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 슈비 투움바 버거가 나왔다.
투움바는 두꺼운 페투치네 파스타면에 매운 고추와 감칠맛 나는 치킨스톡을 활용한 크림소스 스파게티다.
미국의 파스타 요리이지만 메뉴이름은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주 동남쪽 달링 다운즈 지역의 투움바 도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투움바의 뜻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니까 간장돼지불백두루치기나 해초미역비빔밥처럼 이름만 보고 직관적으로 재료와 요리법을 알 수 있는 메뉴와는 다르게 투움바만 가지고 음식명을 추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스터리한 음식이지만 대충 매운크림 파스타구나 하고 다들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호주풍 인테리어를 컨셉으로 미국 브랜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가 우리나라에 런칭하며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요리가 알려졌다.
일방적으로 맵지 않고 일방적으로 느끼하지도 않아, 맵고 고소하기 때문에 끝까지 먹을 수 있다.
묵직한 크림소스에 알싸한 매운맛이 스며들어 서양 요리 같으면서도 묘하게 한국적 감칠맛이 어우러졌다.
그 투움바 소스를 활용한 맥도날드 신상 버거는 기존 맥크리스피와 슈비버거에 단순히 투움바 소스를 덧입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옷을 입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듯, 기존의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스만 바꾼 전략이다. 이는 한국 외식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즌 한정 변주곡 전략이다. 원판 그대로에 옵션만 바꾸어 새로운 메뉴인 것마냥 홍보하는 전략이다.
겨울이면 온갖 브랜드가 딸기무엇무엇을 내놓고, 두바이발 카다이프가 유행하면 카다이프 무엇무엇이 줄줄이 등장하는 식이다. 마치 탕후루, 대왕카스테라 열풍처럼 남들이 하면 나도 안 할 수 없는, 안 하면 도태되는 것 같은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의 심리를 노린 마케팅 전술이다. 이 전술은 매출 효과는 누릴 수 있다. 부동산 기업으로서 맥도날드는 좋은 입지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신메뉴 나왔다는 광고만 보여주면 잠깐 들러서 메뉴를 구입해줄 것이다. 특별하달 것 없는 시판 소스로 바꾸는 저렴한 방식으로 영업 이익을 만들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여 연구개발하고 너무 실험적이다고 욕먹을 바에는 차라리 이렇게 하는게 안전하고 영리한 생각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언제까지 통할 것인가? 뭐야 소스만 바꿨고 똑같은데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 라고 생각하게 되고,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맥도날드 이미지가 차지하는 포지션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학습이 된다. 맥날 별거 없네
사실 맥도날드는 이미 완성된 버거다. 본연의 맛과 브랜드 정체성이 확고하다. 굳이 혁신하지 않아도 맥도날드에는 독보적인 강점이 있다. 이를테면, 전용 강철 탱크에서 바로 보급되는 경쟁 매장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탄산감이 살아 있는 코카콜라, 그리고 양 많고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감자튀김. 이미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도 요즘은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맘스터치는 공격적인 신메뉴 마케팅으로 에드워드 리 버거를 내놓았고, 롯데리아는 맛폴리버거로 새로운 입지를 다졌다. 버거킹은 한 발 더 나아가 고급 수제버거화를 추구하며 두툼버거, 불끈버거, 화이트 페타 치즈버거 같은 개성 강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 파이브 가이즈, 쉐이크쉑 같은 버거 브랜드가 고급화 전략으로 한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고객층을 개척했다. 심지어 한때 맥날의 2인자로, 약세로 평가받던 롯데리아, 맘스터치까지 공세를 펼치는 상황. 이런 판도 속에서 맥도날드는 구색 맞추기 식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브랜드의 길을 찾는 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격랑 속에서 맥도날드는 진퇴양난이다.
본연에 충실할 것인가, 고급화할 것인가? 그러나 두 길 모두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미 가격은 경쟁 브랜드와 맞먹고, 쪼그라드는 경제에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높아져만 간다. 그런데 품질의 업그레이드는 뚜렷하지 않다.
새로운 버거를 내놓았다지만, 새롭지 않다. 이미 소비자는 한 번 실망했다.
이 전략을 또 다시 채택하면 이미지는 하락세로 확실히 넘어갈 것이다.
고급화로 다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감수하고 트렌드의 바람을 타고 영업 이익을 올릴 것인가?
맥날의 진정한 변화는 어디서올까?
이것은 맥도날드의 이야기 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새로운 스탠다드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기존 제품을 가져다가 껍데기만 포장해서 파는 식으로는 곤란한 시대가 되었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초할 것인가 아니면 선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