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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많은 일본인들이 독일처럼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에 대해 비인도적 행동을 했다는 인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대 보수 정권이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의 역사를 은폐.왜곡해 왔기 때문이다.˝(23쪽)
현대 일본의 한국 인식에 대해 저자 호사카 유지 교수는 위와 같이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아베 집권 이전 한때 상당히 우호적인 한일 관계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불협화음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아베 집권 이후 그간 이어져오던 정부 간 협상이나 민간교류마저도 끊어져가고 있다. 대체 무엇을 위해 아베의 일본은 극단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조금 색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통해 철저한 바닥을 경험했던 독일에 비해 일본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제정신을 차리려면 일본처럼 한 번 더 치욕스러운 경험을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현 아베 정권을 작태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보상과 동의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졸하기 짝이 없는 아베 정권의 처사는 독일식의 불행을 긍정하게 만든다.
한국이 일본의 처사에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박근혜 정부 당시 맺어진 위안부 합의가 있다. 한국의 많은 언론과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위안부 합의가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법적 책임이 있는 ‘배상‘이 아니라 ‘합법적‘이라는 ‘보상‘의 개념을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본이 지불하려는 10억 엔은 위안부 제도가 합법적이었지만 불행을 겪었던 분들을 위로한다는 의미였고 이를 박근혜 정부는 덥석 받아들여 버린 것이다. 양국 정부는 수용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한국의 민간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였다. 이점은 1965년의 한일협정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당시 일본이 준 5억 달러는 경제 협력용이었지 배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일본은 본질적으로, 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저자의 기본 인식이다.
이런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아베 정권은 한술 더 떠서 아예 한국을 굴복시키려 한다. 그런 결과 아베는 한국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수출규제 품목을 지정하여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려 하였다. 게다가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경제의 부상이 일본 경제에 주는 악영향을 사전에 막고자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아베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처음 의도가 불순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의 경제 자립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양국의 협력적 경제 관계에 분열을 일으키고, 자유경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러면 아베는 왜 이런 짓을 하게 된 걸까? 저자에 따르면 아베는 일본 자민당의 보수 본류가 아닌 극우파 출신으로 2차대전 전의 일본을 미화하며 당시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를 일본회의라고 하는 극우파 단체가 지원하고 있으며 방계에서 각종 혐한 단체들과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극우의 기원에는 에도 막부 시기에 꽃 핀 국학이 한몫을 했다. 요시다 쇼인을 필두로 한 극우 세력은 메이지 유신을 성공 시키며 일본에서 권력을 잡았다. 전쟁 후에도 그들은 궤멸되지 않고 소수였지만 명맥을 유지하였고 결국 아베에 이르러 그들 세력의 꽃을 피웠다. 일본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 평화 헌법을 개정해 군대를 갖추고 말을 잘 듣지 않는 한국을 손봐줄 필요가 있다고 아베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동반자로 보기 힘들다. 이렇게 저자는 현 일본 정부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아베는 제2의 히틀러가 될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차차 드러나겠지만 지금까지는 아예 틀렸다고 보기 힘들다. 자국의 화려한 과거만 생각하고 지난날의 잘못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것은 분명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된다. 부디 일본이 독일처럼 두 번의 전쟁 경험을 갖지 않길 바란다.
깊이 있는 책은 아니지만 시의적절한 책이다. 일본의 현정권과 아베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