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에서 장어도시락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작년 5월 7월에 세븐일레븐에서 한끼연구소 훈제오리&민물장어도시락, 정호영카덴 장어도시락을 내놓은 후 제품반응이 긍정적이고 세일즈 퍼포먼스가 좋았던 모양인지 올해는 GS 혜자, CU 보양, 이마트24 최현석 브랜드로도 등장했다.


(위 사진 2개는 작년 세븐일레븐 제품)
이마트24 최현석은 작년 세븐 정호영 카덴처럼 오리와 장어를 함께 판다.
둘 다 첩첩가중의 기름판이다. 중국식 표현으로 유상가유, 기름 유 위에 기름을 또 끼얹는 격이다. 정말 찌아요우! 다. 오리기름에 장어기름. 따라서 기름기를 씻어줄 초생강이나 락교가 필수적이다.
가격대는 만원대다. 5-6천원에 형성되어있는 가성비 도시락 시장에 한 번 쯤 도전해볼만한 메뉴다. 테스트배드용 일회성 제품이다. 그러니 잠깐 나왔다가 재고 소모하면 곧 없어질 것이다. 초생강이나 락교나 밥, 플라스틱 커버야 얼마든지 공급이 가능하겠지만 장어는 대량 양식을 하고 시장수요를 가늠해 일정분량만 공급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곧 없어져야 시즌한정이라고 홍보해 FOMO심리를 자극해 소비를 진작시키기에도 좋다. 재고도 금방 빠지니 재고비용도 상쇄된다. 좋은 제품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보다 단발성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이 더 우세한 트렌드다.
앞으로 이런 식의 팝업형 메뉴가 많아질 것이고 이런 시장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스테디셀러보다는 바이럴된 메뉴, 남들 다 먹었다고 하고 SNS에서도 보이니까 한 번 쯤 먹어보는 메뉴, 시즌 때 잠깐 나왔다가 곧 없어질 메뉴에 대해 민감해질 것이다.
즉, 프로모션, SNS바이럴, FOMO(Fear Of Missing Out, 나만 뒤쳐지는 듯한 공포), 시즌한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기서 띄워주면 우루루 몰려갔다가 저기서 띄워주면 우루루 몰려가면서 소비하게 될 것이다. 피리 부는 소년에게 이끌리는 쥐떼처럼. 아울러 한 제품을 실험적으로 런칭했다가 판매 성과가 괜찮고 적절하게 히트상품이 되면 근처 역내 경쟁자가 다 카피할 것이다. 이런 예시는 무수하다. 컨테이너선 운송에서 유통까지 타임라인을 정확히 재서 유통기한 내에 일본의 저지푸딩을 공급한 기획에서도 보이고, 연세빵이 이 치즈, 저 치즈, 요런맛 저런맛, 콜라보, 맘모스 등 온갖 크림과 빵 조합으로 메뉴를 내놓는 점에서도 보인다.
담당자는 성공한 전례를 들어 기획서가 통과되거나 투자 받기도 괜찮다. 6시그마로 성공한 아이템이 시장을 키워놓고 사람들을 길들여두었기 때문에 손쉽게 무임승차할 수 있다. 유투브도 어떤 한 포맷의 채널이 성공하면 비슷한 스타일의 채널이 무더기로 난립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채널의 스타일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알고리즘에 자신의 카피캣 채널도 덩달아 올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편집 시간을 고려할 때 마켓 리더가 매일 같이 콘텐츠를 공급할 수 없고 시간 제약상 모든 아이템을 다 터치할 수 없기 때문에 스타일은 모방하되 다른 주제로 승부하면 2위로서 얼마든지 재미를 볼 수 있다. 스타일에 대한 저작권 의식이 희박하기 때문인데, 아일릿이 뉴진스의 스타일을 베꼈다고 주장했다가 다른 여러 이유에 의해 몰락했기 때문에 문화에서 스타일 저작권에 대한 논의는 저편으로 물러갔다.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 카핑 전략은 지속될 기세다. 장점은 기업도 이익을 보고 소비자도 여러 괜찮은 스타일을 맛볼 수 있다는 점, 단점은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에게 핸섬한 인센티브가 돌아가지 않고 어차피 다들 베낄 것이라는 생각에 장기적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시장 전체가 하향평준화되리라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롯데리아가 여러 실험적 괴식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은 참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한 나라 사람의 입맛에는 한계가 있어서 다양성에는 한계가 있고 하루 평균적 3끼의 트라이가 보장되어 있는 F&B기업과는 달리 영화, 영상, 패션, 음악, 게임, 만화, 웹툰, 도서 등 콘텐츠 업계는 이런 스타일 베끼기가 만연해져서는 곤란하다. F&B는 장어를 대량 양식하고, 메론을 대량으로 들어와 박리다매로 원가를 낮춰 공급할 수 있다. 오직 문제는 수요창출일 뿐이다. 그러나 콘텐츠는 카핑전략이 시장 전체의 수준을 낮추고 동력을 잃게 한다. 같은 전략을 구사해서는 안된다. 케데헌이 성공했다고 그런 비슷한 작품이 폭증하면 춘추전국시대 다운그레이드된 군웅들이 할거하다 모두 전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