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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통곡하는 한
야엘 아쌍 지음, 권지현 옮김 / 반디출판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천국을 향하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민족을 위해, 조국을 위해 이 한 몸 바쳐 순교자가 되겠다고 맹세하는,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이다. 하지만 그런 맹세 후에... 목적지를 찾아가며 두 청년은 조금씩 자신의 소중한 목숨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그 의의와 의미를 다신 한 번 되새겨본다. 이 일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 방법밖에 없을까. 그 아이들의 내적 갈등이 참으로 섬세하게 그려져서 큰 임팩트가 없었어도 감동받았던... 그런 영화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이 지역의 싸움은... 그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직접 몸으로 전쟁을 겪고 있는 그들조차도 제대로 전쟁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고 그저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분노만을 상대방에게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뉴스에서 이지역의 참상이 보도되었다. 이제는 누가 옳고 그른지 밝힐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상처를 주었다.
<<땅이 통곡하는 한>>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싸움이 그 지역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이들 민족간의 싸움이 되었고 유대인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소설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대인 사미와 아랍인인 카말은 둘도 없는 친구다. 프랑스에 사는 이들의 우정은 어떤 한 사건을 계기로 위기를 맞는다. 사미가 팔레스타인 여러 명에게 보이콧을 당한 것. 그 사건을 계기로 사미는 더이상 유대인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살 수 없음을, 자신의 나라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예루살렘으로 떠나는 사미와 사미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카말.
그리고 또다른 청소년들이 있다. 팔레스타인인으로 아버지는 이스라엘 사람의 회사에서 일하시고 자신은 풍족하게 자랐지만 이스라엘 사람의 회사를 돕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부끄러워하는 인티사르. 이들 가족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히고, 그것을 참을 수 없는 인티사르는 조금씩 자신만의 생각을 쌓아간다.
그리고 또 한 팔레스타인 소녀. 신장 투석을 위해 매일같이 이스라엘의 병원으로 향한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줄여주려 애쓰는 이사라엘 사람들의 착한 심성을 잘 알고 있다.
이들 네 명의 청소년들은 어디서 어떻게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까. 모두들 전쟁을 지긋지긋해 한다. 이들에게 폭격은 이미 일상화가 되어 있다. 모두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이제 더이상의 전쟁은 안된다는 것. 평화가 아주 절실하다는 사실을.
"우리를 점령한 그들이 적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적이 아니라면 그 누구와 평화를 만들겠니? 폭력이 평활르 가져오진 않는단다."...95p
책의 뒷편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양쪽 모두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었는가. 지칠대로 지쳐버린 많은 이들이 평화를 원하는데도 일부의 극단적인 사람들은 아직도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마치 그 폭력이 평화를 가져다줄 것처럼. 그래서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들과 시민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가.
"여기서 멈추지 않는 한, 땅이 통곡하는 한, 아이들은 죽어나갈 것이다."...143p
이제 멈출 때가 되었다. 그들 스스로의 노력이, 어쩌면 이들의 전쟁을 간과하고 혹은 부추겨왔을 국제 사회의 노력이,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충분히 함께 노력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더이상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