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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아버지들 -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6년 11월
평점 :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하는 개인적 욕심만 넘치는 나에게 당연한 의무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조선의 아버지들은 좀 다를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그들은 어떻게 자녀들을 양육했을지 궁금증이 컸다.
이 책에는 12명의 아버지가 나온다. 거칠게 말해 11명은 나름 자녀 교육에 성공적(?)이었고 단 한 명만 실패한 사람으로 나온다. 성공적이라는 말은 상대적일 수 있겠으나 대체로 자녀들과 교감하고 그들에게 정상적인 애정을 쏟은 아버지들이다. 그리하여 자녀들이 시대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도록 이끈 모델들이다(정약용, 이황, 박세당, 김숙자, 이익, 유계린, 김장생, 김정희, 이순신, 김인후, 이항복). 나머지 한 명은 그 유명한 영조다. 자신의 의지로 자식을 뒤주에 넣어 죽인 인물.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앞의 11명은 대체로 자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지 않고 살갑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조는 그 관심이 지나치다 못해 병적이다. 이러한 영조의 불안한 심리가 사도세자에게 이어져 그는 정신병적인 행동까지 한다. 좋은 아빠의 모범들을 읽은 뒤라 영조의 행동은 공감은 커녕 비난받기 쉬워 보였다. 그렇기에 더욱 좋은 아버지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 그러면 좋은 아버지란 무얼까? 책을 읽으며 혼자 한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자녀에게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아버지다. 억지로 시키거나 채근되지 않는다.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부드럽게 하되 기다리는 미덕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이미 자신이 인격적으로 갖추어진 인물이기에 가능했으리라.
둘째,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좋은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편지를 자주 보냈다. 말로는 힘든 내용을 그 속에 담아 전했다. 물론 전통시대의 성격상 원격지의 자녀와 교류가 원활치 않아서 편지를 자주 했겠으나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편지는 자녀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다산 정약용의 경우 그 편지를 엮어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셋째, 좋은 아버지는 자녀의 모범이었다. 위에 밝힌대로 11명의 아버지들은 인격적,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실천적 지식인들이었다. 결코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들이 아니었다. 오늘날의 아버지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도 자녀들에게 말은 하지만 자신이 모델이 되지 못하고 강요자만 되고 있기 때문 아닌가. 혹은 자녀들과의 교류의 끈이 끊어졌거나.
마지막으로 좋은 아버지들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엄격하지만 남에게는 너그러웠던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 중에는 비주류의 남인들과 초기 사림들이 대부분이다. 타협하면 좋은 위치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지만 그들은 지조를 지키고 불의를 멀리했다. 이러한 행동을 자녀들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책은 읽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이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 역시도 그렇다. 전형적이고 틀에 박힌 아버지상이 아니라 11명의 따르면 좋은 아버지 모델과 1명의 따르면 나쁠 아버지 모델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어떤 아버지일지.
오늘도 나는 딸을 눈물 흘리게 했다. 좋은 책을 읽은만큼 최대한 목소릴 낮추고 자기 스스로 잘못을 알고 뉘우치도록 다독였다. 엄마에게 큰 잘못을 한 딸은 야단치는 아빠를 멀리하고 다시 엄마와 손 잡았다. 나는 바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좋은 아빠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인격수양부터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