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책 도덕경
켄 리우.노자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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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와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를 쓴 SF 작가 켄 리우의 도덕경 번역이 나왔다. 중국 간쑤성 출신으로 하버드 학부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주경야독해서 낮에는 법률분야에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쓴다. 테드 창만큼 유명하거나 작품이 미디어믹스되지는 않았나, 2011년의 <종이동물원은> SF상을 휩쓴 작품이다.


도덕경 전체 81장을 두 파트로 나누어, 파트1 도는 1-37장(p17-120), 파트2 덕은 38-81장(p123-192)으로 분류했다. 괄호는 한글번역본 기준이다.


몇 년 전부터 인문교양 베스트셀러는 고전 원서나 학술서는 전멸했고 다이제스트본이나 편집본, 혹은 처세술, 성공학, 에세이를 곁들여 멋진 표지로 새단장한 도서만 팔린다. 한국출판시장에서 이 책은 그런 트렌드의 일환으로 읽힌다.


도덕경의 아포리즘적 문체가 자기 생각을 곁들인 해설서를 가능하게 한다. 81장까지 일관적인 서사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에 책의 아무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상관 없다. 수수께끼 같은 구절이 오묘하고 깊은 의미가 있고 이를 저자가 참신하고 재밌게 설명하면 금상첨화다. 구절은 익히 다 아는 짧은 격언이라 수많은 독자들이 이미 내용에 대해선 익숙하다. 융통성 있는 자유로운 해설이 관건이다. 코멘트를 베푸는 저자가 원래 명성이 있는 경우 판매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될 수 있다.


전문 학술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일반 작가가 <사기>, <춘추공양전>, <예기>에 대해 해설서를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도덕경>이라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도서관에는 도덕경 한 권에 대해서만 수없는 번역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도덕경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원문 전체를 무자 그대로 번역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의역했다는 점에 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극호와 극불호의 양극화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래에서 상술한다.


또한 1장에 이어 서문을 대신한 판본에 대한 코멘트 17쪽, 3장에 덧붙여 노자의 생애를 서술한 코멘트 8쪽을 제외하면 4쪽 이상을 넘어가는 코멘트가 많지 않다. 아니 파트2로 넘어가면 번역만 있고 코멘트는 없다시피하다. 파트1 37개장(1-37장)이 113쪽 분량인데(p17-120), 파트2 44개장(38-81장)이 70쪽 분량(p123-192)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113쪽이 37개장인 파트1과 70쪽이 44개장인 파트2. 구성적으로 너무 기울어진 비중이다. 용두사미같다고도 느껴질 정도다. 앞에서 17쪽 분량으로 우다다 말을 쏟아내고 뒤로 갈수록 장만 보이니 왜 뒤에는 침묵했는지, 완전히 배태되지 않은 생각의 단상을 무리하게 출판한 것은 아닐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게다가 코멘트 역시 한자 원문의 용례를 설명하거나, 영어로 이렇게 바꾼 이유가 아니라 관련없거나 벗어난 개인적 단상이다. 어그로나 트위터 문화에 대한 휘발하는 스레드 글 같은. 물론 원서의 문제고 역자나 한국출판사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번역시 도덕경 원문을 확인했을텐데 저자가 어떤 식으로 번역을 했는지에 대한 해설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어쨌든 독자는 두 가지 태스크에 직면하게 되었다. 무엇이냐?


원서에서 영어권 사람들이 더 읽기 쉽게 의역했다는 점, 코멘트가 적거나 아예 없거나 혹은 상관없다는 점. 그래서 도덕경 원문과, 켄 리우의 영어 원서와, 이 한글 번역본까지 셋을 들고 왜 이렇게 했을까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다. 되려 인문교양 베스트셀러 도덕경 편집본이 해설이 너무 많거나 특정 연령대의 취향에 경도되어 있을지언정 더 친절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몇 가지만 보자

5장과 7장 등에서 성인은 Dao-aware이라고 번역했다.


25장 천대, 지대, 왕역대를 Dao, heaven, and earth are all grand, as is humankind라고 했다. 대개 이렇게 같은 문형으로 대구를 이루어 리듬감을 이루는 도덕경의 원문을 싹 다 병렬처리하는 특징을 보인다.


예컨대 30장에서도 

果而勿矜(과이물긍) 목적을 이뤘으되 자랑하지 않고 

果而勿伐(과이물벌) 목적을 이뤘으되 뽐내지 않고 

果而勿驕(과이물교) 목적을 이뤘으되 교만하지 않는다

After victory, don’t swagger, boast, swell with pride.라고 했다.

과를 목적이냐 승리냐 어떤 말로 번역할까하는 고민과 판단이 모두 재밌는 생각의 훈련이 된다.


원문의 문형을 바꾼 것도 있다. 예컨대 39장의 시작은 평서문인데 영어는 의문문으로 바꾸었다.

昔之得一者(석지득일자) 예부터 하나를 얻은 것이 있다 

What do they become when at one with Dao?


그리고 세미콜론으로 병렬해서 짧게 축약했다. 굳이 얻다라는 술어를 반복하지 않아 깔끔해보인다.

天得一以淸(천득일이청) : 하늘은 하나를 얻어 맑아지고 

Heaven, clear;


地得一以寧(지득일이녕) : 땅은 하나를 얻어 편안해지고 

Earth, tranquil;


神得一以靈(신득일이령) : 신은 하나를 얻어 영묘해지고 

Spirits, animated;


谷得一以盈(곡득일이영) : 골짜기는 하나를 얻어 가득 차게 되고 

Gorges, filled;


뭐 이런 여러가지 번역적으로 생각해볼 것이 있다. 아예 다 생략하고 없앤 것도 있는 것 같다. 도착어인 영어에서 적당한 역어가 없었거나 문맥상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거나. 그렇게 하려면 81장 전체를 한자-영어-한글 다 봐야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대충 포스팅은 이정도로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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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신메뉴 베이비버거 10900원

베이비콰트로치즈, 베이비통새우와퍼, 베이비불고기

오른쪽부터 먹는 순서대로 단짠, 맵짠, 녹진의 순서다


간식메뉴 3-4천원에 팔 때는 고객들의 눈길을 잡지 못하다가 3개 번들로 리패키징하니 호평을 받는 사례


양파 증기로 찜 쪄 만든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버거로 유명한 미국 화이트캐슬의 슬라이더 정도 사이즈다. 세 개가 많아 보이지만, 같은 브랜드 패티4장의 맥시멈버거보다 양이 작다. 파이브가이즈와는 달리 화이트캐슬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비슷한 가게가 경리단길 P21, 휘슬 근처에 빌리언박스가 있다. 철판에 구워만드는데 프랜차이즈 준비 중이라는 듯하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마트에서 수박이나 참외 1통을 소분해 팔고

피자나 치킨 1인분도 배달한다.


또, 가족용 계란 1판을 편의점에선 반숙란 2입으로 포장해 셀링,

기념일 먹거리였던 케이크 1호를 까페에선 일상 먹거리 조각으로 전환한다.


소분제품이 다 팔리기만 하면 마진이 더 남는데

다이소의 전략과 비슷하다. 재고 창고 유지 않고 마케팅하지 않고 공장 비수기에 기존 라인을 활용해 브랜드와 거의 같은 제품을 만든다.


원가 100원을 1000원에 팔 때 900원은 큰 돈이 아닌 것 같은데

박리다매해서 팔면 사정이 다르다.

원가 100억에 1000억 매출, 순수익이 900억이다.


개인은 900원은 버릴 수 있는 돈이라 생각한다.

헤어핀, 섬유유연제, 수세미 등등 1000원에 사든 2000원에 사든 주머니에서 기별도 안 가지만 그런 사람이 수십 수백 만명이 되면 큰 차이가 발생한다.


마진율이란 그렇게 강력하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 5% 이익을 보았을 때 개미가 100만원 투자했다면 친구와 치맥 한 잔 공짜로 한 셈이지만, 기관투자자가 100억원을 넣었다면 지방 아파트 한 채를 벌었다


소분해서 파는 그래놀라, 한입 믹스견과류, 컵과일 등등 따로 인력을 써서 패키징을 한 것이라 농가에서 박스 단위 도매로 산 것보다 훨씬 비싼데 1인 가구는 3천원이면 신경 안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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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모티브 손뜨개 완전판 - 쉽고 다양한 모티브 패턴 200 핸드메이드 시크릿 레시피
applemints 지음, 남궁가윤 옮김 / 제우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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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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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몇 분 전 기사


남아 있는 습작이 극히 드문 미켈란젤로의 작품일지도 모를, 손바닥만 한 5인치 오른발 드로잉이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다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 프레스코화에 등장하는, 미켈란젤로의 장대한 인물들 가운데 한 명을 위해 포즈를 취했던 남성 모델의 발이라는 것


만약 내년 2월 경매에서 입찰자들이 (작품의 출전에 대해) 동의한다면, 이 작은 이미지는 발만을 그린 드로잉 중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티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 습작은 시스티나 천장 동쪽 끝에 그려진 전설적 여사제 Libyan Sibyl의 인물을 위한 연구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티 뉴욕의 옛 대가(올드 마스터) 드로잉 전문가 Giada Damen은 올해 2월, 일반인들이 온라인으로 보내온 감정 의뢰 사진 다발 중 하나에서 이 스케치의 디지털 사진을 발견했고, 단번에 눈길이 멈췄다고 한다.


판매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출신으로,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그는 다멘(아까 Giada Damen)에게 이 드로잉을 2002년 할머니에게서 상속받았으며, 그보다 훨씬 이전인 18세기 후반부터 그의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s://www.nytimes.com/2025/11/24/arts/design/michelangelo-drawing-christies-auction-foot-old-mas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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