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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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의 부식은 제련과정에서 재료에 가해진 억압과 단련을 스스로 풀어헤치고 본래의 광석상태로 돌아가려는 자연현상이며, 금이 썩지 않는 까닭은 제련과정에서 외부의 에너지가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훈, <강산무진>, 문학동네, 2006년, 152쪽에서 인용

철 제품들이 녹스는 것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자연현상이다. 반면 압력이 가해지지 않은 금 제품들은 돌아갈 자연상태가 없다. 모양만 변한 것이기에. 소설을 읽다 무릎을 친다. 그렇다면 인간이 죽어 없어지는 것 또한 본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가기 위함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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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13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인간이 죽어 없어지는 건 또한 본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가기 위함이던가?

knulp님.. 어렸을적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엄마에게 이렇게 위로해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 돌아간다는 것은 원래 본래 있던곳을 찾아가는거자너.. 그러니까 할머니는 편안하실거야..

knulp 2016-02-13 05:29   좋아요 0 | URL
어렸었지만 상당히 현명하셨녀요. 저는 글로 깨우친 걸 님은 단번에 아셨다니. ㅎㅎ 저희도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겠죠?^^

서니데이 2016-02-1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nulp님 , 좋은 주말 되세요.^^

knulp 2016-02-13 19:56   좋아요 1 | URL
신나게 놀다 왔습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 서니데이님도 즐건 주말 되세요~~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 '인도'라는 이름의 거울
이옥순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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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만에 다시 읽었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이 나를 다시 읽어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인도에 7년 이상 거주하며 현지인들과 직접 부딪히며 공부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영국이 만들고 우리가 받들인 곡해된 오리엔탈리즘에 도전한다. 여기서는 동양 전체보다 인도에 국한하여 논의된다.

영국은 인도를 지배하며 인도의 정체된 사회와 역사를 강조한다. 이는 비위생적 현실과 미개한 수준과 맞물려 인도와 인도인을 차별하는 근거로 삼는다. 이는 제국 일본이 조선의 식민지화를 합리화하는 근거로도 이용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문제는 2세기에 걸쳐 만든 영국식 오리엔탈리즘은 인도의 탈식민 이후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가난하고 후진적 인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건강한 걸까? 류시화의 신비적 인도관은 괜찮을까? 이렇게 이 책은 영국은 물론 우리의 오리엔탈리즘도 문제삼는다.

내가 알고 있는 인도에 관한 지식들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영국에 의해 만들어진, 그리고 우리는 이 지식을 마치 진실인양 받들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지식 수준이요, 우리가 그러처럼 닮고 싶어하는 서양(특히 영굴)의 맨얼굴이다.

이 책 참 좋다. 내가 참 좋아하는 형태의 글쓰기와 내용이다. 한국 역사학계에서 비주류일지 모르는 그녀가 참 존경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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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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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애국자가 될 거라고 다짐했었다. 정부란 항상 좋은 일을 하는 곳이고 우리 모두는 정부의 지시대로 살아야 한다고 착각했었다. 그리하여 초딩 때는 투명망토를 입고 북한에 잠입해 김일성을 처단하리라는 다짐도 했었다. 착각도 이만저만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 ㅎㅎ

그러던 내게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서른이 다 되어서였다. 대학원에서 `민족주의`라는 것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민족주의의 기원과 의미를 공부하게 되었고, 이것을 잣대로 한국의 현실을 관찰하게 되었다. 민족주의 자체에 긍정이나 부정을 담지 않고 나름 객관적 시각으로 보려했으나 연구를 하면 할수록 민족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것은 곧 내가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보아온 정부관에 변화가 생김을 의미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 게 되었다는 것이다. 왜일까? 결국 정부가 도덕적이지 못했고 자신의 잘못을 개인에게 뒤집어 씌우거나 부당한 짓거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가량 명바기 정권의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와 같은 것을.

나는 이런 상황이 깊어질수록 냉소적이고 외면해버리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소로우는 그것 가지고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머리가 아닌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한다. 미국 정부가 노예제도를 인정하고 멕시코와 전쟁을 벌이자 그는 당시 시민의 의무였던 인두세 납부를 6년 간 거부하고 결국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이는 거의 적극적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내가 머리와 입으로만 비판하며 소극적 자세를 견지할 때 그는 감옥에 들어갈 준비까지 하며 온몸으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셈이다. 이런 그의 사상은 저 멀리 인도의 간디에게까지 전해져서 `비폭력, 불복종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심한 나는 늘 걱정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하는... 그러니 행동으로는 전혀 옮기지 못한다. 몰래 할지언정.

그런데 이런 행동파 소로우가 실은 21세기형 환경운동가였다. 그의 이 책 대부분은 사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예찬 뿐이다. 책의 앞부분에만 정부 비판론을 펼칠 뿐 나머지는 자연 사랑, 특히 10월의 단풍과 사과 나무에 대한. 그의 진정한 모습은 어느 하나로 판단하기 어려울 듯하다. 자연을 사랑하지만 부당한 권력에는 당당히 맞설 것을 주장하는 시민운동가로 정의할 수 있으려나?

적어도 앞부분 `시민의 불복종`은 읽어보길 권한다. 나머지 수필 부분은 여유를 가지고 읽어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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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2-10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손석희 앵커의 브리핑이 생각나네요..

국민교육헌장. 애국가 완창. 태극기 게양 이런게 아니라 그저 말없이 헌법이 정한 국민의 4대의무를 다하는 것 아니었던가
군대에 가고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교육을 받고,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일하는 우리들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가 아니던가

나와같다면 2016-02-10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각종 해괴한 질병으로 군 면제를 받고 자녀 병역논란에 진땀을 흘리고 체납된 세금쯤이야 부랴부랴 몰아서 내면 되고,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쯤은 필수과목이 되어버린 어떤 분들이야말로 그 애국이란 단어. 입에 올리면 안 되는 것은 아닐지

knulp 2016-02-1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이나 공감하며 봤습니다. 어쩌면 구구절절이 맞는 말만하는지. 존경하고 신뢰하는 언론인 1등이 괜히 되는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어디서 감히 지들이 애국을 말하는지 ㅎㅎ
 
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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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구매한지 2년이 넘어서야 읽게 된 이 책은 쉽게 손이 가질 않았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다 다루는 내용과 범위가 일반 학술 서적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다. 그리하여 오랜 시간 집에서 장식용으로만 쓰였다. 물론 중간중간 시도는 했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내려놓고야 말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뿌듯해진다. ㅍㅎㅎ

<총,균,쇠>는 거시적 입장에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관조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저자가 딱 세 가지 주제, 즉 총, 균,쇠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인류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각종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론해내고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재레드의 추론 능력은 탁월함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언어학,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생리학 등 그가 넘나드는 영역은 개인이 혼자하기에는 벅찬 것들이지만, 그는 마치 지구를 자기네 집 앞마당 다루듯 가볍게 한다. 개별 학문 영역에 매몰되어 타학문을 경원시하는 한국의 학문 풍토에서는 나오기 힘든 인물이다.

재레드는 이론적 측면에서는 흔히 말하는 환경결정론적 판단을 내린다. 그렇다고 그의 업적 전부를 환경결정론이라고 하기에는 섣부른 느낌이 있지만, 아무튼 그는 환경이 인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주장한다. 인류는 각자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타 지역과는 다른 생활 습관과 사고를 가지게 되었고 이것이 유전에도 그 흔적을 남겼다. 이런 결과로 구세계(유라시아와 북아프리카)와 신세계(아메리카, 사하라 이남, 오세아니아)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여기에 총과 균과 쇠가 결정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그의 주장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근거와 이론들이 나오니 그의 재주는 당해낼 자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반론을 펼칠 수 없는 독자의 한계에서 나오는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재래드는 지구가 동서축(유라시아)와 남북축(아메리카, 사라하 이남)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중 동서축에 있는 지역이 발전했으며 남북축은 발전에 장애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위도와 환경에 있던 국가와 민족들은 서로 경쟁하고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단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남북축에 있던 국가와 민족은 그러지 못했다. 즉 남북축에 있는 지역은 위도와 환경이 서로 달라 문화의 전파에 어려움이 많았다. 아메리카를 예로 들자면 파나마 지역의 좁은 협곡, 멕시코의 사막 등에 가로막혀 잉카, 아즈텍,마야 등의 문명은 서로 교류하지 않았다. 게다가 대형 동물마저 없어서 문물의 교류에는 장애가 많았다. 오죽했으면 말을 탄 백인(스페인의 침략자)을 신이라고 착각했겠는가.이런 환경에서 신세계는 구세계와 접촉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온 병균들에 의해 완전히 몰락하고 만다. 물론 여기에 총과 쇠의 역할도 있었지만. 신세계의 환경이 구세계와 같은 병원균들을 만들지 못한 탓이다. 문자와 철의 사용도 늦었고.

사하라 남부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문화도 그들만의 독특한 환경에서 나왔다. 대형 동물이 없고, 갖혀 살아온 이 지역민들은 서구의 침략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많다. 이것은 서구 근대인들이 말하는 인종적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재레드는 주장한다.나는 그의 주장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이미 흘러간 주장인 듯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를 그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독자로서 나는 고대한다. 한국에서도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같은 학자이자 저술가가 나오기를. 수많은 이론과 지식을 전해주지만 그의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소설만큼이 술술 익힌다. 이 책은 호기심만 있으면 그 두께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왜 많은 곳에 이 책을 권장도서로 추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읽지 않은 이라면 도전해보시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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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10 0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사놓고 ..처음 쓰윽 훝어보고 아직 정독은 못한 책입니다.ㅎㅎㅎㅎ네 책장에 꼽혀 있으면 언젠가는 읽게 될 거같은 예감이 드는 책이었어요...^^..

knulp 2016-02-10 18:26   좋아요 1 | URL
마치 소설을 읽듯 읽었늡니다. 그리곤 저자의 놀라운 식견에 무릎을 쳤습니다. 정말 좋은 책입니다.

오거서 2016-02-10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저는 사놓고도 쓰윽 훑어보기만 했을 뿐 책 두께에 질려 감히 다시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

knulp 2016-02-10 18:27   좋아요 1 | URL
두껍지만 내용은 정말 쉬웠습니다. 언제든 다시 도전하세요. 늦게 읽으신 걸 후회하실겁니다.

yamoo 2016-02-1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이 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보인 지인의 글이 있습니다. 제가 가져와서 게시했어요. 이 책을 읽으셨으니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한마디로 이 책의 저자가 병신같은 논증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데, 읽으시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knulp 2016-02-16 17:14   좋아요 0 | URL
기대되는데요. 바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디쯤 있나요? 전 못찾겠네요...

2016-02-16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16-02-16 21:46   좋아요 0 | URL
감솨합니다. ㅋㅋ
 

여유로운 밤을 마감한다.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읽자니 머리가 한계에 부딪친다.
그래도 이 즐거움을 어디서 또 얻으리.
혼자 즐겁자고 하는 독서지만 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구나.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제법 묵은 책들이다.
사둔지 10년만에 읽는 책도 있으니. ㅎㅎ
잠들기 아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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