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内藤コレクション

写本 — いとも優雅なる中世の小宇宙

2024年6月11日(火)〜8月25日(日)


1. 도쿄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이다. 나리타공항에서 우에노까지 스카이라이너 등으로 빨리 올 수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2. 전시 제목의 영어와 일본어가 의미하는 정보가 다르다. 사전적 어휘의 등가 교환이 아니다.

외국인이 전시제목을 이해하는 바와 일본인이 이해하는 바가 같지 않다.

영어와 일보어 각 언어를 이해하는 상태에서 각 의미를 뜯어봐야한다.


영어는 Manuscripts from the Naito Collection in the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라고 쓰여있다. 일반적인 기술이다. 국립서양미술관 나이토 콜렉션의 필사본이다.


일본어로는 いとも優雅なる中世の小宇宙라고 쓰여있는데

한국어로 바꾸면, 매우 우아한 중세의 소우주라는 뜻이다. 뜻이 완전 다르다.


여기서 또 공부할 바가 있다. いとも이토모는 무엇이고 왜 이렇게 썼는가?

いとも는 매우, 지극히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最も라고 쓴다. 한편 이 한자는 JLPT N3 정도의 어휘로 보통 못토모もっとも라고 읽고, 무엇보다도, 가장라는 뜻이다. 한자는 최고 할 때 가장 최最이다. 왜 다르게 읽는가?

같은 한자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라고 같은데

우아하게 아어雅語(가고がご)로 읽으면 이토모라고 읽고, 일반적으로 읽으면 못토모이다.

아어는 말 그대로 우아한 말이라는 뜻이다. 한 한자에 결박된 읽기 방법이 다르다. 


그러데 보통 세련되게 표현할 때는 한자를 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왜 히라가나로 썼을까?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대로 한자로 最も라고 쓰면, 이토모라고 안 읽고 못토모라고 읽는다. 일반적인 읽기 방법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읽지 말라고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 '매우, 지극히'라는 세련된 읽기가 된다.


히라가나가 반드시 서민의 언어가 아니고, 그저 표기 방법이 하나일 뿐이다.


같은 전시를 가서 같은 것을 봐도 이해하는 바가 다르다.


이 전시 전체의 캡션과 설명이 매우 고상한 어투로 쓰여있어서 공부가 많이 된다.






3. 전시 설명은 번역기 돌리지 않고, 자체 사이트 영어 설명을 가져왔다.

https://www.nmwa.go.jp/jp/exhibitions/2024manuscript.html

https://www.nmwa.go.jp/en/exhibitions/past/p2020.html


印刷技術のなかった中世ヨーロッパにおいて、写本は人々の信仰を支え、知の伝達を担う主要な媒体でした。羊や子牛などの動物の皮を薄く加工して作った紙に人の手でテキストを筆写し、膨大な時間と労力をかけて制作される写本は、ときに非常な贅沢品となりました。またなかには、華やかな彩飾が施され、一級の美術作品へと昇華を遂げている例もしばしば見られます。

In medieval Europe with no printing technology, manuscripts were the principal medium to support the people’s creed and convey wisdom. Scripts were transcribed by hand on parchment made from thinly prepared sheep, calf, and other animal skin. Manuscripts requiring massive time and effort to be produced could, at times, become great luxuries. Some were decorated with lavish illumination and were often sublimated into first-class artworks.



当館では2015年度に、筑波大学・茨城県立医療大学名誉教授の内藤裕史氏より、写本零葉(本から切り離された一枚一枚の紙葉)を中心とするコレクションを一括でご寄贈いただきました。その後も2020年にかけて、内藤氏ご友人の長沼昭夫氏からも支援を賜りつつ、新たに26点の写本リーフを所蔵品に加えています。

In FY 2015, Dr. NAITO Hiroshi, professor emeritus at the University of Tsukuba and Ibaraki Prefectural University of Health Sciences, kindly donated his collection of manuscript leaves en bloc to our museum. Between then and 2020, with additional support from Dr. Naito’s friend Mr. NAGANUMA Akio, we were able to add twenty-six more manuscript leaves to the collection.



当館では2019-20年度に三期にわたり開催した小企画展で、内藤コレクションを紹介してまいりました。しかし、コロナ禍のさなかでもあったため、それらは小規模なものにとどまったと言わざるを得ません。こうした事情をふまえて、改めて内藤コレクションの作品の大多数を一堂に展示し、皆様にご覧いただくべく企画されたのが本展です。また当館はコレクションの寄贈を受けて以来、国内外の専門家の協力を仰いで個々の作品の調査を進めてきました。本展はその成果をお披露目する機会ともなります。

The Naito Collection has been introduced in three small exhibitions at our museum between FY 2019 and FY 2020. However, in the midst of the COVID-19 pandemic, it cannot be denied that the displays remained rather small in scale. In view of such circumstances, we planned this exhibition to present the majority of the Naito Collection collectively to the public anew. Ever since receiving the donation of Dr. Naito’s collection, we have been seeking the cooperation of experts in Japan and abroad to survey the individual works. This exhibition will also be an opportunity to disclose the fruit of such research.



本展は、内藤コレクションを中心に、国内の大学図書館のご所蔵品若干数や、内藤氏がいまでも手元に残した1点を加えた約150点より構成され、聖書や詩編集、時祷書、聖歌集など中世に広く普及した写本の役割や装飾の特徴を見ていきます。書物の機能と結びつき、文字と絵が一体となった彩飾芸術の美、「中世の小宇宙」をご堪能いただければ幸いです。

This exhibition consists of approximately 150 works, mainly from the Naito Collection with a few additional works on loan from university libraries in Japan and one item which Dr. Naito has kept for himself to this day. It is compiled to examine the role of manuscripts and the characteristics of illumination in Bibles, Psalters, Books of Hours, Antiphonaries, Graduals, etc. which were used widely in the Middle Ages. We hope you will enjoy the “medieval microcosm” of beautiful illumination, in which, alongside its function as a book, calligraphy and illustrations are unified.



4. 중세 작품은 저작권이 만료가 되어서 일반 일본 전시장과는 다르게 마음껏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엄지 손톱 만한 크기에 세밀한 그림을 그렸다. 중세의 네일 아트라고 볼 수 있다.


농업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단위면적당 작물생산량이 많지 않던 중세 시기에는


물자가 제한적이었으므로 커다란 그림보다는 작게 표현하는 기법이 물자를 아끼면서 예술적 재능을 드러내는


전략적 방법이었을 것이다.









5. 한자를 알아도 한문은 또 배워야하고, 한문은 알아도 초서는 따로 배워야하듯, 

   유럽인이 자국어를 알아도, 라틴어는 또 배워하고, 라틴어는 알아도 중세 필사본의 폰트는 또 배워야한다.

  독일 어느 대학에서는, 침식을 잃고 중세 필사본만 읽는 스터디가 있을 것이다.




6. 캡션 설명에서 중세사가, 중세 미술사학자들의 기여가 많이 보인다.


한 서양사학과의 연구자 TO는 정해져있고, 미국, 유럽하는 식으로 메이저한 분야만 넣기도 힘든 현실적 사정이 있어


전세계적으로 중세사가는 연구를 해도 취직할 자리가 마땅하지 않다.


유럽이라면 자국 역사이고, 해당 기록이 끊임없이 발굴되니까 TO가 있겠지만


한국, 일본, 아니면 동남아 아니면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유럽과 관계없는 나라에서


유럽 중세까지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귀한 일이다.


이런 작품을 전시할 때, 심지어 사학과 졸업생도 잘 모르는


온갖 왕족과 귀족의 계보와, 성서의 지엽적인 부분과, 필사 기법 등 수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심지어 자기 소모적일 정도로 대단한 열정이 필요할 것이다.


사진 촬영 허락이 되어서 사진은 너무 많이 찍었는데 다 올리기에는 번거롭고 한 작품만 보자



7. 다음 작품은





이 저작은 장대한 성경 이야기를, 등장인물의 삽화와 이름을 둘러싼 원을 엮은 족보를 축으로 

이해를 돕는 텍스트와 개념도(다이어그램)을 섞어 풀어내고 있다.

-삽화와 이름을 둘러싼 원이 있고

-이 원을 엮은 족보가 있으며

-이 족보를 가운데 축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텍스트와 다이어그램이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12세기 말 이후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대학 교육 현장에서 인기를 끄는 교재가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16세기 이황이 선조에게 올린 성학10도가 생각났다.


어느 시대나 비주얼 교보재는 필요한 것이다. 모두 글로만 개념을 이해할 수 없고, 개념을 시각화하면 더 풍성한 이해가 가능하다.


그것이 얼마 전까지는 인포그래픽, 이후에는 파이썬 등을 사용한 비주얼라이제이션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성학십도를 가장 잘 설명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 전 작고하신 고 한형조 교수님의 책이다.


2011년 당시에 막 출판된 그의 불교 책을 코엑스 반디앤루니스에서 읽고 너무 좋아서 책을 사고 교통비가 없어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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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

2025. 2. 20.—2025. 6. 29.


이제 2층으로 올라가보자. 백남준 작품의 모티브나 정신을 토대로 만들어진 다양한 작품이 있다.


전기, 통신에 대한 재료적 모티브뿐 아니라, 환경 기후 등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그리는 작품도 있다.



1. 김호남 작가의 작품




디스플레이 9개의 화면과 소리가 전송시간에 따른 지연으로 인해 각기 다르게 시작되어 동굴의 울림 같은 메아리를 만든다. 백남준도 위성 전파속도의 지연에 대해 주목했었기 때문에 백남준의 모티프를 잘 이해하고 충실히 구현한 작품이다.


설명 중에 "윤슬"이라는 매우 좋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고유 표현이다. shimmering water로 번역했다. 문장이 깔끔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한 TV 노이즈 화면과 같은 윤슬은 집합적이고 매개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텔레비전의 가능성에 주목했던 백남준을 떠올리게 한다. The shimmering water found there, resembling television static, reminds us of Nam June Paik, who focused on the potential of telelvision to enable collective and mediated experiences."


이렇게 전시의 핵심 주제를 정확하게 포착해서 작품을 커미션하는 작가들이 있다. 저격수와 같다. 작품의 모티브와 전체 테마가 일치하여 정확히 타켓팅된 의도에 관람객도 원 샷 원 킬의 후련함을 느낀다. 


이전에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했던 아시아네트워크 길 위의 도자라는 전시가 있었는데, 그 참여 작가 중 예상 외로 단 한 명마 전시의 전체 모티브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기어간다.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광주에 와서 도자를 만들고 출품을 했는데, 인터뷰를 들어보면 교포의 정체성에 방황하느라 자기가 무엇을 만드는 것인지 모르는 이도, 아이디어와 작품이 매치가 안되는 이도 있었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캄보디아계 미국 현대 미술 작가 에이미 리 샌포드가 일견 한국과는 거리감이 있는 낯선 국가 출신임에도 광주 전시 기획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y6RgQ1n87s 


이 유투브 12:40즈음에서 그 인터뷰를 볼 수 있다.


복수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에서는 이런 저격수 같은 작가가 있어야 한다. 큐레이터가 하고 싶은 말을 작가 시점에서 재서술해주기도 하고, 전시 전체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김호남 작가의 이 작품이 백남준의 의도와 기획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주었다.



2. 정혜민 육성민의 영상 작품 두 점이다. 벽면에 있는 약 8분 짜리 영상.




동물에 GPS 시스템을 탑재하고 데이터화해서 그 신호와 시각화된 모습을 화면에 보여준다. 실제로 새가 날고 있기도 하고 그것을 3D로 구동해서 영상에 보여주기도 한다. 디스플레이 2개에 각각 연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새가 날아가면서 자연경관을 보여주고 그 자연에서 잡히는 동물들의 신호를 포착해서 화면에 보여준다. 이주를 요청한다랄지, 조금 시원하다랄지, 하는,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의지를 이해해볼 수 있다. 내레이션에서 동물은 더 이상 피를 공유하는게 아니라 오픈소스를 공유한다고 했다고 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의도도 명확하다.



디스플레이가 두 개라서 기왕에 가운데 초점을 잡았는데 중간선때문에 약간 방해가 생겨서 아쉬움이 있다.


남서울미술관 건축의 전경에서도 비슷하 작품이 있었다. 보비스투 스튜디오, 룬트마할 어라운드, 2022. 디스플레이 두 개의 가운데 접점의 선이 몰입을 방해했다.



2.




가운데 있는 커다란 영상이다. 약 22분.



보험회사에서 메기나 두꺼비나 새 같은 동물이 지진 전조 증상을 잘 감지하는 것을 알고 GPS를 부착해 그들의 이동을 탐지하고 지진 전에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아래 보면 로키라는 새가 자연 재해 23개를 미리 예측해서, 당신으 523만 4천달러를 아꼈다고 나와있다. 뒷 배경 왼쪽은 일본의 메기 (글씨는 일본초서인데 느낌만 비슷하게 표현만 해둔거라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없다.)이고 오른쪽은 서양 고대의 뱀이다. 다 지혜를 상징하고 미리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동물들이다.


주인공은 메기나 뱀이 아니라, 로키라는 검은 새를 고르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마음에 들어서라고 했다.


그런데 다른 새는 다 움직이고 보험회사가 이를 통해 지진 예측을 해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와중에


주인공은 자기 새가 신호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


새는 자기 뒤의 배낭에서 움직이라는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


새 둘의 대화에서 수컷 새는 뭔가 움직여야할 것 같다면서 엉덩이를 들썩들썩하고


암컷 새는 신호가 오지 않았으니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험회사에서 신호수신에 문제가 있는 장비를 제때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난다.


회사의 직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미필적 고의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듯 하다.








다만 새의 양안 시야각은 측면을 다 감각할 수 있기 때문에 측면에 있는 상대와 대화하기 위해 머리를 돌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앞만 보고 얼굴을 보지 않는 듯 대화하면 연출의 자연스러움이 깨지니까 새도 고개를 돌려 상대의 눈을 마주치는 것 같이 연출한 것 같다. 새의 의인화를 했기 때문이다.



영화 <소울>, <매트릭스> <스타트렉> 등에서 많이 보이는데 미래적 SF를 다루는 영화에서 중앙관제센터를 흰색으로 깔끔하게 그린다.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유백색의 공간이다. 그러나 나는 중앙센터일수록 책상이 지저분하고 어지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갖 정보와 요청이 몰려드는 가운데 주변 상황을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에 집중하다보면 빨래나 청소기 돌리는 타이밍을 깜빡한다거나 냉장고의 자잘한 고장을 잊고 넘어간다든가 하는 것과 같다. 시험에 집중하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거나 하는 것과 같다.


추적 데이터의 상업화는 보험회사로


동물의 본능 대신 인공장치에 의존하게 된 역설적인 모습은 정비되지 않은 장비배낭에서 신호가 송출되지 않는데 지진 신호 앞에서도 떠나지 않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이것도 역시 의도가 명확하고 서사가 잘 짜여지고 시각화도 잘 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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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아트센터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

2025. 2. 20.—2025. 6. 29.



1. 미술관 박물관이 곁에 여러 개 있을 경우 전시를 묶어서 갈 수 있어서 편리하다.

용인 기흥역-상갈역 사이에 있는 경기도박물관과 백남준아트센터는 좋은 예시다.

전자는 역사, 후자는 현대예술테마로 주제도 상호보완적이어서 같이 들리기에 좋다.


클러스터 효과가 있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한 지역에 모여 있을 경우 상호작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가 창출된다. 소비자(관람객)도 이에 따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두 곳을 나누어 방문할 필요없으니 교통비도 시간도 절감되고, 다른 테마를 다루니 다양한 니즈를 만족할 수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한 지역에 모이면 방문객이 많아지고, 상업적, 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진다. 관람객들로 거리가 북적여서 늘 소비자가 있으니 주변 서비스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안국, 북촌처럼 수십 개의 화랑이 밀집해있을 경우 한 번에 다 방문할 수 없어 관람객 입장에서는 과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흥처럼 중간 규모 이상의 전시장이 상호보완적 테마로 두 개 있는 경우는 적절한 것 같다. 물론 안국, 북촌에 있는 모든 화랑을 다 방문할 목적으로 데이트나 나들이를 하는 것은 아니겠다. 반면 너무 외딴 곳에 한 곳만 있는 경우는 자주 가기엔 곤란한 측면이 있다.



2. 1층은 일어나 2024년이야 전시, 2층은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다. 1층 전시는 여러 번 와서 봤다.


백남준만큼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고, 국공립미술관에 개별작품이 여러 소장되어 있으며, 단독으로 이름을 따서 만든 미술관도 있는 예술가가 또 있나 싶다. 언뜻 생각해보면 제주에 김창열 미술관이 있고 양주에 장욱진이 있고 무안오승우미술관, 김세중미술관, 콜렉터의 이름을 딴 광주시립하정웅미술관, 제주유동룡(이타미준)미술관, 서보미술공간 등등이 있는데 백남준만큼의 임팩트는 아닌 것 같다. 그만큼 백남준이 다가올 정보통신시대를 화려하고 강렬하게 예고했었다. 너무 빨리 시대를 앞서가서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지쳐버린 예술가다.


RM이 롱런해서 소장작품 모아서 하정웅이나 이건희처럼 해주면 좋겠다. 이름도 백남준과 비슷한 김남준이다. 2050년 개관할 김남준아트센터를 기대한다. RM이 좋아할 것 같은 또 다른 작품은 고 권훈칠이다. 개인전도 안했고 오래 은둔하며서 작업만 해서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작가인데, 그의 드로잉에는 경쾌한 경건함이 배어있다. 




3. 1층 전시에는 백남준의 작품들이 있다. 지나가며 생각난 김에 백남준의 시대정신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나는 그가 정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나 동남아시아연구자 통차이 위니차쿨(Thongchai Winichakul)과 비슷한 결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셋은 미디어가 한 집단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탐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앤더슨의 유명한 책, 상상된 공동체는 미디어 소비라는 공유된 경험을 통해 국가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1983년의 책이다. 신문을 읽는 사람이 자기와 같은 신문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서 상상된 세계를 확인한다. 농촌 사회에서 다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와 관습이 다른 사람인 반면, 근대사회에서 같은 신문을 읽는 사람들끼리는 아무리 공간이 다르더라도 일정한 동질감을 느끼고, 그러한 공통된 감각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상상을 낳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독립신문 1호에서, 원산, 서울, 인천 등지의 도시가 등장하는데 신문을 읽는 사람들 모두가 이 같은 신문을 저 다른 도시에서도 읽고 있구나! 하면서 같은 공동체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이 상상된 공동체이다.


한 국가의 가장 작은 구성원이 모든 도시의 사람을 실제로 알고 지내지 않지만,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수평적인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국가가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신문을 읽는 습관도 의례가 되어 공동체 감각을 강화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신문을 읽는 의례적 행위는 불특정 다수의 동시적 경험을 만들어 낸다. 나아가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독자를 공유된 시간적 틀 속에 결속시킨다. 앤더슨은 이러한 신문 읽기의 의례적 행위가 종교적 성찬과 비슷하다고 하였고, 물리적으로 분리된 개인들이 집단적 현실에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하였다.


국가를 실재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의 상상을 통해 실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면서, 신문과 인쇄 자본주의는 민족주의가 번성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제공했다. 이 상상된 공동체 개념은 미디어가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이바지하고, 위니차쿨의 연구와 백남준의 작품에서도 같은 주제의식을 공유한다.


위니차쿨은 앤더슨의 논의를 바탕으로 신문에서 더 나아가 지도를 사용하고 지리적 신체geo-body개념을 주장했다. 지도적 표현이 태국의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면서 이 개념을 확장했다. 백남준은 통신과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여 글로벌 연결성을 탐구하며, 국가 경계를 넘어선 공동체의 확장된 비전을 제시했다. 


위니차쿨의 지리적 신체는 지도를 통해 태국의 영토 경계 시각화가 국가 의식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서구식 지도 제작이 도입되기 전에는 시암의 정치적 공간은 유동적이었으며 조공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근대적 지도의 채택과 함께, 시암의 지도층은 국가를 명확한 경계를 가진 독립된 영토적 실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위니차쿨은 지도가 지리적 현실의 수동적반영이 아니라 생각했고, 지도가 갖는 국가 공간의 범위를 상상하는 능동적 역할에 주목했다. 이러한 지도적 상상력은 태국 정부가 주권을 행사하고, 식민주의적 침략에 대응하며, 국가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앤더슨이 신문을 통해 동시성을 강조했듯, 지도도 시각적 도구로도 기능한다. 지도를 보는 사람들이 다양한 지역을 단일한 국가적 실체로 통합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했고, 태국이라는 상상된 공동체를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앤더슨의 초기 논의에서 결여되어있던 시각화 도구인 지도를 더해야 백남준의 시대감각을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백남준은 앤더슨과 위니차쿨의 논의를 통신 기술의 영역으로 확장한 인물로 볼 수 있다. 미디어는 매개체이고 그 대상은 기술발전에 따라 시대마다 변한다. 앤더슨에게는 신문이 중요했고, 위니차쿨은 지도에 주목했다. 백남준의 미디어는 텔레비전과 위성 기술이었다. 


백남준의 위성TV를 사용한 작품들은 한 국가를 넘어 다수의 국가가 새로운 형태의 상상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굿 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 (1984)에서 백남주은 전자 미디어가 지리적, 정치적 장벽을 초월하여 글로벌하게 연결된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음을 예견했다. 그의 유명한 말 중에 음극선관(cathode ray tube)은 캔버스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텔레비전과 통신이 예술적 표현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재정의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앤더슨이 한 국가 내부의 민족주의에 초점을 맞춘 반면, 백남준은 공유된 경험의 개념을 행성적, 지구적 규모로 확장했다. 뉴욕과 서울을 연결한 그의 위성 방송은 국경을 초월한 가상 공동체의 형성을 시사한다. 오늘날의 글로벌 디지털 문화의 전조로 볼 수 있다.


앤더슨과 위니차쿨과 백남준 모두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집단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지 연구한 사상가다. 민족-국가라는 상상된 집단 정체성은 본질적인 실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의해 형성된 인식적 구성물임을 시사했다. 앤더슨은 인쇄 자본주의가 동기화된 독서 습관을 통해 국가적 의식을 생성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위니차쿨은 지도적 표현이 국가를 지리적 신체로 형상화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백남준은 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공동체라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대정신을 예견하면서 둘의 논의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앤더슨과 위니차쿨이 매개된 정체성의 과거와 현재를 국가단위로 설명하는 데 그쳤다면, 백남준은 미디어가 국경을 초월하여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초국가적 미래를 소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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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_21 Design Sight 

企画展「ゴミうんち展」 pooploop

2024年9月27日(金) - 2025年2月16日(日)



1. 도쿄 롯본기 미술관 3총사(트라이앵글)은 국립신미술관, 21_21 디자인 사이트, 모리미술관이다. 국립신미술관은 거대한 기획전과 서예, 회화 등 다양한 일본미술협회들의 수준 높은 독립전이 특징이고,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국립신미술관에서 다루는 전통예술을 벗어난 산업, 시각디자인 계통이며, 모리미술관은 조금 더 국제적이거나(아프리카 민예) 최첨단이거나(AI, 게임전) 동시대적이거나 설치미술적인(루이 부루주아, 세계의 여성작가전) 특징이 있다.


국립신미술관->21_21 디자인->모리 순으로 방문하면 편하고, 특히나 모리는 저녁 6시 이후에도 하기 때문에 다른 전시관 충분히 들리고 폐관 한 다음에 들리기도 좋다. 화요일만 17시까지. 그리고 모리는 월요일도 한다. 그리고 저녁 6시 이후 갈 경우 모리미술관 52층에서 도쿄의 야경을 겸사겸사 감상할 수 있다. 간토평야에 끝없이 펼쳐진 빌딩숲의 전경을.








2. 아래는 일본어 전시 설명이고, 한국어로 번역하기 귀찮아서 파파고로 돌렸다. 번역기를 돌리면 번역기가 한 것 같은 번역투가 나온다.


21_21 DESIGN SIGHTでは、2024年9月27日より企画展「ゴミうんち展」を開催します。展覧会ディレクターには、佐藤 卓と竹村眞一の2名を迎えます。

21_ 21 DESIGN SIGHT에서는, 2024년 9월 27일부터 기획전 「쓰레기 똥전」을 개최합니다. 전람회 디렉터에는 사토 타쿠루(佐藤卓と)와 타케무라 신이치(竹村眞一) 2명을 맞이합니다.



世界は循環しています。さまざまな時間軸のなかで、ひとつのかたちに留まることなく、動き続け、多様に影響し合い、複雑に巡っています。その結果、いわゆる自然界においては、ゴミもうんちもただそのまま残り続けるものはほとんどありませんでした。しかし、いま人間社会では、その両者の存在は大きな問題となっていますし、文化的にもどこか見たくないものとして扱われています。ゴミ捨て場や水洗トイレは、まるでブラックボックスのように、私たちが忘れるための装置として機能してきたかもしれません。完全に消えてしまうものなんて、ないのにもかかわらず。

세계는 순환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간축 안에서, 하나의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다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잡하게 돌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른바 자연계에서는 쓰레기도 똥도 그냥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인간 사회에서는 그 양자의 존재는 큰 문제가 되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어딘가 보고 싶지 않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쓰레기장이나 수세식 화장실은 마치 블랙박스처럼 우리가 잊기 위한 장치로 기능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은 없는데도 불구하고요.



本展では、身の回りから宇宙までを見渡し、さまざまな「ゴミうんち」を扱います。そして、ゴミうんちを含む世界の循環を「pooploop」と捉えます。これまで目を背けてきた存在にもう一度向き合うと、社会問題だけではないさまざまな側面が見えてきました。すぐ燃やすのでも水に流すのでもなく、じっくり観察し、単純化せずに新しい態度で向き合うと、語りきれないほどの不思議や好奇心に出合えました。ゴミうんちという新しい概念をきっかけに、人工物のデザインも同じようにできないのかと考えた本展は、世界の循環に向き合う実験の場でもあります。決して止まることのないこの世界。欠けていたパーツがピタリとはまると、きっと新たなループが巡りはじめます。

본전에서는, 신변에서 우주까지를 둘러보며, 다양한 「쓰레기 똥」을 취급합니다. 그리고 쓰레기 똥을 포함한 세계의 순환을 'pooploop'으로 파악합니다. 그동안 외면해 온 존재를 다시 한번 마주하니 사회 문제만이 아닌 다양한 측면이 보였습니다. 바로 태우는 것도 물에 흘려보내는 것도 아니고 찬찬히 관찰하고 단순화하지 않고 새로운 태도로 마주하니 말 못할 정도의 신기함과 호기심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계기로 인공물의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한 본전은 세계의 순환을 마주하는 실험의 장이기도 합니다. 결코 멈추지 않는 이 세상. 빠져있던 파츠가 딱 빠지면 분명 새로운 루프가 돌기 시작합니다.




3. 주목할만한 작품은 동물의 분비물을 채취해서 옻칠로 굳히고 실제 사이즈의 동물로 만든 작품. 아마 속은 토기나 알루미늄이나 철근 같은 혼합재료를 쓰고 겉표면에만 분비물을 붙였을 것이다.


약간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똥으로 똥 싼 생물을 만든 창의적인 발상이다. 우리가 먹고 분비한 것이 다시 우리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은유이다.






4. 순환 시스템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모아둔 방. 17세기 분더 캄머(wunder kammer)가 생각났다. 호기심의 캐비닛, 혹은 경이로운 캐비닛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을 다 모아둔 콜렉션.


똥을 쓰레기가 아니라 순환 시스템 과정 속의 바이프로덕트로 정의한 후


지질, 광물, 재료, 미생물, 지구시스템, 환경공학, 신화, 문학, 문화인류학 모든 것을 다 망라해두었다.


아주 꼼꼼하게 아카이빙했다.




발효식품으로서 요구르트와 함께 김치도 있다.



들어가자마자 분더 캄머(경이의 방)이 생각났다고 말했는데, 전시 제목도 똥 경이의 방이다. 분-경이(대변-경이로움)의 부실(방)이다. 


캡션은 흥미로운 질문을 한다.


"동시에 다양한 의문도 떠오릅니다. 식물이 떨어뜨리는 잎이나 겉잎(殻는 껍질, 껍데기인데 식물의 から는 겉잎정도인 것 같다), 생물의 조개껍데기나 뿔(ツノ는 角인 것 같다)은 자연계에서 어떤 존재일까요? 인간이 만들어내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바깥이나 다 쓴 것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중략)

"한 눈에는 연관성을 알 수 없을지 모르지만 여기에 늘어선 각각은 어디까지나 펼쳐진 세계를 구성하는 순환의 일부입니다."


똥을, 더럽다! 싫다! 라는 일차적인 감각에서 떨어뜨려

누구의 똥? 사람의 똥? 식물의 똥? 자연 시스템의 배설물? 하는 식으로 개념의 외연을 확장한 후

순환 시스템의 모든 것을 망라한 다음

관객으로 하여금 그 시스템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오 이것은 무엇의 똥일까, 광물의 똥? 식물의 똥?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온 똥일까, 이 똥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똥을 포함한 자연 순환 과정의 전체를 유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직관적이고, 재밌는 전시다.





5. 비행기가 퇴역 후 부품이 분리되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비행기의 분비물, 비행기의 사후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비행기 무덤이라고 불리는 미국 모하비 공항으로 옮겨져서 해체되는 비행기.


해체된 비행기의 일부는 가구나 케이블 음료 캔 등 재활용 소재로 활용되는 것 이외에도


원하는 사람에게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을 영어로는 sold on to the interested parties라고 되어있고


일본어로는 希望者に販売されることもあると言います。희망자에게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라고 되어있다.


희망자를 interested parties 라고 한 것은 적절하다. sold on to보다느 sold to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읽히고, on은 안 붙이는 것이 나았을 듯한데 큰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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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의 보석 · 매혹의 시간

THE ART OF JEWELLERY

2024. 12. 6 FRI - 2025. 3. 16 SUN


1. 잠실역에 있는 롯데 뮤지엄이다. 6층에 위치해있다.






2. 티켓은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후원해주셨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서울 아트 가이드가 있는데 많은 전시회를 다니다보니 뒤쪽의 전시정보 일람 지도와 전시정보를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몇 번 주었더니 이번에 티켓을 보내주셨다.




3. 전시 제목이 고혹의 보석이다. 끌린다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표현이 매혹적이다이고, 그것보다 더 문학적인 표현이 고혹적이다이다. 끌린다 < 매혹적이다 < 고혹적이다


XX의 XX라는 제목을 들으면 일본식 표현법이라는 느낌이 든다.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배웠던 세대가 20세기 초에 썼던 신소설에는 이런 일본식 표현들이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인직의 혈의 누(1906년작). 피 혈에 눈물 누로, 피 눈물이라는 뜻이다. 일본어의 '의'는 の노인데, 영어의 of처럼 여러 번 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의 '의'는 1번만 써야하고 그 의미가 가리키는 바도 영어나 일본어처럼 많지 않다. 그 언어들에서는 of, の가 ~에 대하여, ~와 함께, ~에 있어서, ~에 대해 말하자면, ~에 속해있는, 등 여러 의미값이 있고, 두 번 이상 쓸 수 있다.


한국어의 표현의 풍부함이라고 '의'를 두 번 쓰면 어색한 표현이 된다. 여기서 두 번 등장하는 '의'를 다른 표현으로 적절히 바꿔줘야 자연스럽다. 우리말의 용언을 활용하면 좋다. 한국어에 있는 풍부한 표현이라고 한다든지. 


고혹이라는는 한자는 蠱惑이고, 일본어로는 코와쿠こわく, 중국어로는 구훠guhuo라고 읽는다. 

혹은 매혹, 미혹하다할 때의 혹이고, 고는 뱃속벌레 고이다. 蠱. 벌레 虫가 세 개가 있고, 아래 피 혈이 있다. 피와 함께 있는 벌레, 즉, 독충으로, 사람을 매혹하거나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독충을 의미한다. 그런 독충이 옛날 사람들의 상상 속에는 어떤 주술적 파워를 가진 매력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대만 중국어는 일본,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래 한자를 쓰지만 대륙 중국어는 간략히 생략된 간체자를 쓰는데, 원래 한자 蠱惑가 蛊惑으로, 벌레가 세 마리에서 한 마리로 줄었다는 점이 재밌다.


고혹적이다를 영어로 치면 attractive, seductive, alluring 등이 해당되는데, attract에서 tract(끌다), seduct에서 duct(이끌다)라는 라틴어 유래 표현에 "끌어당기다"라는 의미가 들어있어서, 누군가를 홀리듯이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뜻을 잘 전달한다.


소장가인 아라카와 카즈미씨가 붙인 전시 제목일 듯하다.




4. 일본 소장가 이름이 특별하다. 우측 하단에 흘림체로 쓰여있다. 有川一三 유천 일삼이다. 보통 아라카와씨는 荒川 사나운 시냇물을 쓰는데, 이분은 있을 유를 쓴다. 일본어로 감사하다, 아리가또할 때 있을 유有를 쓴다. 아리가또는 아리가따이에서 유래한 말로, 다들 히라가나로 배우지만, 한자로 바꾸면 有難い이다. 있기 어렵다라는 뜻인데, 있기 어려운 일을 했으니 감사하다는 뜻이다. 우리도 습관적으로 안녕이라는 말을 한글로 쓰지만, 安寧의 한자 의미를 뜯어서 편안하고 몸이 건강하다는 의미를 매번 풀어서 생각하지 않으니, 대부분의 경우 그냥 아리가또를 thank you 고맙습니다로 치환해서 토큰을 전달해, 의미가 통하면 된다. 다만 이렇게 더 깊게 생각해보면서 단어 안에서 스며나오는 깊은 뉘앙스를 음미해보는 시간은 필요하다.


이름은 하나 일, 석 삼. 카즈미라고 읽고 一三라고 쓴다. 이것도 조금 특이하게 쓰는 표현이다. 보통 かずみ는 和美 평화와 아름다움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야후 일본에서 검색해보니 여러 인터뷰가 뜬다. 


https://myphilosophy.global/interview/arikawa_k/


https://www.uyedajeweller.com/archive/column/column_13.html


뉴욕타임즈에서도 소장가에 대한 기사가 있다.


https://www.nytimes.com/2020/01/25/fashion/jewelry-kazumi-arikawa-collection-tokyo.html


뉴욕타임즈 2020년 1월 25일 기사인데, 이 기사에서도 소장가가 의도한 바대로 그레고리안 성가가 흘러나오는 분위기에서 보석을 감상했다. (As Gregorian chants played in the background, he and a small coterie of staff members presented piece after piece, each in its own custom-made box.)


그래서 그런지 롯데뮤지엄 전시에서도 짜임새있는 화성이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흘러나온다. 이 그레고리안 성가는 무신론자마저 마음이 숭고해지는 누미노오제의 경험을 조성하는 데 특화된 음악인데, 특히 도리안 C♯(Protus Authenticus)기준으로 C♯, B, A♯, G♯으로 떨어질 때, 그리고 그 다음 D♯에서 C♯으로 떨어질 때 피에타의 마리아가 느낄 법한 애처롭고 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음이 떨어질 때 샾이 붙어있어서 반음만 떨어지는데 거기서 영혼 저 깊은 어느 곳에 숨겨져있는 잃어버린 어떤 숭고함, 인류 전체에 대한 희생에 대한 고양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성가 덕분에 소장가가 의도한 대로 그대로 보석들을 그 자체로 느끼는 순간이 빚어진다.




그림자마저 전시 일부로 만드는 작품은 구마 겐고가 디자인한 것이다. 수미쌍관으로 전시장 입구에 백색 배경으로 하나, 끝날 즈음에 흑색 배경으로 하나 두 번 전시되어있다. 존재하지 않는 검은 그림자 선을 차경으로 빌려와 추상마저 구상으로 만들었다. 유럽의 종교와 왕정이라는 두 추상적인 제도 권력이 실제하지 않으나 보이는 그림자로 구현된 것처럼 보인다. 그림자선이 원래 구조물보다 더 큰 범위를 거느리듯, 소수의 중심부가 거대한 영역을 추상적인 이데올로기로 지배하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보석, 혹은 원래 구조물이다. 보석이 갖는 장신구적 아름다움이 빛으로 인해 퍼지듯, 권력 또한 중앙제도에서부터 널리 확장된다.




5.



전시장 앞에 있는 전체적인 설명이다. 뒷 부분 두 문장만 뜯어보자.


1) 천연 보석 속에 함유된 내포물은 인간의 지문처럼 제각각 달라 보석을 구별하는 척도가 된다.

Imperfections in a gemstone, called inclusions, are unique like human fingerprints and help with identification.


- 이 문장은 한국어 영어 둘 다 잘 쓰였다. 한국어와 영어의 순서가 달라 먼저 들어오는 정보가 다르다. 

영어의 경우, 보석의 불완전함은 두 내포물이라고 불리는데, 인간의 지문처럼 특별해(달라).. 이렇게 쓰여져있다.

불완전성imperfection이 먼저 들어오지만 한국어는 그런 느낌의 말이 없다. 두 관객의 특성을 이해하고 쓴 것이다.


우리 말로 "함유, 제각각 달라, 척도가 된다"같은 표현도 적절하고, 영어에서 쓰인 바도 적절하다. 

이런 표현들이 각자 언어의 맛을 잘 살린 글쓰기다.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억지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두 언어 각자의 장점을 살려서 각기 다른 글쓰기를 해야한다.


2)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천연 보석의 레드, 블루, 그린, 핑크 빛깔은 그 자체로 아주 매혹적이다.

The natural hues of red, blue, green, and pink in untreated stones are indeed mesmerizing in themselves.


빛깔은 hues,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천연 보석은, 손 대지 않은 돌(untreated stones)로 적절한 표현이다.


아름다운 작품을 보고 '와' '예쁘다' '대박' '야바이' '스고이' 정도만 말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나의 세계가 좁다는 것을 말한다. 예쁘다의 동의어를 아주 많이 알고 있어야한다. 매혹적이다라는 표현도 attractive, seductive, alluring, 여기서는 mesmerizing. 영어권 화자들은 같은 표현을 중복해서 쓰지 않고 동의어를 활용해서 다채롭게 표현한다. 예쁘다는 한 번 탄성으로 족하다. 다음 번에는 다르게 표현해보아야한다. dazzling gems도 좋은 표현이다. 눈부신 보석들



6. 눈 부신 보석들을 2억 화소로 찍었다. 그래도 다 그 아름다움이 온전히 화면에 담아지지 않는다.



주얼리의 특별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각적으로 입체적이다. 시야를 보석에 고정하고 앞에서 움직이면 빛이 다른 각도로 반사되어 번쩍번쩍하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준다. 이 황금의 보석 앞에서 여느 아이돌 콘서트 레이저 빔 못지 않게 휘황찬란한 빛이 번쩍번쩍한다.



또 하나는 아주 자세하게 볼수록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주 미세하게 관찰해야 보석의 다른 절각, 세공기법, 표현방식, 장식 등이 눈에 들어온다. 설치예술 같은 거대한 작품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햄버거나 피자나 아이스크림처럼 이미 하방이 낮고 이미 맛있는 음식을 어떻게 더 맛있게 만들까하는 고민이

주얼리 세공사들의 고민했던 결과 같다. 단 것을 입에 넣고 악 맛없어 하고 뱉는 사람은 없듯이, 보석을 보고 뭐야 이 추한 것은! 하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예쁜 것을 어떻게 한 차원 더 예쁘게 만들까하는 고민이 들어있다.




재료의 물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다. 예컨대 철을 이정도로 가공하려면 천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작업했을 것이다. 



육안으로는 다 보이지 않아 30배 이상 클로즈업을 했다. 미시경제학처럼, 미생물학처럼, 가격변동 하나, 세포 하나 까지 보는 미시적 시각으로 보아야 주얼리의 가치가 다 보인다.


7.



보석을 기준으로 세계사를 다시 공부한다. 물질을 기준으로 역사를 재구성해서 공부하는 것도 창의적인 접근방식이다.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은 표현들이 많다.


8. 

소장자가 일본 사람이라 일본의 영향을 받은 세공품도 전시해두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을 시기의 문화이다. 일본이 자포니즘으로 곳곳에 등장한다.


일본의 국립서양미술관 창립자 마츠카타 코지로는 모네와 함께 찍은 사진마저 있다.


이제 우리도 BTS가 스웨덴 공주에게 준 보석, 이런 식으로 22세기 콜렉션에 등장할 날도 오지 않을까?





9.



영어 표현이 아카데믹하고 세련되었다. 

한국어로도 번역투가 느껴지지 않게 신경써서 잘 번역했다.


After the upheavals of the French Revolution 프랑스 혁명 이후

Europeans saw Rome as the pinnacle of civilization 당시 유럽은 고대 로마를 문명의 이상향으로 동경했고

a burgeoning middle class 중산층의 성장


맨 처음 문장은 본 문장의 주어 동사가 19세기는 ~시대였다, 라고 고정된 상황에서

뒤에 with N Ving를 추가 문장으로 부연설명하면서 문장을 합친 문장이다. 라틴어의 ablative absolute에서 유래되었고 문장 두 개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The Korea Times같은 영자신문에 자주보인다. 접속사 없이 두 문장을 붙여서 사용하고, ~해서, ~하되, ~하지만 등 다양하게 해석한다. 여기서는 두 문장을 끊었다.


The 19th century was a time when various jewellery styles coexisted, with Neoclassicism emerging as a dominant trend in the early years.

19세기는 다양한 스타일의 주얼리가 공존하는 시대였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초반에 두드러진 사조는 과거의 영광을 되돌아보는 신고전주의였다.


with Neoclassicism에서 with은 빼고, 신고전주의가 주어고

emerging은 그냥 술어로 해석한다.

신고전주의가 (19세기) 초반에 지배적인 사조로 등장했다.


다시 영어 원문에서 번역하면

19세기는 다양한 스타일의 주얼리가 공존하는 시대였고, 신고전주의가 초반에 지배적인 사조로 등장했다.


한국어는 뒷 표현을 조금 더 다듬어서 의역했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초반에 두드러진 사조는 과거의 영광을 되돌아보는 신고전주의였다."라고.




10.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다. 이정도까지 클로즈업을 해야 보인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할까 - 금, 은, 에메랄드, 사파이어, 황수정 등등 각기 다른 물성에 대한 이해


어떻게 표현할까, 구부릴까, 음각할까, 팔까, 동그랗게 만들까 - 세공법에 대한 이해


무엇을 표현할까 - 신화, 문학, 문화적 이해


누구에게 주는 것이고 용도는 무엇일까 - 권력제도에 대한 이해


가격은 얼마일까 - 시장과 경제논리(희소성)에 대한 이해


장인은 그저 단순하 생산직이 아니라 인문학과 재료공학을 결합한 크리에이터였고, 그들의 고민에는 사회 다방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묻어난다.


장인들은 유럽왕가의 인적 재산이고 그들이 만든 물품은 국가적 자산이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바이오, 반도체, 철강, 조선, 전력통신망 같은 핵심 기술이었다.





11.  중세의 보석은 오늘날의 반도체 집적기술과 같다. 반도체에 스택하듯이, 보석 위에도 레이어를 올려 입체감을 준다.




왼쪽 아래를 보는 두상이 전형적인 상황에서 오른쪽 위를 보는 각도가 특별해보인다.


12.





전시는 단순히 보석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늘어놓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반짝이는 원석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따라 유럽 고대 로마를 지나 중세를 거쳐 아르누보 시대까지 발걸음을 옮기듯 훑으며, 시대별로 보석이 지닌 사회적 기능과 세공 기법의 변천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저 장신구에 그치지 않고, 보석을 예술로 자리매김하게 한 역사적 흐름이 오롯이 담겨 있다.


펜던트, 반지, 티아라까지 가지각색의 고혹적 보석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눈앞을 수놓는다. 비단 별이 아니라 별들이 흐르는 흔적인 은하수와도 닮았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보석들은 찰랑찰랑 빛을 머금고, 눈부신 세공품은 마치 속삭이는 별빛처럼 창조자 세공사의 손길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레고리안 성가의 아련하고 성스러운 울림 속에서 나를 둘러싼 시간의 결이 아득해지고, 인간을 넘어선 거대한 뜻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어느새 전시장 안은 보석의 눈부신 향연을 넘어, 거룩한 파도 물결에 휩싸인듯한 황홀함이 온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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