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그런 것 같다. 자신이 아끼는 인형들을 의인화하여 마치 그 인형이 정말로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처럼 서로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때로 무심한 부모가 먼지가 난다든가..하여 저리 치우라는 말을 할라치면 자신의 소중한 친구가 상처받는 것 같아 뚝~뚞 굵은 눈물을 흘리며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 우리 딸에게도 그러한 존재들이 있는데, 그 존재들이 너무 많다보니 나는 종종 아주 무심한 부모가 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인화"가 아닌 "교감"이다. 진짜로 무생물인 인형이 움직이고 말을 한다는 사실 보다는 내 아이가 온 정성을 다해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 그 교감을 통해 아이는 감성을 키우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인형을 자신의 또다른 분신으로 만드는 것이다. <<모험 왕 커드>>는 장난꾸러기 쌍둥이 헨리와 헨리에타의 인형들, 사자 커드와 까마귀 필그림, 하이에나 스위니와 뱀 오플래터리가 자신들의 주인인 두 아이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기나긴 여행을 떠나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이들 앞에서는 철저하게 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을 함으로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 혹시 내 인형도?^^"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부모에게는 언제나 극성스럽게 느껴지는 쌍둥이 헨리와 헨리에타는 부모님 방에서 사자 인형 커드를 용으로 삼아 공주 구하기 놀이를 하다가 화장대를 건드려 모든 물건이 흩어지게 만든다. 그 와중에 커드와 외할머니의 유품인 브로치가 침대 밑으로 떨어지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사이 까마귀 대왕이 들어와 브로치를 가져간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브로치를 찾아내지 못하면 생일 선물도 없고, 아이들이 아끼는 인형들도 모두 자선 사업 단체에 보내버리겠다고 한다. 아이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나선 네 동물들은 과연 브로치를 찾아낼 수 있을까? <<모험 왕 커드>>를 읽다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네 동물들이 떠나는 길에는 낯선 어둠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또다른 동물과 물체들, 그리고 나쁜 음모를 가진 악당들이 즐비하다. 그저 단순한 모험 동화일 것 같지만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주는 벌루나퍼스의 철학적 질문과 대화들이나 낡은 푯말과의 대화, 미노보어의 질문 등에서는 언어유희와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우리 문화에서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이 언어유희는 섬세한 번역으로 읽는 재미를 한층 북돋아주고 있다. 네 동물 인형들의 캐릭터도 돋보인다. 어떤 한 인물의 영웅화가 아닌 네 주인공이 모두 장 단점을 가지고 서로 협력해가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기 때문. 처음엔 자신들만 생각하던 네 동물들은 여러 적과 만나고 그때마다 자신들을 도와주는 또다른 존재들을 만나며 점차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를 배워나간다. 따라서 어느 누구 한 사람의 희생이나 도태됨 없이 모두의 노력으로 그들만의 결과를 이룩한 것. 꽤 두꺼운 책이지만 예쁜 삽화와 흥미진진한 전개로 전혀 어렵지 않게 금방 읽을 수 있다. 이번 여름방학 신나는 모험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책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