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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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로써의 거울은 우리를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 거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옷 매무새를 고치거나 얼굴을 점검할 수 있다. 이처럼 거울은 삐뚤어지고나 온전치 못한 나를 바르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거울은 꼭 물질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의 흘륭한 거울이 된다. 갤럭시 시리즈가 나아갈 바를 아이폰을 통해 많이 배울 것이다. 나 역시도 동년배의 교사들을 통해 배울 점과 배우지 않을 점을 구분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거울 역할이다. 저자인 김누리 교수는 우리 나라에 이런 거울 역할하는 나라로 독일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문학을 전공한 독일 전문가이면서도 우리 사회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뼈아픈 비판들을 자주 해왔다. 바로 독일이라는 거울을 이용해서.

저자는 먼저 우리 현대사에 ‘68혁명‘이 없습을 안타까워했다.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이라는 구호는 내세운 68혁명은 국내에서는 상당히 낯선 개념이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이 해방의 개념은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그리고 일본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냉전과 반공 이데올로기가 넘치는 한국에는 발을 디디기 어려웠다. 그 결과 우리 나라는 다양한 형태의 억압들이 보란 듯이 존재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문제는 이를 인식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50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린 이 시점에서 한국에 68혁명이 다시 필요할까? 이런 의문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억압에 저항할 필요가 있다. 그 억압의 해소 차원에서 민주화가 더욱 요구된다. 우리사회는 정치 영역에서의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다른 다양한 분야에서 민주화는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누적된 문제를 위해서라도 사회, 경제, 문화 등에서 민주화는 필수적이다.

우리 자신이 민주주의자가 되지 않는 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결코 안정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하리라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민주주의는 정치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지 모릅니다.(256쪽)

하지만 민주주의를 광장에서 목놓아 외쳤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실천하지 못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과연 내가 속한 조직에서 주인 역할을 했을까? 나의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었을까? 부조리한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목소리를 높였는가? 이러한 자성의 소리에 나는 눈 감고 귀 막았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나는 아니다라는 의식이 강했던 것이다. 독재나 지시가 주는 편리함에 기대어 민주화된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외면했다. 이것은 주인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 종노릇하기를 자처한 것이다. 책은 이렇게 나를 상당한 수준으로 반성하게 만들었다. 독일이란 거울이 제법 쎈 거울임을 느낄 수 있었다.

68혁명 이후 독일은 여러모로 과거와 다른 사회가 되었다. 사회 부조리와 억압을 타파하고 새로운 사회 건설에 나었다. 조교가 대학총장이 되고, 대학생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남녀의 차별도 출폐해 나갔다. 아직도 이런 문제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우리 사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아울러 독일은 과거 불행했던 역사의 철저한 단절은 물론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 추진 등은 독일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었다. 어느 한 나라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이것은 이후 독일 사회의 명확한 길이 되었다. 곧 퇴임할 메르켈 총리 역시 독일의 길을 걸어갔다. 독일이 처음부터 강해서였을까? 그것은 아닌 듯다. 독일은 분명 2차대전 후 고난의 길을 극복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미국은 우리와 맞지 않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우리의 모델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면이 많다. 트럼프를 거치며 파탄난 미국은 여러모로 반면교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정면교사로 삼기에는 무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철저하게 친미만을 따른다. 강자에게 기대려는 굴종적 자세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임진왜란 후 망해가는 명나라에 기대는 조선의 대신들과 무엇일 다를까 싶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라니!

억지로 쓰려니 글이 자꾸 샛길로 빠진다. 핵심도 모르겠고. 책읽고 글쓰기를 게을리한 탓이다. 아... 힘든 시절이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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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사람 2023-03-23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꾸로 가는 윤대통령의 나라 한심 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