현
deeply versed in Hwaoem philosophy = 화엄학에 조예가 깊다
대각국사 의천은 devoted himself to unifying the Buddhist orders, addressing sectarian conflict and institutional abuses, and restoring the shaken morale of the people through spiritual leadership. 선교 교단통합에 힘쓰며 고려 불교의 파벌 갈등과 폐단을 바로잡고 흔들리던 민심을 안정시키고자 헌신했다
-> 폐단을 바로 잡고, 를 잘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