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어 한자가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시기에 따라 발음이 다르다는 흥미로운 글을 어디에서 읽었고 옛날에 포스팅 쓰면서 언급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어디서 읽었는지 찾지 못했다. 이럴 때 보통 채선생한테 물어보는데 부분 출력하며 횡설수설했다.
(보통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고유명사, 사자성어, 외국어표현 등을 물어볼 때 GPT를 이용한다. 사전에서 표제어를 찾으려면 정확히 단어를 기억하고 있어야하고 두루뭉술한 배경지식으로는 검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전 검색 방법의 한계다. 모르는 단어를 알기 위해서는 정확히 단어를 이미 알고 있어야한다.)
영화 <300>의 델포이 무녀들마냥 헤드뱅잉하며 할루시네이션을 하는 채선생을 지긋이 지켜보며 음 역시 악마는 디테일이 있고, AI는 인간이 경험한 미세한 부분까지는 찾을 수 없는구나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문득 손길이 가는 아무 책이나 들춰보다가 궁금했던 부분을 발견했다. 해리 일행이 1학년 때 니콜라스 플라멜을 어디서 들었는지 찾으려고 현대마법관련 서고에서 내내 찾다가 못 찾았는데 13장 니콜라스 플라멜에서 헤르미온느가 가볍게 읽으려고(light reading) 대출한 두꺼운 고서에서 내용을 발견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세렌디피티다.
해리네가 뒤지던 책은 20세기의 위대한 마법사들 (Great Wizards of the Twentieth Century), 우리 시대의 주목할 만한 마법사들 (Notable Magical Names of Our Time), 현대 마법의 중요한 발견들 (Important Modern Magical Discoveries), 마법학의 최근 발전 연구 (A Study of Recent Developments in Wizardry)이었는데 6백살이 넘은 니콜라스 플라멜에 대한 내용은 이런 책에 없었던 일화다.
일본어의 교착된 다양한 한자발음에 대한 내용을 찾은 그 책은 <일본어 상용한자 무작정 따라하기>다. 일본 소학교 6개년 동안 배우는 1026자에 중학생 레벨을 추가한 것이다. 기초는 저수준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하고 단단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기초한자책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다시 읽어도 배울 점이 있다. 어떻게 한 두 번 읽고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수준이 증가한 후 어학교재를 다시 읽으면 처음 맨땅에 헤딩할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발견되는 재미가 있다.
각설하고, 이전에 포스팅하면서 언급하고 싶었던 것은 일본어의 한자발음이 불교도입시기 오나라 발음, 당유학생의 한나라 발음, 장강 하류지역 상인으로 섞여있는데 이는 마치 일본 철도 노선 같다는 점이었다. 기존 시스템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노선망을 확충해나가 언뜻 불편해보이지만 관습과 혁신을 절충했다는 점이다. 독일의 성문법처럼 모든 것을 다 개혁하고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게 아니라 영미의 관습법처럼 기존 질서를 존중하면서 판례를 더해 법리를 강화하는 식이다. 신규 업데이트하면 기존의 시스템을 다 철거하는 한국은 삼국시대 발음을 당나라 발음으로 다 바꿔 버려서 일본처럼 한자에 여러 음독이 섞여있지 않다. 대략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아마 <귀멸의 칼날> 만화에서 암주가 폭포수 냉수마찰 하드트레이닝을 시키며 금강경 등에 나오는 한자용어인 기수급 고독원(祇樹給孤独園) 을 외칠 때 그 읽기 방법(요미카타)에 기쥬깃 고도쿠온(ぎじゅぎっこどくおん)으로 된 것을 보고 이때 공원의 원이 보통 코-엔처럼 엔이 아니라 온을로 읽는다는 점을 발견했었다. 이때 언급하고 싶었던 내용이다. (아래 관련 포스팅 링크)
사찰의 건립建立은 켄리츠가 아니라 콘류라고 읽는 것도 오음의 영향이다. 현재 중국어는 청나라 영향을 받아 권설음이 그득하다. 동북발음에 얼화가 많은 것도 그 영향. 그러니까 일본어 한자음은 오나라, 당송명 등이 섞여있고, 한국은 당음으로 대동단결, 중국은 자기 글자라 정치사회적 변화에 따라 내부발전을 거쳐 권설음이 강한 청나라 발음으로 고착된 것

아 그리고 책에서 달 월月을 왜 일본어로는 게츠로 ㄱ발음이 들어가고 한글로는 두자음(머리 자음) ㅇ(이응)발음이냐고 하는 부분에 대해 원래 중국 발음이 콧소리가 들어갔었고 한일이 나름의 방식으로 이를 표시한 것이라 했다.
일본 아나운서가 은는이가에 해당하는 조사 가が를 이런 비탁음으로 콧소리를 섞어서 발음하는 것에서 ㄱ의 발음을 이해할 수 있다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도 월의 ㅇ도 콧소리 섞인 ㅇ월 같은 발음이었다고 한다.
현대중국어에서는 월은 위에(yue)다. 콧소리가 없다. 베트남 한자는 그 콧소리가 남아있다. 베트남어에서 월요일은 두 번째 날이라는 말에서 thứ hai로 바뀌었지만, 한자 月은 nguyệt 이다. 응우옛. 이 ngu응우가 그 콧소리를 표현한다.
발음 음성 참고:
https://dict.naver.com/vikodict/#/search?query=%E6%9C%88
귀칼 기수급 고독원 관련 옛 포스팅
https://blog.aladin.co.kr/797104119/16717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