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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에 도전한다고 이름붙인 백제면이다.

토리파이탄(닭곰탕) 베이스라 깊고 저항감 있는 되직한 국물이다.


그러니까 기존 상표를 다른 호흡으로 끊어 읽어서 전혀 다른 의미로 읽고

(신+라면→신라+면)


대응군을 설정하고 (신라 ↔ 백제)


원래 맥락인 라면과는 상관없는 뜻밖의 분야로 의미를 확장하고


나름 유쾌한 네이밍을 만들어본거다


일단 백제의 전성기는 4세기고 신라의 전성기는 6세기이니


시기적으로 백제멸망 즈음인 7세기를 복원했나보다 (아무말)


어렸을 때는 매울 辛을 못 읽어서 푸라면이라고 읽었다(의식의흐름)


백제면 너네 이런 식으로 할거라면


도시rock과 시골팝도 만들어주라


퇴사탕도! 입에 단 건 퇴사뿐…


권태기름떡볶이도... 처음엔 뜨거웠는데 지금은 느끼해


밤새 코딩하다 피흘리는… 나는 피로그램머다 피로그램도


조삼모카도


커피가 부족하니 앞으로 아침에 3잔 저녁에 4잔으로 제한해야겠다

우끼우끼! 까-악!

싫음 걍 마시지 말던가

예전부터 꼭 그렇게 마시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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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와 스테이크 먹고 싶다. 3년 전 쓴 리뷰 읽어본다.


생 허브의 강렬한 향기, 반듯한 육질의 선명한 질감, 달고 정갈한 마늘, 머랭처럼 부드럽지만 탄성을 잃지않는 노란 감자퓌레와 짙고 깊지만 은은하게 밸런스를 잡아주는 소스, 스테이크 한 접시에 아직도 가시적으로 그려지는 맛의 리듬.


홀의 명랑하고 밝은 친절, 주방의 무심한 정성, 홀과 주방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확고한 음식철학, 확고하지만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 맛에 대한 진중한 의지, 오픈 전의 섬세한 재료 선택과 세심한 허브 재배, 오픈 후의 한 테이블에 대한 온전한 투자,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것과 만들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타협점을 찾는 전략적 감각, 과하지 않으면서 센스있는 인테리어, 이 모든 것이 한 음식점에 동시에 존재하다니


글과 관계없는데 옛날에 먹었던게 생각나서 먹고 싶은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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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슈비 투움바 버거가 나왔다. 


투움바는 두꺼운 페투치네 파스타면에 매운 고추와 감칠맛 나는 치킨스톡을 활용한 크림소스 스파게티다.


미국의 파스타 요리이지만 메뉴이름은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주 동남쪽 달링 다운즈 지역의 투움바 도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투움바의 뜻은 알려진 바 없다. 그러니까 간장돼지불백두루치기나 해초미역비빔밥처럼 이름만 보고 직관적으로 재료와 요리법을 알 수 있는 메뉴와는 다르게 투움바만 가지고 음식명을 추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미스터리한 음식이지만 대충 매운크림 파스타구나 하고 다들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호주풍 인테리어를 컨셉으로 미국 브랜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가 우리나라에 런칭하며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요리가 알려졌다.


일방적으로 맵지 않고 일방적으로 느끼하지도 않아, 맵고 고소하기 때문에 끝까지 먹을 수 있다.

묵직한 크림소스에 알싸한 매운맛이 스며들어 서양 요리 같으면서도 묘하게 한국적 감칠맛이 어우러졌다.


그 투움바 소스를 활용한 맥도날드 신상 버거는 기존 맥크리스피와 슈비버거에 단순히 투움바 소스를 덧입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옷을 입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듯, 기존의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소스만 바꾼 전략이다. 이는 한국 외식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즌 한정 변주곡 전략이다. 원판 그대로에 옵션만 바꾸어 새로운 메뉴인 것마냥 홍보하는 전략이다. 


겨울이면 온갖 브랜드가 딸기무엇무엇을 내놓고, 두바이발 카다이프가 유행하면 카다이프 무엇무엇이 줄줄이 등장하는 식이다. 마치 탕후루, 대왕카스테라 열풍처럼 남들이 하면 나도 안 할 수 없는, 안 하면 도태되는 것 같은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의 심리를 노린 마케팅 전술이다. 이 전술은 매출 효과는 누릴 수 있다. 부동산 기업으로서 맥도날드는 좋은 입지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신메뉴 나왔다는 광고만 보여주면 잠깐 들러서 메뉴를 구입해줄 것이다. 특별하달 것 없는 시판 소스로 바꾸는 저렴한 방식으로 영업 이익을 만들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여 연구개발하고 너무 실험적이다고 욕먹을 바에는 차라리 이렇게 하는게 안전하고 영리한 생각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언제까지 통할 것인가? 뭐야 소스만 바꿨고 똑같은데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 라고 생각하게 되고,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맥도날드 이미지가 차지하는 포지션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학습이 된다. 맥날 별거 없네


사실 맥도날드는 이미 완성된 버거다. 본연의 맛과 브랜드 정체성이 확고하다. 굳이 혁신하지 않아도 맥도날드에는 독보적인 강점이 있다. 이를테면, 전용 강철 탱크에서 바로 보급되는 경쟁 매장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탄산감이 살아 있는 코카콜라, 그리고 양 많고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감자튀김. 이미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도 요즘은 경쟁자들의 거센 도전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맘스터치는 공격적인 신메뉴 마케팅으로 에드워드 리 버거를 내놓았고, 롯데리아는 맛폴리버거로 새로운 입지를 다졌다. 버거킹은 한 발 더 나아가 고급 수제버거화를 추구하며 두툼버거, 불끈버거, 화이트 페타 치즈버거 같은 개성 강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 파이브 가이즈, 쉐이크쉑 같은 버거 브랜드가 고급화 전략으로 한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고객층을 개척했다. 심지어 한때 맥날의 2인자로, 약세로 평가받던 롯데리아, 맘스터치까지 공세를 펼치는 상황. 이런 판도 속에서 맥도날드는 구색 맞추기 식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브랜드의 길을 찾는 답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격랑 속에서 맥도날드는 진퇴양난이다.


본연에 충실할 것인가, 고급화할 것인가? 그러나 두 길 모두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미 가격은 경쟁 브랜드와 맞먹고, 쪼그라드는 경제에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높아져만 간다. 그런데 품질의 업그레이드는 뚜렷하지 않다. 


새로운 버거를 내놓았다지만, 새롭지 않다. 이미 소비자는 한 번 실망했다. 

이 전략을 또 다시 채택하면 이미지는 하락세로 확실히 넘어갈 것이다.

고급화로 다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감수하고 트렌드의 바람을 타고 영업 이익을 올릴 것인가?

맥날의 진정한 변화는 어디서올까? 


이것은 맥도날드의 이야기 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새로운 스탠다드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기존 제품을 가져다가 껍데기만 포장해서 파는 식으로는 곤란한 시대가 되었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초할 것인가 아니면 선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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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잠실 월드타워몰에서만 파는 새우버거다. 새우의 식감을 강조했다. 가격은 8900원. 


그동안 파파이스의 새우버거가 최고 였는데 롯데리아의 이 새우버거가 SS급을 달성했다.


파파이스는 패티, 번, 소스, 채소 모든 것이 손색이 없는데 유일한 단점은 매장이 별로 없다는 것이고


롯데리아 SS급 새우버거의 유일한 단점은 전국에서 1곳에서만 판다는 것이다.


씹을 때마다 톡톡 툭툭 터지는 듯한 탱글탱글한 새우살 식감이 갓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새우의 퍼덕이는 힘찬 근육 같다.


100% 새우가 아니라 분명 명태를 같이 넣은 것임에도 새우가 실하고 알차게 차 있어 실팍하다.


바삭한 겉이 아작아작 소리를 내고 탱실한 안이 말랑말랑하여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하얗고 빨간 새우살이 패티 가운데 오롯이 박혀있고 부드럽게 으스러지면서도 씹을수록 쫀득함이 살아나


마치


갓 쪄낸 새우 딤섬 속살과도 같이 쫄깃한 탄력과


갓 잡은 생새우와도 같이 신선하고 탱탱한 새우즙이 터져 나오며, 


떡처럼 보드랍고 폭신한 번과 어우러져 풍요로운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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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 나는 어제 브뤼셀 프라이를 갔었다. 청주 길가에 있는 랜덤한 가게였다. 러시아어를 하는 다문화 가족이 키오스크 ㅅ용에 애를 먹고 있었고 무슨 메뉴를 시킬지 토론하고 있었다. 줄이 너무 길어지자 매니저가 앞쪽에서 도와준다고 해서 앞서 가서 주문했다. 한국사람의 시스템 활용에서 융통성이 엿보인다. 외국 어느 공항에서 연착된 비행기의 짐들이 섞였는데 직원들이 우왕자왕하자 한국 아줌마 아저씨들이 적극 나서서 이름표보고 김사장님 최사모님 하면서 대신 나서서 짐 분배하고 시간 세이브해서 일처리를 했다는 어느 소감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일본인은 이런 상황에서 매뉴얼이 없고 아마 무작정 기다릴 것이다. 외국인들은 음식 앞에서 오랫동안 무엇을 먹을지 토론하는 과정 자체도 하나의 문화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까 이것을 먹고 나는 이것을 좋아하니까 이것을 먹고, 그럼 이렇게 시킬까? 이런 조합은 어때? 너 저번에 이거 먹었잖아. 이게 뭐야? 이 메뉴는 무슨 음식이야? 이건 이거야 아 그럼 이거 먹을래 아냐 저게 나아 잠깐 여기 사이드가 있다는데? 이건 뭐지? 그런데 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의 의도는 회전율에 있었을테니 뒷 주문을 먼저 받기 위해 인터셉트했다. 중앙아시아에서 왔을 법한 가족의 이해할 수 없는 러시아어를 다 들어줄 여유가 당장 오늘 매출을 걱정해야하는 한국의 자영업자에게는 없다. 내가 주문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어의 어려움과 키오스크 구동의 어려움이라는 이중 문제에 고초를 겪고 있던 가족이 어렵사리 주문을 마치었는데 직원이 소스를 선택하셔야한다고 하니 어눌한 한국어로 "꼭 해야 돼요?"라고 답했다. 직원이 "안 하셔도 돼요"라고 하자. "오 네 좋아요 감사해요"하고 답했다. 십 종 이상의 소스의 다양함이 아니면 브뤼셀 프라이라는 브랜드의 매력이 없다. 그냥 프랜차이즈 버거집의 감자튀김을 시키는 것이 더 싸다. 감자튀김 하나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브뤼셀 프라이 가게에 가는 이유는 튀긴 감자 자체의 퀄리티도 있지만 다양한 소스를 고르고 맛보는 미각적 경험에 있다. 그런데 그러한 브랜드가 의도한 온전한 소비자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한국인 전체가 코로나 이후 몇 년간에 거쳐 자연스럽게 학습한 키오스크 주문이라는 프로세스에 대한 몰이해 및 미숙함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유럽의 어느 파인다이닝이나 일본의 어느 료칸에서 얻는 경험의 불완전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인이면 당연히 알고 있는 레스토랑에서의 당연히 요구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 같은 것들을 현지언어와 현지문화에 대한 경험족으로 인해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스타에 유럽 어느 레스토랑 사진을 올릴 뿐인데, 냉동 레토로트 음식을 댑혀놓은 음식을 배경으로 사진 찍으며 행복해하는 외국인에게 누구도 아무 말 안하는 것은 굳이 현지인이 일일이 다 알려주고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싶은 것일뿐이다. 


브뤼셀 프라이라고 하니 6년 전 교수님 따라 국제 학회 참석차 갔던 암스테르담에서 이 가게에서 프라이를 먹어본적 있다. 2000년부터 유럽을 가고 싶었는데 거의 20년만에 갔다. 특이한 소스를 골랐는데 소스보다는 그걸 먹고 있는 더치들의 키가 채 썬 감자처럼 길었다는 인상이었다. 튀긴 감자는 상타치는 맛이다. 갈릭 디핑 소스를 골랐는데 피자집에서 먹을 것 같은 대량생산된 소스였다. 이 역시 어느정도 균질한 맛을 보장한다. 


오늘 오감자 신메뉴 나왔는데 이름이 브뤼셀 프라이라고 해서 GS25에서 구매했다. 약간의 매콤한 맛이 있다. 먹방에서는 이야 맛있다 이야 매콤하다 정도로 탄성만 지르고 끝나는데, 그 이상으로 감각적으로 표현해서 한국어 글쓰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싶은 것이 목표다. 


오감자의 감자는 프링글스처럼 감자를 반죽해서 만든 과자류와는 달리 감자 자체의 탄성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여러 개를 동시에 먹고 씹으면 입안에서 새로 감자를 반죽하는 것 같다. 찍먹하는 소스로 차별화를 둔 오감자의 이번 신메뉴는 시즈닝의 풍성함과 칼칼함이다. 두툼한 감자와 두터운 시즈닝이 중무장한 보병과도 닮았다.


칠리는 한국적으로 맵다. 칼칼하고 찌르는 듯한 화끈함이다. 중미가 원산지인 칠리를 한국적으로 맵게 만들었다. 한국의 매운맛의 특징은 무엇이냐? ‘확 치솟았다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미각세포에 닿는 순간 칼칼한 불길과 같은 통증이 확 올라왔다가, 깔끔하게 사그라드는 기묘한 리듬이 있다. 어리석은 스테레오타입이지만 소위 말하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처럼, 순간 욱하지만 뒤끝 없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어느 외항사 승무원이 한국인 승객에게 물을 실수로 쏟으면 욱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하면 받아주고 잘 마무리된다고 했다. 그런 느낌의 욱한 매운 맛이다. 고추장처럼 매우면서도 달달한, 매운데도 묘하게 끌리는 중독성이 있다. 얼큰하다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뜨끈하고 보드라운 사골국물 속에서도 매운맛이 퍼지며, 속을 확 풀어주면서도 한방 맞은 듯한 개운함을 남긴다. 그 매운 맛은 식사 종료 후에는 지속되지 않는다. 스파링 대전 이후에 신사답게 인사하고 헤어지는 선수처럼 한국의 매운 맛은 음식 이후까지 뒤끝을 남기지 않는다.


일본적 매운 맛이라고 한다면 첫 인상에 알 수 없으나, 스며들듯 은근하게 찌르는 얼얼한 향기와 그 후속타라고 하겠다. 와사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공포영화와도 닮았다. 당장 스크린을 볼 때는 안 무서운데 일상생활에서 자꾸 기억이 나서 이불 아래나 침대 밑을 살펴보게 만드는 후속형 음산한 공포다. 그러한 일본식 공포처럼 일본의 매운맛은 겉으로 티를 안 낸다. 향에서부터도 알싸하지 않다. 처음엔 별거 아닌 듯하다가, 코에서 P파로 처럼 훅 올라오며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기습 공격을 가하고, 혀에서는 서서히 S파로 올라오는 얼얼한 파동이 있다. 지진과 후속 쓰나미와도 같다. 마치 일본인 특유의 예의 바른 미소 뒤에서 뒤늦게 느껴지는 차가운 거리감처럼. 외항사 승무원 왈 일본인에게 물을 쏟으면 앞에서는 웃고 일주일 후 본사에 컴플레인 레터를 보낸다고 한다. 쓰나미와 같은 후속공격이 있다. 그러나 그 레터도 정식 접수하고 사과하면 없던 일이 된다. 일본식 매운맛은 설령 후속타가 있을 지언정 끈적이지 않고, 바람처럼 스쳐간다.


반면 중국적 매운 맛은 시각적 선명성, 진동하는 마비감과 지속되는 뜨거움이 특징이다. 강렬한 채도의 빨간색이 시각적으로 일단 맵다고 화려하게 광고, 아니 통보한다. 일본의 푸르른 벌판을 닮은 와사비는 매운지 아닌지 색채 상징으로는 알 수 없다. 한국의 다대기는 돼지국밥 국물에 섞어 파스텔톤이 되고, 일단 단맛이 함께 있는 맵단이다. 중국적 매운 맛은 아주 선명하고 확실하다. 중국의 선이 굵은 매운맛은 혀에 꽂히는 순간, 진동수가 느껴진다. 마라(麻辣)라는 단어 그대로, 혀를 찌릿찌릿 울리면서 미각을 무디게만든다. 단순히 혀가 불타는 게 아니라, 입 안 전체가 알싸한 전류에 감전된 듯한 마비감에 휩싸인다. 향이나 열이 아니라 전기와 같은 찌릿한 매운 맛이다. 불덩이가 입 안을 떠돌며 계속 재점화하는 느낌을 준다. 한 번 매운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몰려오는 매움의 고문이다. 그 맵기 고문의 끝에 한국적 매운 맛은 단맛으로 혀를 다독여준다면, 중국적 매운 맛은 기름기로 혀를 다독여준다. 그러나 그 기름은 또한 매운맛을 입천장에 찰싹 달라붙게 만들며 오래도록 남게 하는 역할도 하여, 제국적 주권의 힘을 보여준다. 중국음식 특유의 강렬하고 묵직하고 선명한 느낌은 몽골의 사막에서 직선으로 세차게 달려오는 유목민 보병과도 같다. 질주하는 보병을 성에서 육안으로 관찰했다면 일단 퇴로는 없다. 그 기병대는 달려온다고 모래바람으로 광고하고, 자신의 존재목적에 따라 단일한 방향성으로 쉬지 않고 달려오고, 방어군은 이미 대피는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30분간의 시간 동안 공격대도 방어군도 임박한 종말과 파괴에 대해 알고 있다. 바울의 종말론적 수행성처럼, 다가오는 멸망의 날을 알고 있음에도 남은 날을 살고 있는 그런 감각과도 같다. 시뻘건 중국 음식점에서 새빨간 메뉴를 골라 기다리는 순간이 바로 그렇다. 미각세포에 고통이 임박하였다. 음식을 기다리는 30분은 그 고통의 도래를 알고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불닭볶음면은 주목할 만하다. 나에게는 너무 매워서 수 년 전 한 번만 먹어보았다. 그 안에는 어떤 직선적인 강렬함이 있었다. 남한산성에서 근왕군을 기다리는, 메시아의 도래를 기다리는, 9회말 2아웃의 역전을 기다리는, 짧고 강한 한 방의 구원 같은 것이다. 돌직구처럼 직선적인 불닭 소스는 강렬한 타격이 먼저 오고, 끝은 심플하다. 중국의 매운 맛처럼 계속 빙빙 돌며 타격하지 않는다. 펑하고 터지는 매운 맛은 포탄과도 같아 원하던 소원이 해결된 이후에는 여운이 길게 남거나 리듬감이 있지는 않는다. 씹을 때마다 베스킨라빈스 슈팅스타처럼 톡톡하고 터지지만 자체로 깊게 스며들지는 않는 할라피뇨와는 달리, 불닭 바베큐 소스 속의 달달한 맛과 함께 어울려서, 지금 이 순간 현세에는 맵지만 내세는 금방 잊히는 스타일이다. 강한 임팩트는 있지만 오래 곱씹게 되지는 않는, 냄비근성의 장점, 뒤끝없는 여운을 제거한 매운맛이다.


오감자의 두터운 시즈닝과 함께 있는 소스의 매운 맛은 한국적 매운 맛을 잘 살렸다. 강한 임팩트, 여운없는 뒷맛은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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