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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평점 :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정해둔 잣대가 있다. 그건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인 듯 표지를 보고, 제목을 보고 자신이 정한 잣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듯하면... 왠만해선 그 책을 들춰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종교"라는 말이나 분위기만 풍겨도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되는 내게는 아마도 이 책이 그런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성당 안에서 찍은 듯한 스님의 사진. 굉장히 불균형적이면서 왠지 어울리는, 그런 표지다. <<젊은 날의 깨달음>>이라는 무척이나 보편적이며 지루할 것 같은 제목만 봤으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이 책의 부제는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이다. 굉장히 잘 생긴 듯한 스님의 얼굴에서, 하버드라는 명문대학 이름에서... 왠지 궁금증이 인다. 그래서 선택했던 이 책.
"이 책의 제목 선정을 두고 출판사 측과 여러 이야기가 오가면서 종국에는 '하버드' 이 세 글자를 부제에서 빼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했다는 것이 옷의 브랜드 마크처럼 쓰이는 현재 한국의 현실이 당혹스럽고, 그것에 동조해 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이 승려로서 너무 난처하게만 느껴졌다. 사실 중요한 것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고 안 했고가 아니라 졸업 후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인데 말이다."...6p
허를 찔렸다. 겉만 보지 말자고, 그 안을 들여다보자고 나 자신에게 수없이 말해 왔어도 아직은 내게 수행이 부족한가보다. 나 또한 그 하버드라는 이름에서 궁금증을 일으켰으니 굉장히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하버드까지 가서 공부하시던 분이 출가를 결심학 됐을까...가 궁금했지만, 이 책에는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대신 출가한 이후 계속해서 공부를 하며 미국의 한 대학에서 종교학 강의를 하면서 느낀 여러가지 감정들, 생각, 느낌들이 가득하다.
그래서였을까. 전혀 거리낌없이 편안하게 술술 읽힌다. "종교"라는 분야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갖가지 생각들은 내게도 공감을 일으키고 동조하게 되고 깨달음을 준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 왜 더욱 진척이 없는지, 어느 한 물건에 집착하며 즐기는 것과 일상 사이에서의 중도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주변 사람들을 만나 느낀 점이라든지... 우리가 우리의 지인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을 만한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약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사람의 흉을 보고 있다면 십중팔구 내 안에도 그 사람의 결점과 일치하는 무언가가 똑같이 진동하고 있기 때문이다."...231p
그야말로 깨달음이 가득하다. 혜민 스님은 마치 자신의 깨달음인 양 이야기하고 있지만 글을 읽는 내가 깨닫는 즐거움이 더욱 큰 듯하다. 정말로 종교를 잘 이해하고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겐 다른 종교와의 반목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다. 겉으로 드러난 종교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조금 더 사람답게 살기위해, 행복하고 진실하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던가.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마음이 심란할 때, 다른 이에게 상처받았을 때 한 번씩 읽어야겠다. 나 자신을 넘어 다른 이의 행복을 빌어주려 노력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