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열화청춘 리마스터링

Nomad(4K Restored Director’s Cut)

홍콩 제작년도 1982

한국 공식개봉 2025.03.31

93분, 청소년 관람불가, 로맨스드라마

담가명 감독(譚家明, Patrick Tam Ka-ming, b1948)

장국영, 엽동, 탕진업, 하문석 주연


1. 배우들 이름, 생년, 배역, 촬영 당시 나이, 지금 나이, 제N작

남 장국영張國榮 Leslie Cheung Kwok-wing → 루이 Louis b1956 당시 27세(국제나이25세) 2003(48세 나이로 영면) - 7번째작 이 작품으로 인기시작

남 탕진업湯鎮業 Kenneth Tong Chun-yip → 퐁 Pong b1958 당시 25세(국제나이23세) 지금 68세 - 영화 3번째작

여 하문석夏文汐 Pat Ha Man-Jik  → 캐시 Kathy b1965 당시 18세(국제나이16세) 지금 61세 - 데뷔작

여 엽동葉童 Cecilia Yip Tung → 토메이토 Tomato b1963 당시 20세(국제나이18세) 지금 63세 - 데뷔작


2. 장만옥과 장국영이 나오는 열혈청춘인줄 알고 가서 봤는데

열'화'청춘烈火青春이었다. 어쨌든 장국영은 나온다. 원제는 노마드 Nomad, 정처없이 떠도는 유목민에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잊고 하루를 탐닉하는 등장인물 청년을 은유한 말이다. 메가박스에서 리마스터링 감독판이 개봉했다.


3. 콜비마이유어네임, 대도시의사랑법 등이 개봉된 현재로서는 동성애를 은유하는 장면에 큰 감흥이 없지만 당시 보수적 홍콩에서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장국영의 다른 작품 <해피투게더>에서도 동성이 키스하고 몸을 만지는 장면이 있는데 

가장 비슷하게는 웨스앤더슨의 애스터로이드시티 정도의 느낌이고, 아니면 문라이트 정도로 은유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데미언 셔젤 바빌론 같이 너무 찐덕하고 광란적이지는 않다.

어쨌든 82년의 상황을 감안하면 도저히 용납이 안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동성 키스는 애스터로이드 시티 정도의 지나가는 장면이고 그것보다 더 많이 남녀의 녹진한 애정행각이 부각된다.


4. 호르몬의 지배를 받아 충동적이고 폭주하고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청년의 삶을 그리는데 충실한 것 같더니

갑자기 중반부터 일본조폭의 복수극에 휘말린다. 여기서부터 갑자기 톤앤매너가 바뀌어서 아예 다른 영화 2개를 이어붙여놓은 느낌이다.


5. 지난 글에 장국영은 강동원의 꾸러기 표정+데뷔 초기 원빈이 합쳐진 느낌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나오는 하문석은 넷플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단발한 고민시와 비슷해보이고

(그런데 다시 보니 이 컷에서는 묘하게 김윤석도 닮았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투톱 단발의 고민시와 김윤석이 42년전 한 표정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4화, 고민시>


엽동은 심봉선하고 느낌이 비슷하다.


일본적군파 도망자 신스케로 나오는 Stuart Yung Sai-Kit은 30% 다니엘 헤니+30% 전 개그맨 정회도의 느낌이 있다.


6. 문제의 장국영과 탕진업 키스가 등장하는 호텔 로비 앞 택시 근처에서 싸우는 신에서

여동생들이라고 불리는 5명 정도의 여자들이 둘의 싸움과 대화에 껴들어 바람잡이를 한다.

실제 대화에는 없는 연극풍의 과장된 몸짓과 하이톤으로 대사를 치는 장면들은 사실상 2D의 만화를 3D로 영상화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 컷 안에 이 바람잡이들의 얼굴이 다 보이면서, 수평으로 얼굴이 빼꼼이 내미는 연출 같은 것도 그렇고 전체적 연출 자체가 당대 유행했던 만화풍이다.

(중간에 캐시도 이렇게 문 옆으로 수평으로 얼굴을 빼꼼이 내미는 컷이 있다.)

그리고 이런 희화화된 연출은 이제 오늘날 영화에서는 찾아볼 없고 60년대 이후 출생 감독 중 아직 활동하는 감독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의 행동거지와 말투와는 거리가 있다.


7.  

만화적인 캐릭터처럼 연출되는 바람잡이 군중이 많이 등장해 주인공을 응원하거나 분위기를 띄우거나 꼽주거나 하는 장면은

홍콩 영화의 영향을 받은 한국 감독들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60년대 이후 출생한 감독 중 대표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최근작 베테랑2에서 이러한 연출을 찾아볼 수 있다.


영화 극초반 도박장에 경찰이 침투한 뒤 사람들이 우스꽝스럽게 도망갈 때

쫓아가던 황정민이 발을 헛디뎌 건물 난간에 매달리자 여러 사람이 단체로 응원하는 장면이다.

(요즘이라면 사진을 찍겠지, 힘내라! 하고 운동회처럼 응원해주지 않을 것 같다)

<베테랑2, 류승완 감독>


봉준호 감독의 앙상블샷과는 조금 다르다.

허영만의 만화에서 많이 보인다.


8. 후반부의 서사는 설득은 안된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았다.


캐시의 일본어는 괜찮다. 하지만 일본어가 약간 더빙된 듯한 느낌도 있었다. 화면 배우의 입모양과 완전히 맞아떨어지지 않는 보이스오버의 느낌. 후시녹음을 했을 수도. 토메이토의 일본어는 뚝뚝 끊겨 조금 곤란하다. 물론 열심히 연습한 것 같다. 

어쨌든 주인공들이 일본어를 배우고, 캐시가 가부키를 추는 것은 

80년대 홍콩의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을 반영하기도 하고

일본 적군파의 존재가 중요해지는 후반부 전개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


신스케의 강요된 할복은 자의적으로 선택된 게 아니라 강요된 것이다. 따라서 할복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

캐시와 퐁이 킬러의 일본도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이유는

배신자 신스케라는 목표를 이미 제거했지만

신스케를 도우려는 주변 사람들까지도 배신자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즉 캐시는 신스케의 옛 연인이고, 퐁은 캐시와 가까웠기에. 

농촌봉건사회의 연좌제가 문화적으로 남아있다.


9. 

영화 내내 가장 자유롭고 감상적이었던 토메이토는 쪽배에 숨어있다가 반격하고 킬러를 죽였지만

친구 2명이 죽었다. 절반만 살아남은 것이다.

2층 버스에서 정사를 나눌 정도로 자유롭던 초반 분위기와 완전 대비되는 비극적 결말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장국영과 엽동(루이스와 토마토)가 포옹하고

그냥 갑자기 엔딩은 확하고 종극(연극종료)하고 끝나버렸다. 약간 호흡이 급한 것처럼 느껴진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순수한 젊음과 사회구조적 잔혹한 현실의 대비가

홍콩반환과 맞물려 이념과 폭력의 희생양이 된 젊은 세대의 반항으로 읽힐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대삼원 리마스터링

大三元

1996 · 드라마/로맨스 · 홍콩

1시간 46분 · 15세


사랑이 많은 신부 중궈창(장국영)은

우연히 고리대금업자에게 쫓기는 바이쉐화(원영의)를 만나고

그녀와 친구들을 도우려다 함께 곤경에 빠지는데...




1. 4월 1일은 장국영의 기일로 1년에 1번은 홍콩 영화를 보겠다면 관람하기에 적절한 날이다. 배우의 죽음을 못된 만우절 조크로 생각했던 팬들이 큰 충격받은지 어언 22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그를 마음 속으로 그리워하고 추모하며 영화를 관람한다. 메가박스에서 열혈청춘과 대삼원 리마스터링판이 개봉했다.

2. 마흔 살의 장국영의 모습에서는 강동원의 꾸러기 표정과 데뷔 초기 원빈의 순한 얼굴이 보인다.
스물 다섯 살 원영이의 모습에서는 결혼식 때 표정없는 모습에서는 김태리, 발랄하고 웃긴 표정지을 때는 혜리가 겹쳐보인다.

3. 90년대 전성기 홍콩 영화의 영향력은 막강했고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이 방방곡곡에 있던 시절 시네필과 감독 지망생들은 홍콩 영화를 롤모델로 삼아 연출감각을 배웠다. 리나라의 초기 경찰-조폭 영화는 거의 홍콩 영화를 모델로 했다고 무방하다. 처음에 긴장을 주기 위한 자동차추격신(30년이 지난 이제 와서 보면 효과음과 정지컷 편집에 들인 노력이 하나하나 읽힐정도다), 경찰 선배와 모자란 후배의 슬랩스틱 코미디, 경찰서장 꼰대를 등장시켜서 희화화시키는 타이밍, 만화적 캐리커쳐, 과장된 웃음, 180도 수평으로 팔을 흔들면서 달리는 장면 등 이젠 사실 클리셰라고 느껴질 정도다. 처음 이런 영화적 문법이 제시되었을 때는 창의적이고 신선했을 것이다.

홍콩 느와르 특유의 B급 감성이 있다. 발가락 사이 때를 비벼 냄새 맡는 컷, 도청기 잘못 설치하는 장면, 여자들의 대화를 잘못 오해하는 부분, 먼저 급발진한 차량을 달려서 잡아타는 신..
충의당 중간보스와 신부가 대면하는 장면에서 나는 성프란체스코당이다 우리 형제는 홍콩에서만 10만, 세계적으로는 1억이 있다고 블러핑하는 코미디.
봉준호도 이번 미키 17 시사회 때 발냄새 나는 B급 영화라고 했는데 이런 웃픈 캐릭터를 말하는 것이었다. 봉준호도 이 세대다.


4.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넘나드는 낭만
홍콩 번화가와 사창가를 배경으로 카톨릭 신부가 매춘부의 고해성사를 듣다가 그 4인방을 구원하는 소동이 얼개인 작품은 성과 속, 구원과 타락의 모순적 긴장,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순간을 시적으로 포착한다.

신앙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국영의 순결한 얼굴에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의 불꽃이 내면에 이글거리는 듯한 이중성을 띠고 있다. 장국영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보적인 페르소나다. 사랑을 갈망하지만 신부로서의 정체성 또한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정직한 방법으로(사채가 아닌 1금융 대출) 사회 밑바닥의 여자들을 돕는다. 섬세한 눈빛과 절제된 몸짓에서 내면적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오직 여주인공만 그 모습을 포착하고 그에게 다가간다. 매춘부들은 각각의 개성이 강렬하다. 대사 하나하나가 극적이고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비현실적으로 화려하다. 반면 신부는 철저히 절제된 톤을 유지해서 이 대비 속에서 인물 간의 선명한 구도가 형성된다. 중간보스, 최종보스 공룡 같은 악역조차도 만화적이다. 작품의 발랄한 톤앤매너는 사랑이 죄악인지 혹은 진정한 구원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모든 갈등과 소동을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봉합한다.

5. 이명세 감독과의 연결점
한국 감독들이 홍콩 영화를 보며 자라났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특히 이명세 감독의 핸드핼드 감각이나 과장된 제스쳐, 만화적 구도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B급 정서, 웃픈 상황, 오해를 통한 코미디, 감성적인 촬영 기법과 감각적 연출, 분명한 캐릭터구도 등., 붉고 푸른 네온빛이 교차하는 퓨쳐사이버펑크적 화면, 극적인 슬로모션, 계단 상승과 하강의 연출은 후에 형사: Duelist 같은 작품에서 이명세가 구현한 감각적 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에서 상영하는 <안젤름Anselm, 94분, 2023>보고 왔다. 감독은 빔 벤더스Wim Wenders. 아바타 이후 오랜 만에 3D 안경을 껴봤다. 심지어 안경 렌즈 닦이도 지급해줬는데 독일 것이었다. 


감독도 독일인 배우도 독일인 렌즈닦이도 독일 것


3.23,26,28,29,30,4.2,4.4에 상영인데 무료지만 전회차 마감이다.

역시 대단한 한국인 좋은 정보는 쏙쏙 어딘가에서 다 공유되고 있다.


3D 안경 덕분에 석고상 등 작품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느낌이 잘 살아서

종교+신화+과학+시가 모두 융합되는 안젤름 작품 세계를 잘 표현해줬다.


안젤름의 어린 시절로 보이는 인물도 있고, 청년 시절을 연기한 배우도 있고

미술평론가들에게 받은 공격과 오해, 여러 역사적 논쟁과 충돌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영화 스토리 이면에 정적으로 묘사된다.


보통 MMCA 상영관은 널널한 편. 2년 전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보기 힘든 단편영화를 상영할 때도 이렇게까지 절찬리 예약마감은 아니었는데


야쿠쇼 코지가 주연한 <퍼펙트 데이즈>의 빔 벤더스 감독 유명세일까, 칸영화제 혹은 3D 영화라서 그럴까, 얼마 후 화가가 교토에 첫 아시아 개인전을 해서 그럴까


인상깊은 점은 두 가지

1) 자기 작업실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

2) 파울 첼란의 시를 읊는 부분


Er ruft spielt süßer den Tod der Tod ist ein Meister aus Deutschland

그는 외치네: 더 감미롭게 죽음을 연주하라, 죽음은 독일에서 온 거장이다.

죽음은 독일에서 온 거장이다.


Schwarze Milch der Frühe wir trinken dich nachts

wir trinken dich mittags und morgens wir trinken dich abends

wir trinken und trinken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밤에 너를 마신다,

우리는 아침에, 정오에, 저녁에도 너를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넷플릑스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 제목 외국어 번역 및 발음




제주: 폭싹 속았수다
서울: 수고 많으셨습니다

영어: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인생이 너에게 시련(감귤)을 줄 때
- 삶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Elbert Hubbard의 문구를 패러디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1915)


즉 인생이 너에게 쓸모없는 신 것을 주면 불평하지 말고 맛있는 걸 만들라

중국: 고진감래가 우연히 너를 만나 苦盡柑來遇見你(쿠진깐라이 위지엔니kǔ jìn gān lái yùjiàn nǐ)

일본: 수고하셨습니다 おつかれさま(오츠카레사마)

스페인: Si la vida te da mandarinas... 만약 삶이 너에게 감귤들을 준다면 (씨 라 비다 떼 다 만다리나스)

프랑스: La vie portera ses fruits 인생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라 비 뽛뜨하 세 ㅍ륗) / J'étais complètement dupe / J'ai été trompé (나 완전 속았네)

러시아: 삶이 너에게 감귤들을 줄 때(Когда жизнь даёт тебе мандарины(까그다(conj.) 쥐즌(S) 다욧(V) 찌볘(D) 만다리늬(O))

아랍: 삶이 너에게 감귤 과일을 줄 때 عندما تمنحك الحياة ثمار اليوسفي(에인다마(conj.) 탐나훜(V) 알하얕(S) thl마랄유수피(O)

이란: 삶이 너에게 감귤을 줄 때 وقتی زندگی به تو نارنگی می‌دهد (바그티(conj.) 잔데기(S) 베 토(D) 나랑기(O) 미데하드(V))


conj. 접속사 ~때

S 주어

D 여격(~에게)

O 목적어

V 동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이병헌이 연기한 조훈현은 마치 맞춤장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한 조각의 목재처럼 빈틈없이 끼워 맞춰진다. 이병헌의 빙의한듯한 모습은 정밀한 목조건축의 아귀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 것처럼 역사적 인물의 영혼을 그대로 담아내고 단순한 고증을 넘어 90년대의 공기 자체를 들이마신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미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이병헌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고 생각했지만 <승부>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나무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깎여 나가는 듯한 감정선은 과장 없이 유려하게 흐르며 장면마다 시대의 결을 타고 스며든다. 얼굴뿐만 아니라 뼈와 영혼까지 조훈현이 되어버린 이병헌의 연기는 90년대 초 매캐한 담뱃향이 가득한 바둑판 앞에 앉아 있던 기억을 가진 이들에게 스크린 너머로 그 시절의 향기까지 풍겨오는 듯한 생생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2. 영화를 보면서 오래 전에 읽었던 조훈현의 글 더미가 생각났다.


10주년 기념으로 새 표지로 갈아 끼운 개정판 나왔다. 내가 읽었던 것은 회색 초판이다. 초판은 절판되었다. 모든 문장에 하이라이트를 치고 싶을 정도로 글 읽는 맛이 있는 책이었다. 영양가 없는 처세술, 성공학, 힐링에세이를 읽늰 이 책을 읽는 게 낫다.















나는 세고에 선생님이 언제나 한결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너도 그래야 한다고 특별히 가르치신 적은 없지만, 선생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을 배우게 되었다. 감정은 그저 흘러왔다 흘러가는 덧없는 것으로, 어떤 감정도 스스로를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선생님의 삶의 자세였다. 기쁨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고, 슬픔과 분노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봐야 한다. 이겼다고 우쭐해하면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천 번의 지는 경험을 쌓아야 하므로 일상의 경험으로 덤덤하게 바라봐야 한다. - 66쪽 


영화에 이 부분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장면이 있다.


3. 최근 일본 여류 바둑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이름은 나카무라 스미레




1) 조훈현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갔고, 나카무라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세렌디피티가 있다.

2) 우연히도 이름의 한자가 비슷해 보인다.


조훈현 曹薰鉉

나카무라 스미레 仲邑菫


그러나 다르다. (책에서 조훈현에게 일본인 선생님이 쿤켄! 하고 불렀다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조훈현의 가운데 훈은 향풀 훈(쿤, 카오루)이고

나카무라 스미레의 스미레는 제비꽃 근(킨, 스미레)이다.


薰 vs 



둘 다 풀 초 변이 붙어있고 비슷한 모양으로 생겼지만 다르다.


향풀 훈은 연화발 화에 1000+2+4이고

艹(초두머리 초) + 灬(연화발 화) + 千(일천 천) + 二(두 이) + 四(넉 사)


제비꽃 근은 가운데+왕이다.

艹(초두머리 초) + 中(가운데 중) + 王(임금 왕)



5. 영화는 배우 유아인의 마약논란으로 트레일러에서 유아인을 거의 지운 상태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작품과 작품 참여자(감독, 작가, 배우..)의 관계에 대해 2달 전 출판된 이 책이 떠오른다.

















유아인은 아마 더 이상 배우로서 한국에서 다른 영화에 출연하기 힘들겠지만 논란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촬영해놓은 영화를 상영하지 않기에는 아까우니, 논쟁거리를 최대한 피해가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 인터뷰에서도 영화 자체의 편집에서도 보인다.


P. 91

로만 폴란스키, 페터 한트케, 그리고 다른 사례들을 둘러싼 논쟁들은 두 가지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그 사람의 행실을 이유로 작가를 검열해야 하는가? 개인의 소행이나 태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에게 작품과 관련한 상을 줄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하이데거, 고갱 또는 놀데와 같이 과거의 현실 참여나 행동이 알려지지 않았었거나 과소 평가되었던 공인된 인물들에 대해서도 제기된다. 우리는 정전을 재평가해야 하는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로만 폴란스키 등의 작품을 꺼려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풀이과정, 즉 해답만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는 스스로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



6. 이창호 특유의 짜부된 얼굴을 한 유아인의 연기만큼은 훌륭했다.


아역 이창호(09년생 김강훈 분)가 기원의 여러 선배들과 동시 대국을 두는 신에서 퀸즈갬빗을 생각나게 나게 하는 신이 있었다.








김강훈은 이전에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진도준(송중기 분) 아역, 호텔 델루나에서도 구찬성(여진구 분)의 아역이었다.


적절한 캐스팅이다. 아역 김강훈이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한 아이로서 발랄한 톤의 연기를 보여주어야 청년 이창호의 짜부라진 얼굴의 시무룩하고 조심스러움이 대비된다.


50년대 출생 특유의 감정표현 못하고 버럭거리는 스승에게 크게 혼나 한 번 꺾이고 나서 


다시는 꾸중받지 않기 위해 반드시 반집으로 이기기 위해 피할 길을 찾는 이창호의 모습이.




7. 좋은 미장센과 연출이 있었다. 위의 사진과 같이 졌을 때 흰색 바둑돌을 끝에 둔다랄지


검은색과 흰색 바둑돌을 수평으로 패닝하면서 초점을 이동시킨다랄지


현악기 베이스의 좋은 배경음악도 적절하게 긴장을 강화한다.


현봉식 같은 충무로의 훌륭한 조연을 10명 이상 총출동 시켜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편집도 걸리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단 한 컷 제외하고. 약간 초록빛 옷을 입은 이병헌이 그래 하면서 당황하는 신인데, 0.5초 정도 더 나와서 편집점이 어긋났다.


8. 초반의 이병헌의 약간 긴장한듯한 초췌한 표정 연기와


아역 이창호의 당돌한 말에 하 이 녀석이 하면서 어이없어할 때


그렇게 두는 게 아니라고 제자에게 호통칠 때


제자에게 패했을 때 


제자에게 다시 이겼을 때


0.1초마다 미묘하게 변하는 얼굴표정이 


압권이었다.


9. 미술팀이 열일 했다.


시청역, 광고, 신문, 헤어스타일, 의상, 기원 풍경, 담배갑, 택시, 당시 광고판 모두 90년대 초를 생각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