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전시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한낱 이벤트
깃발이 펄럭이는 사건과 같다. 바람이 불고 난 후 그 펄럭임은 어디갔는가?
태풍으로 거세게 휘적휘적, 미풍으로 하늘하늘 흐느적흐느적대던 그 무브먼트는 스스로 동력원이 없이 타율적인 것인가?
아무리 좋은 곳을 가고, 이색적 진수성찬을 맛보고, 경이로운 광경을 보아도
콘서트 무대의 열기가 끝난 뒤 허망함이 찾아오듯
일상으로 복귀한 후 일상에 충실하기보다 그저 다시 그 사건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린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시 공항에 가는 설렘을 상상하고, 귀가버스 안에서 다음 여행장소를 물색하며, 출근 지하철에서 숙소를 예약한다.
어쩌면 아예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를 만들지 않고 매일을 기계적인 리추얼로 반복하며 사는 이들이 마음에 뻥 뚫린 그 허적을 경험해보지 않아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펄럭이지 않는 날에는 어둠 속에서 백색 스크린을 응시하며 사진폴더 속에 저장된 그림을 그리워하고, 풍요로운 풍광을 배고파하노니
영원히 굴러가는 무한의 동력원! 평생 전시를 봐야하는 시지프스의 저주. 미술의 무한동력기관은 실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