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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ㅣ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은 현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것들을 주제별로 나눠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를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언뜻 이름만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 있겠으나 속내를 확인하면 금방 수긍이 간다. 대부분의 주제들이 지금 우리와 연결되는 것이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기도 하다.
먼저 인간의 ‘욕망‘은 역사를 움직이는 큰 힘이다. 물질과 그것에 대한 동경은 인간을 요동케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 구체적 사례로 커피와 홍차, 금과 철, 브랜드와 도시 등을 들 수 있다. 두번째, ‘모더니즘‘은 멈추지 않는 열차에 비유된다. 가톨릭의 느슨함에 비해 프로테스탄트에서 비롯된 자본주의는 폭주 기관차처럼 앞으로 내달리기만한다. 브레이크를 상실한 것처럼. 여기서 비롯된 근대화는 앞날이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세번째, ‘제국주의‘는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된 유럽 제국의 열망을 설명한다. 성공한 제국을 통해 상대를 내 앞에 무릎 꿇리려는 남심의 문제를 지적한다. 네번째로 19세기부터 나타난 자본주의, 사회주의 , 파시즘을 ‘몬스터‘라 칭한다. 이 괴물들이 태어난 배경과 몰락하게 된 원인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한뿌리 삼형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통해 세계사의 중심에 종교가 있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의 특징은 역사 전문가가 아닌 저자가 상식적으로 수긍이 되는 주제로 역사를 분류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의력이 ‘개별적인 것들의 연결짓기‘라고 말한 어느 전문가의 말이 맞다면 이 책은 그점을 잘 실천하고 있다. 위의 다양한 주제들을 대체로 알고 있지만 이처럼 멋지게 하나로 묶어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많은 세계사 관련 서적들은 시대별내지 주제별 전공자들에 의해 전문적으로 서술되고 있어 이 책처럼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크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이 책이 유럽중심주의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시아에 대한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유럽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저자가 설정한 다섯가지 주제가 대부분 유럽 태생이기에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그는 고대, 중세에 대한 서술 중심이 유럽임을 숨기지 않는다. 책의 제목이 세계사이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세계사는 유럽 중심의 것임이 명확해 보인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점!
유럽중심적이지만 그것이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주류이고 또한 현재의 우리와 직접 연결된 부분이 많아 책은 쉽게 다가온다. 고개도 잘 끄덕여진다. 쉬운 내용이라 어린 학생이나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도 좋다. 역사를 이렇게 분류하고 이해하는 것 역시 나만의 역사관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책의 뒷편에 실린 해제에 대해 한 마디하고 싶다. 해제자인 우석훈은 현대 한국사가 죽음의 문턱에 있다고 진단한다. 역사학 전공자들도 적고 전문성을 갖춘 이들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그는 거론한다. 이점에서 한국사학계가 약화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인문학이 강조되고 있지만 인문학이 위축되고 있고,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전문 역사 전공자는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사학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 듯하다. 전공자들이 들으면 뒤로 자빠질 것이다. 그들의 열심과 헌신을 무시한 이야기다.
책의 해제에서 건져올린 최고의 문장은 ‘해석이 죽은 시대는 그 시대 차제가 죽었거나, 해석이 살아 있는 다른 시대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이다. 나는 이 말에 절대공감한다. 해석은 시대마다 나오고 시대마다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흔히 후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말이 콧방귀로 들릴 뿐이다. 그시대에는 그시대의 해석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후대에는 그 다름의 해석이 따른다. 그것이 같을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