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슈레더 감독의 미시마 그의 인생 보았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평생 고민하며 형식미를 추구해 온 그의 일대기를 감각적인 무대 연출과 장엄한 음악으로 몰입감을 높여 빚은 훌륭한 시네마토그래피다. 예술지상주의적 삶과 아티스틱한 영화의 미감이 정합적이다. 엔딩의 일출은 그 이전의 4개의 장에서 미시마의 인생을 모두 종합한다.
국가별로 진입이 다소 어려운 특유의 감성이 있다. 예컨대 한국의 한, 프랑스의 자유분방함, 러시아의 구원이 없는 죽음, 일본의 헛되고 쓸쓸한 와비사비 감성 같은 것이다.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인 미학을 순수하게 추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서구권에서 여전히 찬사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극우민족주의적 태도가 공분을 사고 일각에서는 반발심을 일으키는 듯하다. 작가의 인생관과 정치적 입장도 작품을 해석하는 하나의 태도다. 별개로 미학적 입장은 음미해볼 부분이 있다.
감독은 영어로 각본을 썼고 배우는 일본어로 연기했다
그러나보니 문화적 의미손실이 일어난다. 들리는 일본어 음성과 영어 자막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혀 뉘앙스가 다르다. 어떤 부분은 아예 도착어인 영어에 맞게 앞뒤를 잘라버린 부분도 있다. 각본을 우선적으로 영어로 썼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어를 일본어로 번역하며 풍부한 2차 창작이 들어갔다고 본다. 일본어는 대표적인 고맥락 언어다. 생략하는 표현도 많고 해석에 사회문화적 이해가 깊이 들어가야한다. 기계적으로 번역해서는 말이 통하지 않으며 전달방식도 신경써서 특유의 태도, 악센트와 함께 발성해야한다.
예를 들어 이런 부분이 흥미롭다. 맨 처음에 전화로 여집사가
마님께서 학교에 (奥さんが学校に)라고 하는데 이미 일본어 자체에서 뒷 부분의 (아이를 데리고 가셨다) 다 끊어먹었다. 영어 자막에서는
당신의 아내가 이미 그들을 학교로 데려갔다(Your wife's already taken them to school)라고 했다. Your wife에는 오쿠상(안주인, 마님)이라는 표현에 들어간 화자의 청자에 대한 위계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
또, 혈서를 쓰는 장면에서 미시마는 손가락 끝에 피를 내는데 지켜보는 대원에게 아파보이나?(이타소오까, 痛そうか)라고 한다. 영어로는 아프지 않아(It doesn't hurt)라고 한다. 어느 한 언어에서 직역하면 절대 말이 안된다. 일본어에서는 그런 식으로 겸양적으로 설의법으로 물어야하고 (아파보이나? 사실 안 아파), 영어에서는 사실 그대로 아프지 않다라고 해야지 Does it look painful to see? 같은 말로 하면 매우 어색하다.
옛 공계귀족 출신인듯한 할머니가 요즘 젊은애들을 한탄하는 장면에서도 특유의 귀족어법이 나오는데 영어로는 애초에 뉘앙스를 살릴 수 없다.
또, 음성으로는 스님, 중을 의미하는 보-즈(坊主-한자로 읽으면 방주)가 들리고 자막에서는 조수나 카톨릭의 복사를 의미하는 애콜라이트(acolyte)가 뜬다. 그리스도교의 시종을 의미하는 애콜라이트는 이정재 배우가 참여한 스타워즈 시리즈 제목이기도 하다. 젠 마스터와 그 제자 관계에서 '제자'정도의 의미다. 기독교 제자인데 불교 제자로 종교문화적인 쓰임새가 바뀌었다. 그런 단어는 또 장로가 있다. 원래 노장 사상에서 유래한 도교 용어인데 이제 개신교의 직급 높은 일반신자로 바뀌었다. (고 한형조 교수의 책에서 읽었다)
마지막 자위대 앞의 일장연설 첫 대사도 흥미로웠다.
일본어로는 이렇게 들렸다.
自衛隊の諸君。
このような時代で、諸君と対面するのは、実に残念なことである。
俺は、悲しみと憤りをもって、ここに来た。
今の日本で、ただ自衛隊だけが、日本の魂を持っていると、俺は信じていた。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렇다.
자위대 제군. 이와 같은 시대에 여러분과 마주하게 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슬픔과 분노를 안고 이 자리에 왔다.
지금의 일본에서 오직 자위대만이 일본의 혼을 지니고 있다고 나는 믿어왔다.
그런데 자막에서는 이렇다.
Dear soldiers!
It's a terrible affair to have to speak to army men in circumstances like these.
I thought that the army was the last hope of Japan,
the last stronghold of the Japanese soul.
친애하는 장병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군인 여러분께 말씀드려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끔찍한 일이다)
저는 군대가 일본의 마지막 희망이자
일본인의 정신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성과 자막이 어떻게 다르냐?
일단, "나는 슬픔과 분노(이키도오리)를 안고 이 자리에 왔다."라는 표현이 아예 빠졌다.
자위대의 제군과 soldiers는 소속에서 차이가 있고
끔찍한 일(terrible affair)과 안타깝다(잔넨..)은 다른 말이며
대면하다와 have to speak to는 다르게 들리고
소울보다 혼(타마시이)이 더 입체적인 문화적 뉘앙스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